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작은 거짓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말해서, 사랑이 필요한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어.

단지, 없다는 걸 알고 있을 뿐이야. 어쩌면, 불필요해서 없는지도 모르지.

당신이랑 있으면 가끔 너무 외롭단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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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분명,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연애가 그저 입고 있던 옷을 양파 껍질 벗기 듯 하나하나 벗겨내는 것이라면 결혼은, 발가벗은 몸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애가 길어질수록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는 떨어지기 마련이고 같은 공간, 같은 공기, 같은 현실에 놓여지게 되면 서로에 대한 종말을 보게 된다.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 아닌, 좀 더 치열하고 각박한 인생이 시작되는 것을 사람들은 참으로 의연하게 모른체하며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여자 혹은 남자들이 결혼을 꿈꾸는 이유는 스스로가 품은 결혼에 대한 환상, 스스로가 만든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그려놓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바래 결혼이라는 것을 하는 걸까. 결단코 결혼은 사랑 하나로 일축될 수 없음은 명백한데도 그것을 왜 꿈이라 치부하는 것일까. 에쿠니 가오리의 두 번째, 결혼에 대한 장편소설 「달콤한 작은 거짓말」. 난처하다 못해 우습기까지 하다. 이런 것도 소설이라고,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라고 감히 얘기나 할 수 있겠나 싶다, 정말. 그래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난,

 

 에쿠니 가오리가, 어지간히 좋은가 보다. 딱히 이번 작품에 큰 기대를 건 것도 아니고 「반짝반짝 빛나는」이나 「낙하하는 저녁」에서 보여 준 그녀만의 유약하고도 강한 문체를 보고자함도 아니었다. 다만 「빨간 장화」보다는 나은 작품이기를 소박하게나마 바랬던 것 뿐인데, 내가 에쿠니 가오리를 생각하는 것 만큼이나 에쿠니 가오리도 안되나 보다, 싶다. 연애 결혼을 한 루리코와 사토시가 주인공이다. 사토시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로 결혼 생활을 시작하지만, 연애 시절 만큼의 열정과 사랑이 녹아들지 않는 결혼 생활에 루리코는 물론 사토시마저 사랑이라고는 전혀 결여되지 않은 사막과도 같은 메마른 길을 걷게 된다. 집에서 테디 베어를 만드는 루리코와 평범한 비즈니스인인 사토시. 여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루리코와, 저녁 식사를 마치면 제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TV와 컴퓨터게임에 열중하는 사토시. 남자가, 연애 시절 칠십프로의 애정을 공세했다 한 들 결혼하여 나머지 삼십프로를 모두 채워주는 것은 아니다. 칠십프로는 커녕, 수치가 낮아지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불멸과도 같은 진리겠지만, 어떤게 먼저랄것없이 사랑과 사람이 변하는 시간과 속도는 같다.

 

    그나마 소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이 있다면, 루리코와 사토시의 욕구불만성 대리만족이다. 루리코는 자신의 테디 베어를 양도했던 하루오와, 그리고 사토시는 대학 시절 자신을 좋아해주었던 시호와 바람 혹은 외도 혹은 불륜 혹은 비밀 아니 어쩌면, 이 책의 제목인 달콤한 거짓말을 저지른다. 애정 표현이라고는 고작 '잘 잤어요?', '어서 와요.' 따위의 인사 나부랭이들이다. 몸의 교류조차 없으니 무엇이 통하겠는가. 이쯤되면 루리코와 사토시의 결혼 생활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함께 지키고자 하는, 돌아 올 곳을 지키고자 하는식이 되어버리고 만다. 결혼 한 사람들의 외도, 어느 정도선에서는 참작할 수 있다. 물론, 적당한 선을 지켜만준다면 한 낱 스치우는 바람으로도 치부 할 수 있다. 살아 온 날 보다 더 많은 날을 어찌, 한 사람만을 품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솔직히 나는 그닥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루리코와 사토시처럼 맞바람이라면 더욱이나 마음 편히 다른 사랑을 품어 볼 수도 있지 않나, 싶은거다. 루리코의 말 처럼, 중요한 건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는데 있고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어딜 나가더라도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는 것이 결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쿨하게 얘기한 것 같은데 사실, 내 눈 앞에 막상 닥치는 일이라면 또 모를일일지도 모른다. 나의 비밀은 꼭꼭 숨겨둔 채 그이의 비밀만을 파헤치고 분해시키고 벼랑 끝으로 밀어버리는 일은 무서우리만치 간단하다. 루리코가 염두에 두는 감자 싹의 솔라닌이라는 극약만큼이나, 시누이가 알려준 바꽃의 독을 품은 나물 비빔밥이나, 별반 다를 거 없다. 루리코와 사토시가 지키고자하는 것은, 서로를 중요하고 소중하게 마음에 담아두는 것을 더불어 서로가 속해있는 집이라는 한 공간속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다. 늘 곁에 머무를 수 없다면, 그리고 그것을 해소시킬 수 있는 것은 동반자살이라고 얘기하는 루리코의 마음은 결국 그 또한 사랑의 극단적인 종말이자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늘 그랬듯, 에쿠니의 작품은 어느 시점부터는 치미는 지루함과 가벼움을 참지 못해 중간 지점에서 항상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지만 앞으로의 작품들 또한 무한한 애정으로 지켜 볼 생각이다. 별 볼 일 없는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이것 또한 에쿠니의 작품 세계에서 발을 딛은 이상 빠져나 올 수 없을만큼의 문학의 가벼움의 매력을 쉽사리 떨쳐 낼 수는 없는 까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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