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덕분에 반올림 27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 보다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게 저 녀석이라면

'나'는 진정한 '나'를 위해 스스로 비켜 줘야 하는게 아닐까 ?

 

 

 청소년 문학이다. 가볍게 혹은 식후에 먹는 디저트처럼 문득 읽기는 하지만 이번은 다른 청소년 소설과는 다르게 중고등학생의 눈높이에 정직하게 맞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녀석 덕분에」라는 이 작품집은 총 4개의 단편이 묶인 이경혜의 작품집이다. 이 작품을 정직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작품집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상적인 꿈과 사랑의 형태가 무척이나 올곧은 감정선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나 있을 법하고, 그럴듯하여 믿게 만들고 실제로도 존재하는 이야기들을 다루었기에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가장 적절한 작품집이기 때문이다.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시절을, 우스꽝스러우며 매력있고 가뿐하게 끌어낸 소설집이다.

 

 첫 단편인 「베스트 프렌드」는 사랑과 우정사이에  겪는 복잡미묘한 감정 갈등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어린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남자'친구' 민재에게 이성친구가 생김으로써 오랜친구를 빼았겼다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힌 수현의 이야기다. 그 감정의 피해 의식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 그리고 언제까지고 영원한 친구로 자신의 옆에 머물러있을 것 같았던 민재가 떠남으로써 수현이 느끼는 감정은 흔히 연애를 하다 갑작스런 이별을 맞닥뜨린 상처받은 여자의 감정과도 같다. 학창시절, 이성의 감정 혹은 연애 감정을 알아가는 시절에서의 이런 감정은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일으키기도 하고 혼란스러움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상처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민재에게 이성친구가 생기기 전, 수현에게 고백을 한 뒤로 껄그러워진 사이가 결국은 민재가 다른 이성을 만남으로써 이 둘에게는 허물지 못 할 벽이 하나 둘 쌓여간다. 굳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민재와 수현이 아니더라도 이성이 친구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여전히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없을 큼 많은 인연들이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의 절차를 밟는다. 어제는 친구였지만 오늘은 연인이라는 연애 불변의 법칙은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연인이었지만 내일은 친구가 될 수 없는 기이한 법칙이기도 하다.

 

 두 번째 단편인 「Reading Is Sexy」는 버스안에서 Reading Is Sexy라는 문장이 박힌 티셔츠를 입고 책을 읽는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여자의 당돌한 외침으로 함께 버스에서 내리게 된면서 시작된다. 이 단편에서는 이성 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과 여유를 가진 여자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동반한 사랑 감정을 표현해낸다. 공부 잘 하는 이성 친구를 둔 까닭으로 그에 맞추어 나가다 보니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라던가, 꿈을 놓치며 지내던 때에 만난 허름한 집의 여자는 남자에게 있어 구원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단편은 얕은 수위로 동성애을 그린 「학도호국단장 전지현」이라는 작품이다. 심심찮게 매체를 통해 하나의 소재로 자리를 잡은 이 '동성애'라는 코드는 청소년 문학에서도 등장한다. 자아의 정체성이 가장 위태로울시기라면 열일곱에서 열여덟쯤이라 말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같은 인간으로서의 동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흔히 이반아 혹은 레즈, 게이라고도 부르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는 남녀 공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반계열의 아이들이 몇 있었다. 그때에는 너도 나도 이반이라며,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힙합바지에 연예인들을 따라하던 코스튬까지 그야말로 동성이라는 특별한 연애 감정이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었다. 고백하자면 어린 시절의 치기로 코스튬을 따라다니기까지 했다. 사실 이 작품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을 꼽으라면 이 작품을 꼽을만큼, 동성애라는 것에 흠뻑 취해있었음이다. 물론, 지금도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에 관심이 많다. 소수자의 사랑이라고도 하는 이런 사랑이야말로 애틋함을 넘어서는 절박한 감정을 단숨에 뒤흔들어버리는 무시치못할 강한 매혹적인 사랑이 아닐까. 그 뿐 아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마음이 움직이는 것에 관점을 둔 이 작품은 아주 절묘하게 위험 수위를 넘어서지 않으며 이야기를 끝낸다. 그것이 어떠한 여운, 그리고 아직은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이 현실에 대한 조심성에 다가서는듯한 감칠맛나는 가장 적절한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이 작품집의 마지막 단편인 「그녀석 덕분에」는 끔찍히도 싫어하는 바퀴벌레가 등장한다. 그것도 바퀴가 인간으로 둔갑을 한다! 갑갑하기만 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보니 진짜 '나'는 여기에 있는데 또 다른 가짜 '나'가 집에 벌써 와 있다. 그리고 진짜 '나'는 집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시작되는 일탈 아닌 일탈. 이 작품이야말로 청소년들의 공감표를 잔뜩 받을만한 작품임을 단언한다. 자유로움, 소설은 그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꿈, 이상, 진정한 바람.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회가 그리고 부모의 기대치와 안전한 삶을 보장받기 위해 잊혀지고 잃어버린 꿈을 다시금 찾아가는 이야기다. 결국 진짜 '나'는 자신의 삶을 떠나오면서 진정한 '나'를 찾게 된다. 청소년들 대부분이 꿈이 없거나, 우선은 대학입시를 바라보며 몇 년간의 의무교육을 받는다. 어떠한 계기나 동기부여가 없을시에는 모든 학생들은 모두 같은 절차를 지나오거나 뒤로 밀려나게 된다. 소설은 자신이 품을 꿈이 무엇인지 묻게 하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의 당신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혹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를 되짚어보게 한다. 그리고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 그것은 두렵지않음을 알려준다.

 

 내게 있어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란, 없다. 그렇다하여 결코 후회없는 생의 길목을 걸어왔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기억하고 있는 모든것들을 제치고 솔선수범하여 아픈것들만이 그득한 추억길을 걸으며 지금의 나를 채찍질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인간은 그저 추억하고 싶은 것만 가슴이 묻고 살아도 꽤 괜찮은 생명체다. 아쉬운 건 그저, 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을무렵 내게 맞는 성장소설을 단 한권도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 나는 뒤늦게 문득이 생각날때마다 청소년 문학을 들춰본다. 그것이 내게는 지나 온 시절을 가볍게 툭툭 털어내며 현재의, 지금의 나를 가다듬을 수 있는  비루한 방법이기도 하다. 재밌는 책, 말 그대로 순박하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