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늘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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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전에는 에세이나 산문집을 유난히 읽지 않았다.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것 보다는 사람의 감정은 다 비슷한데

굳이 책으로 봐야한다는 어리석은 생각때문이었다. 아마도 어려서 그런것 같다.

나만의 감정이 중요하던 시절. 타인의 삶은 내게 조금의 비중도 차지하지 못하고 오직 나만을 중심으로 두어야 한다는 얄팍한 삶의 잣대...

 

그런 내게 이책은 에세이나 산문집에서 주는 커다란 위로...를 알게 해주었다.

내게 책은 위로이다. 위로를 받기위해 읽는것도 아닌데 책에서 위로를 얻게 된다.

아름다운 그늘이란 책은 내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신경숙이란 작가를 좋아해서 사게된 책.

나만이 그런지는 몰라도 신경숙님의 책을 읽게 되면 나는 내 몸의 모든 신경세포들이

다 느껴질 정도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가 알려고 했지만...알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내가 알지만...입으로는 글로는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작가는 글로써 표현해주었다.

'아..이게 이런 감정이었구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감정을..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자주 하게 된다.

또한 신경숙이란 작가의 책을 좋아하게 되면서 어떻게 이 작가는 이런글을 쓸수있을까에 대한

내가 가졌던 의문이 어느정도 풀리게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산문집은 한번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여러 소설책들의 구절이 되살아 나며 다른 생각으로

이해가 되는것도 색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신경숙이란 작가는 사람의 감정을 이토록 잘 표현해주는것이 작가라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는 사람이...필요한거 아닐까한다. 친구들과의 소중한 이야기나 술자리도 값지지만 내가 나를..스스로가 스스로를 마주하기란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일이기 때문이다. 이런면에서 이 책이 좋았다. 한장을 넘길기는게 한시간이 넘게 걸릴정도로...나에 대해 오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아름다운그늘...그늘같은 사람...그런 사람이 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

누구나 그늘이 있겠지..그런 그늘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것도 자신의 몫인것 같다. 나의 그늘에는 벤치하나 마련해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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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7시에 떠나네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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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책을 만난건 스무살때입니다.

빌려서 읽은 책이었는데 읽고 나서 친구 돌려주기가 싫어서 한참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서점가서 다시 사게된책.

저는 어른이 되면 외로움이나 그리움 그런건 견뎌 내는건줄 알았습니다.

스무살 그 반짝 반짝 빛나는 그시기가 저에겐 그렇게 외로울수가 없더라구요.

사람들 속에 있어도 늘 몸속이 수분포화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이책을 읽었을때

그 수분이 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하진이가 울때 같이 울었고 미란이가 울때 나도 그렇게 다리를 뻗고 울어댔다.

어른도 외로울수 있는거구나..

어른도 울어도 되는구나..

나만 외로운것이 아니라는것에 대한 안도심..

누구나 이런 외로움은 안고 가는것이구나에 대한 위로..

이 책을 본 이후로 울고 싶을땐 그냥 울었다.

참을려고 애써 노력하지도 않았고..

울고 싶으면 울었다..그러면 한결 몸이 가벼워서..견딜만했다..

삶을 견뎌내야하는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타인에게 의지하면 안된다는것. 여러번의 연애가 실패한 끝에 알게 되었다

외로우면 울어야 한다..그러다가 바닥까지 내려가면 다시 탁 차고 올라오면 되는것이다.

 

몇번이나 손때가 타도록 읽어 이제 좋아하는 구절정도는

외울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아직도 여전히 내가방에 가장 많이 넣어졌던 책이고

아직도 여러번 같은 부분을 일기장에 옮겨적어도

가슴이 아련해지는 책이다.

 

제가 맘에 드는 감동구절 하나 적어놓아봅니다.

 

"예전에 나한테 물었던 거 이제 대답해도 돼요?"

    

나는 순간 긴장이 되었어.
나도 모르게 꽃병만한 냉커피 잔을 손바닥으로 감쌌던 것 같다.

예전에 내가 저이에게 무슨 질문을 했을까?

내 표정을 보고 그는 내가 당혹해하고 있는 걸 눈치채고는...
겁먹을 것까진 없는데, 하는 표정을 짓더구나...

 

"언젠가 내게 외로울 때가 있는가? 하고 물었지요?"

 

내가? 
나는 그만 멋쩍어져서 꽃병만한 유리잔을 들어 커피를 들이켰지.

 

"그때 대답을 안 하셨나봐요?"

 

"못했지요."

 

"...."

 

"이제야 얘기지만 그때 난 당신을 많이 좋아했어요."

 

"...."

 

"내 마음을 전할 길이 없었어요."

 

"...."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

 

"그때가 내가 외로운 때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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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을 나서니 갈 곳이 없구나 - 거지에서 기생까지, 조선 시대 마이너리티의 초상 서해역사책방 21
최기숙 지음 / 서해문집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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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밖을 나서 자신의 재주와 빛을 널리 알리고 싶었지만 갈 곳이 없는 이들이 있었다. 이것이 어디 조선시대만의 일이 겠냐마는 유교적 이념과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 그들의 한숨은 더욱 짙어졌다. 천재로 태어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음에도 지위와 명예를 타고나지 못했기에 그저 바람처럼 살다간 이들이 있다. 미천한 재주가 아니었음에도 그들은 미천한 신분이라 하여 재주까지 미천한 것이 되어버렸다. 이 책은 그런 이들의 이야기이다.

 

얼마 전에 <다이앤 아버스>라는 사진작가의 전기를 읽었다. 그녀의 전기를 쓰기 위해 저자가 만난 사람은 200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녀의 삶을 정리하기 위해 200명의 기억이 동원된 것이다. 그런 사람도 있는데 빛나던 예술적 감각과 의로움을 찾던 협객, 정절을 지키던 여종, 효를 위해 목숨까지 아끼기 않았던 자식의 이야기는 누가 기억해주었을까? 그들이 양반이 아니라서 스쳐지나 가기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조선시대 문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직 움직이지 않고는 베겨나질 못했을 것이다.

 

'누구 하나 당신들 이야기는 기억을 해야지요.' 라는 마음으로 만든 것이었을까? 이 책은 '전傳''의 형식으로 조선 후기 문인들이 쓴 마이너리티라 불릴 이야기를 우리말로 옮기고 작가의 생각이 덧붙여졌다.  조선은 신분제 사회였고 그 신분제 사회에서 마이너리티로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게 된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그들의 전을 지은 이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삶에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들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고독과 안타까움은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되었다. 세상에서 잊혀지면 안되는 이가 어디 이들뿐이겠냐마는 그들이 가진 예술과 심성을 몰랐음에 미안한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거지에서 기생까지라는 부제처럼 책 속의 인물들은 삶의 그늘에 가려져 있어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경우가 많다. 남달랐지만 태생이 남다르지 않았다고 그들을 없신여긴 다는 것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같나보다.

 

"죽음은 평범한 것입니다. 바다에서 비바람이 장관을 이루는 풍경은 다시 얻기 어렵지요. 그러니 어찌 춤추지 않겠습니까?" -임희지 p.108

 

책 속에는 조희룡의 예술전이 많은데 임희지도 그 인물 중 하나다. 미치광이 예술가로 불리었던 그는 배를 타고 가다 비바람을 만났는데 모두가 죽어버릴까 걱정으로 안달이 났는데 김희지는 춤을 추었다고 한다. 스스로 호를 수월도인水月道人 이라 한 임희지는 중국의 역관이었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품이었다고 한다. 대와 난을 잘 그렸고 느낌에 충실하던 감각적 심미주의자였다. 조희룡은 임희지를 아끼고 사랑했다. 그래서 전을 썼을 것이다. 글로라도 그를 붙잡아 두고 싶었기에.

 

<감각에 충실하고 느낌대로 살아간 감성의 주체였다.> -p.126

 

<자해는 가장 낮은 자가 할 수 있는 거절의 몸짓이었다.> -p.127

 

조선 시대 예술적 재능이 넘쳤던 이들의 이야기의 공통점은 두 가지이다. 감각에 충실하고 자신의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끝까지 거절하는 것. 하지만 낮은 신분의 자가 거절을 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자신의 뜻을 말하기 위해 스스로 눈이 멀게 한 최복처럼. 

 

"내가 그 남자를 죽였어. 내가 죽인 거야. 비록 내 몸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허락했는데, 이제 그 사람이 죽었다고 내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그 사람이 나 때문에 죽었는데, 내가 배반하고 혼자서 즐겁게 산다는 건 말도 안 돼. 개, 돼지도 나를 더럽게 여길거야."

-여종 p.204

 

사람들의 가장 큰 오해는 그의 신분이 낮다고 해서 혹은 그의 지위와 태생이 천하다고 해서 그 역시 천하고 낮은 사람이라 여긴다. 그런 일은 현대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신분이 뚜렷이 정해진 조선 시대는 말할 것도 없다. 결혼 전에 정혼자가 죽어 평생을 수절한 여종, 마음과 몸을 허락한 정인 이외의 사내가 몸을 탐하려 하자 강물에 뛰어들었던 기생,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데 있어 최선을 다했것만 대접받지 못했음에도 사람을 살리는 것을 업을 삼고 노력한 명인들의 이야기는 신분과 사람의 됨됨이는 연관성이 없음을 말해준다. 나 역시 사극을 볼 때 신분이 낮은 이들을 우습게 보며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그것이 맘에 걸려 혼이 났다.

 

"사람들이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시기하지 않고 공경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기의 맞수를 아끼고 경쟁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업신 여기지 않고 보듬는다면 세상이 태평하겠지요."

성대중이 말했다.

"그러게 말일세. 하늘이 인재를 낼 때에는 영특한 기운을 한꺼번에 부여해서 태어나게 하는 법이지. 그저 아무 뜻도 없이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네. 사람들이 하늘의 뜻을 모르고 그저 시기하고 해치려고만 하니, 이는 하늘의 뜻을 심히 어기는 것일세." -p.149 , 성대중과 이덕무의 대화.

 

조선 시대의 지배층이 두 사람 마음과 같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뛰어남이 저 해와 달과 빛을 다툴 수 없다면 그저 썩어버리는 것이 풀이나 나무와 무엇이 다르랴' 라는 말과 함께 직접 쓴 원고를 태우는 천재 시인 이언진을 보며 성대중과 이덕무는 가슴이 씁쓸해졌을 것이다. 그가 요절했을 때는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문인들이 타고난 재능과 양반과 다름없는 절개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전하게 한 것은 사람에게는 높고 낮음이 없으니 모두 소중히 여기라는 마음이 강한 것은 아닐까? 책은 내가 모르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며 그들을 기억하게 했다. 이것이 그들이 원한 것이 아니었을까? 너무 늦었다고 해도.

 

한가지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가의 평이 많이 적혀있어 내 감정이 작가를 따라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 홀로 그 사람을 만나보고 생각하기에는 작가의 개입이 많았던 것 같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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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를 날려줘 어른을 위한 동화 20
이윤학 지음, 엄택수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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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새를 만났습니다. 콩새는 몸집이 작은 귀여운 여자아이의 별명이랍니다. 별명을 부른다는 건 친하다는 표현이니까 콩새라고 부를려고 해요. 내가 콩새를 만난 건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었어요. 그 비를 다 합치면 콩새가 흘린 눈물 가슴에 담아놓은 아픔이 될까요? 아니요, 한참이나 모자르겠죠? 이제 겨우 7살인 콩새가 참는 눈물이 콩새의 가슴에 담긴 한숨이 얼마나 많은지 콩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짐작조차 못 할겁니다. 콩새를 만났습니다. 콩새의 울음과 슬픔 그리고 눈물을 가득담고 씩식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나도 울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콩새에게도 저에게도 참 다행인 날입니다. 비가 와서 티가 나지 않을테니까요. 내일은 분명 맑을테니까요.
 
콩새네 가족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입니다. 그런데 콩새의 식구는 자주 바뀐답니다. 아빠의 잇달은 실직으로 인해 콩새네 집은 가난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어린 콩새는 할아버지네, 큰 이모네서 살다가 외할머니네 집으로 오게 되었어요. 콩새 혼자만요. 엄마와 오빠는 그리고 가끔 집에 들어오는 아빠는 함께 사는데 어린 콩새는 이리저리 친척들의 손에서 자라야 했어요.
 
<엄마, 가끔 난 그런 생각을 해. 엄마는 왜 날 놔두고 오빠만 데려 갔을까. 외삼촌은 우리집이 가난해서 둘 다 키울 수 없어서 그렇다지만, 난 이해가 안 돼. 엄마는 왜 날 두고 오빠를 데려갔어. 난 오빠보다 어리니까 엄마가 더 필요한데 말이야. 어떤 날은 이런 생각들이 나를 못살게 굴어. 내가 엄마 마음을 다 이해하려면 몇 밤을 더 자야 될까. 엄마를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야. 난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를 다 이해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돼.>
 
마음을 놓고 콩새가 지낼 수 있었던 곳은 엄마와 오빠랑 같이 살던 단칸 셋방이었지만 그 다음으로 좋았던 곳은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사는 집 죽변이었어요. 죽변에는 콩새가 이름 붙여준 '선물'이라는 플라타너스 나무도 살고 콩새 등을 쓸어주는 할머니도 살고 삶을 달걀을 까주는 외삼촌도 있으니까요.
 
실은, 콩새가 외할머니네로 오기 전에 친척집을 전전하며 많이 슬픔을 가슴에 담아야 했어요. 친 할아버지와 새 할머니 그리고 이복삼촌은 콩새가 잘못하면 밥도 주지않고 다락방에 가둬두기도 했어요. 일주일 동안이나요. 그 다음으로 간 곳은 큰 이모네 였어요. 큰 이모에게는 지숙이라는 외동딸이 있었는데 지숙언니는 틈만 나면 콩새 머리를 엉망으로 해놓고 밖으로 내보내 "나 예뻐요?"라고 말하게 했어요. 콩새는 너무 창피해서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았어요. 화가 난 콩새는 지숙언니의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버렸고 외할머니네로 오게 된 거예요. (실은, 그렇게 짧게 자를려는 건 아니었는데.) 콩새는 외할머니가 돌아오는 길에 해준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 놓았어요.
 
"저 햇빛 부스러기를 봐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은 가질 수 없는 거란다. 그래서 아름다운 거란다. 손에 쥐는 순간 보석의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거란다. 마음으로 봐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볼 수 있는 거란다."
 
콩새는 그 말은 가슴에 꼭꼭 담아 놓았어요. 가질 수 없는 보석을 마음에 담을려고. 그래요. 콩새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되려고 하거든요. 외할머니가 콩새에게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되라고 했답니다. 그때 콩새는 외할머니 말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야기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 아빠는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날 것이다. '기다라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언젠가 꼭 돌아온다고 믿는 게 힘든 일아다.' 외할머니가 나를 업어 재우며 들려주신 말씀이다.>
 
콩새는 욺음을 참는 법을 웃는 법보다 더 빨리 배웠는지도 몰라요. 무언가를 조르지도 않고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다고 조르지도 않아요. 콩새는 이미 마음은 어른인가봐요.그 사실이 참 슬퍼서 콩새가 옆에있음 실컷 울게 해주고 싶어요. 믿는게 더 힘든 일이다. 정말 그래요. 
 
<엄마 눈동자 속에 별이 모였다. 멍든 엄마 목덜미 때문에 슬퍼졌다. 엄마의 체크남방 단추 두 개가 떨어져나갔다. 체크남방 속으로 보이는 속살 때문에 눈물이 났다. 나에게는 별이 아름답게 보인 적이 없었다. 나는 엄마가 보는 별 중에서 두 개만 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추를 달아주고 싶었다.>
 
소원 하나만 말하라면 콩새는 주저없이 가족이 다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일거예요. 외할머니, 외삼촌도 함께요. 콩새에게 그걸 선물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별 두 개만이라도 선물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피터팬에게 부탁해야 할까요?
 
<엄마, 사랑은 정말 힘든 거야. 사랑받는 건 쉬운데 사랑하는 일은 힘든 것 같아. 그래서 엄마와 아빠도 그렇게 싸웠던 걸까? 사랑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니까 엄마와 아빠도 나만큼이나 힘들었을까?>
 
예쁜 콩새. 강아지 재롱이를 키우며 사랑하는 법을 깨달아가요. 콩새는 할머니를 통해
자연을 통해 깨닫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는 아이랍니다. 세상에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가슴은 많지 않아요. 그걸 담으려면 그 만큼의 눈물을 흘려야 하거든요. 콩새가 흘린 아픔과 눈물이 아름다움을 넣을 보석상자가 되어 준 거랍니다. 콩새에게는 살면서 빛이 되어줄 보석상자가 있어요. 참 다행이에요.
 
<...외할머니만 낫게 해줬으면 좋겠어. 지금 내 바람은 이것뿐이야. 외할머니만 낫게 해준다면 엄마를 조금 더 늦게 만나야 한대도 참을 수 있어. 난 기다리는 건 하나도 안 힘들어. 하지만 외할머니가 아픈 건 힘들어. 엄마, 난 엄마보다 외할머니를 더 사랑하고 있나봐. 그래서 엄마한테 미안해. 엄마는 이 세상에서 날 가장 사랑할 텐데 말이야.>
 
콩새는 외할머니가 아프셔서 또 이모네로 가게 되요. 콩새는 얼마나 지나야 집에 가게 될까요? 얼마나 지나야 마음껏 울게 될까요? 콩새가 마음껏 날 수 있게 되도록, 많이 웃을 수 있도록 해님에게 부탁드리고 싶어집니다. 해님을 닮은 콩새를 행복하게 해달라고.
 
<내 새를 날려줘>는 어른을 위한 동화예요.
그래서 일까요? 읽는 내내 가슴이 맑은 눈물로 가득차 올라 그것을 콩새와 함께 쏟아내다 보면 다 읽은 후에는 가슴이 후련하다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콩새와 외할머님의 말 하나에 마음 하나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씌여진 색안경을 벗게 되고 세상이 살아볼 만하다고, 따뜻함이 아직은 세상에 있다고 믿게 됩니다. 콩새가 행복해 할 세상은 어른인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씩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해야 겠어요. 콩새야, 너가 자유로이 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줄게. 꼭 그렇게 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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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기다리며 아이북클럽 17
모리야마 미야코 지음, 후타마타 에이고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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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녀오마." 아빠 여우가 말했어요.
"응" 아기 여우는 고개를 까닥했어요.
"늦어도 모레 해 지기 전에는 돌아올 거야."
"응">
 
아빠 여우는 수레에 큰 나무 통을 끌고 길을 나섰어요. 통 속에는 밭에서 딴 포도로 만든 포도주가 담겨 있었어요. 아빠 여우는 도시로 포도주를 팔러가야 해서 아기 여우를 데려 갈 수가 없어요. 아빠가 없는 모레까지 아기 여우는 혼자 집을 지켜야 했답니다.
 
<작년 이맘때는 엄마 여우도 함께 있었어요. 아기 여우는 엄마한테 안겨, 너도 밤나무 아래서 아빠를 배웅했어요. (생략) 그때 엄마는 무척 건강했어요. 그런데 올 봄, 갑자기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시고 말았답니다. 엄마 생각을 하자 아기 여우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어요. 아기 여우는 얼른 고개를 젖히고 집으로 마구 달려갔어요.>
 
아기 여우는 울지 않기 위해 고개를 젖힌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기 여우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게 만든다.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렴.'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데 그걸 하지 못해 손으로 아기 여우를 쓰다듬게 된다. 씩씩한 아기 여우, 아기 여우는 씩씩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빠 여우가 오실 때까지 아기 여우는 신나게 지낼 생각이다. 그게 아빠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아빠 여우가 준비한 음식도 잘 챙겨먹고 친구 너구리와 신나게 놀기도 하고 곰 아저씨가 가져다 주신 호두 빵도 맛있게 먹는다. 그러다보니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어 간다. 아기 여우는 밤에도 혼자 잘 생각이다. 씩씩한 아기 여우니까! 그 날은 너구리랑 너무 신나게 논 탓인지 아기 여우는 자리에 눕자마자 사르르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 아침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참고 견디었다. 아기 여우야, 참 장하구나!
 
<"우와, 많다-아!"
아기 여우는 곤들매기를 한 마리, 두 마리 세어 보았어요. 열까지 세었는데도 아직 하나가 더 남아 있었어요. 하지만 아기 여우는 열까지밖에 셀 줄 몰랐는걸요. 잠깐 생각하다가 아기 여우가 소리쳤어요.
"열하고 하나!"
그러자 곰 아저씨가 양동이를 받아들면서 말했어요.
"열하고 하나는 열하나란다."
"열하나, 열하나. 나, 다 외웠어. 열하고 하나는 열하나.">
 
아기 여우는 다음날 곰 아저씨랑 낚시도 하고 풀썰매도 타고 '열하나'도 배웠다. 물고기도 맛있게 구워 먹구 집에 돌아온 아기 여우는 밤에 잠을 자다가 깨고 만다. 아직도 깜깜한 밤에. 바람소리가 아빠 오는 소리 같아 귀를 쫑긋하는 아기 여우. 아빠가 빨리 오셔야 하는데.
 
아기 여우가 아빠를 기다리는 일상을 귀엽고 잔잔하게 조금은 슬프게 그려낸 책이다. 아빠가 돌아왔을때 아기 여우는 아빠를 배웅할 때보다 살짝 키가 큰 느낌이 든다. 아기 여우도 그렇겠지? 웃기도 하고 아기 여우를 안아주고 싶기도 하고 책을 읽는 동안 따뜻함이 내 주위에 감도는 것 같다. 아기 여우 한 마리를 가슴에 품고 책을 읽는 기분이 이럴까?
 
슬퍼도, 심심해도, 무서워도 참는 아기 여우가 장해보이기도 하지만 안쓰러워 보인다. 어렸을 때는 더 많이 투정 부려도 좋을텐데. 아기 여우가 마음이 너무 착해서 훌쩍 마음이 자랐나보다. 아기 여우를 만난 나도 마음이 조금 자랐을까?
 
반가웠어, 아기 여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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