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같이 앉으면 좋은데.
 
   내 얼굴을 슬쩍, 그리고는 뒤를 한 번 돌아본다.
   버스 안 내 옆자리에 앉은 꼬마의 말이다.
   연신 핸드폰의 DMB를 켰다, 껐다를 반복하며 액정을 문지른다.
   내게 자리를 비켜 달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이건.
   내가 자리를 비켜야지만이 같이 탄 할머니와 황금시간대의
   일일드라마를 핸드폰으로 함께볼 수 있다고,
   자꾸 내 얼굴을 훔치듯 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때 난, 다른 좌석이 비었음에도 꼬마의 행동이 우스워
   모른척하며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움직이기 귀찮았으며, 내 옆에 선 아저씨가 신문을 펴드는 바람에
   버스 천장에 붙은 불빛을 가려 책을 볼 수 없어 신경질이 났다.
   가방만 살짝 만지작거려도 내리는 줄 알고 나를 쳐다보는
   꼬마의 고개짓에 질려 결국, 비켜주기는 했는데 책 읽을 마음은
   사라진 후였다. 재밌는 책인데, 어서 읽고 싶은데. 

  


   권리의 「암보스 문도스」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읽기 전 부터 읽기 싫다고
   호들갑을 떨어댔다. 정말이다, 난 에세이가 싫다.
   유일하게 읽은 에세이를 말하자면
   이병률의 「끌림」뿐이다. 어쩌다 읽게 되었다.
   근데, 이 책 특이하다.
   자전적이기도 하고 자아고찰식의 에세이적 소설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재미있고, 무의식적으로
   별 다섯개를 꽝꽝 찍어대고 있다.
   
 

 

 

 

   김도언의 「꺼져라, 비둘기」
 
   신뢰하는 출판사이기도 하지만
   좋아하기로 마음먹은 작가의 책이기도 하다.
   한 때 좋아했던 남자의 이름과 비슷하기도 해서다.
   신간인데도 불구하고 광고가 전-혀 없지만
   참 괜찮은 책이다. 쉽고, 친절하다.
   이미 읽기는 했지만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책을 받아들고 너무 감격해서 책을 읽는 시선보다
   흥분된 마음들이 먼저 뛰쳐나간 페이지가 수두룩하다. 

 

 

 

 

   신경숙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좋아하는 책이고 좋아하는 작가다.
   오래전에 읽은 책인데 최근에 선물 받았다.
   문을 닫는 대여점에서 업어 와 많이 헤진채로
   책장에 꽂혀져 있는데 빳빳한 새책으로 받아드니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무지무지 좋다.
   그 어떤 문장도 버리고 싶지 않을만큼
   참, 괜찮은 책이다.
    

 

    

 

   그리고, 무릎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렇다. 술 먹고 까불까불 걷다가 넘어졌다.
   버스안에서 노래를 부를만큼 취한 나를 내 예쁜 동생이
   노래방으로 데려다주었다.
   취한 탓에 상처도 아픈 줄 몰랐는데, 구멍난 스타킹을
   벗으니 '헉' 소리가 날 만큼 아프다, 엉엉. 

   이미지 점검 중이라고 사진 올리기가 안되는구나 .. .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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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yours 2011-04-2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 오랜만에 신경숙 작가의 책들을 다시 읽었어요.
<기차는->에서는 그녀의 장편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아무도 죽지 않아서 조금은 편한 마음이었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