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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산다는 것
오동명 지음 / 두리미디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공부를 가르치고 있는 학생 하나가 시험을 본 후에 꾸지람을 듣고 내게 말한다. 자신이 공부를 못한걸로 왜 부모님이 화가 나는지, 왜 부모님이 자신의 성적에 한숨을 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내 얼굴을 빤히 본다. 학생보다 학생의 부모가 안쓰러워 순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중학생인 아이가 부모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왔다. 그 아이에게 부모의 마음에 대해 잘 설명해줄 수 없는 나는 결국 부모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로 마무리 짓고 말았다. 그 아이를 통해 잊고 있던 내 학창 시절 부모님에게 했던 못된 행동들이 떠올라 집에 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상 생활에서 받는 모든 화를 엄마에게 쏟아낸 적이 있었다. 이른 아침, 엄마가 잠을 깨울때부터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엄마를 울리고서야 학교를 간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학교에서 친구에게는 그렇게 친절한 내가 집에만 가면 엄마에게는 악마가 되었으며 엄마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모든 화를 감당하며 내게 목소리를 높이시지 않았다. 자식이 공부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까란 생각에 때리지도, 혼내지도 못하셨다는 엄마였다. 그 시간들이 갈수록 내게는 살에 박힌 유리조각이 되어 잠이 들기 전이나 엄마 생각이 나는 순간이면 나를 아프게 찌른다.
나를 위해 한 부모님의 행동을, 부모님 때문에 산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화를 내었던 내 모습은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 학생에게 알려주고 싶은데 그게 참 힘들어 슬프다. 결국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부모가 되어보기 전에, 시간이 흘러 부모님의 등에 걸린 짐의 무게를 보기 전에는 가능하지 않는 것일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 중 제일 비중을 많이 차지 하는 것이 내게는 부모님을 향한 내 행동이다. 세상에는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좋은게 많지만 시간이 흘러서야 알 수밖에 없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처럼!
<부모로 산다는 것> 저자가 한 아이의 부모로서 살아온 이야기, 자식으로서 보아온 부모님의 이야기, 그 이외에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본 부모님의 이야기가 적힌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부모님이 보고 싶은 것과 동시에 저자와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자식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돈도,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가 아니다. 자식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애쓰며 자식과 함께 걸을 때 손을 내밀어 주고, 약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부모가 내게는 닮고 싶은 부모이다. 목소리만으로 아이를 교육시키지 않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부모, 부모이기 전에 부모 역시 하고픈 것이 있는 사람임을 알려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저자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맴돌기도 했다. 부모가 되어보지 않은 내가 부모의 마음을 다 알리 없지만 늙어가시는 부모님을 보며 조금은 그 마음이 이해가 가서 마음이 더욱 애잔해진다. 자식이 많이 웃고 살면 좋겠다고, 그저 부모인 자신보다 잘 살고 더 많이 누리고 살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한 말씀을 잔소리로만 듣고 지냈던 시간들이 이렇게 죄송할 수가 없다. 부모님이 자식교육에 모든 것을 거는 건 어쩌면 부모님의 부모님에게 죄송해서였을지도 모른다.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 안타까워 그것을 자식에게 모두 쏟아붇는 건지도.....자식을 대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 세상에 자식 힘들라고 무언가를 시키는 부모님은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다만, 내가 자식이었을 때 바라는 부모상은 무엇이었나 역시 잊지 말아야겠다.
책 속에 담긴 부모님의 뜨거운 마음 중 나의 마음을 울려버린 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의 마음이었다.
<"난 술이 좀 들어가면 꼭 아이들을 끌어안는 버릇이 있거든? 그때야말로 아이들에게 내 진심이 그대로 들어나는 순간인데 이젠 아이들이 귀찮아하는 눈치고 애 엄마는 한술 더 떠 주책이라며 야단 아니냐? 내 아이를 내가 안아보지도 못하니 이거야 원!"
"술 안 마셨을 때 하면 되지. 뭐 그리 즐거운 고민 하냐?
"정신 멀쩡할 때 다 큰 애 안고 '사랑해' 하냐? 머쓱하게. 나나 애나." > -p.32
술만 드시면 오빠와 나를 안고 뽀뽀를 하시는 아빠를 왜그리 피해다녔는지 이 글을 읽으며 아빠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 죄송해서 혼났다. 자식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어도 쑥쓰러워 하지 못하는 부모님을 위해 먼저 안아드리는 자식이 되어야겠다.
자식들에게 모든 부모는 꿈이고 소망이다. 부모님의 등이 한없이 작아져도, 허리가 굽으셔도 부모님은 자식에게 여전히 꿈이고 소망이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 내가 되길, 나도 모르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이라는 핑계로 차가운 말을 아무렇게나 하는 내가 되지 않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