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말 저녁, 술에 취해 부모님댁에 겉옷을 그대로 두고 왔다.
   정신없이 울어버린 탓도 있었겠지만 잔뜩 올라 온 취기에 몸이 따스했으리라.
   몸에 밴 - 익숙한 것들을 좋아하는터라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려면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특히 가방이나 겉옷 따위.
   하여 난, 오늘 겉옷을 입고 오지 못했다.
   바람이 여즉 찬데.
   
   
좋아하는 여자에게 시집을 선물했다.
  

 

  

 

    김행숙의 「타인의 의미」


   내가 시를 잘 모르니 갖고 싶고 읽고 싶은
   시선집이 있다면 일러달라 말했더니 쑥쓰럽다며
   김행숙의 이름을 곱씹는다.
   시인의 이름만으로 책을 고르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더라면 번거롭더라도 제목까지 물어볼 걸 그랬다.
   예전처럼 소설을 보내려다, 무작정 보내본다.
   여자가 시를 배우고 있어서 나까지 다 뿌듯하다.

 

  

 

   이제니의 「아마도 아프리카」


   한 권만 보내기엔, 너무 소박한 듯 보여서
   어느분의 서재에서 본 시집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사실 이 분의 서재에서 이제니의 시집을 보고는
   여자가 생각나 마음이 동한 탓인지도 모른다.
   제목, 여자가 분명 좋아하고도 남음이다.
   더불어 그저 훑어보고 말테지만 내 리스트에 담아둔다.
   나는 아직 시를 알기엔, 마음이 진흙탕이다.

 

  




   
   
좋아하는 여자가 '시'라는 문학에 관심을 두고 좋아할즈음에, 난.
   지독한 일상에 적응을 못한 채 늦은 밤마다 수면제를 생각하고
   다시금 손목에 칼을 대어보기도 했다.
   흔치 않은 혼란스러움이었다.
   책도 글도 아무것도 잡히지도 읽히지도 않았다.
   매일을 술 마시며 지쳐 잠들거나 그렇지않으면 멍하게 앉아있었다.
   
   그러다 좋아하는 여자의 공간에서 여자가 적어놓은 시를 보고는
   한참을 울다, 갑작스레 속이 뒤틀려 변기통에 고개를 처박고 토악질을 했었다.
   입을 헹구고 좋아하는 여자를 생각했다.
   그러고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보고싶다고. 사랑한다고. 늘.
 


   여자의 대답도 늘, 같다.
   나두요. 사랑해요, 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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