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산다는 것
오동명 지음 / 두리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공부를 가르치고 있는 학생 하나가 시험을 본 후에 꾸지람을 듣고 내게 말한다. 자신이 공부를 못한걸로 왜 부모님이 화가 나는지, 왜 부모님이 자신의 성적에 한숨을 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내 얼굴을 빤히 본다. 학생보다 학생의 부모가 안쓰러워 순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중학생인 아이가 부모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왔다. 그 아이에게 부모의 마음에 대해 잘 설명해줄 수 없는 나는 결국 부모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로 마무리 짓고 말았다. 그 아이를 통해 잊고 있던 내 학창 시절 부모님에게 했던 못된 행동들이 떠올라 집에 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상 생활에서 받는 모든 화를 엄마에게 쏟아낸 적이 있었다. 이른 아침, 엄마가 잠을 깨울때부터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엄마를 울리고서야 학교를 간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학교에서 친구에게는 그렇게 친절한 내가 집에만 가면 엄마에게는 악마가 되었으며 엄마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모든 화를 감당하며 내게 목소리를 높이시지 않았다. 자식이 공부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까란 생각에 때리지도, 혼내지도 못하셨다는 엄마였다. 그 시간들이 갈수록 내게는 살에 박힌 유리조각이 되어 잠이 들기 전이나 엄마 생각이 나는 순간이면 나를 아프게 찌른다.

 

 나를 위해 한 부모님의 행동을, 부모님 때문에 산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화를 내었던 내 모습은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 학생에게 알려주고 싶은데 그게 참 힘들어 슬프다. 결국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부모가 되어보기 전에, 시간이 흘러 부모님의 등에 걸린 짐의 무게를 보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는 것일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 중 제일 비중을 많이 차지 하는 것이 내게는 부모님을 향한 내 행동이다. 세상에는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좋은게 많지만 시간이 흘러서야 알 수밖에 없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처럼!

 

 <부모로 산다는 것> 저자가 한 아이의 부모로서 살아온 이야기, 자식으로서 보아온 부모님의 이야기, 그 이외에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본 부모님의 이야기가 적힌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부모님이 보고 싶은 것과 동시에 저자와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자식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돈도,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가 아니다. 자식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애쓰며 자식과 함께 걸을 때 손을 내밀어 주고, 약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부모가 내게는 닮고 싶은 부모이다. 목소리만으로 아이를 교육시키지 않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부모, 부모이기 전에 부모 역시 하고픈 것이 있는 사람임을 알려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저자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맴돌기도 했다. 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내가 부모의 마음을 다 알리 없지만 늙어가시는 부모님을 보며 조금은 그 마음이 이해가 가서 마음이 더욱 애잔해진다. 자식이 많이 웃고 살면 좋겠다고, 그저 부모인 자신보다 잘 살고 더 많이 누리고 살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한 말씀을 잔소리로만 듣고 지냈던 시간들이 이렇게 죄송할 수가 없다. 부모님이 자식교육에 모든 것을 거는 건 어쩌면 부모님의 부모님에게 죄송해서였을지도 모른다.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 안타까워 그것을 자식에게 모두 쏟아붇는 건지도.....자식을 대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 세상에 자식 힘들라고 무언가를 시키는 부모님은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다만, 내가 자식이었을 때 바라는 부모상은 무엇이었나 역시 잊지 말아야겠다.

 

 책 속에 담긴 부모님의 뜨거운 마음 중 나의 마음을 울려버린 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의 마음이었다.

 

<"난 술이 좀 들어가면 꼭 아이들을 끌어안는 버릇이 있거든? 그때야말로 아이들에게 내 진심이 그대로 들어나는 순간인데 이젠 아이들이 귀찮아하는 눈치고 애 엄마는 한술 더 떠 주책이라며 야단 아니냐? 내 아이를 내가 안아보지도 못하니 이거야 원!"

"술 안 마셨을 때 하면 되지. 뭐 그리 즐거운 고민 하냐?

"정신 멀쩡할 때 다 큰 애 안고 '사랑해' 하냐? 머쓱하게. 나나 애나." >  -p.32

 

술만 드시면 오빠와 나를 안고 뽀뽀를 하시는 아빠를 왜그리 피해다녔는지 이 글을 읽으며 아빠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 죄송해서 혼났다. 자식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어도 쑥쓰러워 하지 못하는 부모님을 위해 먼저 안아드리는 자식이 되어야겠다.

 

 

 자식들에게 모든 부모는 꿈이고 소망이다. 부모님의 등이 한없이 작아져도, 허리가 굽으셔도 부모님은 자식에게 여전히 꿈이고 소망이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 내가 되길, 나도 모르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이라는 핑계로 차가운 말을 아무렇게나 하는 내가 되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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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자전거 동시야 놀자 1
신현림 지음, 홍성지 그림 / 비룡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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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통!통!통! 톡!톡!톡!
비오는 날 빨간 우산 위로 내리는 경쾌한 빗방울 소리. 노란 장화 신고 걸어가는 아이의 발걸음 소리.
 
하하! 호호! 꺄르르!
해님 따라 웃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 아이 따라 웃는 내 웃음 소리. 영문도 모르고 따라 웃는 어린 아기의 웃음 소리.
 
 이 책을 읽는 느낌을 위의 소리들로 표현해도 무언가 부족하다. 마음 속에 해님이 뜰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잊고 살았다. 동시를 읽는 동안 내 마음에는 동그랗고 귀여운 해님이 떠올랐다. 방긋방긋 웃는 해님이. 아이들이 읽는 동시가 이렇게 재밌고 즐겁게 읽힐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다. 즐거우면 쉽게 외워진다는 시인의 말처럼 책 속 시들은 한번 읽고나면 금세 입안에 의성어 의태어들이 또르르르 굴러다니는 느낌이 든다. 입안을 얼른 나와서 세상을 여행하고 싶은 의성어 의태어들로 인해 소리 내어 시를 읽기도 했다.
 
<초코파이 자전거>는 시인 신현림이 딸을 위해 쓴 동시집이다. 다른 종류의 책에 비해 동시집이 적어 고민하던 시인은 딸에게 직접 쓴 시를 읽어주고 싶었고 아이를 통해 영감을 받아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나는 것들에 대해 마음을 담아 동시를 썼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의 동시들을 읽다보면 내 주변의 사물이, 풍경이 달라보인다. 딱딱하게만 바라보고 정지된 사물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생명을 얻어 새롭게 느껴진다. 포근하고, 재밌고, 인사를 건네고 싶은 것들이 이렇게도 많았는지 동시란 것이 신기해서 다 읽은 동시집을 들고 손이 가는대로 펼쳐서 몇 번이고 읽고는 했다. 아직은 조카에게 동시를 읽어주지 못했지만 아이와 함께 읽은 때는 분명 지금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이 동시집의 가장 큰 장점은 의성어, 의태어의 다양함이다. 동시집에 있는 모든 시에 의성어나 의태어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통해 아이들이 의성어나 의태어를 통해 사물을 대하는 방식을 보며 그 중요성을 경험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아이들에게 의성어, 의태어가 풍부한 책만큼 흥미로운 책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00점을 주어도 모자른 것 같다. 책을 쓰는 내내 행복했다던 시인에게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고, 감사 드린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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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세계는 지금 - 정치지리의 세계사 책과함께 아틀라스 1
장 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김희균 옮김 / 책과함께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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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사나 세계사 수업을 좋아하면서도 유독 지도 문제가 나오면 여지없이 틀리고 말았다. 산맥 외우기를 내내 해도 지도를 앞에 두는 시험문제에서는 무릎을 꿇고마는 학생으로 선생님들께 길치는 길만이 아니라 지도에서도 길치가 되는 거냐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수학여행때 길을 잃어버려 한바탕 선생님들 땀을 흘리게 한 나로서는 정말 내가 길치여서 지도를 모르는 것인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 마음은 점점 더 나를 지도와 멀어지게 했고 한국지리와 세계사 시험은 유독 소나기가 많이 내렸다.

 

 그렇게 지도보기를 돌같이 하는 나를 변화하게 만든 건 조카 때문이다. 어릴 때는 누구나 그런한 것인지, 세계지도를 펼치고 나라 이름을 맞추기를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서 조카보다 나라 위치를 지도에서 못 찾는 이모가 되면 안되기에 열심히 보고 또 보며 외우기 시작했다. 무작정 외울려니 쉽지 않아 기왕 할거 도움이 될까해서 고등학생 세계사 문제집을 한권 사기도 했다. 분명 과거부터 이어져 온 세계의 역사를 아는 것은 좋았으나 뭔가 아쉽다. 세계는 지금도 쉼없이 움직이고 있고 이 시간도 언젠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워줄 터인데 현재와 이어줄 끈이 부족했다.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은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고 있다. 지도를 통해보는 정치지리의 세계사라니 제목부터 호감이 간다. 헤라클레스에게 잠깐의 시간동안 지구를 맡긴 것 빼고는 내내 지구를 짊어지고 있는 아틀라스, 그가 짊어지고 있는  세계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시간과 공간의 연결, 그러므로 우리의 분석 도구는 지리와 역사다.>

머리말에 나온 이 한 구절이 마음에 와서 각인된다. 지도는 세계가 과거로부터 변화해 온 결과의 산물이다. 사회 책마다 지도가 나올 때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도가 없었다면 사회 책은 얼마나 심심해지고 따분해졌을까? 지도가 가지는 매력과 중요성은 책을 읽어나갈 수록 깊어져만 간다.

 

책의 1부에서는 지정학 지도라는 이름으로 유럽,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지도의 변천을 보여주고 있다. 지도도 지도지만 저자가 지도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과거의 것이 아닌 과거를 통해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까지 알려준다. 지정학은 국가가 처한 지리적 요건을 통한 정책을 일컫는다. 이는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 국가정책이 달라지고 역사가 달라짐을 말한다.

 

 국내 정치에도 그리 관심이 없는 내게 세계정치는 남 얘기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도 세계 속 흐름에서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깨달음 섬뜩하기까지 했다. 북한과 남한으로 나뉘어져 표시되는 모습은 왠지 모를 씁쓸함이 전해지고 우리나라의 영토의 몇 배가 넘는 중국이나 러시아 미국의 지도를 보며 무서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시아 지도에 우리나라를 따로 다루지 않는 걸보니 괜히 섭섭하다.

 

 아쉬웠던 것은 일본을 설명할 때 저자는 일본에게 영향을 끼친 나라를 중국만으로 보고 있다. 불교 전래 역시 중국이 했다고 한다. 지금도 국사 교과서에는 백제가 일본에 불교를 전래했다고 나와있는데 역자가 괄호를 통해 그 부분에 주석을 달아준 것이 고맙다. '독도' 문제를 다루는 저자의 시선이 맘에 들지 않아 쉬었다 읽기도 했다.  <가령, 다케시마 주변 바다를 부르는 이름도 서로 다르다. 우리는 그곳이 일본해라고 알고 있지만, 한국은 동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p.143> 한국만이 전부를 대상으로 혼자 우기기라도 하는듯이 '우리' 라는 말을 사용한 저자에게 화가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때의 찌푸림 말고는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실로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2부에서는 다가올 세계란 제목으로 분쟁부터 시작해 지구 온난화까지 세계가 처한 위험들을 이야기 하고있다. 분쟁에서 테러리즘에 관해 볼 때는 냉정하게 봐야하는데 상상만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켜야 했다. 2부에서 나를 경각하게 한 건 에이즈 세계지도를 봤을 때 우리나라가 위험색인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와 먼 나라인 우리나라만 빨간색이라니 현재의 대책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듯하다.

 

불안한 경제에서는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이야기가 가장 눈길을 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차이가 2단계나 있다보니 더욱 눈에 띈다. 붙어 있는 땅 위에 나뉘어진 선으로 인해 1인당 국민소득이 현저히 차이가 나고 하루에 소비할 칼로리도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최소 2,300칼로리를 넘어 3,200/2,600칼로리를 섭취하고 있고 아프리카는 최소 칼로리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영양과잉과 영양결핍 무엇이 문제인지 확실한데도 해결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한다. 어떤 곳은 음식이 넘쳐나 쓰레기도 처치 곤란인데 어떤 곳은 기아와 질병으로 굶주리고 있음 이것이 어디 세계의 문제일까, 가까운 내 주변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의 서글픔이다. 기술적으로 지구는 지구를 먹일 수 있다는 문구는 그러지 않는 인간들의 욕심을, 나의 이기심을 자극한다.

 

내게는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읽는동안 더 많이 알고 싶단 욕심을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세계는 움직이고 있고, 그 안에 우리나라도, 그 안에 나역시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관심과 실천, 두 개의 단어를 가슴과 머리에 담아놓았다. 신문을 설렁설렁 읽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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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책 (100쇄 기념판)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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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돼지책이란 제목을 봤을 때 정말 말 그래도 돼지란 주인공이 나오는 줄 알았다. 봄바람처럼 살랑이듯 부드러운 동화작가하면 앤서니 브라운이 절로 떠오르듯이 이 책 역시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다. 꼬마 돼지의 행복찾기정도의 책일거라 짐작하고 읽은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충격이었다. 내가 앤서니 브라운이란 작가를 한참을 모르고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처럼 현실적인 주제를 다룬 작가의 작품을 만나지 못한 탓에 다른 작가가 쓴 책이 아닌가 이름을 확인해보기도 했다. 새로운 앤서니 브라운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

 

  아내의 남편은 '아주 중요한' 직장에 나니고 엄마의 아이들도 '아주 중요한' 학교에 다닌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하고 식사를 차리면 남편과 아이들은 후다닥 밥만 먹고 '아주 중요한' 그곳으로 향한다. 엄마는 남아서 정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직장에 간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아주 중요한' 곳에서 돌아온 남편과 아이들의 식사를 만들어주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도 한다. 남편과 아이들은 엄마는 으레  그래야 하는양 당연한 듯 "엄마 밥 줘!" "여보 밥 줘!" 를 외치고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가출했다. 엄마가 남긴 메모에는 "너희들은 돼지야!" 라는 글이 적혀있다. 아빠와 아이들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며 음식을 찾아 해메고 정말 돼지의 얼굴로 변해간다. 앤서니 브라운의 재치가 돋보이는 그림이다. 섬뜩하기도 하고 그 모습은 엄마가 지금껏 얼마나 힘든 일을 혼자서 해왔는지를 생각하게끔 해준다.

 

 책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빠와 아이들, 세명이서 제대로 못하는 일을 그동안 엄마 혼자서 해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중요한' 곳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엄마 역시 아빠와 아이들처럼 '아주 중요한' 직장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왜 엄마만 일도 하고 집안일까지 모두 다 해야하는지 아빠와 아이들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얼마 전에 본 신문에 요즘 남편들이 우렁 신랑으로 바뀌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제 1세대 남편들이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가정일에 손하나 까딱하지 않은 모습이라면 2세대 남편은 그나마 말이라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행동은 요지부동! 제 3대 남편들은 아내와 가사일을 나누어서 하며 육아 역시 절반의 책임을 갖고 도와준다고 한다. 우렁 신랑은 제 3세대의 남편을 뜻한다고 한다.

 

 여자의 입장에서 남편들의 발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기사가 반갑기도 하면서 왜이렇게 씁쓸한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가 신문에 나올만큼 특별한 이야기라는 것이 서글펐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밖에서 힘들게 일한 남편을 가정에서까지 일을 시켜야 한다는 말에 그 경험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남편이 가사일을 돕는 행동은 남편으로 하여금 가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돈만 벌어오는 기계가 아닌, 목소리로만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닌 가계의 주체로서 행동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남편들이 변화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엄마이기 전에, 아내이기 전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아이들에게는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앤서니 브라운의 다정한 그림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엄마의 일을 거들 것이고 엄마의 힘듬을 함께 이해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게 될 것이다. 단, 이 책은 아빠도 분명히 읽어야 한다! 엄마와 아이들이 같이 일하자고 하는데 아빠만 싫다고 한다면 아빠는 아이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어주지 않아 아이들 역시 금방 엄마의 일을 도와주는 것을 포기하고 말 것이다. 가정이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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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7-06-0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에게 가사노동을 전담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고 생각했는데, 외국의 그림책에서 이런 문제를 보게 되어 좀 놀랐어요. 가사분담의 문제가 녹록치 않다는 걸 깨닫게 되고 좀 한숨이 나왔답니다. '아빠도 읽어야 한다'라는 지적에 정말 공감하게 되네요.
 
작은 천사들의 119
라일라 모이지히 지음, 유영미 옮김 / 책씨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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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하얀 표지가 떼가 탈까봐 만지기도 조심스러웠던 책. 책의 뒷 표지를 보는순간 요즘 들어 신문에서 저출산이야기와 입양이야기가 떠올랐으며 얼마 전에 정해진  5월 11일이 입양의 날이 생각났다. 아픈 책임이 분명한데도 이 책을 손에 들고 나왔다. 책을 손에 들고 나온 그때 햇살은 눈이 시릴만큼 눈부셨다. 이 눈부심을 책 속의 아기들도 봤을거란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

 

 <작은 천사들의 119>는  2001년부터 슈테르니파크SterniPark 재단에 소속되어 활동하면서 ‘버려지는 아기 프로젝트’의 이야기이다. 이 글을 쓴 사람은 28의 라일라 모이지히이다. 그녀의 아빠가 이 재단의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그녀의 엄마는 함께 일하는 동료이다. 저널리스트를 꿈꾸던 그녀가 이 일을 택한것을 그리고 이 일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알리기 위해 책을 낸 것을 감사한다. 그녀의 꿈은 접힌것이 아니라 더욱 크게 펼쳐졌다고 생각한다.

 

'버려지는 아기 프로젝트'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임신중절시기를 놓친 여성이 익명출산을 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젝트이다. 예전에 종종 쓰레기 더미에서 갓 태어난 아이가 버려져 있다거나 학교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는 여학생의 기사나 자신이 낳은 아기를 죽이는 비정한 엄마의 기사를 본적이읽는 동안 그 있다. 그때마다 나는 혀를 차며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악해질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주변에서는 10개월이 될때까지 눈치를 챌 수 없는지에 관한 무관심에 혀를 찼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내 모습이 떠올라 나는 몇번이고 숨을 멈추어야했다. 전혀 생각치 않았다. 겪어보지 않았다고 나라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며 그들을 죄인처럼 몰아갔다. 어떻게 한번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혼자였고 주위 사람들은 그들에게 무서움이었으며 사회는 그들에게 차디찬 얼음장이었을텐데 불러오는 배를 붕대로 동여매며 하루를 보내고 누가 물어볼까봐 하루에도 수십번 가슴이 내려앉았을 것인 그들. 어둡고 좁은 곳에서 혼자 아기를 낳으면서 그들은 누구를 외치며 울었을까? 그들은 외치지도 울지도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가 들으면 안되는 출산이기에. 예기치 못한 임신이었고 준비하지 못한 출산이었으니 갓 태어난 아기를 다루는 법도 몰랐을 것이 분명하다. 첫 출산을 혼자 할경우 신생아는 생명을 부지하기가 힘들다. 이 경우 산모의 생명도 위험하다. 아기가 생명을 부지했다하더라도 그들은 위험한 상황에 버려진다. 몰래 아기를 낳은 여성이 아기를 안전한 곳에 버린다는 것도 어찌보면 어려운 일일 것이다.

 

 바로 '버려지는 아기 프로젝트'는 이런 여성들과 아기를 도와주는 일이다. 모자의 집이라고 할수 있는 슈테르니파크는 익명출산을 원하는 미혼모들이 안전하게 아기를 출산하게 도와주는 일을 한다. 그들은 비상전화를 설치하고 있다. 종종 출산을 하고 전화하는 경우도 있기에 그들은 언제나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야한다. 그들은 출산을 슈테르니파크에 와서 할 것을 권한다. 혼자서 출산을 할경우 아기도 산모도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모가 와서 아기를 출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서 아기를 낳고 버리는 경우도 있다. 슈테르니파크는 그런 아기를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의 구조방안은 베이비클라페(Babyklappen)이다. 베이비클라페란 금속으로 된 너비 약 70센티에 높이 약 35센티의 문을 벽에 설치하고 그 뒤에 늘 37도를 유지하는 따뜻한 침대를 마련하고 있으며 베이비클라페는 안전상 두 가지 선, 즉 전화과 위성으로 경비대와 연결되어 열리자마자 경비대에 경보음이 울리게 되고 경비대에서 버려지는 아기 프로젝트의 담당자들에게 연락을 하면 담당자들이 5분 안에 베이비클라페에 도착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진 버려지는 아기를 담을 수 있게 되어있다. 베이비클라페가 설치된 이후로는 죽어서 발견된 아이의 수가 현전히 줄어들게 되었다. 단 한명의 아이라도 베이비클라페를 이용해 살릴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것을 행한 그들로 인해 소중한 생명이 죽지 않고 살아갈수 있게 되었다.

 

 책은 익명출산을 원하고 아기를 낳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실려져있다. 어린 나이에 소녀들만이 이 시설을 이용하는것이 아니라는데 나는 놀랐다. 나이대는 14~35세 정도로 다양했다. 대체로 여성들은 낙태할 시기를 놓쳤기에 이 시설로 온다. 그들은 거의 5개월이 넘어서 임신을 발견하는데 그건 착상혈때문으로 본다. 착상혈로 인해 자신이 월경을 했다고 생각하므로 임심이라고는 생각치 않는것이다. 5개월이 넘어서면서 그들은 두려움과 혼란에 빠지게 되며 임신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그 무게에 짓눌려 힘든 나날을 보낸다. 라일라가 이들을 처음 만나면 해주는 말은 "당신은 이제 혼자가 아니예요." 이다. 그말 한마디에 익명출산을 하기로 한 여성들은 큰 위로를 받는다.혼자서 견뎌내야한다는 것은 그들을 죄책감과 후회로 몰고갔었으며 그들은 누구도 임심을 알아채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10개월이 다 되도록 자신의 임신을 눈치못채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된다.

슈테르파크는 그런 그녀들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준다. 익명출산을 원한 여성들은 입양을 선택한다. 자신이 엄마임을 밝히는 용기를 내어 공개입양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익명으로 입양하는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입양확인에 도장을 찍으면 바로 아기를 입양시키는 청소녕청이나 입양알선기관과는 다르게 슈테르니파크는 8주간 아기를 자원봉사 위탁모에게 위탁시킨다. 아기를 놓고간 여성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자함이다. 물론 8주도 결정을 하기에는 적은 시간이지만 이 기간에 친엄마의 품으로 돌아가는 아기가 꽤 있다고 한다. 상황이 좋지 않아 아기를 좋은 환경에서 키울수 없으니 좋은 가정에 입양시키려 했지만 아기가 주는 기쁨과 용기 그리고 살아갈 힘을 얻은 친엄마들은 아기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것이다. 슈테르니파크는 이렇게 입양과 친모에게 아기를 보내면서 장애아를 입양하고자 하는 가정은 많지 않다는 사실에 처하게 된다. 독일은 아기 한명에 입양하고픈 가족이 25가구 정도 된다고 한다. 입양을 하려는 가정은 많지만 그건 정상인 아기만 해당되는 것이다. 슬픈일이지만 라일라를 포함한 슈테르니파크에 있는 모든 여성들은 장애를 가진 아기의 엄마가 되어주기로 한다. 아기는 친엄마를 잃었지만 수십명의 엄마를 얻은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이런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읽혀져야한다고 외쳤다. 한국에도 이런 재단이 있다면 혼자서 아기를 낳는 여중생도 쓰레기 더미에서 죽은채 발견되는 아기도 아기를 키우는데 절망하여 스스로 자신의 아기를 죽이는 비정한 엄마를 보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한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하여서 그리 달라질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달라질 것이다. 의식의 변화가 주는 힘은 상상했던 것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익명출산을 원하는 여성들이 아이를 키울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고 그 다음이 사회적 시선이다. 입양부모에게는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것에 비해 미혼모에게는 차가운 시선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그들을 완전히 따스하게 안아줄수는 없더라도 그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줄수는 있을거라 본다.

 

 

 

-----------------------------------------기억에 남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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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우선 건강하게 살아서 세상에 나올 권리가 있습니다. 그 아기가 어떤 부모를 가졌느냐 하는 문제는 차후에 제기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익커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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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제 혼자가 아니예요."

                                                                                 -라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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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헬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라요. 그러나 시도해 보지도 않고 미헬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불공평한 일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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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아동 권리장전에는 모든 아기는 나면서부터 이름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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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일이야

라고 이성은 말한다.

그러나 사랑은

바로 그런거야라고 한다."     -에리히 프리티 <바로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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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말은 근사하게 잘할 수 있어요.

하지만 누가 당신들처럼 도울 수가 있겠어요.           

                                                                          -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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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대신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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