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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블랙독 -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그림책
매튜 존스톤 지음, 표진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 마음이 부침개보다 뒤집기 쉽다는 것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요즘이다. 하루를 짜증과 후회로 보내고 잠자리에 들면 수많은 계획을 세우고 내일은 활기차게 보내리란 다짐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잠이 든다. 여지없이 아침이 밝아오면 어제의 다짐은 별님따라 저멀리 가버린지 오래,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들기를 여러번 결국 짜증으로 아침을 열고 만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또 어제와 같이 한숨과 오늘의 계획이 아닌 내일의 계획을 세우며 잠이 들고 그리고 또 아침.
내가 나를 제대로 추스리지 못한다는 것만큼 우울해지는 일이 또 있을까? 의지박약이라는 꼬리표가 어렸을 때부터 나를 따라다녔다고 해서 그것을 견디어내는데 이골이 났다는 것은 아니다. 넘어진 사람이 또 넘어진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듯. 의지박약이란 꼬리표를 재확인 할 때마다 자신에 대한 실망감은 나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들게 한다. 알아서 척척 해내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기만 하고 점점 움츠려드는 행동으로 인해 마음 속 아픔은 밖이 아닌 안을 향해 화살을 돌린다.
내가 쏜 화살에 내가 아프고, 내가 올려 놓은 짐에 눌려서 못 일어나고, 내가 걸쳐놓은 다리에 내가 넘어지고, 내가 계획한 일들이 너무 많아 내가 치이고 모든 문제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치료하는 법까지 알지는 못했다. 솔직히 더 화가 나는건 치료법 또한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맘대로 안되는 일상이라고 핑계라도 말해야 내가 나를 덜 미워할 것 같아 치료법을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 모든 우울함과 짜증의 원인은 블랙독이란 녀석 때문임을 알았다. 자유자재로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무게 역시 조절할 수 있는 블랙독을 내 어찌 당하랴! 저자의 그림과 글을 따라 읽다보면 무릎을 치며 '아, 딱 나야!' 라고 말하게 된다. 이 사람도 나처럼 아프구나, 힘들었구나, 사람들 속에서 주눅이 들었구나를 통해 신기하게되 위로받는다.
블랙독은 <침대 밑의 악어>란 책에서 악어처럼 우리 모두에게 있는 녀석이다.
사람마다 블랙독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치와와부터 사자, 혹은 킹콩 더 큰 공룡이 된 녀석도 있을 것이다. 블랙독의 사료는 내 우울, 짜증, 한숨처럼 부정적인 감정들이었다. 누구나 블랙독의 존재를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블랙독을 인정하면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하지만 블랙독을 제대로 인정해주어야 내 감정과 내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 내가 어떤 종류의 블랙독을 키우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제대로 키울 수 있겠는가?
내 몸을 짓누르는 블랙독의 정체를 먼저 알아내기! 그리고 블랙독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철저히 파헤치기! 블랙독의 주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몇 번의 실패로 알아내기! 이것이 이 책을 읽는 내가 할 일이다. 블랙독은 무서운 능력의 소유자지만 그것의 주인과 충전기의 역할을 하는 것은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이 짊어져야 할 외로움의 무게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구도 블랙독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블랙독을 길들이는 사람이 될 수는 있다. 누가 알겠는가? 블랙독도 길들이면 귀여운 강아지가 되어 내게 꼬리를 흔들지.
우선 내 마음 속 블랙독에게 인사를 건네보자. "안녕? 블랙독!" 이라고.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만으로 블랙독은 크게 당황할 것이다. 그 다음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길들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