샘 호손 박사의 세 번째 불가능 사건집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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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가 탐정인가? 샘 호손 박사의 탐정 놀이(?)는 3권에서도 계속된다. 뉴잉글랜드의 작은 도시 노스몬트에 개업의로 자리를 잡은 지도 어언 10년...이제는 제법 마을의 인싸이지만 이 작은 소도시에 불가사의한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렌즈 보안관은 늘 그렇듯이 샘 호손 박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1932년부터 1936년까지가 시대적 배경인데, 금주법이 폐지되고 최초의 영화관이 생기는 등 조금씩 변화, 발전하는 당시의 도시와 주민의 생활상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 작품 역시 샘 호손 박사가 활약하는 불가능 범죄 열다섯 개의 단편이 들어있다. 사방이 막힌 영화관 유아보호실에서 총에 맞은 남자, 수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중에서 사라진 곡예사, 오가는 발자국 하나 없는 눈 밀실에서 살해된 남자, 치료해 주는 의사 앞에서 독살당하는 환자, 뻥 뚫린 길 한복판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증발해버린 소녀...

사건은 흥미롭고 해결은 명쾌하다. 인물 배치도 적절하고 이야기도 짜임새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1권, 2권에 비해 전체적인 재미와 만족도가 떨어진다. 1권과 2권에서는 제법 건질만한 재미나고 참신한 단편이 여럿 있었는데 이번 3권에서는 그런 특출난 단편이 보이질 않는다. 밀실과 불가능 범죄 같은 독자의 구미를 확~ 끌어당길만한, 불가사의해 보이는 매력적인 사건이 적어서 그런 듯 싶다.

한마디로 무난하게 읽었다. 샘 호손 박사 시리즈를 읽으면 불가사의해 보이는 사건을 해결해 가는 정통 퍼즐 미스터리의 재미도 있지만 서양 추리소설만의 특유의 향수와 낭만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아무쪼록 4권, 5권 계속해서 무탈하게 출간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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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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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집. 표제작 <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라는 150여 쪽의 중편 포함 열네 개의 길고 짧은 중단편이 들어있다. 이 책에는 그 어떤 통일된 형식이나 주제가 없다. 분량, 장르 모든 것이 자유롭다. 그래서 호러, 판타지, 모험, 액션, 스릴러, 본격 추리 등 장르도 다양하고 몇십 쪽짜리 단편들 사이에서 달랑 2쪽짜리 단편도 자리를 잡는다.

크게 세 개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유명한 작품들을 패러디한 중단편 세 개, 적당한 분량의 단편 세 개, 십여 쪽 안팎의 짧은 단편 여덟 개. 짧은 단편들 몇 개는 작가의 의중이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인지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살짝 호러 느낌이 나는 콩트 형식의 <저택의 하룻밤>과 엽기적이고 공포스러운 마무리를 보여주는 <요술사>는 읽을 만했다.

분량이 늘어나면서 재미도 조금씩 올라간다. 대표적인 게 <괴수의 꿈><극적인 폐막>이다. 다소 몽환적이고 파괴적인 내용의 SF 스릴러 <괴수의 꿈>은 묘한 다크 판타지의 여운을 주고, <극적인 폐막>은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두 남녀의 엇갈린 행동이 반전에 반전을 더해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 <책과 수수께끼의 나날> 역시 작가의 경험을 살려 서점에서 발생할 법한 일상의 수수께끼를 코지 미스터리 형식으로 재치 있게 그려냈다.

아무래도 하이라이트는 유명한 소설을 패러디한 세 개의 중단편들이다. 역시 그중에서 표제작인 <이리하여 아무도 없었다>가 군계일학이다. 기발한 트릭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의 명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현대적으로 각색해서 재미있게 패러디했다. 읽는 내내 명작에 대한 향수와 추억, 본격 추리의 재미와 클로즈드 서클 만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느꼈다. 에도가와 란포의 소년탐정단 시리즈를 패러디한 <미래인 F>도 재밌었다. 괴인 20면상과 아케치 고고로 탐정 간의 불꽃튀는 지략 대결과 쫓고 쫓기는 모험 활극이 볼만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패러디한 <선로 나라의 앨리스> 역시 기묘한 열차를 타고 이상한 나라로 짜릿한 여행을 하는 재미난 판타지 모험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읽어보니 확실히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는 선하고 착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다. 강렬하거나 자극적인 부분이 없이도 글을 다채롭고 맛깔스럽게 잘 쓴다. 예전에 읽은 <작가 소설>처럼...그나저나 학생 아리스 시리즈와 작가 아리스 시리즈는 소식이 없는지...<여왕국의 성>이 마지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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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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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히어로 블랙 쇼맨이 돌아왔다. 전작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에서 전직 프로 마술사답게 자신만의 독특한 수사 방식으로 친형 살인사건을 멋들어지게 해결했던. 이번에는 단편집이다. 무대는 그가 운영하는 조그만 칵테일 바인 '트랩핸드'. 각각의 단편에는 도움이 절실한 위기에 처한 여성이 등장한다. 친오빠에게 협박 받는 부자 상속 미망인, 음흉한 속내를 감춘 남자와 첫 데이트를 하는 여자, 사랑하는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의구심에 괴로워하는 여성... 블랙 쇼맨은 예리한 눈썰미와 날카로운 추리 그리고 신속한 추진력으로 궁지에 몰린 여성을 구해낸다. 마치 정의의 사도처럼.

그가 보여주는 사건 해결 방식은 여타 경찰이나 탐정과는 사뭇 다르다. 그 유니크한 점이 작가가 창출한 블랙 쇼맨 시리즈만의 고유한 재미이자 매력이 아닐까. 불법 도청과 감시 카메라는 기본이고, 귀신같은 손재주로 상대방의 스마트폰을 훔쳐보고, 거짓말을 앞세운 현란한 말솜씨로 상대를 현혹시킨다. 연기력도 일품이다. 그야말로 임기응변, 능수능란의 귀재이다.

'맨션의 여자'편은 제법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나는 미스터리의 재미가 있고, 짧은 분량의 '위기의 여자'편은 블랙 쇼맨의 즉흥적인 원맨쇼가 빛을 발한다. 마지막 '환상의 여자'편은 완전히 결이 달라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감성적으로 그려낸다. 이 단편집에서 살인사건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분위기가 무겁거나 심각하지는 않다. 칵테일 한 잔 즐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비밀을 간직한 여성들의 고민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블랙 쇼맨의 화려한 추리 액션쇼를 감상하면 그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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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4-2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네요.
 
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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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가 나온다는 말에 반가운 마음으로 냉큼 집어들었는데...일단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가가 형사가 등장해서 멋들어지게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기대했으면 큰 오산. 이 책은 미스터리 형식을 차용한 애잔한 가족 드라마이다. 물론 살인사건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주제에 다가가기 위한 도화선이자 시발점일 뿐... 그래서 범인의 정체, 살인의 동기와 배경 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두 가족의 불운하고 기구한 가족사를 통해서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혈육'이라는 운명적인 끈이다. 암만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무리 세월이 오래 흘렀어도, 더 심하게는 그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더라도 한번 맺어진 혈육이라는 생물학적 관계는 쉽사리 뗄 수가 없다. 또한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까지 삶을 지탱해 주는 '희망의 끈'일 수가 있다. 작가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 책에서 가가 형사는 영화로 치면 그야말로 특별출연이다. 전체 분량의 한 5%쯤 등장할까? 정작 주인공은 가가 형사의 사촌 동생이자 경시청 수사 1과 형사인 인물이다. 살인사건 수사를 통해 한 가족의 불운한 가족사를 엿보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 역시 기구한 가족사를 통한 운명적인 만남과 조우한다. 추리소설적 재미보다는 가족애라는 휴머니즘에 포커스를 맞춘 잔잔한 미스터리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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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교 살인 사건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로날드 녹스 지음, 김예진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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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한적한 교외, 골프 친구 4명이서 라운드 도중 사라진 공을 찾다가 철교 아래에서 얼굴이 짓뭉개져 신원을 알아볼 수 없는 남자 사체를 발견한다. 신고 후 경찰이 도착하는 동안 호기심에 사체의 소지품 리스트를 몰래 작성하고... 경찰 수사 방향이 달리는 열차에서 실족 추락사 (또는 자살)로 흐르는 경향을 보이자, 범죄를 의심한 4인방은 스스로 아마추어 탐정이 되어 범인 색출에 나선다.

'녹스의 십계'로 잘 알려진 로널드 녹스의 첫 장편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 황금기(1920~30년대)의 한복판인 1925년에 발표한 작품. 아마추어 탐정 4인이 추리 대결 (이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협업 수준이다.)을 벌인다는 점에서 앤서니 버클리의 다중 추리 걸작 <독 초콜릿 사건>(1929년)을 연상시키는데 이 책이 4년 먼저 나왔으니 형님뻘이다. (근데 동생 작품이 더 훌륭하다 ㅎ)

영국 런던 교외의 고즈넉한 풍경을 배경으로 문체는 작가 특유의 익살, 해학, 유머를 곁들여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볍고 낭만적이다. 하지만 종교, 철학, 문학에 능통한 성직자 출신 작가가 구사하는 종교적 비유나 철학적 사고를 빗댄 대사나 문장이 종종 나오는지라 읽는데 다소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그렇게 아마추어 탐정 4인방의 독자적인 수사가 시작되고...단서를 분석해 가설을 세우는 추리 과정은 진지하지만 일종의 유쾌한 탐정놀이를 한다고나 할까...셜록 홈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예리한 추리와 신나는 모험이 병행된다. 주변 인물을 탐문하고, 비밀 장소를 탐험하고, 용의자를 추적하고...다양한 가설이 생겨나고 부정되는 가운데 마지막에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인물과 내용은 예상 밖이다.

놀라운 트릭이나 의외의 범인 같은 짜릿한 반전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추리소설 황금기 시대에 발표한, '녹스의 십계'로 유명한 작가의 첫 장편 추리소설을 읽은 자체만으로 뿌듯한 느낌이다. 이 책은 밤에 불을 끄고 보면 책표지와 책등이 야광으로 빛을 낸다. 그게 더 인상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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