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유전자 1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코디 지음, 오현수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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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신의 유전자' 읽기도 전에 제목에서 느껴지는 힘에 의해 떠오르는 책이 있다. 베스트셀러 자리를 꽤나 오래 굳건히 지켜낸 '다빈치 코드'이다. 다빈치 코드, 1권의 부푼 기대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릴과 긴장감을 2권에서 찬바람 한번으로 나를 저멀리 내던진 책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로 받아들이기에는 책을 덮고난 후에 멍한 기분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신의 유전자'를 읽기 전에 '다빈치 코드'가 떠올라 기대감은 '다빈치 코드'를 읽을 때처럼 크지 않았다.

 

 '다빈치 코드'와 비슷한 이야기 전개에 비슷한 결말이겠지 혼자 생각하며 기대라 할것도 없이 가벼이 책장을 펼쳤다. 1권의 초반을 읽으면서 서서히 궁금증이 밀려들기 시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를 설레이게 한다. 긴장되고 설레이면서도 '안돼, 이러다가 후반에서 또 실망하게 될거야. 그러니 책에 휩쓸리면 안돼.'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주입시키면서 읽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이미 책은 1권의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다빈치 코드의 1권에 지지않을 만큼 흥미진진함과 매력적인 소재를 갖고 있다. 1권과 2권을 나누는 1권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내며 궁금증을 최고조에 달하는데서 끝나는구나라고 작가의 판단에 감탄하며 재빨리 2권을 펼쳤다. '다빈치 코드'의 찬바람은 '신의 유전자'에서는 불지도 불려고 하지도 않았다. '신의 유전자'의 반전은 1권과 2권의 중반을 읽는동안 상상했던 내 상상의 순조로운 바람의 방향을 한번에 바꾸는 반전의 바람이 분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전의 바람을 맞으며 역시 작가의 상상력과 치밀함은 이길 수 없다며 호탕하게 웃어주었다. 호탕한 웃음 뒤에 생각할 거리도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한다. 그 매력이 내게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하고도 답을 찾기가 어려운 수 매력이어서 문제지만 말이다.

 

 간단히 내용을 말하자면 '신의 유전자'의 제목에서 보이듯 신의 유전자의 비밀을 찾아내는 이야기가 책의 내용이다. 주인공 톰 카터는 뇌종양의 걸린 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신의 유전자를 찾아내야하고 형제단은 예수 부활 이후 이천 년 동안 나사로의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려온 사람들이기에 예언이 내려진 지금 신의 유전자를 찾아야한다. 신의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고 그 비밀을 풀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의 체세포만 있어도 모든 인체 유전자를 해독할 수 있는 발명품 ‘지니스코프’가 있기 때문이다. 지니스코프에 체세포를 입력하면 유전자의 모든 정보를  알수 있다. 톰 카터는 지니스코프로 딸의 뇌종양을 알게 되고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딸의 죽음을 막으려는 톰 카터의 노력은 시작된다. 이후로 본격적인 신의 유전자를 둘러싼 이야기가 나오면서 흥미진진해진다.  책에서 아쉬운 점은 묘사가 미흡한 점이 있어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톰의 심리묘사 부분이라던가 네메시스의 심리묘사 부분도 생생하게 느끼기에는 아쉬운 점이 남는다. 

하나더 덧붙인다면 부디 내게 신의 유전자를 받는다면 내가 그런 자격을 갖췄을 때 달라는 것이다. 세상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나를 위함이 아닌 남을 위한 마음을 갖되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지고도 세상의 고통을 등지려 하지않고 가시밭길이라도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와 헌신적인 마음을 가진 다음에. 아마도 이것 이외에 나열하기도 힘든 조건이 많겠지만 말이다.

 

예수의 유전자를 갖지 못했다고 우리는(나는)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주위를 둘러보면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생명을 치유하는 능력만이 예수의 유전자의 능력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따스한 나눔이야말로 우리에게 신이 나눠준 선물이 아닐까하고 행복한 웃음을 지어본다. 그리고 나도 받았으니 나도 나눠줘야겠다고 조용히 다짐해본다.

하나더 덧붙인다면 부디 내게 신의 유전자를 받는다면 내가 그런 자격을 갖췄을 때 달라는 것이다. 세상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나를 위함이 아닌 남을 위한 마음을 갖되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가지고도 세상의 고통을 등지려 하지않고 가시밭길이라도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와 헌신적인 마음을 가진 다음에. 아마도 이것 이외에 나열하기도 힘든 조건이 많겠지만 말이다.

 

예수의 유전자를 갖지 못했다고 우리는(나는)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우리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주위를 둘러보면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생명을 치유하는 능력만이 예수의 유전자의 능력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따스한 나눔이야말로 우리에게 신이 나눠준 선물이 아닐까하고 행복한 웃음을 지어본다. 그리고 나도 받았으니 나도 나눠줘야겠다고 조용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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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갈매기 섬의 등대 좋은책어린이문고 3
줄리아 엘 사우어 지음, 최승혜 그림, 김난령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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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없던 이곳에 세상사람들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남은것은 바위섬과 흰파도라네

(바위섬 노래)

 

이 책의 표지를 본 순간 어렸을 때 바다에 나가면 오빠가 불러주던 바위섬이란 노래가 떠올랐다.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가 내 고향의 바다, 그리고 어린 나의 모습까지 함께 밀려오게 만든다. 유명 관광지의 바다가 아닌지라 고향의 바다는 여름 한 철만 지나면 갈매기와 바다에 나가노는 오빠와 나뿐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오빠가 엄마를 따라 도시로 나갈 때면 바다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고는 했다.

 

바다에 나가지 말라는 할머니의 말씀을 뒤로하고 하루종일 바다를 마주하고 앉아있다보면 파도소리에 잠이 들었다는 섬집아기가 내가 된 듯했고, 꾸벅꾸벅 모래사장이나 바위 위에서 조는 나를 할머니가 업어 데려오시고는 했다. 지금은 상상도 되지 않을 만큼 조용한 아이였던 내게 유일한 친구는 바다였기에 갈매기를 따라 날아오르는 연습도 하고 파도와 장난치면서 놀던 내게 어두운 밤 바다를 밝히는 등대는 내내 수수께끼였다. 등대 안까지 들어가보고 싶어 어린 마음에 낮에 등대 앞에 하루종일 앉아있어 보았지만 안에 들어가는 행운은 생기지 않았다. 그저 등대 주위를 빙그르 빙그르 돌고는 했다.

 

등대의 불을 밝혀보고 싶던 내 소망을 알았던 것일까?

큰 엄마와 함께 사는 열두 살 로니는 제비갈매기 섬이라는 외딴 섬의 등대지기의 부탁으로 12월 2일부터 2주동안 그곳에 가서 등대지기의 일을 맡기로 한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는 움직이고 싶지 않은 로니였지만 큰 엄마가 돌아가신 큰 아빠와 함께한 소중한 추억이 그곳에 있음을 알기에 거절하지 못하고 제비갈매기 섬으로 떠난다. 12월 15일에 꼭 돌아오리란 등대지기의 약속을 믿기에.

 

<물새들이 끼룩끼룩 우는 소리, 파도가 바위 틈새로 세차게 쏠려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소리, 바위섬에 철썩 부딪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쏴'하고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그 소리들은 마치 제비갈매기 섬이 빚어내는 관현악 같았습니다>  -p.30

 

외딴 섬에 도착한 로니는 어린아이 답지 않게 차분하게 큰 엄마를 도와 등대지기 일을 거뜬히 해내고 자연을 벗삼아 노는 법을 알게 된다. 사람들과 단절된 공간, 그 공간은 외로움이 가득찬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친구로 삼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철이 일찍 든 아이여서 일까? 로니의 차분함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사실 이 바위섬은 암초였단다. 등대가 지어지지 전까지 많은 배들이 암초에 부딪혀서 난파되었어. 정말 끔찍했지. 그러니까 이 바위섬은 암초와 난파선의 잔해들로 이루어진 셈이야. 나는 등대가 지어지기 오래전부터 이 바위섬을 지켜봐 왔단다. 로니야, 등대는 천국에서 내려온 은총의 손길과 같은 거란다. 그러니까 등대를 보살피는 일은 훌륭한 일이야. 아주 훌륭한 일이지>  -p.43

 

등대지기란 노래를 배울 때 등대지기만큼 외로운 직업은 없겠구나란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한번쯤은 꿈꿔본 직업이 등대지기였다. 한없이 봐도 질리지 않는 바다를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생각해보니 등대지기가 바다를 지켜준 것이 아니라 바다가 등대지기를 지켜준 것이었다. 바다는 혼자서도 잘 살아가니까. 등대지기의 역할은 바다와 배 그리고 사람들이 있다면 꼭 필요한 역할이다. 등대지기는 로니의 큰 엄마 말씀대로 정말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평생을 등대지기로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그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12월 15일에 오기로 한 등대지기는 약속을 어기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도록 오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섬에서 보내게 될거란 생각에 로니는 화가 나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저씨에게 실망과 함께 큰 배신감을 느낀다. 그런 로니를 다독이고 약속의 진정한 의미와 포용력을 알려주는 큰 엄마가 있어 로니의 얼어붙은 마음도 조금씩 녹게 된다.

 

약속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가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거짓 약속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안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의 마음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되는 길은 얼마나 힘든 것일까? 큰 엄마는 등대지기의 약속에 화가 났을텐데도 시종일관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자신의 감정까지 흐트러지는 일은 어리석은 일임을 상대방에게 무슨 사연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배려하는 모습은 무작정 화부터 내고 보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기 전에 생각해보게 하는 습관을 길러줄 것이다.

 

등대지기의 편지가 공개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아리기도 했다. 등대지기의 아픈 숙명이 이해가 되서. 그 마음을 내가 이해했듯 로니가 이해했을 때 내 아이인양 로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잔잔한 내용과 함께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한 일러스트가 책을 읽는 동안 바다를 꿈꾸게 한다.  로니가 켜 놓은 세상에서 가장 큰 촛불이 보이는 것도 같다. 그 촛불은 우리의 따뜻한 마음을 지켜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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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7
에드 영 글.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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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게 얼마만에 손에 넣는 그림책인지, 이 책 받고 감격해하는 나를 보며 친구가 코웃음을 친다. 20대 후반을 달려가면서도 그렇게 어린이 책이 좋으냐는 친구의 물음에 큰 소리로 응!이라고 답하며 살짝 물어본다. 너가 사줄래? 라고. 친구가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구박하지만 그림책을 손에 넣은 나로서는 그런 구박쯤 가볍게 튕겨내준다.

 

주말에 막내이모네 집에 가서 그림책을 실컷 보고 와야겠다고 다짐한 나는 서점에 가도 그림책 코너를 제일 먼저 가서 제일 오랫동안 있는다. 아이들에게 줄 책 리스트를 뽑아서 줄거란 핑계를 대지만 실은 그림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공주니어 그림책을 좋아하는데 '우리 옛 이야기' 나 '세계의 걸작 그림책'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나있다. 내게 좋은 핑계거리인 아이들을 내세워 설득해보지만 이모는 몇 권만 감질맛 나게 사줘서 나의 갈증을 채워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언젠가는 갖고 말리란 꿈을 꾸게 해주는 시공주니어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신작 <잃어버린 말>이 내 품에 안겼을 때의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다. 언제쯤 아이들에게 넘겨줄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책을 품에 안고 살아야 겠다.

 

<잃어버린 말>은 고사성어 새옹지마(塞翁之馬)가 유래된 이야기를 풀어놓은 그림책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나온 책은 커다란 그림과 함께 재밌게 읽다보면 어느새 새옹지마란 고사성어를 이야기와 함께 속뜻까지 머리속에 쏙쏙 집어넣게 된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도 새옹지마에 담긴 속뜻을 얼마 전에 존 무스의 <달을 줄 걸 그랬어>에서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책은 누가 읽어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까닭은 새로움이 가득하기 때문아닐까?  

 

책의 사실적이면서도 웅장함을 보여주는 그림은 남자아이들이 유독 좋아할 것 같다. 막내 이모의 아이들이 둘다 남자아이여서 이 책을 주면 서로 읽겠다고 싸울까 걱정이다.

 

고사성어 하나 알려주는 것에 비해 책값이 너무 비싸다고 핀잔하는 친구에게 말해주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은 부모나 주변 사람과 함께 읽어주면 책값을 따질 수 없을만큼 귀한 책이 된다고. 아이들이 읽는 것은 고사성어 하나일지 모르지만 그것을 통해 아이들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넘어졌을 때 울지 않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고, 분명 다음에는 좋은 것이 다가올테니까.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친구에게 설명하지만 내 친구 듣는둥 마는둥이다. 그런 친구를 붙들고 딱 한마디만 한다. 너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주는 엄마가 되라고!

 

책을 읽고 난 후에 부모님을 위해 뒤에 나와있는 안내는 시공주니어가 주는 배려이다. 그림책은 계속 봐도 질리지 않아 참 행복하다. 가끔 아이들이  만화를 반복해서 보는 마음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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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자꾸만 가고 싶다 -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발로 떠나는 우리 시 기행
신정일 지음 / 다산책방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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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읽기를 좋아하는 블로그 이웃분이 계시다. 시를 이야기할 때의 그분의 정갈함이 부러워 어떻게 하면 시가 잘 읽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분의 말씀이 우문현답이다. 사노라면 시가 읽힐 때가 있다고. 2007년의 봄이 내게는 그러하다. 시를 모르면서도 서점에 가면 시집 코너를 기웃거리고 마음에 드는 제목의 시집을 사들고 나와 공원에 한시간이 넘게 앉아 10편이 되지 않는 시를 하늘과 바람을 벗삼아 읽고는 한다. 읽는다는 표현보다는 시가 마음에 와 닿을 때를 기다린다고 말하는 것이 좋겠다. 간혹 와닿지 않는 시를 발견할 때면 연필로 낙서를 해놓고는 한다. '다음 기회에 혹은 바람이 2%부족, 수면과다' 이렇게 끄적이고서는 다음을 기약한다. 억지로 읽지 않으려 하는 것은 시가 읽힐 때가 있다는 그 분 말씀을 이제 조금은 알아듣는 탓이다.

 

서점에서 시집을 고를때면 고민스러운 적이 참 많다. 시가 끌리기는 한데 어떤 시인이 내게 와닿는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서점에 진열된 수 많은 시집은 여섯 살배기 아이가 엄마 따러 대형 할인마트에 갔을 때 느끼는 절망과 비슷할 것이다. 그런 내게 좋은 시들을 모아놓은 책은 종합과자 선물세트와 같다. 전에는 여러 사람의 글을 모아놓은 책을 좋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노력없이 좋은 상을 받는 사람이 쓴 것 같아 그런 책에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는데 자신이 즐겨 읽는 글을 다른 이와 공감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내게는 마음에 드는 시를 찾아내면 그 시인의 시집을 찾아 읽으면 되니 파도타기의 묘미가 굉장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시(詩)만을 엮어 놓은 책은 아니다. 길을 좋아해서 길에서 모든 것을 배웠다는 저자는 시와 함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사진으로 담아놓고 저자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적어놓았다. 시와 사진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가 마치 전처럼 하나였던 양 잘 어우러진다. 책의 디자인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며 읽는동안 이 책을 선물해 줄 친구들이 떠올라 행복했다.

 

'우리 땅 걷기 모임'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는 저자는 책 끝에 다달았을 때 내게 꿈을 선물해주었다. 그건 저자가 적어놓은 <한번은 꼭 걸어야 할 우리 길 10>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가본 곳 중 아름다운 곳 10곳을 뽑아 간략하게 소개해놓고 사진으로나마 그곳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언제 떠날지는 기약없으나 그곳으로 떠날 때 이 책을 가져가리란 다짐을 한다.

 

아스라한 느낌을 주었던 책은 얼마간 내 가방 속을 차지하게 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저자가 찍은 사진들을 찍은 장소가 어딘지를 명시해주었다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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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과 그림자 도둑 1
리들리 피어슨.데이브 배리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그림 / 노블마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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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무서운 영화나 악당이 나오는 만화를 보고 잠을 자야할 때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면서 걱정이 되고는 했다. 후레쉬맨이 바쁘면 어떡하지? 독수리 오형제가 너무 깊이 잠들어서 싸우지 못하면 어쩌지? 이런 걱정들로 잠을 자지 못하다가  옆에서 주무시는 할머니의 팔을 살며시 풀고 나와 막내이모의 방으로 가고는 했다. 종이인형 옷도 잘 만들어주고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던 예쁜 막내이모는 나를 눕히고 악당을 물리칠 수십명의 영웅들을 알려주었다. 이모가 이야기 해 준 영웅들은 실시간 교대로 지구를 지킬만큼 많았고 그 덕분에 편히 잠을 자게 되었다.

 

피터팬 역시 동화 속 세상과 내가 잠든 세상을 지켜주는 영웅이었다. 날쌘돌이 피터는 하늘을 나를 수 있었기에 피터를 떠올리며 잠이 들때면 잠버릇이 심해지고는 했다. 함께 날아가는 꿈을 꾸느라. (피와 함께 하는 꿈을 더 많이 꿨더라면 키가 더 자랐을지도 모르는데 아쉽기도 하다.) 나의 밤을 지켜주고 낮에는 상상의 나라로 떠나게 만들어주는 영웅들과 함께 자라나지 못한다는 것은 가끔 서글퍼졌다. 더이상 상상의 나라로 떠날 준비를 하면 안될 것만 같아 머뭇거리는 사이 나는 자랐고 동화 속 주인공들은 여전히 세상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와는 동 떨어져서.

 

어렸을 때 내 꿈 속의 영웅, 동화 속의 친구를 어른이 되어서도 만난다면 꿈결같이 아득한 어린시절이 펼쳐진다. 그 두근거림, 그 모험으로 들떴던 마음. <피터팬과 마법의 별>을 만났을 때 내 가슴이 두근거린 건 어린시절 내가 놓아버렸던 동심을 다시 찾아서일 것이다. 피터는 내가 자기를 잊었음에도 너그러이 나를 자신의 세상으로 데려가 주었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이번에 다시 만난 피터는 여전히 활기차 보였고 예전 모습 그대로여서 마법의 별가루의 위력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피터와 그림자 도둑 옴브라 경과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후크선장 놀리기에 재미를 붙인 피터와 번번히 지는 것을 지루해하지 않는 후크선장 그리고 원주민과 고아 친구들로 인해 네버랜드는 바람잘 날 없다. 전편에서 팔을 잃은 후크선장의 갈고리가 등장하고 우리의 참견둥이 팅커벨 또한 등장해서 <피터팬>과 연결지어지는 재미를 더해준다. 후크선장과의 모험을 기대했던 내게 이번 책은 후크선장은 잠시 고아 친구들에게 맡겨두고 피터는 몰리와 별 지킴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 옴브라 경과 한판 대결을 위해 런던으로 날라간다. 귀여운 팅커벨과 함께.

 

이번 모험은 전편에 비해 스릴과 재미가 더하다. 피터와 옴브라 경의 대결만이 아니라 네버랜드 섬에서의 후크선장과 아이들의 대결 역시 흥미진진해서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옴브라 경의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무기는 책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팅커벨은 긴장감 있는 분위기에 한번씩 웃음을 주며 밝은 빛을 더해준다. 가끔 얄밉게 말할 때도 있지만.

 

어른 역시 네버랜드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을, 꿈꿔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피터. 피터에게 별가루가 남은 것이 없는지 살짝 궁금하다. 하지만 이 책에는 웃음과 신나는 모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피터가 숨기고자 했던 한숨이 들어있다. 자신의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자라는데 피터는 그대로라는 점이 피터에게 괜찮을리 없다. 좋아했던 여자가 자신보다 자라나는 것을 본다는 것, 친구들이 자신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건 생각보다 견디기 힘든 것이다. 외모는 그대로인데 생각이 깊어지는 것은 괜찮은 걸까? 항상 아이인채로 지내는 것은 신나는 것일까? 피터의 한숨에 살짝 걱정이 된다. 괜찮니, 피터?

 

살짝 궁금한 것 하나!

팅커벨이 1편 마지막에 열쇠고리를 들어 피터에게 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숟가락도 들지 못하는 팅커벨, 어떻게 열쇠고리를? 혹시 사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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