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몸값 1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쿠다 히데오, 실은 - 그닥 좋아하지 않는 작가다. 유쾌하고 위트있는 소재로 다작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공중그네'를 읽다가 중도포기를 해 버렸으니 애초부터 나와는 기호 자체가 전혀 다른 작가라고 생각했다. 주위 사람들의 극찬에도 읽는 내내 진도가 나가지 않아 꽤나 땀 흘리며 고생했던 책이라 두번은 이 작가의 작품은 읽게 되지 않을거라 다짐까지 했었는데 나도 모르는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걸'이라는 책까지 무료 소장하는 조금은 우스운 헤프닝까지 있었다. 물론 , 읽지 않고 책장에 고스란이 꽂혔있다. 여전히. 어쩌면, 서평이벤트가 아니었다면 올림픽의 몸값 또한 읽지 않았으리라 생각되지만 진심으로 다행이다 싶다.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다시,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사마자키 구니오   스가 다다시   고바야시 요시코  오치아이 마사오

 

 늘 그래왔듯이, 주인공들의 이름을 되뇌이고 책을 덮는다.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긴장감이 한꺼번에 풀어지는 느낌에 온 몸에 전율이 인다. 보름정도의 기간동안 미스테리 추리소설만을 고집하며 읽다보니 어느샌가 주인공을 쫓아다니는 것이 그리고 , 그 주인공이 꼭 나 자신인 마냥 함께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는 소소한 일상마저도 주인공의 일들이 모두 내 일이 되어버린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그 순간조차도. 가슴에 사무친다. 사마자키 구니오 - 이젠 이름만으로도 안타까움에 서글프지만 그때 그 시절이 과연 구니오를 심판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럴 순 없다 - 도리질이 쳐 진다.

 

 그때의 도쿄는 그리고 그때의 올림픽은 선진국이고자했던 일본을 휘황찬란한 비단길에 세워놓고, 그 비단길 아래로 지방 벽지의 실태를 짓밟았다. 오직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만을 꾸며놓고는 '세계에 선 일본'를 보여주고 알아봐주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 뒤로 짓밟힌 지방 벽지 촌의 다이너마이터를 쥔 사마자키 구니오가 있다. 가족에 대한 결핍이 아니다, 그리고 그를 자극한 건 도쿄 올림픽도 아닌 오직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구원, 그 작은 손짓이었다. 욕심과 오기가 아닌 오로지 한 사회라는 공동체에 대한 결합이었을 뿐 한 일본인으로서의 자긍심이었다. 그런 그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마사오가 구니오를 놓쳐주기를, 풀어주기를. 얼마나 바라고 또 바랬는지를 모른다.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으니 구니오가 무사해주기를- 마사오의 총에 가슴을 저격당했을 때에도 도망가주기를 바랬었다. 구니오가 쓰러지고 한꺼번에 몇장을 넘겨버렸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혹 정말 가슴을 부여잡고 도망은 갔는지. 그럼 그렇지. 구니오 역시, 그가 일으켰던 몇 차례의 사건이 보도되지 않듯이 사라졌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록조차도 되지 못하는 역사의 오점처럼.  

 

 

 뭉클뭉클하다.

 추천은 물론, 별 다섯개도 가능했지만 - 구니오가 없어졌으니.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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