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기다리며 아이북클럽 17
모리야마 미야코 지음, 후타마타 에이고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그럼 다녀오마." 아빠 여우가 말했어요.
"응" 아기 여우는 고개를 까닥했어요.
"늦어도 모레 해 지기 전에는 돌아올 거야."
"응">
 
아빠 여우는 수레에 큰 나무 통을 끌고 길을 나섰어요. 통 속에는 밭에서 딴 포도로 만든 포도주가 담겨 있었어요. 아빠 여우는 도시로 포도주를 팔러가야 해서 아기 여우를 데려 갈 수가 없어요. 아빠가 없는 모레까지 아기 여우는 혼자 집을 지켜야 했답니다.
 
<작년 이맘때는 엄마 여우도 함께 있었어요. 아기 여우는 엄마한테 안겨, 너도 밤나무 아래서 아빠를 배웅했어요. (생략) 그때 엄마는 무척 건강했어요. 그런데 올 봄, 갑자기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시고 말았답니다. 엄마 생각을 하자 아기 여우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어요. 아기 여우는 얼른 고개를 젖히고 집으로 마구 달려갔어요.>
 
아기 여우는 울지 않기 위해 고개를 젖힌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기 여우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게 만든다.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렴.'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데 그걸 하지 못해 손으로 아기 여우를 쓰다듬게 된다. 씩씩한 아기 여우, 아기 여우는 씩씩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빠 여우가 오실 때까지 아기 여우는 신나게 지낼 생각이다. 그게 아빠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아빠 여우가 준비한 음식도 잘 챙겨먹고 친구 너구리와 신나게 놀기도 하고 곰 아저씨가 가져다 주신 호두 빵도 맛있게 먹는다. 그러다보니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어 간다. 아기 여우는 밤에도 혼자 잘 생각이다. 씩씩한 아기 여우니까! 그 날은 너구리랑 너무 신나게 논 탓인지 아기 여우는 자리에 눕자마자 사르르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 아침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참고 견디었다. 아기 여우야, 참 장하구나!
 
<"우와, 많다-아!"
아기 여우는 곤들매기를 한 마리, 두 마리 세어 보았어요. 열까지 세었는데도 아직 하나가 더 남아 있었어요. 하지만 아기 여우는 열까지밖에 셀 줄 몰랐는걸요. 잠깐 생각하다가 아기 여우가 소리쳤어요.
"열하고 하나!"
그러자 곰 아저씨가 양동이를 받아들면서 말했어요.
"열하고 하나는 열하나란다."
"열하나, 열하나. 나, 다 외웠어. 열하고 하나는 열하나.">
 
아기 여우는 다음날 곰 아저씨랑 낚시도 하고 풀썰매도 타고 '열하나'도 배웠다. 물고기도 맛있게 구워 먹구 집에 돌아온 아기 여우는 밤에 잠을 자다가 깨고 만다. 아직도 깜깜한 밤에. 바람소리가 아빠 오는 소리 같아 귀를 쫑긋하는 아기 여우. 아빠가 빨리 오셔야 하는데.
 
아기 여우가 아빠를 기다리는 일상을 귀엽고 잔잔하게 조금은 슬프게 그려낸 책이다. 아빠가 돌아왔을때 아기 여우는 아빠를 배웅할 때보다 살짝 키가 큰 느낌이 든다. 아기 여우도 그렇겠지? 웃기도 하고 아기 여우를 안아주고 싶기도 하고 책을 읽는 동안 따뜻함이 내 주위에 감도는 것 같다. 아기 여우 한 마리를 가슴에 품고 책을 읽는 기분이 이럴까?
 
슬퍼도, 심심해도, 무서워도 참는 아기 여우가 장해보이기도 하지만 안쓰러워 보인다. 어렸을 때는 더 많이 투정 부려도 좋을텐데. 아기 여우가 마음이 너무 착해서 훌쩍 마음이 자랐나보다. 아기 여우를 만난 나도 마음이 조금 자랐을까?
 
반가웠어, 아기 여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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