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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정치지리의 세계사 ㅣ 책과함께 아틀라스 1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김희균 옮김 / 책과함께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국사나 세계사 수업을 좋아하면서도 유독 지도 문제가 나오면 여지없이 틀리고 말았다. 산맥 외우기를 내내 해도 지도를 앞에 두는 시험문제에서는 무릎을 꿇고마는 학생으로 선생님들께 길치는 길만이 아니라 지도에서도 길치가 되는 거냐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수학여행때 길을 잃어버려 한바탕 선생님들 땀을 흘리게 한 나로서는 정말 내가 길치여서 지도를 모르는 것인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 마음은 점점 더 나를 지도와 멀어지게 했고 한국지리와 세계사 시험은 유독 소나기가 많이 내렸다.
그렇게 지도보기를 돌같이 하는 나를 변화하게 만든 건 조카 때문이다. 어릴 때는 누구나 그런한 것인지, 세계지도를 펼치고 나라 이름을 맞추기를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서 조카보다 나라 위치를 지도에서 못 찾는 이모가 되면 안되기에 열심히 보고 또 보며 외우기 시작했다. 무작정 외울려니 쉽지 않아 기왕 할거 도움이 될까해서 고등학생 세계사 문제집을 한권 사기도 했다. 분명 과거부터 이어져 온 세계의 역사를 아는 것은 좋았으나 뭔가 아쉽다. 세계는 지금도 쉼없이 움직이고 있고 이 시간도 언젠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워줄 터인데 현재와 이어줄 끈이 부족했다.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은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고 있다. 지도를 통해보는 정치지리의 세계사라니 제목부터 호감이 간다. 헤라클레스에게 잠깐의 시간동안 지구를 맡긴 것 빼고는 내내 지구를 짊어지고 있는 아틀라스, 그가 짊어지고 있는 세계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시간과 공간의 연결, 그러므로 우리의 분석 도구는 지리와 역사다.>
머리말에 나온 이 한 구절이 마음에 와서 각인된다. 지도는 세계가 과거로부터 변화해 온 결과의 산물이다. 사회 책마다 지도가 나올 때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도가 없었다면 사회 책은 얼마나 심심해지고 따분해졌을까? 지도가 가지는 매력과 중요성은 책을 읽어나갈 수록 깊어져만 간다.
책의 1부에서는 지정학 지도라는 이름으로 유럽,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지도의 변천을 보여주고 있다. 지도도 지도지만 저자가 지도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과거의 것이 아닌 과거를 통해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까지 알려준다. 지정학은 국가가 처한 지리적 요건을 통한 정책을 일컫는다. 이는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 국가정책이 달라지고 역사가 달라짐을 말한다.
국내 정치에도 그리 관심이 없는 내게 세계정치는 남 얘기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도 세계 속 흐름에서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깨달음 섬뜩하기까지 했다. 북한과 남한으로 나뉘어져 표시되는 모습은 왠지 모를 씁쓸함이 전해지고 우리나라의 영토의 몇 배가 넘는 중국이나 러시아 미국의 지도를 보며 무서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시아 지도에 우리나라를 따로 다루지 않는 걸보니 괜히 섭섭하다.
아쉬웠던 것은 일본을 설명할 때 저자는 일본에게 영향을 끼친 나라를 중국만으로 보고 있다. 불교 전래 역시 중국이 했다고 한다. 지금도 국사 교과서에는 백제가 일본에 불교를 전래했다고 나와있는데 역자가 괄호를 통해 그 부분에 주석을 달아준 것이 고맙다. '독도' 문제를 다루는 저자의 시선이 맘에 들지 않아 쉬었다 읽기도 했다. <가령, 다케시마 주변 바다를 부르는 이름도 서로 다르다. 우리는 그곳이 일본해라고 알고 있지만, 한국은 동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p.143> 한국만이 전부를 대상으로 혼자 우기기라도 하는듯이 '우리' 라는 말을 사용한 저자에게 화가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때의 찌푸림 말고는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실로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2부에서는 다가올 세계란 제목으로 분쟁부터 시작해 지구 온난화까지 세계가 처한 위험들을 이야기 하고있다. 분쟁에서 테러리즘에 관해 볼 때는 냉정하게 봐야하는데 상상만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켜야 했다. 2부에서 나를 경각하게 한 건 에이즈 세계지도를 봤을 때 우리나라가 위험색인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와 먼 나라인 우리나라만 빨간색이라니 현재의 대책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듯하다.
불안한 경제에서는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이야기가 가장 눈길을 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차이가 2단계나 있다보니 더욱 눈에 띈다. 붙어 있는 땅 위에 나뉘어진 선으로 인해 1인당 국민소득이 현저히 차이가 나고 하루에 소비할 칼로리도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최소 2,300칼로리를 넘어 3,200/2,600칼로리를 섭취하고 있고 아프리카는 최소 칼로리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영양과잉과 영양결핍 무엇이 문제인지 확실한데도 해결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한다. 어떤 곳은 음식이 넘쳐나 쓰레기도 처치 곤란인데 어떤 곳은 기아와 질병으로 굶주리고 있음 이것이 어디 세계의 문제일까, 가까운 내 주변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의 서글픔이다. 기술적으로 지구는 지구를 먹일 수 있다는 문구는 그러지 않는 인간들의 욕심을, 나의 이기심을 자극한다.
내게는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읽는동안 더 많이 알고 싶단 욕심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세계는 움직이고 있고, 그 안에 우리나라도, 그 안에 나역시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관심과 실천, 두 개의 단어를 가슴과 머리에 담아놓았다. 신문을 설렁설렁 읽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