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런 날이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단다.
깜깜한 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밝음을 선물해주는 달님이 뜬 밤이면 꼭 생각나는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주마. 너에게만... 아, 아이야 훗날 너도 누군가에게 들려줘도 된단다. 하긴 이이야기를 들은 후 달이 환하게 뜬 밤이면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단다. 오늘 같은 밤이면 더더욱.
그건 벚꽃이 비처럼 내리는 어느 봄날에 일어난 이야기란다. 아니, 어쩌면 봄이 지나고도 쭈욱 일어난 이야기인지도 모르지. 누구도 끝을 모르는 이야기니까.
형 칼과 누나 애디 동생 마이클이 살고 있는 집 뒷마당에 우산을 쓴 곰이 나타났단다. 곰이라게 하기보다는 판다가 맞겠구나. 아주 큰 자이언트 판다였단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곰이었던 거지. 왜 그 나이때는 큰 동물은 다 곰으로 보이잖니? 곰은 우산이 날라가서 아이들의 뒷마당까지 날라왔다고 놀래켜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 그래, 신기하지? 곰을 하늘로 날게할 우산이라니 말야. 그래, 할미가 구하면 꼭 네게 선물해주마. 하여튼 곰은 자신을 평심이라고 소개했단다. 고요한 물이라는 뜻의 한자어라고 하더구나.
아이들은 평심과 친구가 되고 싶었지. 다음날 누나 애디가 평심을 찾아갔단다. 평심은 라이아저씨가 보내준 생일선물인 텐트 안에 있었단다. 평심이가 생일이었냐구? 아니 평심이가 아니라 라이 아저씨의 생일이었단다. 라이 아저씨는 자신의 생일날 다른 사람한테 선물 보내기를 좋아했단다. 함께 축하하고 싶어서라고 하더구나. 그래, 참 착한 아저씨지? 평심은 라이 아저씨의 생일을 맞이해서 에디에게 이야기 하나를 해주었단다.
이 이야기의 제목은 라이 아저씨와 달이라고 한단다.
라이 아저씨는 언덕 위 작은 집에 소박하게 혼자 살고 있었는데 그 집에 도둑이 들었단다. 얼마 없는 살림살이를 마구 휘젓던 도둑은 아저씨를 보지 못했지. 할 수 없이 아저씨가 먼저 도둑에게 인사를 했단다. "안녕하세요."라고. 도둑은 너무 놀랐지. 아저씨는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선물하나 주고 싶었했지. 하지만 알다시피 가난한 아저씨는 줄게 별로 없었단다. 그래서 아저씨는 입고 있던 낡은 가운을 주었단다. 아저씨에게는 유일한 가운이었는데 말야. 도둑은 아저씨를 이상하게 생각하며 가운을 들고 도망을 갔지. 아저씨는 가만히 앉아 달을 바라보았단다. 은색달빛이 온 세상으로 쏟아지면 세상의 소음은 달빛 속으로 사라지는 듯 고요했다고 하더구나. 그렇지, 눈이 내리면 조용해지듯이 말야. 아저씨는 안타까워했단다.
"이런 고작 다 해진 옷을 들려 보내다니.이 아름다운 달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그래, 참 착한 아저씨지? 너가 아저씨라면 무엇을 주었겠니? 아, 내가 끌어안고 자는 인형. 하핫, 그것 참 좋구나. 밤에 끌어안고 자면 도둑은 더이상 도둑질을 하지 않을테니까. 애디는 평심의 이야기를 듣고 너처럼 착한 생각과 마음을 가지게 되었단다.
이게 끝이냐구? 아니란다. 아직 칼과 마이클이 평심을 만나러 간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잖니!
그리고 어쩌면 너도 평심을 만날테니 이 이야기는 끝이 없단다. 세상의 착함은 끝이 없듯이 말야.
------------------------------------------------------
표지와 제목이 너무 예뻐서 읽기 시작한 책은 수채화물감으로 그린 아름다운 그림들이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림과 함께 잔잔한 이야기들은 다 읽고 난 후 마치 마음 속에 꽃비가 내리는 기분을 들게 했다. 아이들처럼 순수한 마음이기에는 너무 큰 어른이 되어버린 내 못된 마음도 평심에게 들은 이야기로 달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순간을 가지게 되었다.
'착한 생각만 하고 살면 참 좋을텐데' 라는 할머니 말씀을 귀에 달고 살았음에도 나는 그리 착하게 살지 않는다. 왜 나만이란 생각도 있고, 손해를 보는 것도 싫고 남보다 잘 살고 싶은 마음도 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살거라는 욕심때문이도 하다.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사는 할머니의 얼굴 속 평화로움을 어릴 때는 모르다가 살아가면서 차차 알게 된다. 가진 것이 많아야 행복할 줄 알았고, 남보다 앞서서 달려야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을거라며 누가 가진 것을 뺏기도 하고 같이 달리던 친구를 밀치기도 했다. 그런 내가 항상 동경하던 건 단 하나, 할머니께서 가진 편안함이었다. 삶이 저렇게 편안하다면 참 좋겠다라는 내 소원을 이루지 못하게 만든 건 바로 나였다.
평심은 아이들에게 '선'을 들려준다. 가르치는 것이 아닌 그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도록. 그런 평심의 말에 나도 귀를 쫑긋하고 듣게 된다. 착하게 살고 싶다. 아이들이 착하게 살아도 후회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