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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의 비밀스러운 삶
아틀레 네스 지음, 박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존재감 미미한 소수처럼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
다시 말해 나는 내 삶을 증명해보일 것이다!
소설은, 독일 수학자 베른하르트 리만의 평전을 집필하던 노르웨이의 한 수학교수의 실종으로 발견 된 그의 일기장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수학의 미지수와 같았던 이 소설은 결국 옮긴이의 말마따라 '리만의 가설은 그래서 무엇입니까?' 라고,묻고 만들었다. 소설을 읽은 후에도 베른하르트 리만의 가설을 인터넷으로 뒤지며 어떻게든 이해라도 해보려는 것을 보면 이 책은, 수식으로만 남아있던 그의 삶을 풀이해내는 것에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베른하르트 리만의 제타함수. 수학이라면 실용적으로 쓰여지는 것 외에는 별반 관심이 없는지라 소설을 읽기 전 가장 먼저 한 일은 리만의 가설인 제타함수를 인터넷으로 찾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연 '오 마이 갓!'을 외치게 할 뿐 알 수 없는 수식들의 연속이었다. 몇몇 블로그까지 들쑤시며 읽어도 함수에 관한 빈약한 지식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그림 혹은 그저 문자들의 배열일뿐이었다. 책이 이야기하려는 주제조차 파악치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로 책을 펼쳤을 때는 수학교수의 제자라도 되는 양 너무도 정직하게 읽고 있는 -소리내어 읽기도 하며- 나를 발견했다. '그래, 이것은 소설이다.' 알지 못했으며 구태여 알려고도하지 않았던 베른하르트 리만이라는 천재 수학자의 삶을 그린 평전과도 같은 하나의 소설에 불과하다.
19세기의 천재 수학자의 삶을 쫓는 수학교수는, 리만의 삶의 집필을 위해 글쓰기 강좌를 다닌다. 두 아이와 아내가 있는 수학교수의 가정은 꽤나 평범한 듯 보이지만 수학교수의 미미한 균열은 그 일상적이면서도 안정된 소속감에서 일어난다. 리만의 평전을, 기존에 출간되어진 작품들과는 다르게 -좀 더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누구나 쉽게 리만의 삶을 알 수 있도록- 집필하고 싶었던 수학교수는 자신의 글쓰기 능력의 향상을 위해 강좌를 다니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잉빌드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수학교수의 일기에 여자에 대한 것들을 기록하게 된다. 여자와의 만남, 그것은 불륜이거나 허상이다. 수학교수의 기록되어진 일기에는 리만의 평전을 집필하면서부터 시작되는데 잉빌드와 함게한 모든것들이 담겨져있다. 여자는 수학교수가 리만의 평전을 집필하는데 있어 조언을 하거나 추가되어질 내용과 참고가 될 만한 문헌들을 함께 알아보고 조사하며 도움을 준다. 감칠맛나게 이어지던 수학교수와 여자의 애정행각은 불온한 듯 위험하다. 자신의 집에 들어서면 가족과 함께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카타르시스인 방안의 컴퓨터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때마다 수학교수는 현재 자신의 일상의 단조로움을 질색하다가도 강좌에서 만나는 여자를 떠올리며 아내와의 이혼을 결심하기도 한다. 그저 부는 바람으로 치부하기에는 숙학교수의 일기장의 여자와의 만남은 당장이라도 여자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해 살아왔던 몇 십년의 일상을 버릴 각오가 되어있었음이다.
수학교수가 리만의 평전을 집필하면서 바랬던것은 수학계의 주목을 받는 일이었다. 그리고 리만의 가설을 바탕으로 별 볼일 없던 수학교수인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잡기 위함이었다. 몇 백명의 수학자들도 리만의 가설을 풀지 못한것을 수학교수는 자신의 평전으로 리만의 가설을 증명하려했고 그것에 그 어느 누구보다다 더 가깝게 다가가려 했다. 소설은, 리만이라는 천재 수학자의 삶인 동시에 수학교수의 삶까지 투영하고 있다. 리만이 세운 가설은 언제, 그리고 누구한테서 증명되어질지는 미지수다. 수학교수가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 상태로 머무른 것처럼, 리만의 제타함수는 현재의 수학계에서도 풀이해 내지 못하는 하나의 과제다. 또한, 소설이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리만의 제타함수 가설이 증명이 된다면 온라인의 전자상거래가 붕괴되어질 것이라는 위험성을 수학계에서는 추측해내고 있다. 리만이 살아있을때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가설이 결국은 그가 죽고 세월이 지나서야 풀리지않는 가설로 존재한다. 수학교수의 일기로 풀어낸 리만의 삶은 가난하고 고단했지만 숫자가 지니고 있는 영원성에 비한다면 그는 이 가설이 증명되어지는 날까지 영원히 각인되어 질 것이다.
수학교수를 이 책의 저자로 본다면, 그는 우리가 모르는 리만이라는 수학전채에 대한 이야기를 의도한대로 쉽게 풀어내주었다. 부끄럽게도 이 책을 접하지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위인임에 분명하다. 또한 리만이라는 인물과 함께 소설의 구성 또한 탁월했음이 분명하다. 읽은 것은 수학교수의 일기장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수학교수의 비밀스런 일기를 아내인 카린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연했던 한 마디 말에 아연해졌음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리만의 평전이라 생각했고, 일상에 질린 한 남자의 삶의 단면이라 생각하며 정독에 가까운 독서를 했는데도 저자는 독자가 생각치 못한 반전을 꽁꽁 숨겨둔 채 완벽한 소설로 마무리를 지었다. 수학에 관심이 없다면, 이러한 주제를 품고 있는 소설에 손이 가지 않는 책으로 치부되었을수도 있는 것을 흥미로운 소재를 곁들여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일러주는 소설이다. 뜻 밖의 반전과 19세기의 수학 천재의 삶은 함께 어우러진 이 소설은, 어드레사의 추천사처럼 픽션에 익숙해져있는 독서에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