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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가 남긴 것 ㅣ 사계절 1318 문고 25
지그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분명 어딘가에 있을 아르네에게.
안녕. 아르네!! 너는 어디에서 이 편지를 받아볼까...?
아르네 너를 알게 된건 한스의 덕분이었지. 아르네 네가 한스네 집으로 온 사정을 알게되었을때 너의 몸이 떨린걸 그리고 네가 말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나는 이해가 되었어. 선장인 네 아버지가 폭풍우를 만나 배를 잃게 되자 그 시름에 못이겨 너와 어머니 그리고 너를 아버지자신도 함께 죽으려고 했지. 그런데 아르네 너만 살아났어.
가족은 다 죽었는데 너는 그냥 맛있는 것을 먹고 잠들었을 뿐인데 너만 살아있고 가족은 모두 죽어있었다니...아르네 그때 너를 강하게 안아준 사람은 있었던 거니? 너의 할머니가 안아주셨니? 아르네 너는 어떻게 그 아픔을 그렇게 담담히 견뎌낸거니? 나는 너를 보면서 아슬아슬 했단다. 그 아픔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네 모습에 그 어른아이인 내 모습에 나는 너를 정말 꼭 안아주고 싶었어. 울게 해주고 싶었단다.
아르네, 나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네가 아빠의 친구인 한스네 집으로 오게 된게 좋은일인지 슬픈일인지 말이야. 너는 그곳에서 행복했니, 아르네? 그래 너는 그런 아이였으니까 너가 남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려 하지도 않는 겸손한 아이였으며 주사위 놀이로 돈을 잃어도 웃을수 있는 착한아이였으니, 절대 남을 의심하지 않는 그런 아이였으니까. 아마 너는 한스네집에 있는것도 행복하게 받아들였겠지. 기억하니, 아르네? 네가 비프케를 봤을때를.
나는 기억해. 너는 비프케에게서 너의 누이를 보았다는걸. 그때부터였어 아르네. 네가 비프케를 혼자서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좋아하기 시작한건. 너는 뛰어난 성적으로 2살위인 비프케의 반으로 월반을 했지. 너가 타인으로 인해 상처받기 시작한건 그때부터였니, 아르네? 너는 비프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성적을 떨어뜨리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지. 아르네. 너는 그토록 비프케를 아꼈는데 그건 한스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어. 비프케는 너무 뒤늦게 알았지.그렇지 아르네?
아르네, 너는 지금 어디있는거니? 한스는 지금 네 유품을 정리한단다. 너는 정말 이 세상에 없는거니? 한스는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 한스와 너는 그렇게 끈끈했는데 한스는 너를 이해한
그리고 네 마음을 가장 잘아는 사람이었잖아. 아직도 선명하리만치 한스는 너를 기억하고 있어아르네. 그아이는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네 편이었잖아. 가족의 죽음으로 아무렇지 않은척해도 밤이면 악몽을 꾸는 널 다독인것도 한스였고 너의 꿈을 이야기한것도 잘 들어준것도 한스였고 너의 아픔을 온몸으로 막아주려 애쓴것도 한스였지. 너와 한방을 썼던 한스는 그방에서 너의 유품을 정리하며 널 떠올리고있어 아르네. 아프고 아프도록 너를 떠올리고 있어 아르네. 알고있니 아르네? 너의 마지막을 본것도 한스였어. 배를 타고가는 너를 너무 늦게 따라간거라 자신을 자책하며 한스는 너의 빈배를 목격해야했어. 수영도 못하는 내가 바다에 빈배만 남기고는 사라졌다니. 아르네. 너는 그때 한스의 외침을 눈물 가득한 외침을 정말 듣지 못한거니?
아르네, 나는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단다. 한스 이외에 너와 아무도 친구를 하지 않으려했지. 아르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어. 정말 이말을 네게 해주고 싶었단다. 사람들은 구별짓기를 좋아하지 너와 나는 다르다는것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려했지. 아아..아르네 그건 정말 네 잘못이아니었단다. 네가 공부를 잘한게 너가 타인을 말대신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게 네가 가족들 중에서 혼자 살아난게 모두 내 잘못이 아니란다. 한스에게는 보인 너의 마음이 다른 아이들에게 보이지않은건 아마 시기심이었을꺼야. 아르네 너가 뜀틀을 뛰어오르던 것을 실패했을때 아이들의 비웃음속에서도 너는 한스의 따스한 격력의 눈길에 다시 시도하려는 열정을 가진 아이였잖아. 아마도 브룬스빅이 방해만 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누구보다 멋지게 뛰어올랐을거야. 그건 나도 한스도 알고있어. 알고 있니 아르네? 한스는 그 자리에서 너를 비웃는 브룬스빅을 주먹으로 때린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아. 한스는 널 많이 사랑했어. 알고있지 아르네? 그걸 다 알고있는 네가 한스에게 네 유품을 정리하게 하다니. 그래서 안되는거잖아 아르네. 정말 그래서는 안되는거잖아 아르네. 너는 어디에 있는거니?
혼자 배를 타고 나가면서 너는 어떤 생각을 했니? 네가 실수를 했다는 생각? 아니야 아르네. 너는 그저 비프케가 속한 그 아이들의 세계에 속하고 싶었던거야. 그 아이들이 나빴던거야 아르네. 그 아이들은 네게 칼룩씨를 붙잡아 두라고했지. 자신들이 한스네 아버지 창고에서 내다팔 물건들을 훔치는 동안말야. 아이들을 그것으로 배를 사서 여행을 떠나기로 했지. 물론 네게도 껴준다는 유혹을 했어. 너가 경비를 보는 칼룩씨와 친하니까. 그런데 너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들을 믿었지.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었던거야 너는. 한스에게도 그 일은 비밀이었지. 네가 모든것을 말했던 한스에게도 말야. 아르네 말하지 그랬니? 네가 그런말을 했다해도 한스는 너를 이해했을꺼야. 한스는 너가 자신을 떠나 다른 친구들과 친하다하더라도 질투조차하지 않고 웃기만했어. 한스는 네가 웃는것을 좋아했으니까. 아르네. 칼룩씨를 붙잡기위해 애써 거짓말을 하는 너는 참 힘들었을꺼야. 그것만으로 힘들었는데 칼룩씨가 아이들에게 맞아 정신을 잃은것을 보고는 참지못할만큼 힘들었겠지. 칼룩씨는 네게 바람을 묶고 푸는 마법의 매듭을 알려준 사람이잖아. 다른 사람과는 좀처럼 말하지 않는 칼룩씨를 네가 웃게 만들었는데 네가 다시 침묵시켰다고 생각했겠지. 너는 칼룩씨가 말없이 너를 보는 시선에서 자책감을 느꼈겠지. 아르네
너는 한스에게 달려갔어. 울면서 말야. 한스는 너의 말을 차분히 들어주었지. 그런데 아르네 타인에게 실망감을 주었다는 것이 그토록 너를 힘들게 한거였니? 칼룩씨의 냉정함이 한스의 아버지의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이? 네겐 그토록 힘들었던 거니?
아르네, 한스는 네 유품을 정리하다 한참을 쉬어야했어. 너는 한스에게 그런 존재였어 아르네.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거지. 한스는 지금도 너의 팔을 쓸어주며 위로해주고 싶어한단다. 아르네 너는 한스와 고향친구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잖아. 그건 네가 꾸는 소중한 꿈이었잖아. 한스는 정말 너와 함께 갈려고했단다. 그런데 너혼자 가버리면 어떡하니 아르네. 한스는 아직도 자신의 방이기도 하지만 네방이기도 한 그곳에서 너를 기달려 아르네. 이 편지를 받으면 아르네
다시 그방으로 돌아와줘. 네가 쓰는 물건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있어 아르네.
너가 있는곳과는 다른 따스한 봄날.
티티가.
추신, 아르네 기억해줘. 모두들 너에게 말하지 않았을뿐이지 너를 사랑하고있다는 것을.
네가 아끼는 망원경과 그 바람을 묶고 푸는 매듭도 핀란드 사전도 모두 그대로야.
아르네 너만 오면되는거야. 어서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