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었다.

 

 막, 덮은 책의 마지막의 구절이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책 한 권을 야무지게 끝까지 읽은 건 말이다.

 싸구려 연애짓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탓이리라.

 아니 책 속에, 내가 있었다. 그래서 봤다. 계속. 눈을 떼면 주저없이 가라앉을듯 해

 봤다, 계속. 보고 읽고 읽고 보았다.

 

 거실 바닥에 팽개쳐진 책을 손가락질하며 그이의  기름 진 등을 향해 , 말했다.

 - 이 책 속에 나도, 당신도 있어.

 

 

 

 

 

 

 

 

 

 

 

 

 

 

 

 

 

 

* * * P,58

 

 

언제나 처음만 힘들었다. 처음만 견디면 그 다음은 참을 만하고, 견딜 만해지다가, 종국에는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처음 받은 만 원짜리가, 처음 따른 소주 한 잔이, 그리고 처음 별채에

들어가, 처음 손님 옆에 앉기까지가 힘들 뿐이었다. 따지면 세상의 모든것이 그랬다. 버티다

보면 버티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릇을 나르다가 삶은 닭고기의 살을 찢고, 닭고기를 먹여주

가 가슴을 허락하고, 가슴을 보여주다 보면 다리를 벌리는 일도 어려운 일이 못 되었다.

당 사만 원짜리가 한  시간에 십만 원도 벌 수 있었다. 세상은 나만 모르게 진작부터 그랬다.

 

 

 

 

 

 

 

 

 

 

 

 

 

 

 

 

 

 

 

 

 의무교육을 채 마치기도전에 성인이 되면

 몸을 팔아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가장 쉽고 가장 빨리 돈을 모을 수

 있는 직업과 방법은 그 길,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내 몸 하나 망가지는 거 -

 괜.찮.았.다. 그냥 좀 벗어나고 싶었다. 내 몸 하나가 내 가족에게 구원이 된다면야

 얼마든지 괜.찮.았.다. 비 오는 날 이불 하나 던져주며 대문 밖으로 언니를 쫓아내고

 숨을 쉬기 힘들정도로 동생 녀석을 줘 패버리는 내가, 나 따위는, 그러한 희생을

 치른다한 들 부모님들 또한 괜찮았을테지. 진저리난다, 정말.

 

 

 

 

 

 

 

 

 

 

 

 

 

 

 

 

 

 

 

 

 

 

* * * P,79

 

 

우리처럼 천성이 이따위인 인간들은 아파도 안되는건데,

아프고 지랄이어서 아주 하루하루가 개뼈다귀 같습니다.

 

 

 

 

 

 

 

 

 

 

 

 

 

 

 

 

 

 

 

 

 

 

 

 종국엔, 두 다리에 지랄병이 돋고 나서야 먹던 약을 멈췄다.

 신경질적으로 토마토와 사과를 씹어먹으며 빈혈과의 사투를 벌였다.

 병신이 따로 없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에게 짜증을 부렸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 되면 처한 상황보다 더 비극으로 나를 몰아세웠다.

 뼈 밖에 남지 않은 손목 위로 혈관이 너무도 선명해 손목을 긋다 말았다.

 병원을, 가야했다. 달리 방법이 없다.

 

 

 

 

 

 

 

 

 

 

 

 

 

 

 

 

 

 

 

 

 

 

   

 

 

 

 

김이설, 환영

 

 

 

 

 

 

 

 

 

 

 

 

 

 

 

 

 

 

 

 

 

 

 

 J의 선물이다.

 받아들고는 무척 좋아하는 나를 보았다.

 킁킁대며 냄새를 맡고 가슴 깊이 끌어안았더랬다.

 연모하는 작가라 했더니 J가 질투했다.

 네 편정도의 단편을 읽다가 환영을 읽었다.

 마저 읽어야지, 내일 그리고 또 내일.

  

   

 

 

 

 

 

 

 

 

 

 내쳐, 읽자는 마음으로 화장대 밑에 굴러다니는

 김이설의 책을 한 권 더 집어들었다.

 윤대녕의 책과 섞어 읽을 참이다. 불과 물, 이랄까.

 조용히, 꾸역꾸역 읽어야지.

 또, 치졸하게 울지말아야지.

 

 

 

 

 

 

 

 

 

 

 

 

 

 

 

 

 

 

 

 

 -

 가엾다, 나는, 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