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교 살인 사건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로날드 녹스 지음, 김예진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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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한적한 교외, 골프 친구 4명이서 라운드 도중 사라진 공을 찾다가 철교 아래에서 얼굴이 짓뭉개져 신원을 알아볼 수 없는 남자 사체를 발견한다. 신고 후 경찰이 도착하는 동안 호기심에 사체의 소지품 리스트를 몰래 작성하고... 경찰 수사 방향이 달리는 열차에서 실족 추락사 (또는 자살)로 흐르는 경향을 보이자, 범죄를 의심한 4인방은 스스로 아마추어 탐정이 되어 범인 색출에 나선다.

'녹스의 십계'로 잘 알려진 로널드 녹스의 첫 장편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 황금기(1920~30년대)의 한복판인 1925년에 발표한 작품. 아마추어 탐정 4인이 추리 대결 (이라기보다는 어찌 보면 협업 수준이다.)을 벌인다는 점에서 앤서니 버클리의 다중 추리 걸작 <독 초콜릿 사건>(1929년)을 연상시키는데 이 책이 4년 먼저 나왔으니 형님뻘이다. (근데 동생 작품이 더 훌륭하다 ㅎ)

영국 런던 교외의 고즈넉한 풍경을 배경으로 문체는 작가 특유의 익살, 해학, 유머를 곁들여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볍고 낭만적이다. 하지만 종교, 철학, 문학에 능통한 성직자 출신 작가가 구사하는 종교적 비유나 철학적 사고를 빗댄 대사나 문장이 종종 나오는지라 읽는데 다소간의 인내가 필요하다.

그렇게 아마추어 탐정 4인방의 독자적인 수사가 시작되고...단서를 분석해 가설을 세우는 추리 과정은 진지하지만 일종의 유쾌한 탐정놀이를 한다고나 할까...셜록 홈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예리한 추리와 신나는 모험이 병행된다. 주변 인물을 탐문하고, 비밀 장소를 탐험하고, 용의자를 추적하고...다양한 가설이 생겨나고 부정되는 가운데 마지막에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인물과 내용은 예상 밖이다.

놀라운 트릭이나 의외의 범인 같은 짜릿한 반전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추리소설 황금기 시대에 발표한, '녹스의 십계'로 유명한 작가의 첫 장편 추리소설을 읽은 자체만으로 뿌듯한 느낌이다. 이 책은 밤에 불을 끄고 보면 책표지와 책등이 야광으로 빛을 낸다. 그게 더 인상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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