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잘 가꾸는 법 자신만만 생활책
최미란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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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중학교1학년 친구들을 9시부터 만날 일이 있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예요? 물으니 집에 가고 싶단다. 집을 떠난지 한 시간도 안됐건만 집에 가서 편안하게 있고 싶은 마음. 물론 원하는대로 집에 갈 순 없겠지만, 집에 돌아갔을 때 집이 편안하고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런 공간이 될까? 

고민하는 중에 이 책을 만났다. 

행복이네 세 식구는 이사 준비 중이다. 새로 이사간 집은 각자의 공간이 있고 공동의 공간도 있다. 각자의 공간을 자신 나름대로 꾸미고, 공동의 공간도 용도에 맞게 꾸민다. 행복이네 집 윗층, 아랫층에는 비슷해보이지만 또 나름 다른 가족 구성, 꾸밈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한테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그리라고 하면 보통 집과 사람을 그린다고 한다. 어른들에게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그리라고 하면 주로 평면도를 그리거나 건물 외관을 그릴 때도 건물만 주로 그린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심심할 때면 집 평면도를 그려놓고 어떻게 가구를 옮길까 궁리하기도 하고, 살고 싶은 집 평면도를 쭉 펼쳐 그려보기도 한다. <집, 잘 가꾸는 법>은 그렇게 그려놓은 평면도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 각자의 개성과 필요에 따라 공간을 꾸미고,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야기.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나니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미래의 자기 방을 평면도로 그려보고 싶어하기도 하고, 이웃들을 그려보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집이 편안하고 마음에 드는 공간이 되려면 내가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여전히 집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살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집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인거 맞다. 더불어 잘 가꾸어 세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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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잘 가꾸는 법 자신만만 생활책
최미란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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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어느 날 떡하니 생기는 게 아니라 가꾸고 만져주며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것, 그 안에 함께 사람 사람들과 같이 만드는 공간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책. 집 평면도, 빌라에 사는 이웃들을 다 담은 전면도 모두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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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소년, 멋진 사람이 되는 법 자신만만 생활책
윤은주 지음, 이해정 그림, 서한솔 감수 / 사계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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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여자, 남자에 갇히지 않고, 자기다운 모습으로 자라길 바라지만 쉽지가 않다. 때마침 <소녀와 소년, 멋진 사람이 되는 법> 딱이다! 책을 보면서 난 아닌데, 진짜야? 했던 아이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는 순간! 이해한다. 책 한 권을 다 읽어주고 나니 “엄마, 다 맞는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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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플렉, 운명의 남자아이를 만나다 소담 팝스 5
에바 이봇슨 지음, 유예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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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실제 강아지를 한두시간 빌릴 수 있는 대여소가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불법이라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아닌 것 같다. 2015년에 논란이라는 기사가 여럿 있다. 

최근에 도서관에서 강아지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고, 아이들한테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더 깊게 볼 문제가 많은 것 같다. 그 공간이 개들에게 익숙해야 하고, 개들과 친숙한 사람이 같이 있어야 할테고, 아이가 읽어주는 개랑 친해질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 개를 잘 아는 사람이 붙어 있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며칠 빌린 개랑 시간을 보내면서 힐링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 택도 없는 소리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 


2. 강아지랑 살지만, 강아지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모르겠어서, 사람이 쓴 강아지 책들을 보게 된다. 그 책들이 말하는 강아지는...사실 사람과 같은 존재다. 어떻기를 바라는 걸까. 당연한거지. 


3. 중간에 나온 성 로크 수도원 이야기 재미있다. 자연스럽게 침대에서 같이 자는 강아지, 뭐랄까 그 금기를 깨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254쪽

할은 얼룩 한 점 없이 새하얀 면 침대보를 보며 플렉에게 말했다. 엄마가 침대에 개가 올라오는 걸 질색했던 생각이 났다. 그래도 플렉이 움직이지 않자, 할은 다시 한 번 이야기했다. 

"말했잖아. 강아지는 침대에서 자는 거 아니야. 그러면 안 돼." 

플렉은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았지만, 침대에서 내려갔다. ....

그런데 역시 약간 열려 있던 옆방의 문 앞을 지나던 플렉이 멈춰 섰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할은 플렉의 시선을 따라갔다. 꽤나 뚱뚱한 사람일 게 분명한 수도사가 자고 있는 침대 위에는 리트리버 강아지 세 마리가 있었다. 수도사가 부드럽게 코를 고는 박자에 맞춰 이불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들은 그렇게 편안히 단잠을 자고 있었다. 할은 플렉에게 말했다. 

"알았어. 플렉. 네가 이겼어."


256쪽 

성 로크는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돌보는 치유사였는데, 자기 자신이 병을 옮을 때까지 병자를 돌보다가 죽음을 맞을 때가 되자 홀로 숲으로 갔다. 하지만 어떤 강아지 한 마리가 로크 성인이 회복할 때까지 자기 주인의 식탁에서 빵을 가져다 준 덕분에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성인들은 보통 화살을 잔뜩 맞거나 참형을 당하는 것 같은 고난을 겪기 마련이지만, 이 이름도 없는 강아지가 그를 구해 준 이래로 쭉, 성 로크는 강아지들의 수호성인으로 알려져 왔다. 


http://maria.catholic.or.kr/sa_ho/list/view.asp?menugubun=saint&ctxtSaintId=469

찾아보니 진짜 그런 성인이 있다. 


4. 바닷가 가난한 어부 집에서 태어난 할의 아버지가 어떻게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기가 막히게 돈이 많아 돈 쓰는 게 일인 어떤 상류층의 모습도 잘 드러났다. 말도 안되게 비싸야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 실제 개나 치우는 사람에게 아무 의미가 없을 보석으로 장식된 개똥 치우는 삽처럼, 그 아이러니가 드러나는 장면들. 


"미크가 왜 우리를 위해서 이런 일을 다 해 주었는지 모르겠어. 언젠가 갚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계속 친구로 남아 있으면 돼"
피파가 이렇게 말하자, 할은 피파를 쳐다보았다. 놀란 표정이었다. 할은 이제까지 자라면서 ‘우정‘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도록 배운 적이 없었다. 뭔가 물질적인 것을 줘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선물이나 현금 말이다. 하지만 당연히, 피파의 말이 맞았다. -211쪽

자라면 수도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할은 생각했다. 수도사들이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건 진짜였지만, 이제까지 보아 온 부부들을 생각하면 결혼을 못한다는 게 딱히 나쁜 일 같지는 않았다. -258쪽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누군가와 많은 걸 나누게 되면, 강아지든 사람이든, 그게 그냥 우리 삶에서 사라져 버리지는 않거든." -285쪽

할은 입에 손가락 두 개를 넣고 휘파람을 휘익 불었다. 저 멀리서 나타난 흰 점이 점점 커지더니 다가와서 할의 발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플렉의 혀는 축 늘어져 있고, 꼬리는 모래를 탕탕 내려치고 있었다. 마치 웃고 있는 것 같다....
영원히 머물 집을 찾은 강아지야말로 진정 자유로운 강아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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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사토 신 지음, 돌리 그림, 오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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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라는 어감 만큼 경쾌한 표지의 책 <뭐 어때!>를 만났다. 처음엔 나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사장님은 내지 말라고 했지만 뭐 어때! 라는 띠지 말처럼 쳇바퀴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 숨통을 틔여주는 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이 세모인 적당씨는 먼저 4살 쌍둥이들한테 걸렸다. 


입이 세모야! 하고 웃더니 당장 읽으란다. 

지각을 하고, 개한테 고양이 사료를 주고, 넥타이를 엉망진창으로 매고 출근을 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탄 적당씨를 얼마나 이해할까 싶은데, '뭐 어때!'를 신나게 따라하다가 적당씨가 버스에 가방을 놓고 내린 장면에서 딱!!

"무서워." "어떡해, 가방을 놓고 내렸어." 막상 적당씨는 뭐 어때! 하는데 이놈들은 뭐 어때!가 안된다. 


참으로 헐렁한 내가 참으로 헐렁하게 아이들을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나보다. 그러고보니 웬만하면 괜찮은, 내 앞에 있는 이 두 놈은 뭐가 빠져있거나 옷에 뭐가 묻으면 울상을 지으면 어떻게 해? 한다. 어쩌면 아이들 본성에 강박이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괜찮아. 적당씨가 뭐 어때!" 하잖아. 수영하다 옷을 다 잃어버리고, 팬티만 입고 회사 앞까지 걸어온 적당씨. 

마지막 반전을 겪고나서도 '뭐 어때!'를 외치는 적당씨를 보더니 애들은 "한번 더!"를 외친다. 


그럼, 생활에서 뭐 어때!를 외쳐대며 엄마 속을 긁을 수도 있을 7살 아이들한테 한번 읽어주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어린이집에 가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그때 같이 읽었다. 

남자 아이들은 표지 그림만 보고도 좋아한다. 두번째 뭐 어때!에서는 다같이 "뭐 어때!"를 외쳐대며 신나한다. 

그래, 친구가 살짝만 앞을 가려도, 살짝만 밀어도, '바보야' 한 마디만 해도 금방 "선생님!" 하면서 눈물이 글썽글썽한 애들에게 뭐 어때!의 정신이 필요한 순간이 많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책의 마지막, 어떤 사람에게는 망쳐버린 하루, 날려버린 하루가 됐을텐데 적당씨는 아무것도 후회할 일이 없다. 하루 잘 놀았으니. 뭐 어때?는 어쩌면 하루를 후회없이 보내는 주문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현재를 즐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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