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 자연을 닮은 시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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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봄이 오는 길목이라는 것은 요즘을 두고 하는 말일까? 얼마전의 추위도 햇살에 녹은 듯하고 아침 저녁의 쌀쌀함만 빼면 따뜻함이 오후내내 이어진다. 봄이 조금 더 가까이 온다면 차가운 바람마저 햇볕으로 인한 더위를 녹여주는 시원함을 제공해주는 것 같다. 추위에 강한지라 어떤 이는 춥다고 하는 지금이 내게는 봄이 오는 길목이다. 봄이 와서 자리를 잡을 때쯤이면  내게는 더운 날이라 지금이 내게는 참 좋다. 그래서 일까? 봄바람이 좋아서 시집을 찾게 된 것도 있지만 얼마전에 정호승시인의 시집을 읽고 따뜻했다는 지인의 말때문이도 할 것이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제목보다 나를 끌어당긴 것은 -어른이 읽는 동시-라는 글씨였다. 살랑이는 봄바람처럼 가벼운 글을 읽고싶었나보다. 그래서 택한 이 책에는 풀냄새, 흙냄새 혹은 바람냄새 혹은 별냄새(가 있다면)그 냄새들이 난다. 동시라는 말처럼 깊게 그 뜻을 생각치 않아도 가슴에 바로 전해지되 그 울림이 낮지 않다.

 


<무지개떡

엄마가 사오신 무지개떡을 먹었다
떡은 먹고 무지개는 남겨놓았다
북한산에 무지개가 걸리었다>

 

이 시집의 첫 시는 <무지개떡>이다. 조용한 공원 의자에 앉아 이 시를 읽을 때 나도 모르게 하늘을 보게 된다. 혹시 시인이 남겨놓은 무지개가 하늘에 걸린 것은 아닐까란 생각에. 동시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를 떠올리며 시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어른은 동시를 읽으면 안된다는 말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솜사탕 같은 동시의 가벼움과 달콤함은 아이들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른인데도 난 달콤한 솜사탕을 아직도 좋아한다는 걸 잊어먹고 있었다.

 

 

<내 동생


오늘 병원에 가서
엄마가 낙태를 하고 왔다고
이야기하는 걸 엿들었다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게
잘못이라고 했다
나는 국어사전을 뒤져
낙태가 무슨 뜻인지 찾아보았다
엄마보다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은 내 동생이
더 불쌍했다>

 

어떨 때는 아이들의 시가 더 아픔을 잘 전달하기도 한다. 그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숨겨놓거나 꼬아놓지 않기에 바로 와닿는다. 화살이 가슴에 박히듯이. 정호승의 동시에는 아픔도 함께 있다. 새우를 먹을 때마다 돌아가신 꼬부랑 할머니한테 미안하다는 아이도 있고 어머니의 소녀적 사진을 보며 어머니의 젊음을 되돌리고 싶다는 자식도 있으며 아빠와 함께 찾아가 대부인 정채봉님의 죽음 앞에 고개만 떨구는 아이의 슬픔도 들어있다. 예쁘고 좋은 감정으로만 가득찬 것이 동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며 아이들이 적은 동시에 슬픔이 깃들어도 왜냐고 묻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별

가을입니다
떡갈나무 한 그루 바람에 흔들리다가
도토리 한 알 떨어져 또르르 굴러가다가
그만 지구 밖까지 굴러가
별이 됩니다>

 

이 시집에는 유독 별이 많이 나온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시인들의 가슴에 박힌 것일까? 아니면 누구나 그러하듯 어릴 때 찾아가리라 다짐했던 별똥별을 지금도 찾지 못해서일까? 어쩌면 시인들의 눈에, 마음에 어린 시절 별가루가 들어간 것은 아닐까란 어린애다운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오딘이 가진 꿀술을 먹은 이가 시인이 된다는데 꿀술을 혹시 별똥별에 묻힌 것은 아닐까? 별은 누구에게나 그리움의 대상이다. 별에 하나의 추억이라도 걸지 않는 이가 있을까?

 


<나의 꿈

돌멩이로 빵을 만든다
흙으로 밥을 짓는다
풀잎으로 반찬을 만든다
강물로 국을 끓인다
함박눈으로 시루떡을 찐다
노을로 팥빙수를 만든다
이 세상에 배고픈 사람이
아무도 없도록>

 

정호승 시인이 바라는 게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조금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그의 시를 읽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동시라는 것때문에 마음에 부담을 갖지 않고 읽은 시집은 지인의 말씀대로 따뜻하다. 가슴이 아릴 때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따스하다. 봄빛을 담은 시집을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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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도 괜찮아 토토의 그림책
마키타 신지 지음, 하세가와 토모코 그림, 유문조 옮김 / 토토북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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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세요! 아, 안녕하세요. 처음부터 인사가 틀렸네요.

저는 틀려도 괜찮아 교실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우리반을 특별하다고 해요. 왜 특별하냐구요?

우리반은 수업시간에 누구나 선생님 질문에 손을 들거든요.

"저요!" "저요!" 하는 소리가  교실을 떠나지 않아요. 

 

다른 반 아이들을 만나면 다들 우리반 아이들을 보고 말한답니다.

"너희반 아이들은 다 똑똑한가보다. 부러워,"

그럼 우리반 아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답니다.

"우리반은 틀린 답을 말해도 혼나지 않아, 틀린답을 말해도 선생님은 꼬옥 안아주시는 걸."

"와아! 부럽다. 정말 틀린답을 말해도 혼나지 않아?"

"그럼 선생님께서 신령님도 가끔 틀리는데 우리같은 어린이는 많이 틀리는게 당연하다고 했어."

"그렇구나. 그럼 나도 다음부터 선생님 질문에 꼭 손 들어야지!"

 

저도 처음에는 다른 친구들처럼 질문에 답하지 못했어요.

'틀리면 어떡해? 혼나면 어떡해? 아이들이 놀리면 어떡해? 무서운걸, 두려운 걸'이라는 생각에 두손 모으고 목을 움츠리고 입을 다문채 가만히 있었어요. 다른 아이들도 같은 마음인가봐요. 선생님의 목소리만 교실에 날라다니고 우리는 딴청만 했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어요. 우리가 딴청만 하면 절대 자랄 수가 없다고요. 구름 위에 사는 신령님도 틀릴 때가 있다구요. 그러니 우리가 틀리는 건 당연하대요.  처음부터 멋진 답을 맞는 답을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자꾸자꾸 말하다 보면 자꾸자꾸 틀리다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절반정도 할 수 있대요. 그러다 가끔 정답을 말할 수도 있대요.

 

혹시 어른도 틀린답을 말하기 무서워 말못하는 건 아니죠?

선생님은 가끔 어른도 틀린답을 말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혹시 틀린답을 말하기 힘들고 가슴이 쿵쾅쿵쾅 거린다면 우리 교실에 놀러와요.

우리 교실에는 틀린답을 말해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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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답을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던 어린 내가 떠오른다.

그래서 정확히 아는 답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고 내가 말하지 않은 답이 선생님 입에서 똑같이 나올때면 집에 가는 길 내내 후회했다. 말할걸, 말할걸 하면서 땅만보며 걸어갔다.

틀린답을 말한 친구가 칭찬을 받는걸 본 적이 없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전에 친구가 틀린답을 말해 친구들이 다 웃는걸 보고 창피를 당할까봐 그랬을까? 그저 용기가 없었던 걸까?

 

그때 그 교실에 틀려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어땠을까? 답을 할 때는 씩씩하게 손을 들고 하는 거예요.라고 말씀해주시시 말고 틀려도 괜찮으니 답하라고 말씀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릴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건 커서 보니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도 있지만 학교에 가게 되면 힘들 수도 있다. 그럴때 틀려도 괜찮아 선생님이 나타난다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아이들에게 틀려도 괜찮아 선생님이 되어줄 수 있다. 틀려도 괜찮아 이모, 틀려도 괜찮아 누나, 틀려도 괜찮아 엄마가 되어줄 수 있다.

 

귀여운 그림과 함께인 책이라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기 좋다. 매일매일 함께 읽으면 엄마도 아이도 틀린답을 말할 때 겁내지 않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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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귀 토끼 모두가 친구 1
다원시 지음, 심윤섭 옮김, 탕탕 그림 / 고래이야기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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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정말 맛있다. 맛있어!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빵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봐요. 쩝쩝.
조금 달라구요?  이건 안돼요. 토끼 빵집의 빵을 먹을려면 자신의 단점을 말하고 사랑해주겠다고 약속해야 하거든요. 그래야 동동이 토끼 아저씨가 빵을 준답니다. 왜 그래야 하냐구요? 그럼 제가 살짝 동동이 토끼 아저씨의 이야기를 알려 드릴게요. 이건 저도 엄마한테 들은 거랍니다.
지금보다  조금 먼 예전, 동동이 토끼 아저씨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아! 지금의 저만할 때 말예요.
(그때 동동이 아저씨도 어렸을 때라고 엄마는 동동이 아저씨를 동동이라고 불렀답니다)
 
 
동동이  꼬마 토끼의 귀는  짧고 둥글고 토실토실했어요. 하지만 동동이는 짧은 귀라고 기죽지 않았어요. 다른 친구들보다 더 빨리 뛰고 높이 뛸 수 있었거든요. 엄마 토끼도 동동이에게 동동이 귀는 특별하다고 말해주었고 친구 미미도 동동이 키가 자라면 귀도 빨리 자랄거라고 말해주었으니까요.동동이는 석달동안 당근과 양배추를 아주 많이 먹었답니다. 다리는 길게 자랐고 털도 벨벳처럼 윤이 났어요. 하지만 동동이의 짧고 둥글고 토실토실한 귀는 하나도 자라지 않았어요. 여전히 5센티미터였어요.
 
동동이는 너무 화가 났어요.
그럼요. 화날만도 하죠. 그 싫은 당근도 먹고 귀가 늘어나도록 빨래집게로 귀를 꽂고는 빨랫줄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식물들이 물을 주면 잘 자라는 것처럼 동동이도 귀에 물을 주었거든요. 그런데 하나도 정말 1센티미터도 자라지 않았으니 화가 날만하죠?
 
너무 속이 상한 동동이는 귀가 보이지 않게 커다란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어느날 심술쟁이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친구들과 있던 동동이의 모자가 날아갔어요. 친구들은 짧은 귀의 동동이를 마구 놀렸어요. 친구들의 놀림에 화가 난 동동이는 세상에서 가장 긴 귀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동동이는 부엌에서 밀가루 크림 설탕 달걀 몇개를 준비해서 귀 빵을 만들기로 했어요. 베이킹 파우더까지 넣어서 길고 멋진 귀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너무 구워져서 노릇해진 귀빵에 생크림을 바르고 물엿으로 짧은 귀에 붙이고 자랑하러 다녔어요. 동동이한테는 정말 달콤한 냄새가 났어요. 동물친구들은 동동이가 지나가면 배가 고플지경이었어요. 그때 독수리도 동동이의 냄새를 맡고 동동이의 긴 귀를 발톱으로 낚아챘어요. 그때였어요! 동동이의 토끼 귀빵이 톡하고 부러졌어요.
 
 
이런, 동동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궁금하시다구요? 궁금하시면 나머지 이야기는 동동이 아저씨가 운영하는 토끼 귀 빵집에 가보세요^^~거기 빵 정말 맛있다니까요. 아, 자신의 단점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가져가야 해요. 저의 단점은 뭐였나구요? 그건 음...비밀인데 그건 짧은 다리랍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동동이 아저씨가 짧은 다리로도 빨리 달릴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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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새끼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는 글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어린 시절 미운 오리새끼를 읽은 아이 중에 누구나 한번은 자신도 모르게 멋진 모습으로 확 변신한 나를 꿈꾸지 않은 아이가 있었을까? 미운 오리새끼는 꿋꿋하게 견딘걸까? 내 눈에는 미운 오리새끼가 한 일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 어느 순간 백조가 되어버렸다. 정말 허무하게 자고 일어났더니 백조가 된 것이다. 실은 미운 오리새끼도 아니지 않았는가? 그렇게 좋아하던 백조가 될 거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 미운 오리새끼 이야기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왕자와 결혼한 백설공주 이야기를 어른이 되자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의 동동이는 꿋꿋하게 자신의 짧은 귀를 어떻게든 길게 해볼려고 노력한다. 짧은 귀를 빨래집게로 찝어 빨랫줄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매일 당근과 양배추도 많이 먹어보고 귀가  잘 자랄까 물을 주기도 한다. 결국은 다 소용없었던 것을 알고 실망해서 모자를 쓰고 다니는 슬픈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자신의 귀를 싫어해 빵으로 긴 귀를 만들어 붙이고 다니며 맛있는 냄새를 풍기기도 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귀를 사랑하게 된다.
 
귀가 짧으면 어떤가?! 동동이는 동물친구들 중에 가장 맛있는 빵을 구울 수 있는 유일한 토끼인걸. 독수리까지 그 빵을 먹으러 온다지 않는가! 짧은 귀가 아니였다면 자신의 재능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동동이가 그 짧은 귀를 받아들이기까지는 쉽지 않은 마음 고생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동이는 포기하지 않고 유쾌하게 자신의 꿈을 키워나간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단점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줄 때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장애아동과 어울림을 이야기 할때도 좋을 것 같다. 누구나 소중하다는 것을 아이들은 어릴때부터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과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동동이네 토끼 귀 빵집의 긴 귀빵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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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줄걸 그랬어 - 달리 초등학생 그림책 13
존 J 무스 지음, 이현정 옮김 / 달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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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런 날이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단다.

깜깜한 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밝음을 선물해주는 달님이 뜬 밤이면 꼭 생각나는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주마. 너에게만... 아, 아이야 훗날  너도 누군가에게 들려줘도 된단다. 하긴 이이야기를 들은 후 달이 환하게 뜬 밤이면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단다. 오늘 같은 밤이면 더더욱.

 

그건 벚꽃이 비처럼 내리는 어느 봄날에 일어난 이야기란다. 아니, 어쩌면 봄이 지나고도 쭈욱 일어난 이야기인지도 모르지. 누구도 끝을 모르는 이야기니까.

 

형 칼과 누나 애디 동생 마이클이 살고 있는 집 뒷마당에 우산을 쓴 곰이 나타났단다. 곰이라게 하기보다는 판다가 맞겠구나. 아주 큰 자이언트 판다였단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곰이었던 거지. 왜 그 나이때는 큰 동물은 다 곰으로 보이잖니? 곰은 우산이 날라가서 아이들의 뒷마당까지 날라왔다고 놀래켜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 그래, 신기하지? 곰을 하늘로 날게할 우산이라니 말야. 그래, 할미가 구하면 꼭 네게 선물해주마. 하여튼 곰은 자신을 평심이라고 소개했단다. 고요한 물이라는 뜻의 한자어라고 하더구나.

 

아이들은 평심과 친구가 되고 싶었지. 다음날 누나 애디가 평심을 찾아갔단다. 평심은 라이아저씨가 보내준 생일선물인 텐트 안에 있었단다. 평심이가 생일이었냐구? 아니 평심이가 아니라 라이 아저씨의 생일이었단다. 라이 아저씨는 자신의 생일날 다른 사람한테 선물 보내기를 좋아했단다. 함께 축하하고 싶어서라고 하더구나. 그래, 참 착한 아저씨지? 평심은 라이 아저씨의 생일을 맞이해서 에디에게 이야기 하나를 해주었단다.

 

이 이야기의 제목은 라이 아저씨와 달이라고 한단다.

 

라이 아저씨는 언덕 위 작은 집에 소박하게 혼자 살고 있었는데 그 집에 도둑이 들었단다. 얼마 없는 살림살이를 마구 휘젓던 도둑은 아저씨를 보지 못했지. 할 수 없이 아저씨가 먼저 도둑에게 인사를 했단다. "안녕하세요."라고. 도둑은 너무 놀랐지. 아저씨는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선물하나 주고 싶었했지. 하지만 알다시피 가난한 아저씨는 줄게 별로 없었단다. 그래서 아저씨는 입고 있던 낡은 가운을 주었단다. 아저씨에게는 유일한 가운이었는데 말야. 도둑은 아저씨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가운을 들고 도망을 갔지. 아저씨는 가만히 앉아 달을 바라보았단다. 은색달빛이 온 세상으로 쏟아지면 세상의 소음은 달빛 속으로 사라지는 듯 고요했다고 하더구나. 그렇지, 눈이 내리면 조용해지듯이 말야. 아저씨는 안타까워했단다.

"이런 고작 다 해진 옷을 들려 보내다니.이 아름다운 달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그래, 참 착한 아저씨지? 너가 아저씨라면 무엇을 주었겠니? 아, 내가 끌어안고 자는 인형. 하핫, 그것 참 좋구나. 밤에 끌어안고 자면 도둑은 더이상 도둑질을 하지 않을테니까. 애디는 평심의 이야기를 듣고 너처럼 착한 생각과 마음을 가지게 되었단다.

이게 끝이냐구? 아니란다. 아직 칼과 마이클이 평심을 만나러 간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잖니!

그리고 어쩌면 너도 평심을 만날테니 이 이야기는 끝이 없단다. 세상의 착함은 끝이 없듯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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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이 너무 예뻐서 읽기 시작한 책은 수채화물감으로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이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림과 함께 잔잔한 이야기들은 다 읽고 난 후 마치 마음 속에 꽃비가 내리는 기분을 들게 했다. 아이들처럼 순수한 마음이기에는 너무 큰 어른이 되어버린 내 못된 마음도 평심에게 들은 이야기로 달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순간을 가지게 되었다.

 

'착한 생각만 하고 살면 참 좋을텐데' 라는 할머니 말씀을 귀에 달고 살았음에도 나는 그리 착하게 살지 않는다. 왜 나만이란 생각도 있고, 손해를 보는 것도 싫고 남보다 잘 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살거라는 욕심때문이도 하다.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사는 할머니의 얼굴 속 평화로움을 어릴 때는 모르다가 살아가면서 차차 알게 된다. 가진 것이 많아야 행복할 줄 알았고, 남보다 앞서서 달려야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을거라며 누가 가진 것을 뺏기도 하고 같이 달리던 친구를 밀치기도 했다. 그런 내가 항상 동경하던 건 단 하나, 할머니께서 가진 편안함이었다. 삶이 저렇게 편안하다면 참 좋겠다라는 내 소원을 이루지 못하게 만든 건 바로 나였다.

 

평심은 아이들에게 '선'을 들려준다. 가르치는 것이 아닌 그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도록. 그런 평심의 말에 나도 귀를 쫑긋하고 듣게 된다. 착하게 살고 싶다.  아이들이 착하게 살아도 후회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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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 시간을 초월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고주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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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타무라 가오루의 책에는 봄바람이 분다. 횟수로 세기 힘든 많은 봄을 맞이하고 보내면서도 신기하리만치 봄바람은 무작정 따뜻하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봄의 중앙에 서있고 나서야 차가움이 강한 봄바람, 풀잎만을 살짝 움직이는 수줍은 바람, 입고 있던 외투를 벗길만큼의 따사로운 바람 등 여러가지 봄바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계절의 느낌은 지나고 나면 하나의 좋은 느낌만 남고 리셋되는 것일까? 이 책을 덮고 시간이 흐르면 이 책에서 불었던 수 많은 바람의 종류를 잊게 되는 걸까? 그 생각에 차가운 봄바람에게 인사를 건넨다. 잊지 않을게라는 말과 함께.

 

#얼음을 녹이는 첫 봄바람

 

<......30여 년마다 유성군이 사자자리 방향에 나타난다 별은 하나씩 하나씩 꼬리를 늘이며, 칠흑 같은 하늘에 밝은 금빛 선을 그린다. 검은 고양이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어둠을 긁어 틈새로 그 뒤의 빛이 보이는 것처럼. -p.35>

 

주인공 마짱(마쓰미)의 최초의 기억은 사자자리 유성군이다. 별똥별을 최초의 기억으로 간직한 이는 얼마나 될까?  33년 주기로 나타난다는 사자자리 유성군을 어릴 때 본 마짱은 심지가 곧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치약회사에 다니는 아빠를 따라 고베로 이사와서 아빠 회사 사장 딸인 야치요와 친해지고 그 집 별채에 사는 슈이치와 풋풋한 만남을 갖는다.

 

이들의 만남을 풋풋하다는 말이 아닌 어떤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겨울이 가버렸는지 의심될 때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한줄기! 그 따스함, 그 새로움 그 반가움만큼의 만남이라고 해야할까? 자신의 최초의 기억을 행운이라고 말해준 아이 슈이치를 가슴에 넣고 살짝 꺼내는 것만으로 가슴이 떨리는 마짱. 마짱과 슈이치는 사자자리 유성군을 추억으로 함께 간직한 사이가 되었다. 단 하나의 책 슈이치에게 돌려줄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책 <사랑의 가족>을 통해서.

 

말한마디 제대로 해보지 못한 사람을 가슴에 얼마나 긴 시간동안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다시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바람

 

<폭력이 그린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우리의 자장가

p.370>

 

이 책에서 옮겨적은 구절만 몇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아련하고 아름답고 아릿한 구절들을 옮겨적으며 생각한다. 이 시절이 전쟁 중이 맞느냐고?! 책은 마짱의 어린시절의 시대적 배경을 전쟁(제 2차 세계대전)으로 하였는데 전쟁이란 소용돌이에 있음에도 이 이야기는 서정적이고 투명하다. 이것은 마짱이 사는 곳이 대부분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많기 때문인데 전쟁의 밑바닥을 경험하지 않는 이들에게 그 시간들은 그저 조금 불편한 시간인 것이다. 하지만 마짱에게 그 시간은 추억하기조차 아픈 시간으로 남게 된다.

 

전쟁으로 인한 아픔과 고통, 처참함을 직접 겪지 않는 이들을 등장시키 작가는 전쟁의 진실을 부각시킨다. 전쟁의 평온함이 있을리 없는데도 주인공이 있는 도시는 그리 큰 피해없이 조용하고, 그 고요 속에 여자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언제나 아름다운 미래가 있을거라는 시간은 이어져간다. 마치 미래가 영원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 어린 소녀들은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정당하다고 말하고 응원한다. 비행기의 부품을 만들며 죽으러가는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가려진 전쟁의 모습 ,그래서 더욱 전쟁의 진실은 부각되는데 작가가 알리고픈 것은 이렇게 가려진 진실이 아니었을까?

 

마짱과 슈이치는 투명하다. 전쟁 속의 화염 속에서, 아픔 속에서 그들은 투명한 풀잎의 이슬을 떠오르게 한다. 그 시대에는 다들 그런 사랑을 했다 하더라도 단둘이 만난 적은 한번밖에 되지 않는 이들을 사랑이라 부를 수 밖에 없는 것은 왜일까? 풀잎의 이슬도 전쟁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누굴까, 아이들에게 예전의 일기를 읽어주는 저 남자는?

 

#그리고 다시 부는 따뜻한 봄바람

<"봄에 5월은 한 번밖에 오지 않으니까?"

"그래, 그래."

(중략)

"잘 들어. 하지만 봄은 매년 찾아와.">

 

따지고 보면 비슷한 바람은 불어올 수 있지만 같은 바람은 절대 불어오지 않는다. 비슷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같은 시간을 절대 다시 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사람은 기억하고 추억을 간직하는 동물이니까. 사람에게는 봄은 항상 새롭지만 그렇다고 그 전의 봄과 전혀 다른 봄을 보내지는 않는다. 사람이 있기에 계절도 시간도 서로 연결되어 진다. 시간은 언제나 리셋될 수 있지만 그 중간에 사람이 있다면 리셋되더라도 두려움보다는 '반드시'란 희망이 남는다.

 

생일이 5월인 마짱은 단 한번의 행복한 5월을 16살 이후 꿈꾼다.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고 혹은 죽고 난 후 그녀가 흥얼거리는 노래 중 "봄에 5월은 한  번밖에 오지 않아요." 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녀에게  누군가가 말한다. 봄에 5월은 한 번이지만 봄은 매년 찾아온다고. 그가 누구일까를 내내 생각하느라 책을 읽는 동안의 두근거림, 봄을 기다리는 땅 속의 씨앗들이 이럴까?

 

#스킵을 넘어선 감동을 리셋 시키고 이제 턴을 기다린다.

기타무리 가오루가 준비한 <시간과 사람> 3부작 중 <스킵>과 <리셋>이 나왔다. 스킵이 통통 튀면서 물방울이 샘솟는 분수 같았다면 리셋은 고요한 숲 속의 작은 호수의 빛을 닮았다. 화려하지 않은 반짝임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신비스러운 반짝임을. 

 

<리셋>은 전쟁과 사랑을 잘 연결했는데 사랑 이야기 보다는 소녀와 소년의 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소녀의 성장에는 전쟁이 중심이 되고 소년의 성장에는 시간과 사랑이 중심이 되어간다. 마짱의 이야기를 읽은 후에 전쟁이야기인지 마짱의 이야기인지 고민하다가 마짱이 본 전쟁으로 결론짓고 읽기 시작한 나는 전쟁 중에도 사람의 마음은 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시기 모든 것이 파괴되고 업악되더라도 사람은 성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아프고 서럽다 하더라도. 성장은 아픔을 수반하기에. 기타무라 가오루는 이 책에서 전쟁을 이야기 하면서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상기시켜 주고 싶었을 것이다. 너무나 쉽게 잊어 버리고 마는 젊은이들에게 전쟁의 아픔과 혹은 시간과 장소가 달랐다면 당신도 전쟁을 겪었어야 했을 거라는 것을.

 

<"그래서 모르는 거야. '중경重慶'이라고 해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국에서의 폭격 뉴스를 보거나 하면서 용맹스럽다고 생각했어. 연기 속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가, 생각도 못했지. 전차가 달리거나 군함이 포격하는 걸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어.

'아사아를 서양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싸움입니다.' 라고 하니 중국 사람도, 필리핀 사람도 모두 우리에게 감사하고 있다고만 생각했지. 조선 사람의 심정도 생각하지 않았어. 이겼으면 지금도 그랬을 거야. 궁핍함 역시 알지 못했지." -p.317>

 

조선의 아픔을 잊지 않고 말해 준 기타무라 가오루가 고마워지기도 했다. 그들의 뉘우침이 이렇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것을 보니 일본이란 나라가 저지른 잘못에 민감한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어쩌면 이 부분이 나오지 않고 처음 일본 전쟁이야기만 계속 나왔더라면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작가 기타무라 가오루라고 해도 다 읽고 난 후에 지금처럼 책을 가슴에 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기타무라 가오루의 작품은 뒤에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처음부터 차곡차곡 쌓은 감동의 파도는 그 결말이 예상 가능했든, 하지 않았든  마음 속에서 큰 물결을 만들어 낸다. 누구나가 생각한 식상한 소재를 감동적으로 아름답게 말할 수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다음 작품 <턴>이 곧 나온다고 하니 올해도 기타무라 가오루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하긴 다행이다. 그의 작품은 읽고 나면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거나 시간에 지지 않고 내 행복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니, 시간의 소중함으로 인해 더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싶어지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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