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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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가 나온다는 말에 반가운 마음으로 냉큼 집어들었는데...일단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가가 형사가 등장해서 멋들어지게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기대했으면 큰 오산. 이 책은 미스터리 형식을 차용한 애잔한 가족 드라마이다. 물론 살인사건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주제에 다가가기 위한 도화선이자 시발점일 뿐... 그래서 범인의 정체, 살인의 동기와 배경 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두 가족의 불운하고 기구한 가족사를 통해서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혈육'이라는 운명적인 끈이다. 암만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아무리 세월이 오래 흘렀어도, 더 심하게는 그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더라도 한번 맺어진 혈육이라는 생물학적 관계는 쉽사리 뗄 수가 없다. 또한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까지 삶을 지탱해 주는 '희망의 끈'일 수가 있다. 작가가 노리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 책에서 가가 형사는 영화로 치면 그야말로 특별출연이다. 전체 분량의 한 5%쯤 등장할까? 정작 주인공은 가가 형사의 사촌 동생이자 경시청 수사 1과 형사인 인물이다. 살인사건 수사를 통해 한 가족의 불운한 가족사를 엿보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 역시 기구한 가족사를 통한 운명적인 만남과 조우한다. 추리소설적 재미보다는 가족애라는 휴머니즘에 포커스를 맞춘 잔잔한 미스터리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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