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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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가득한 밤

겨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의 봄날씨에 기분이 들떴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이 책을 만나서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을 펼치고 얼마지나지 않아 눈은 데굴데굴 소리를 낼 것만 같고 손은 눈에게 얼른 보라며 다음 페이지를 넘길 자세를 취하고 마음은 둘다에게 읽는데만 집중하라고 독촉을 한다. 이렇게 즐거운 소설을 만난 것이 얼마만인가. 마치 한겨울에 처음으로 썰매를 탈때의 경험이었다. 썰매를 타는 도중 돌출된 돌들로 인해 엉덩이가 아프더라도 즐겁게 썰매를 타 본 일이 모두에게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즐거움과 함께 아릿한 아픔을 주는 책을 하루를 넘길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한밤중에 손에 꺼내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순전히 내 조급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책이 너무 재밌는 건 정말 내 탓이 아니니까. 

 

즐겁게 읽어내려가던 내 눈이, 손이,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책장을 넘기길 주저한다. 그리고 떨어지는 눈물 방울. 생각도 안했기에 무방비였던 나는 어쩌지도 못하고 그 까만 밤을 눈물로 지워냈다. 이 책이 재밌다고 추천해준 지인도 귀뜸이 없었기에 내내 즐거운 책인줄로만 알았던 나는 눈물을 흘리며 어쩌면 지인에게 투덜댔는지도 모른다. 낮에 읽으라고 말해주지라고. 하지만 그 지인을 만난다면 나는 아마 술잔을 기울이며 좋은 책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연실 말하며 어쩌면 눈물을 글썽이며 주인공 동구가 너무 애달프다고 울지도 모르겠다. 동구를 생각하며 흘리는 눈물은 나를 태우는 타임머신으로 변신해서 동구의 어린시절로 다시 여해을 떠나게 한다. 눈물이 그치면 제자리로 돌아올 타임머신이기에 나역시 애써 눈물을 멈추지 않고 동구에게로 향한다.

 

#살짝 줄거리 엿보기

인왕산 허리부근에 조그만 달동네가 있다. 그 달동네에서도 가장 윗동네에서도 제일 꼭대기 부분에 동구네 집이 있다. 그 집에는 말을 하면 꼭 욕이 섞여 나오는 할머니가 살고, 그 할머니가 욕을 제일 많이 하는 어머니가 살고 침묵만이 살 길인 양 말을 아끼는 어머니에게 가끔 손찌검을 하는 아버지가 살고 4대 독자임에도 할머니에게 전혀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동구가 산다. 어린아이가 사는 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집에는 할머니의 욕하는 소리만 간혹 들린다.

 

그런 동구네 집에 동생이 태어난다. 4대독자인 동구가 있음에도 할머니는 계집아이가 태어났다고 조산소에서 장장 네시간을 울고 악다구니를 썼다. 그런 할머니때문에 엄마는 6년만에 둘째를 낳고도 몇일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안일을 해야했다. 동구로 말하자면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산동네 아이들은 모두 형제가 있었는데 동구만 6년동안 형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동생이 태어난 동구의 기분은 거의 좋은 편이었다. 어느정도였냐 하면 할머니의 강압으로 복자라는 이름을 가질뻔한 동생에게 할머니의 욕지거리와 아버지의 손찌검에도 굴하지 않고 악다구니를 쓴 탓에 예쁜 이름 영주를 갖게 해주었다. 예쁜 이름을 가진 영주는 정말 예쁜 동생으로 자라고 영주로 인해 집은 활기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행복한 웃음의 성을 지나 눈물의 샘을 거쳐 아름다운 정원으로 도착한다. 그러기까지 꽤나 많은 웃음과 눈물이 기다리고 있다.

 

#성장소설, 아픔으로 깨닫기

할머니에게 구박받느라 숯검뎅이 가슴이 된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며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 껴서 어쩔 수 없이 손찌검을 하는 아빠의 마음도 어렴풋이 짐작을 하고 동생 영주가 겨우 세돌이 되서 10살이 된 자신보다 글을 더 먼저 읽었다고 해도 질투는 커녕 세상에서 가장 잘난 동생을 두었다고 기뻐하는 착한 아이가 동구이다.  착한 동구라고 해도 10살이 되도록 한글을 못 읽는건 아빠의 손찌검을 피해갈 수는 없는 일. 그런 동구에게도 할말은 있었으니 그건 난독증이었다. 동구의 난독증을 알아차린 것은 천사같은 박성생님이었다. 방과후에 박선생님과의 향기롭기만 한 수업의 시작으로 동구의 첫사랑도 시작된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다. 성장한다는 것은 아픔을 겪는 것을 뜻하며 아픔을 느낀다는 것은 무언가를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 안다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다고 한다. 누구나 사랑에 대해 알지만 사랑의 아픔을 겪은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처럼. 동주는 아파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 아픔은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이기에 읽는 내내 가슴이 아릿하다.

 

책을 읽는 동안 다시한번 깨닫는다. 나이가 어려도 삶은 있는 것이라고. 나이와 삶은 비례 되지 않는다고. 어떤 나이든 간에 삶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나이기에 그 삶이 수월할 거라고 함부로 짐작하면 안된다고. 동구가 겪은 아픔을 나는 겪어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아픔은 상대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아픔만큼 큰 아픔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동구의 성장통 역시 남과 비교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동주에게 너가 겪은 아픔을 나도 겪어봤다며 위로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나도 네 이야기에 많이 아팠다고. 그런 말밖엔 해줄 수 없는 못난 어른밖에 되 줄 수없는 것이다.

 

#그 시대의 성장통.

-아이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아름다운 문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데 이 책을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책 속에 잘 녹아들어 있는 시대의 아픔이다. 책은 1977년에서 1981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5년이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동주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가고 그 시간은 우리나라도 아프게 성장통을 겪는 시간이다. 그것을 성장통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말하기에는 부족한 것이겠지만.

 

청와대와 인접한 곳에 사는 동구는 격변하는 정세를 몸으로 느낀다. 좋아하는 박선생님이 왜 그 시대에 점점 어두운 얼굴이 되는지, 사람 좋은 이웃집 형이 왜 세상 살기가 엿같다며 소리를 지르는지, 탱크가 중앙청 근처에 서 있던 날 자신이 왜 학교에 가지 않았는지 동구에게 시대는 궁금증을 남기기 시작한다. 1979년에 10.26사태, 12.12사태가 동구에게는 그저 군인이 길에 서있는 시간으로 기억되고 어른들이 아이들은 몰라도 된다는 말만 듣느라 지친 시간일 것이다. 그해 1979년은 동구에게는 난독(難讀)시대인 것이다. 글자도, 세상도. 하지만 그 시대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시대임을 알게 되면서 동주 역시 우울한 시대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되다.

 

처음에 년도별로 이야기가 나뉘어져 있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내게 동구를 통해서 보이는 세상의 모습은 뚜렷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와닿는다. 어린 동구는 알 수 없는 그 시절의 역사를, 아픔을, 무서움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뒤늦게 시대적인 배경을 알게되고 그것이 책에 녹아들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작가의 놀라운 재능에 감탄하고 말았다.

 

 

#아름다운 정원, 당신에게도 있는가!

동주가 사는 인왕산 산동네에 유일하게 있는 삼층 집의 아름다운 정원은 동주가 가장 좋아하는곳이다. 인간이 만든 정원임에도 자연의 아름다운 부분만을 가져다 놓은 것만 같은 정원에는 나무와 작은 호수 가슴에 황금색이 있는 새가 산다.

 

<나이를 먹은 나무들이 정원 가득히 들어서 있는데 그 나무들이 몇 년 동안 떨어뜨린 낙엽이 고스란히 땅을 덮고 있어서 그 위를 밟으며 아주 두꺼운 융단 위에 선 것 같은 푹신한 느낌이 든다. 살아 있는 나뭇잎들과 한때 살았던 나뭇잎들은 함께 힘을 합쳐 매우 향긋한 공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곳을 감도는 바람은 단술처럼 맛있다.>
 
책의 처음쯤에 나오는 이 부분이 책을 다 읽고 나자 생각이 났다. 어쩌면 이 부분이 책을 마무리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나무잎이 고스란히 쌓이고 그 위에 현재에 떨어지는 나뭇잎이 덮어지고 그것은 너무나 푹신하고 향긋한 공기가 맴돈다는 말이 우리네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구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이어져 있음을 깨닫지 않았을까. 과거의 아픈 기억이라고 해도 그것이 언젠가는 바스락 소리를 내며 현재와 함께 향긋한 냄새를 낼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람은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아프고 힘든 기억을 따로 떼어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기보다는 기억을 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빛나는 기억, 아픈 기억, 슬픈 기억이라 해도 안아줄 수 있다면 우리의 가슴 속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생겨날 것이라고 믿어본다. 동구가 가진 아름다운 정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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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제훈의 우리말 편지 1
성제훈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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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몇일동안 꽤나 조심스러웠다. 다른 책을 읽을 때는 물론이고 글을 쓸 때는 더더욱 그랬다. '우리말 편지'와 연애를 하는 동안 내내 나는 처음 사랑을 경험해보는 소녀처럼 조심스러웠고 어쩌면 선생님께 검사를 받는 아이의 마음과도 같이 두근거리며 글을 읽고 글을 쓴다. 모르고 실수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알면서도 실수하는 것은 다른 이의 가슴에 상처를 내는 일이라고 돌아가신 할아버님께서는 자주 말씀하셨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우리말과 그동안 내가 잘못 사용한 말들을 정정해서 머리 속에 집어넣어도 입과 손은 계속해서 실수를 한다. 그것이 속상해 친구에게 투덜대자 책 한번 보고 다 알면 대한민국에 바른말 고운말 쓰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냐며 핀잔을 주며 웃는다.

 

작가는 우리말과 연애를 한 시간은 계산도 하지 않은 채 마음만 앞서 한번에 모든 것을 다 먹어치워 내것으로 만들려는 욕심이 컸다. 사랑을 처음 할 때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소화하려해서 마음이 탈이 나고마는 것처럼 우리말도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니 손과 입에 탈이 나는 것이다. 잘못된 표현을 입에 달고 그것이 맞다고 살아온지 25년이 훌쩍 넘어가는 지금에 와서 바른 우리말을 쓰는 데는 어느정도 인내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도 필요하다.

 

#한글, 얼마나 알고 계세요?

<여러분, 인류가 만든 문자 중 만든 사람과 만든 날, 그리고 만든 동기와 원리가 밝혀지는 유일한 글자가 뭔지 아세요? 바로 한글입니다.

'훈민정음'은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어 있고, 한글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어있습니다. 유네스코에서는 문맹퇴치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데, 그 사랑의 이름이 바로 '세종대왕상'이랍니다.>

 

[대지]를 쓴 펄벌은 한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자라고 하고 레어드 다이어먼드라는 학자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전세계가 극찬하는 한글을 아무런 어려움없이 쓰고 있는 우리는 한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한국어시험에서 50점을 맞는 한국인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 시험에서 나는 30점을 맞기도 힘들거란 생각을 하며 고개가 절로 숙여지며 뒷덜미가 뜨거워진다.

 

우리가 쓰는 한글 글자 수는 모두 11,172자라고 한다. 한글은 우리가 말로 하는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말을 뒤집으면 우리가 쓰는 말이 엉터리일 경우 우리의 한글도 엉터리가 되는 것이다. 선조가 물려준 고마운 문화유산인 한글이 없었다면 일제강점기때 우리나라는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며 이미 뿌리를 잊고 사는 민족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한글의 소중함을 알고 제대로 우리말을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딩동! 오늘도 한통, 우리말이 연애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책을 쓴 성제훈이란 분은 글쟁이로 불리기 보다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불리긴 원하는 소박한 사람이다. 스스로 굴퉁이라고 말할만큼 지식 나부랭이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가 아는 만큼, 그가 할 수 있는 만큼 우리말을 알리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싶어서 거의 날마다 전자우편으로 '우리말 펴지-우리말 123'을 보낸다고 한다. 그가 보낸 메일이 모아져 두권의 책으로 나온 것이다. 그는 책을 사계절로 1권에는 봄과 여름, 2권에는 가을과 겨울을 나눠 우리말을 알려주고 있다.

 

농업공학연구소에서 일한다는 그의 책에는 흙냄새와 비냄새가 함께 난다. 그걸 시골의 냄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읽는동안 우리말을 제대로 알아서도 좋았지만 시골을 만난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어 더욱 좋았다. 국어학자도 한글학자도 아니기에 그의 글에서는 편하게 웃어넘길 이야기와 함께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지식은 머릿속에 차곡차곡 재놓은 앎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만남"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대신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하고픈 것은 우리말을 더욱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사람이 늘어나다 보면 우리말과 사랑에 빠져제대로 우리말을 가꾸는 이들이 많아질거란 생각에서 그는 오늘도 수천명에게 우리말 편지를 보낸다. 딩동! 오늘도 한통, 우리말이 연애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얼마나 설레는 편지인가!

 

연애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그건 마음 속에 그 상대를 품는 것이다. 그 상대가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한다. 우리말과 연애를 할려면 우리말을 마음에 품어야 한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이지만 우리말을 쓰다보면 맞는 표현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정작 찾아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말은 목을 빼고 기다린다. 자신을 알아주고 제대로 써주기를. 그래서 우리말이 우리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자신과 사랑에 빠지자고. 그 고백에 이미 내 마음은 홀딱 넘어가버렸다.

 

이제 여러분 앞으로 우리말이 연애편지를 보냅니다. 딩동!

 

#살짝 엿보는 우리말

책 속에 담긴 수 많은 우리말 이야기 중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5개도 넘지 않았다. 이러니 나는 우리말에게 연애편지를 꼭 받을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 지금까지 혼란스러웠던 우리말을 몇개만 짚어보자. 잘못된 우리말 속에는 일본어에서 온 말이 참 많다. 그 말들만 바로 잡아도 우리말 사랑 70%는 달성한 셈이지 않을까!  그와 함께 숨겨진 우리말을 사용한다면 우리말이 나를 꽉 껴안을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온 일본말은 일본으로 보내자.

다대기->다지기, 야채(일본어투 낱말)->나물, 푸성귀, 야생화(일본어투 낱말)->들꽃

일가견(어떤 문제에 대하여 독자적인 경지나 체계를 이룬 견해-일본어에서 온 말)->한가락

촌지(일본어투 한자말)->작은 정성(작은 선물) 뗑깡(일본말)-생떼, 억지, 투정

 

-아름다운 우리말 자주 사용해주세요.

누룽지->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

눌은밥->솥 바닥에 눌러붙은 밥에 물을 부어 불려서 긁은 밥

바램(바람의 잘못된 표현)->바람

안갚음(순 우리말)-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

오구탕->"매우 요란스럽게 떠드는 짓"

거시기->"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이름씨.

비거스렁이->"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

 

-항상 궁금했던 표현, 이제야 제대로 알다.

1.'사랑할께요'와 '사랑할게요' 어느 것이 맞을까?

->답은 '사랑할게요'이다. '게'와 '께'를 구별하는 원칙은 의문형만 된소리로 적고 종결어미는 예사소리로 적는 것이다. 즉, 살아할까요? 사랑할게요!이다.

2.'저예요' '저에요' 어느 것이 맞을까?

->'에요'와 '예요'를 구분하는 법은 앞에 받침이 없으면 '예요'를, 받침이 있으며 '이에요'를 쓰면 된다. 즉, 저예요, 사랑이에요, 책이에요, 전화예요.

 

 

#우리말사랑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어요.

아이들과 우리말 공부를 할때면 나역시도 절절매지만 아이들은 우리말을 배울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며 지루해한다. 십대들, 이십대들까지 인터넷 용어와 신조어 사용을 당연시 하고 모 TV프로그램에서 어른과 아이들의 언어격차는 같은 나라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라고 느끼지 못할만큼 극심하다. 웃고 넘기기에는 우리말이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 아이가 손가락 하나로 무너지는 뚝을 막았듯이 우리 한사람의 힘이 모여 무너져 내리는 우리말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랑해야 할 우리말, 지금이 사랑에 빠질 때다.

 

서평을 쓰면서도 내내 가슴을 졸인다. 혹시나 잘못된 표현이 있을까 걱정이다. 사랑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무척이나 재밌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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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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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ː개―인(未開人)의 반댓말을 문명인이라고 학생들에게 알려준 적이 있다. 미개인이란 화에 눈을 뜨지 못하고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해 문화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던 내모습이 계속 생각나 책을 다 읽고 난 후 얼굴이 화끈거려 혼이 났다. 미개인과 문명인이 무엇이 다른지 이 책을 읽고나서 아이들에게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란 뒤늦은 후회가 몰려온다. 미개인과 문명인을 나누는 것은 문명인들의 시각에서만 일어난 일이라고. 문명인의 시각이니 문명인이 기준이 되어서 미개인이란 말로 그들을 한단계 낮추어 말한 것이라고. 한쪽만의 시각, 한쪽만의 기준 그것이 맞다고는 할 수 없다고.

 

아마존, 그곳에는 옷을 입지 않은, 혹은 최소한의 천만을 두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곳에 가면 옷을 입은 사람이 어색해진다고 한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필요한만큼만 음식을 구하고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옷을 입고 그렇기에 권력의 욕심도 부에 대한 욕심도 없는 인디오들은 누군가의 지배를 받지도 않고 서로를 해하지도 않는다.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지만 완벽하게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이 인디오다.

 

인디오, 그들을 떠올리면 자유와 현재가 떠오른다. 구속받지 않고 삶을 즐기며, 자신의 자유를 위해 남을 해하지도 않기에 그들은 서로를 존중한다. 인디오들은 정지된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정지라는 단어는 우리의 시각에서 사용되었을 것이다. 돌이 없어 석기도 없으니 토기를 사용하는 인디오들이기에 석기시대, 철기시대라는 단어조차 이들에게는 필요없다. 그렇다고 이들의 삶이 원시에서 정지된 걸까? 원시문명에서 현대문명까지가 시간이 흐르는 정방향인 것일까? 인디오사회에서도 아마존에서도 시간을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우리와 다르게 흐르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이 똑같은 하루라며 인디오들을 평할 수도 있지만 알고있듯이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라는 표현은 우리가 쓰고 있다. 인디오들은 그저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 뿐이다. 

 

원시문명, 자연 그대로의 삶이 보존 되어 있는 곳, 아마존. 저자는 그곳을 낙원이라 칭하며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그곳을 10년동안 돌아다니며 일어난 일들을 적은 것이 이 책이다. 아마존에서 고생이란 고생을 다 했음에도, 굶어 죽어도 이 놈의 아마존에 다시는 안 온다고 악을 쓰며 돌아와놓고는 한국에 온지 이틀만 지나면 아마존이 그립다고 하는 저자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그가 이토록 아마존에 반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가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려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존이 가르쳐준 '인간답게 사는 법'

빠른 세상에서 느리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간다. 세상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고개를 떨구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제대로 살기위해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자신이 사람인지 기계인지 모르겠다며 하루종일 한번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그 반대편 아마존에는 시계를 보지 않고도 하루의 시작과 끝을 제대로 보내는 인디오들이 있다. 사는 자체가 즐거워서 하루 종일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인디오들이 있다. 한쪽은 모든 것을 가졌다. 옷, 집, 컴퓨터, 지위, 명예, 돈. 한쪽은 아무것도 갖지 않았다.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몸밖에는. 많이 가질수록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진리가 되어간다.

 

-필요한 만큼만!

인디오들의 삶에는 '과잉'이 없다. 농사부터 사냥까지 그들은 필요한 만큼만 취한다. 그렇기에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이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보며 물을 수도 있다. 대체 무슨 낙으로 사는 것인가! 그럼 당신한테 묻자. 당신은 무슨 낙으로 사는가? 집장만? 자식농사 성공? 그것이 당신을 정말 행복하게 하는가? 인디오들은 자신이 행복해지려 필요한 만큼만 갖는 것이다. 불필요한 싸움, 불필요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삶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는 경험해보지 않고는 모르지 않을까? 다만 인디오들의 얼굴에 그려진 웃음은 분명 진실이다.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을 당신은 본적이 있는가!

 

#아마존은 누구에게도 보호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로부터? 사람으로부터! 누가? 사람이!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없는 것이 서글픈 현대의 모습이다. 그런 우리를 이상한 듯 보는 이가 있다. 아마존에 사는 인디오들은 말한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보호해달라고 한적도 없다고. 그런데 우리는 어느새 아마존을 보호해야 한다고 소리높여 말하고 있다. 왜? 우리가 그들의 삶을 망가뜨렸기에.

 

인디오들이 좋아하는 놀이 중 고무공을 가지고 노는 것이 있는데 그들은 고무공을 만들만큼만 고무를 채취한다. 그 이상은 고무를 채취하거나 너무 많이 채취해서 버린 적도 없다. 아마존의 나무들은 그들 자신이며 친구이고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가족을 헤치고 무분별한 개발을 하는 이들은 문명인라며 자신을 그들에게 소개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고무나무의 고무액을 '인디오들의 하얀 피'라 불리우며 고무나무 1톤을 얻기 위해 인디오 7명을 죽였다고 한다. 인디오 남자들이 많이 죽자 여자들을 강간해 남자아기면 키워서 일을 시키고 여자아기면 죽였다고 한다. 침략자들로 인해 아직도 인디오들 사이에 백인의 모습을 한 인디오가 태어난다고 한다. 아픔의 씨앗을 그대로 보여주는 백인인디오 떼로 그라우! 그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건가..태어난 것이 아픔이었을 그를 인디오들은 따뜻하게 품어준다. 침략자들에게 땅을 내어주고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드는 것이 인디오들이다. 더 많은 땅을 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그저 그들이 살게끔만 해달라는 그들에게 무슨 짓을 했으며 지금도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인디오들의 생활 우리가 알아서 무엇하냐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들의 삶을 망친 것은 우리기에.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연을 품에 안고, 자연의 품에 살며, 웃고 행복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밖에 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안겨준 시련, 아마존의 개발과 착취.그것을 행한 것은 그들 보다 앞선 문명을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현대인이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므로 이제라도 우리는 보호해야 한다. 아니, 알고는 있었야 한다. 아마존이, 인디오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그들에게 문명의 옷을 입히라는 것이 아니라 보호해주되 그들의 삶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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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연애는 왜 그 모양이니?
로리 고틀립 외 지음, 윤정숙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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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책을 한대 콩~하고(진심은 쿵하고~) 쥐어박고 말았다. 누구도 내 연애에 대해서 이렇게 실랄하게 말한 사람은 없었다. "네 연애는 왜 그 모양이니?" 라니ㅡ. 우리  엄마도 나이 먹은 딸 마음 아파할까 슬며시 "전에 만나던 남자한테서는 연락없어? "(진심은 -전에 만나던 남자라도 어떻게 좀 잡아봐-일 것이다.)라며 돌려서 말한다. 그런데 책이 내게 말한다, 아니 톡 쏘아 붙인다. "네 연애는 왜 그 모양이니?"라고. "흥. 보태준거 있어?"라고 쏘아붙이며 침대로 슛!! 하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 길을 걸으며 드는 생각은 '내 연애는 정말 왜이럴까?'이다. 아직 읽지도 않은 책 한권이 내 하루를 우울로 덮어 씌우고 있다. 으, 내 연애는 정말 왜 이렇게 되었을까!!!  

 

다들 잠든 밤 침대 구석에 누가 볼까 감쳐놓은 요 괘씸한 제목의 책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 했다. 저자가 두명이다. 남자한명 여자한명. 둘이 연애를 하며 쓴 책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뭐야 '우리 이렇게 사랑했어요!'자랑하는 거야라고 입을 삐죽거리며 못된 심보를 더 못되게 쓰며 배를 깔고 누워서 읽기 시작한지 얼마 후. 내 마음은 풀리며 웃음이 머금어진다. 아, 연애를 실패한 이들의 동질감이랄까! 아, 우리가 연애에 실패한건가! 아니다. 이제 다시 말하자. 나는 그리고 책 속의 저자들은 연애심리는 조금 늦게 알았을 뿐이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저자 케빈과 로리는 2001년 화창한 봄날 만나 사랑을 키워갔다가 아니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케빈의 여자친구(곧 케빈의 옛날 여자친구가 됨)와 로리의 남자친구(곧 로리의 옛날 남자친구가 됨)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케빈과 로리는 골치 썩이는 연인에 대해,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해와 동정을 받고 싶은 갈망이 깊었고 그것을 서로에게 털어놓기 시작했지만 말하고 보니 서로 상대의 파트너를 편드느라 바빴다. 왜냐하면 여자 마음은 여자가 알고 남자마음은 남자가 아는 것이기에! 둘은 아마도 남녀가 연애할 때의 심리가 다름을 알게 되고 그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것도 알았다. 또한 그 큰 차이로 인해 얼마나 무수한 싱글들이 "내 연애는 왜 이 모양인가?"라며 하늘을 향해 고함을 칠 것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둘이 함께 책을 냈다고 생각한다. 싱글, 바로 당신, 아, 연애하는 당신을 위해서!

 

싱글인 남녀는 고민한다.  소울 메이트는 진정 한명인가에 대해. 내 영혼의 짝이 한명이라고 탕!탕!탕!하고 정의를 내린다면 얼마나 많은 남녀가 거리로 뛰쳐나와 거세게 항의를 하며 난동을 부릴지 상상이 가는가? 그러나 우리는 왜 연애를 거듭할수록 소울 메이트가 한명이라고 우기게 되는 것일까? 그거야 그래야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라도 생기니까! 이 사람이 아니라고 헤어져도 이 사람보다 더 나은 나만의 소울 메이트가 있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한명이 아니라면? 그래 확률을 높이자. 한명보다는 수십명이 좋다. 물론, 완벽하 소울 메이트는 한명이 될 테지만.

 

내 짝을 찾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소개팅 제대로 하는 법,  변태를 알아보는 법, 상대방의 말에 담긴 진실까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 이제 자를 들고 형광펜을 들고 책을 전공서적처럼 탐구해야 한다. 밑줄 쫙! 돼지꼬리 땡땡!!을 할 부분이 왜이리 많은 것인가!  책은 상대방을 만나는 방법부터 사귀기 시작할 때 조심해야 할 것들, 연애라는 심각한 비즈니스를 위해 우리가 대처할 방안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한다면 좀 더 나은 이별을 위한 준비까지 알려주고 있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남자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전에 만났던 남자친구들에게 못할 짓을 많이 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들이 내게 한 행동의 속마음을 이제야 알고 이를 갈기도 하며 다음 연애는 멋지게 해내리란 두근거림에 아침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연애도 배워야 한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20대 후반이다. 연애의 시작부터 끝까지 배워야할 것이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연애는 둘만의 게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심판이 없는 경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듯 연애 역시 심판이 없기에 벨트 아래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때려도 아프고 맞아도 아픈 것이 연애다. 그렇기에 연애를 배워야 한다. 이 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배려도 좋지만 무조건적인 배려에 사람이 무섭게 변할 때도 있다. 다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하는 남자때문에 속이 타들어 간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책이 심판의 역할을 대신해 줄 것이다. 그러나 당신 혼자만 읽어서는 무리가 있다. 물론 당신은 이 책을 읽음으로서 남자에게 단 한명의 특별한 소울 메이트로 대접받을 수는 있지만 그 남자가 당신 맘에 들지는 미지수이므로.

 

화창한 봄이 다가 오고 있다. 당신, 연애, 멋지게 성공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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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2-06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는 부딪혀야 돼요. ^^
 
휴머니멀 -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들의 인간적인 이야기
박순구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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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이야기------------------------

네잎클로버는 오늘도 고민이 많습니다.

세잎클로버 친구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잎이 하나 더 있는 네잎클로버를 열심히 놀려대며 자기네들끼리 바람살랑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도 어김없이 귀여운 소년이 와서 자신의 몇 안되는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는 우와~ 소리를 지르며 까르르 웃고는 조심스럽게 친구 네잎클로버를 뜯어 갔습니다.

 

왜 친구들은 자신을 놀리는데 아이들은 자신을 좋아하는지 네잎클로버는 알 수 없습니다. 착한 이슬이 나폴레옹 이야기를 알려주기 전까지는 말이죠. 네잎클로버는 별님에게,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어요. 저는 사람이 사는 곳에가면 예쁨을 받을테니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말예요. 별님이 물었지요.

"정말 네 모습 그대로 사람이 되게해도 괜찮겠니? 넌 잎이 세개가 아니라 네개란다. 괜찮겠니?"

"그럼요.  사람들은 저를 아주 좋아하잖아요. 분명, 사람으로 변한 저도 좋아할 거예요."

달님이 말했지요.

"그래. 알았다. 너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마. 다만 다시는 네잎클로버로 돌아올 수는 없단다."

"네."

그렇게 네잎클로버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건 아침이슬이 내리기 전에 일어난 일이었답니다.

네잎클로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당신 옆에 손가락이 하나 더 많은 사람이 있나요? 당신 뒤에 다리를 저는 사람이 서있나요? 당신 앞에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서서 길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들은 모두 당신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갖고 싶어하던 네잎클로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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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네잎클로버는 기형이고 우리집에 있는 누렁이는 혼혈인데도 참 예쁘다고 생각이 듭니다. 왜 그 대상이 동물, 식물이면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일까요? 그들이 생김은 우리와 달라도 되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무턱대고 그렇게 생각해버렸습니다. 고추밭에 고추들이 제각기 생겼다는 것을, 복숭아 나무에 매달린 복숭아 중에 벌레 먹은 것이 가장 맛있다는 것도, 동네 강아지들은 털도 얼굴도 다른데 재밌게 놀 수 있다는 것도 그것들은 원래 그런것이려니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전처럼 예뻐하고 웃어줄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맙니다. 인간과 닮은 동물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들으며 그곳에는 동물을 닮은 인간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네잎클로버 이야기는 책 속의 <아름다운 미소>를 읽고 외국인 노동자를 떠올리며 쓴 것입니다. 외국인 노동자의 미소가 가장 아름다운 흰쥐 철이는 궁금합니다. 흰쥐나라에 일을 하러 온 원숭이아저씨의 미소는 힘든 삶 속에서도 아름답게 빛이 납니다. 원숭이아저씨가 흰쥐나라에서 추방되는 것은 안탑깝고 슬픈데 그것이 외국인 노동자라면 그냥 그려러니 하는 제 모습이 위선으로 가득찹니다.

 

<휴머니멀>은 인간과 동물을 합친 합성어다. 부제로는 <인간과 함께 사는 인간 같은 동물들의 인간적인 이야기>가 붙는다. 이 책은 동물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인간의 이야기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흰쥐와 외국인 노동자를 떠올리게 하는 원숭이아저씨, 재계발로 인해 집이 사라지는 아픔을 겪으며 힘이 센 고래가 되고 싶다는 수달, 고3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비둘기 순성이, 사랑하는 이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싶은 곰돌이, 사랑하는 이를 잃은 팬더를 비롯하여 책 속의 동물들은 인간이 변한 모습이다. 그저 사람이 친숙한 동물들로 변한 이야기임에도 어떠한 감동적인 이야기보다 이 책이 가슴을 울린다.

 

#생(生)을 가로지르듯 그리고...

 

책은 여덟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시작할 때면 '생을 가로지르듯 그리고...'란 문구가 나타난다. 생을 가로지르듯이란 문구도 시작한 이야기가 내 삶을, 내 생을 가로지른다. 사람이다보니 한가지만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기가 힘들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입에 더이상 오르지 않게되면서 잊게 되는 것들이 있다. 물론, 기억하고 있지만 잊고 있는 것들이 많다. 한때는 그것의 잘못됨을 알고 나서 분노하고 목소리를 높여 불합리함을 토해내던 시절이 있었음도 기억하고 있다. 다만, 기억하고 있지만 잊고 지내는 것이다.

 

이 책은 그걸 이야기 한다. 기억하고 있다면, 한번쯤은 그것을 다시 기억해내야 하지 않겠냐고. 그건 지난 과거를 들먹거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당신을 만나 현재의 당신을 깨닫게 하고 미래의 당신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 될 거라고. 사회의 불합리함, 어느새 늙어버린 부모님, 아련한 옛사랑까지 떠올리게 하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말한다. '사랑합니다. 부디 받아주세요'라고. 이건 박순구라는 작가가 전하는 첫번째 고백이다. 그가 따뜻한 세상, 따뜻한 사람이 되어달라고 하는 첫번째 고백인 것이다. 그의 프로포즈, 수줍은 듯 그가 건넨 꽃을 받아든다.

 

#왜 동물이 주인공이였을까.

 

읽는 동안 울리는 마음을 붙잡으며 생각했다. 왜 동물을 주인공으로 했을까? 작가는 동물들을 바라볼 때 우리의 시선이 따뜻해짐을 알아본 것이 아닐까? 인간과 가까움에도 인간은 아닌 동물들에 대해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은 차가움보다는 따뜻함이다. 또한 동물의 이야기는 부담감이 없다. 일요일 아침이면 꼭 빼먹지 않고 보는 동물 프로그램을 보면서 인상쓰는 사람이 어딨을까! 동물들의 이야기에는 웃거나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인상을 쓰거나 얼굴에 가면을 쓴다. 자신과는 다른 동물에게는 한없는 사랑이 끓어오르는 반면 낯선 인간에게는 먼저 불신과 차가움이 자리를 잡는다. 동물들과는 하나됨을 자부하는 사람들이 자신과는 생김새도 유전자도 같은 사람에게는 너와 나는 다르다고 타인이라 못을 박으며 상관없는 일이라며 못을 박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는 인간의 이야기에 동물을 집어넣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관심없는 일에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싶었기에 작가는 따뜻한 동물의 모습을 빌렸는지 모른다. 이제야 알게된다. 강아지도, 곰도, 사람도...우리 모두 가면을 벗으면 동물이 된다. 지구라는 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물이 되는 것이다. 동물들은 사람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아서 좋아한다는 티비에서 본 할머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건 사람뿐이라고. 그말이 슬프다. 사람만이 사람에게. 그래서 사람들은 동물앞에서는 무방비하고 사람앞에서는 전투준비를 끝낸 모습인건가. 하지만 어쩌면 사람만이 희망일 수 있다.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희망이었으니 사람마저 희망이 된다면 이 세상은 희망들만 떠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희망전달! 흰쥐는 말한다.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라고. 그들의 미소는 정말 멋지다고. 버림받은 유기견 밍크는 말한다. 자신을 버린 주인을 죽어서도 사랑한다고. 비둘기는 말한다. 죽을려고 떨어지는 순간에 자신에게 날개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희망은 우리에게 고개를 내민다. 당신이 그 희망을 발견해서 하늘로 띄어 보내준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희망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지 상상해보라.

 

휴머니멀, 너무나 인간적인 이야기. 그곳에 눈물과 따뜻함이 담겨있다. 손을 잡고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길을 걸어나가는데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를 잃고 가슴이 울렸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같은 감정을 가졌다는 것! 그것만으로 세상은 조금은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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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27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머니멀, 복합어였군요.^^ 참 꼼꼼한 리뷰 잘 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