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성석제 “문학 독자 돌아 올 것”
 

“한국소설이 안 팔려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작가들이 버티고 있는 한 독자들은 돌아올 것입니다”

[인터뷰]소설가 성석제

[북데일리]성석제(47)는 편안해 보였다. 최근 의정부정보도서관이 주최한 작가초청 강연장에서 만난 그는 “순수문학은 예나, 지금이나 늘 가난했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성석제는 한국소설의 위기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끊임없이 작가들이 쓰는 한, 독자들은 다시 문학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그를 굳건히 바치고 있었다.

글을 쓸 때 ‘축제를 즐기듯’ 즐겁게 쓰려고 노력한다는 소설가 성석제. 그는 특유의 해학과 유머, 촌철살인의 대사로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다. 한국일보문학상, 동서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휩쓸며 한국 문단의 주요 작가로 자리 잡아 온 그의 소설 경력도 어느새 12년 째에 접어든다.

박지원, 내 문학의 전환점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경북 상주에서 자란 성석제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 살았다. 놀잇감이 마땅치 않았던 상황에서 어린 성석제가 재미를 붙인 것은 바로 책이었다. 최초로 읽은 책은 로봇이 나오는 만화였다. 이후 무협소설, 로맨스 등 ‘중구난방’ 책읽기에 매진하던 그가 문학적 전환기를 체험한 것은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책을 읽고 나서였다.

“온 몸의 독소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어요”

성석제는 박지원을 읽었던 첫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중학교 도서반 활동을 하던 당시 <허생전> <양반전> 등이 실려 있는 박지원의 책을 읽고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읽어 온 책과는 전혀 다른 문체와 글감이었다. 성석제는 “박지원만큼 충격을 준 소설은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대학에 진학한 성석제는 법학을 전공했다. 언뜻 ‘법학’이라는 단어는 인간미 넘치는 성석제의 소설과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성석제는 “법적인 사고체계가 나르시즘과 낭만주의에 빠질 뻔한 감성을 막아 주었다”고 말했다.

최근 작 <참말로 좋은 날>(문학동네. 2006)에 실린 ‘고귀한 신세’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선보인 허를 찌르는 반전과 탄탄한 구성력은 법학에서 다졌을 싶은 성석제의 장기 중 하나다.

일 초도 되기 전, ‘4.5초’라는 찰나를 소재로 삼은 데뷔작 ‘내 인생의 4.5초’ 이후 소설집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창비. 2005)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창비. 2006), 산문집 <즐겁게 춤을 추다가>(강. 2004) <소풍>(창비. 2006) 등을 통해 왕성한 저작활동을 펼쳐 온 그는 “이야기를 쓰면 무언가가 빠져나갔다는 느낌이 아니라 충전된 느낌을 받는다”는 말로 소설쓰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행복 했다기 보다 행운이 많았다”

전업작가인 성석제의 하루는 노트북으로 시작해 노트북으로 끝난다. 여전히 육필을 고집하는 작가들과 달리 성석제는 컴퓨터로 글을 쓴다. 그는 자신을 ‘어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무려 10대 이상의 노트북을 바꿨을 정도로 컴퓨터에 밝다.

성석제는 낮이 아닌 밤에 글을 쓰는 타입이다. 전날 과음 한날이 아니면 오전에도 가끔씩 쓴다. 글이 잘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써질 때도 있겠지 라는 믿음으로 그냥 안 쓴다”고 답했다. 안달 해봤자 소용이 없을 때는 놔 버린다는 것. “그러니, 잘 써질 때 늘 써놔야 해요. 그야말로 유사시를 주의하는 거다”라며 그는 여유롭게 웃었다.

성석제의 취미는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등산도 아닌 하산이라니. 이유를 듣다 보니 능청스럽던 그의 소설 속 인물 몇몇이 떠올랐다.

“올라가는 것은 일이지만 내려오는 건 일이 아니니 좋잖아요. 더군다나 맛있는 막걸리도 기다리고 있고”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으니 올라가는 것도 때론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올라가는 것보다는 내려오는 것이 좋다는 그다.

12년간의 작가 생활을 돌이켜 보면 “행복 했다기 보다는 행운이 많았던 것 같다”는 소설가 성석제. 그는 “마음이 여린 편이라 결정적인 장애물을 만났다면 포기했을 것”이라며 “옆에서 자꾸 더 해보라는 격려 해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리듬 넘치는 장문을 구사해 온 성석제는 최근작 <참말로 좋은 날>을 통해 눈에 띄는 단문의 변화를 선보인바 있다. 그는 “속도감 측면에서도 그렇고 현재를 선명하게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단문의 매력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성석제 문학의 ‘전환기’로 해석 할 수는 없다. 언제든 문장은 길어 질 수 있고, 다시 짧아 질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먹고 싶던 사탕을 까먹듯 ‘낼름’ 그의 소설집을 읽어 버린 독자라면 신작 소식에 애가 탈 터.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장편을 쓸 것”이라고 단문으로 잘라 말했다. 우리를 웃고, 울린 그의 구수한 입담에 취할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출처-북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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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로버트 풀검 지음, 공경희 옮김 / 삼진기획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기전에는 제목에서 풍기는 것으로 보아 유치원 아이들이 혹은 주인공이 겪은 유치원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삶의 자세를 풀어쓰는 그런 다른 책들과 비슷한 책이거니 했다. 이 생각은 저자의 서문을 보면서 더욱 확신하게 되었는데 하나하나 짧은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서 내 짐작은 완벽하게 깨져버렸다. 이 책은 저자 로버트 풀컴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상적인 이야기라고 뻔한 것이 아니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그럼 이렇게 되물어 주고 싶다. 일상적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계속하여 읽히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것이라고 사소한 것이라고 그렇게 삶의 자세를 배우지 않기 때문에 계속하여 일상적인 이야기는 읽혀지고 책을 읽을때만 결심한 후에 덮으면 그 진리를 잊여버리는 나같은 사람때문에 이런 책은 환영받는것이다.)

로버트 풀검의 인생이 화려한것도 특출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의 인생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박장대소를 하고 가슴이 아리고 책을 잠시 내려놓고 바다를 보며 내 삶을 뒤돌아 봐야했다. 로버트 풀검이란 사람의 조금은 남다른 사고방식이 나를 그의 삶으로 끌어들인것이다. 그를 잘 모르지만 이 글로 그를 이해한다면 그는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는 내게 '틀리다'와 '다르다'를 구분시켜주었다. 내가 타인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나는 타인과 나를 '틀리다'는 것으로 규정짓고 다가가려 하지 않은 반면 로버트 풀검은 타인과 자신이 맞지 않는 부분을 '다르다'라는 것으로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이 넘치는 이시대에 나와는 생각이 틀린 사람과는,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내 생각으로 따라와 주지 않는 사람은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는 나와는 틀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로버트로인해 타인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못된 성격을 알게 되었다. 타인은 나와는 다른 개체이다. 그와 내가 같을 수 있다는게 오히려 신기한 것이다. 다름으로 인해서 그와 내가 더욱 즐겁게 삶을 살아갈수 있는 것이었다. 내 생각과 같은 사람만이 이 지구에 살고 있다면 정말 끔찍하지 않을까? 타인과의 다름이 나를 속상하게도 했지만 내 삶을 한단계 올려주었던 것이다.

 

 로버트가 들려주는건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타인을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하라. 내 입장에서 타인을 이해하면 그건 어긋날 수 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둘째, 주변의 사물들과 소통하라. 주변의 사물은 내가 보아주기전까지는 죽은것이지만 관심을 가져주면 그것은 살아 나와 함께 춤을 추는 기쁨을 줄 것이다.

셋째, 유치원 시절에 배운 것들을 잊지말아라. 이 책을 다 덮은 뒤에야 이 책의 제목을 이해하게 되었다. 유치원 시절에 우리는 삶을 즐길줄 알았다. 그것도 타인과 자연과 사물과 더불어!!

행복을 만드는 비법은 멀리 있지 않은 것이다.

 

 마무리 하면서 생각할 꺼리 하나!!

** 여러분은 유치원때 무얼 배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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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의 요절복통 과학실험
세이 쿠니하코 지음, 김향 옮김 / 가람기획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여중생이란 제목이 들어간 책인만큼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달콤한 허리굵은 바나나우유를 마시면서 책을읽어내려갔다. 키득키득 웃음이 나는 실험들 곳곳에 나오는 어린이 그림같은 단순하면서도 엉성한 그림들이 보여 읽는 마음을 유쾌하게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이니 여러 실험들이 나오고 후에 이 실험에 대해 보충설명이 있을줄 알았다. 아니!! 그런데 이게 왠걸!!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끝이 나는것이다. 끝이 보일때의 알게된 책의 실체에 대한 황당함이란. 키득거리던 웃음이 황당한 미소로 바뀌었다. 왜이리 빨리 헌책방에 나온지 깨달아지게 되었다. 그래도 뒷부분으로 갈수록 실험이 진지해지고 하나의 범주로 묶이는 것으로 위로를 삼기로했다. 또한 내가 과학교사라면 참 좋은 책일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이와 같은 실험을 하게한다거나 과학에 흥미를 유발시키기에는 괜찮을 책일것이다. 물론 교사가 먼저 실험해봐야하겠지만!! 과학교사는 아니지만 조카들과 혹은 결혼 후에 내 자식들과 같이 이 책에 나온 실험들을 해보는 것도 참 재밌을거란 생각을 해봤다. 이런 상상을 하게하는 것만으로 책은 꽤 괜찮다.

 

 이 책은 이 학교 과학교사 세이 쿠니히코가 학생들의 실험 결과를 모은 책이었던 것이다. 그걸 모르고 샀으니 책에 대한 실망을 한건 저자의 책임이 아니라 내 책임인것이다.  저자는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궁금한것이 있으면 실험해서 가져오라고 했고 그렇게 모인  476개의 실험내용이 3~5줄정도로 하나 하나 적혀있다. 그 실험에 대해 선생님의 설명이나 조언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여중생들의 요절복통 과학실험에 관한 책이다. 요절복통 과학실험이라는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여중생일때 우리가 그 시절일때 궁금해했던 것들을 이들의 실험으로 나온것을 발견할때면 그 시절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중생일때 나는 360%를 회전하며 잔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아침에 일어나면 누운자리 그대로였기에 전혀 믿지않았는데 어느날 잠자면서 돌다가 책상다리에 머리를 부딪혀 혹이 나고는 믿게되었다. 사람은 잠 잘때 얼마나 움직이는 것일까? 그것에 대한 실험이 나와있는데

<O양은 만보계를 차고 잠을 자보았습니다. 아침까지 12걸음 걸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와있는걸 보고 12걸음이라니 그럼 360도를 돌때나는 이보다 더 많이 움직였을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그때 나도 만보계를 차볼것을 생각치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밖에도 여러 잼있는 실험결과가 있는데 몇가지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N양은 밥그릇에 가득 담긴 밥알 수를 세어보았습니다. 2964개였습니다.>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인내력에 박수를 보낸다^^;;;(그런데 밥그릇의 크기나 무게가 나와야하는거 아니냐구. 무게를 알지 못하니 내 밥그릇의 수를 세어야하는 안타까움이ㅡㅡㅋ)

<T양은 개의 얼굴에 냄새 나는 양말을 대보았습니다.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멀리 달아나버렸습니다.>-이것은 나도 해본적이 있었던 것 같다. 개가 후각이 민감하다는것이 이해가 갔었다. 그때 미안했어. 누렁아~ 

<M양은 삶은 달걀과 날달걀의 차이를 조사했습니다. 옆으로 굴리면 삶은 달걀은 잘 구르지만 날달걀은 잘 구르지 않았습니다.>
<Y양은 3분 동안 몇 마리의 모기에게 물리는지 실험해 보았습니다. 아침과 낮에는 전혀 물리지 않았는데 저녁에는 13마리에게 물리는 걸 보고 저녁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H양이 측정해본 결과 맑은 날과 비오는 날,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이 8분이나 차이가 있었습니다. 비 오는 날은 우울한 기분으로 천천히 걷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합니다.>-이 실험을 보면서 정말 공감가더라구요. 나도 비오는 날은 빙 둘러서 집으로 가곤했답니다.

 

저자는 과학은 어려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주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것이 과학이고 과학의 시작은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해결해보는 시도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따분하고 어려운 과학이 아닌 유쾌하고 즐거운 과학도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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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가 남긴 것 사계절 1318 문고 25
지그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분명 어딘가에 있을 아르네에게.

 
 안녕. 아르네!! 너는 어디에서 이 편지를 받아볼까...?
아르네 너를 알게 된건 한스의 덕분이었지. 아르네 네가 한스네 집으로 온 사정을 알게되었을때 너의 몸이 떨린걸 그리고 네가 말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나는 이해가 되었어. 선장인 네 아버지가 폭풍우를 만나 배를 잃게 되자 그 시름에 못이겨 너와 어머니 그리고 너를 아버지자신도 함께 죽으려고 했지. 그런데 아르네 너만 살아났어.
가족은 다 죽었는데 너는 그냥 맛있는 것을 먹고 잠들었을 뿐인데 너만 살아있고 가족은 모두 죽어있었다니...아르네 그때 너를 강하게 안아준 사람은 있었던 거니? 너의 할머니가 안아주셨니? 아르네 너는 어떻게 그 아픔을 그렇게 담담히 견뎌낸거니? 나는 너를 보면서 아슬아슬 했단다. 그 아픔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네 모습에 그 어른아이인 내 모습에 나는 너를 정말 꼭 안아주고 싶었어. 울게 해주고 싶었단다.
 
 아르네, 나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네가 아빠의 친구인 한스네 집으로 오게 된게 좋은일인지 슬픈일인지 말이야. 너는 그곳에서 행복했니, 아르네? 그래 너는 그런 아이였으니까 너가 남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려 하지도 않는 겸손한 아이였으며 주사위 놀이로 돈을 잃어도 웃을수 있는 착한아이였으니, 절대 남을 의심하지 않는 그런 아이였으니까. 아마 너는 한스네집에 있는것도 행복하게 받아들였겠지. 기억하니, 아르네? 네가 비프케를 봤을때를.
나는 기억해. 너는 비프케에게서 너의 누이를 보았다는걸. 그때부터였어 아르네. 네가 비프케를 혼자서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좋아하기 시작한건. 너는 뛰어난 성적으로 2살위인 비프케의 반으로 월반을 했지. 너가 타인으로 인해 상처받기 시작한건 그때부터였니, 아르네? 너는 비프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성적을 떨어뜨리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지. 아르네. 너는 그토록 비프케를 아꼈는데 그건 한스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어. 비프케는 너무 뒤늦게 알았지.그렇지 아르네?
 아르네, 너는 지금 어디있는거니? 한스는 지금 네 유품을 정리한단다. 너는 정말 이 세상에 없는거니? 한스는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 한스와 너는 그렇게 끈끈했는데 한스는 너를 이해한
그리고 네 마음을 가장 잘아는 사람이었잖아. 아직도 선명하리만치 한스는 너를 기억하고 있어아르네. 그아이는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네 편이었잖아. 가족의 죽음으로 아무렇지 않은척해도 밤이면 악몽을 꾸는 널 다독인것도 한스였고 너의 꿈을 이야기한것도 잘 들어준것도 한스였고 너의 아픔을 온몸으로 막아주려 애쓴것도 한스였지. 너와 한방을 썼던 한스는 그방에서 너의 유품을 정리하며 널 떠올리고있어 아르네. 아프고 아프도록 너를 떠올리고 있어 아르네. 알고있니 아르네? 너의 마지막을 본것도 한스였어. 배를 타고가는 너를 너무 늦게 따라간거라 자신을 자책하며 한스는 너의 빈배를 목격해야했어. 수영도 못하는 내가 바다에 빈배만 남기고는 사라졌다니. 아르네. 너는 그때 한스의 외침을 눈물 가득한 외침을 정말 듣지 못한거니?
 
 아르네, 나는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단다. 한스 이외에 너와 아무도 친구를 하지 않으려했지. 아르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어. 정말 이말을 네게 해주고 싶었단다. 사람들은 구별짓기를 좋아하지 너와 나는 다르다는것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려했지. 아아..아르네 그건 정말 네 잘못이아니었단다. 네가 공부를 잘한게 너가 타인을 말대신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게 네가 가족들 중에서 혼자 살아난게 모두 내 잘못이 아니란다. 한스에게는 보인 너의 마음이 다른 아이들에게 보이지않은건 아마 시기심이었을꺼야. 아르네 너가 뜀틀을 뛰어오르던 것을 실패했을때 아이들의 비웃음속에서도 너는 한스의 따스한 격력의 눈길에 다시 시도하려는 열정을 가진 아이였잖아. 아마도 브룬스빅이 방해만 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누구보다 멋지게 뛰어올랐을거야. 그건 나도 한스도 알고있어. 알고 있니 아르네? 한스는 그 자리에서 너를 비웃는 브룬스빅을 주먹으로 때린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아. 한스는 널 많이 사랑했어. 알고있지 아르네? 그걸 다 알고있는 네가 한스에게 네 유품을 정리하게 하다니. 그래서 안되는거잖아 아르네. 정말 그래서는 안되는거잖아 아르네. 너는 어디에 있는거니?
 
 혼자 배를 타고 나가면서 너는 어떤 생각을 했니? 네가 실수를 했다는 생각? 아니야 아르네. 너는 그저 비프케가 속한 그 아이들의 세계에 속하고 싶었던거야. 그 아이들이 나빴던거야 아르네. 그 아이들은 네게 칼룩씨를 붙잡아 두라고했지. 자신들이 한스네 아버지 창고에서 내다팔 물건들을 훔치는 동안말야. 아이들을 그것으로 배를 사서 여행을 떠나기로 했지. 물론 네게도 껴준다는 유혹을 했어. 너가 경비를 보는 칼룩씨와 친하니까. 그런데 너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들을 믿었지.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었던거야 너는. 한스에게도 그 일은 비밀이었지. 네가 모든것을 말했던 한스에게도 말야. 아르네 말하지 그랬니? 네가 그런말을 했다해도 한스는 너를 이해했을꺼야. 한스는 너가 자신을 떠나 다른 친구들과 친하다하더라도 질투조차하지 않고 웃기만했어. 한스는 네가 웃는것을 좋아했으니까. 아르네. 칼룩씨를 붙잡기위해 애써 거짓말을 하는 너는 참 힘들었을꺼야. 그것만으로 힘들었는데 칼룩씨가 아이들에게 맞아 정신을 잃은것을 보고는 참지못할만큼 힘들었겠지. 칼룩씨는 네게 바람을 묶고 푸는 마법의 매듭을 알려준 사람이잖아. 다른 사람과는 좀처럼 말하지 않는 칼룩씨를 네가 웃게 만들었는데 네가 다시 침묵시켰다고 생각했겠지. 너는 칼룩씨가 말없이 너를 보는 시선에서 자책감을 느꼈겠지. 아르네
너는 한스에게 달려갔어. 울면서 말야. 한스는 너의 말을 차분히 들어주었지. 그런데 아르네 타인에게 실망감을 주었다는 것이 그토록 너를 힘들게 한거였니? 칼룩씨의 냉정함이 한스의 아버지의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이? 네겐 그토록 힘들었던 거니?
 
 아르네, 한스는 네 유품을 정리하다 한참을 쉬어야했어. 너는 한스에게 그런 존재였어 아르네.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거지. 한스는 지금도 너의 팔을 쓸어주며 위로해주고 싶어한단다. 아르네 너는 한스와 고향친구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잖아. 그건 네가 꾸는 소중한 꿈이었잖아. 한스는 정말 너와 함께 갈려고했단다. 그런데 너혼자 가버리면 어떡하니 아르네. 한스는 아직도 자신의 방이기도 하지만 네방이기도 한 그곳에서 너를 기달려 아르네. 이 편지를 받으면 아르네
다시 그방으로 돌아와줘. 네가 쓰는 물건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있어 아르네.
 
                                                      너가 있는곳과는 다른 따스한 봄날.
                                                                              티티가.
 
 추신, 아르네 기억해줘. 모두들 너에게 말하지 않았을뿐이지 너를 사랑하고있다는 것을.
     네가 아끼는 망원경과 그 바람을 묶고 푸는 매듭도 핀란드 사전도 모두 그대로야.
     아르네 너만 오면되는거야. 어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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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의 말하기 노트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한정주.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무기도 '말'이었고 내게 상처를 주었던 가장 아픈 무기도 '말'이다. 행동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것이 말이라는 것을 사람들과 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알았으면 참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이다. 왜 말을 하고나서야 후회를 하고, 말을 주어담을 수 없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말을 조심하는 법, 말을 제대로 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던 적이 없는 이가 있을까? 말을 화살이나 도끼가 아니라 토닥여 줄 수 있는 손이 될 수 있기를, 말을 할 순간에 할 수 있게 되길, 너무 많은 말을 해서 스스로를 깍아내리는 내가 되지 않길 바라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조선 지식인의 말하기 노트> 를 읽으며 가슴을 차분히 하고 입을 다물게 된다. 옛 성현들의 말씀은 콕콕 가슴을 찌르고 얼굴은 화끈거리지만 말이 아닌 무기를 내뱉고 살아온 나에게 이 정도의 아픔은 가볍다. 읽는대로 그 글 속의 내용이 내 습관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마다 한번씩 이 책을 본다면 제대로 말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길 꿈꿔 본다.

 

<배운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배운다는 것은 곧 깨닫는 것을 말한다. 그럼 깨닫는 것은 무엇인가? 깨달음이란 무엇이 잘못인지를 깨우치는 것이다. 잘못을 깨우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른 말로 깨우칠 수 있을 뿐이다.>   -정약용, <아언각비> '서문'

 

 말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후회를 하고 스스로를 깍아내리는 일을 어려서라고 스스로 변명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 말을 무기로 하는 횟수는 나이가 들면서 더욱 많아졌다. 겸손해보이기 보다는 뽐내고 싶었고,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상대방의 단점을 꼬집어 말할 때도 많았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고작 순간의 웃음이었고, 집에 오는 내내 나오는 한숨과 걱정과 미련으로 하얗게 지새우는 밤이었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겸손해 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을까? 더 많이 배울수록 왜 상대방보다 높은 위치에 서고자 하고 충고를 하려 하는 걸까? 그건 배운 것이 아니었다. 정약용의 말대로 지식은 얻었지만 그것를 배우지는 못한 것이다. 이제라도 배워야 한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깨달아야 한다.

 

<나는 이제껏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을 반복하거나 약속을 뒤집은 적이 없다.>

-정조대왕, <홍재전서>

 

 말은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렇기에 옛 성현들은 지킬 수 없는 말은 삼가하고 자신이 확신하는 말을 하기 위해 공부와 행동 하나까지 애쓰지 않은 부분이 없다. 정조, 대왕이란 호칭이 부끄럽지 않은 그의 소중한 말을 다이어리에 적어 넣으며 다짐해 본다.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내가 되길. 그 전에 지킬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말하는 내가 되길.

 

<귀에 대고 속삭이듯 하는 말은 듣지 말라. 다른 사람에게 새나갈까 경계하는 말은 아예 하지 말라. 다른 사람이 알까 두려운 말을 무엇 때문에 하고, 무엇 때문에 듣는가? 이미 말해 놓고 다른 사람에게 새나갈까 경계하는 일은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이고, 상대방을 의심하면서도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박지원, <연암집>

 

 학교에 다닐 때 여자인지라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 대부분이 "비밀인데~" 로 시작하고는 했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뒤에서 하는 것을 즐긴 것일까? 내가 호박씨 까는 것을 즐기니 누군가가 나 몰래 귓속말을 하는 것을 보면 신경이 쓰인다. 또한 비밀로 들은 이야기는 이미 말하고 듣고 나면 임금님의 당나귀 귀를 본 두건장이처럼 입이 근질거려 속을 앓거나 실수를 하고는 한다. 연암 박지원의 말처럼 뒷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귓속말을 하지 않으면 될 것을 참 고생하며 살았다. 그러나  버릇을 고칠려면 큰일이다.  

 

<말은 가려 해야 하고, 마음은 굳세어야 하며, 뜻은 높아야 하고, 마음은 넓어야 하며, 일은 진실해야 하고, 학문은 힘써야만 한다.> -정조대왕, <홍재전서>

 

 말은 나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말을 한다면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생각하고 삼가해야 할 순간에는 말을 삼가할 줄 알고 말로서 스스로를 높이려 하지 않고 다른 이의 말은 귀 담아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들고 입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만 적어도 내 말로 인해 누군가가 아플 수 있다면 그래서 내가 더 아프다면 말은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옛 성현들의 말에 대한 소중함과 지켜야 할 마음가짐 그리고 말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자세 등 많은 것을 들려주고 있다. 빠르게 읽기보다는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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