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설탕 절임 - 에쿠니 가오리 첫번째 시집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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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랑자 아니었나요 ?

 

 

 

 

누군가의 표현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정확히 볼링공에 나있는 구멍 세개 만큼 달짝지근하게 절여 낸 소소하게 풀어 낸 진득한 일상의 이야기들.

에쿠니 가오리 답다. 아니 ,여자 답다. 다이어리 메모란이나 책상 위 빈 공책 구석구석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감정의 잔해들을 모은 듯 여기저기 반듯하게 나열되고 정리되어진 그 여자만의 이야기들. 그 어느 곳 그 어느 자리에도 속박되어지지 않고 결여되어지지않은 순수 결정체의 문체들이 다시금 ' 아 ,역시 에쿠니가오리. ' 하고 발음하다 곱씹는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접할때마다 늘 같은 생각. 집시같은 작가. 여자. 

 

 

 

 

ㅡ 그리고 영원한 ㅡ

부재를 슬퍼하면 당신을 책망하는 셈이 될까요

 

 

 

 

결핍되지않은 사랑. 겁에 질린 아내를 품에 안아주는 속 모르는 남편. 온전치 못한 다른 사랑. 미끄럼틀을 무서워 하던 어린소녀. 비내리고 개가뛰어노는 일상. 여자 옆의 주전자와 버터와 양주와 여자 엄마의 부엌. ㅡ 머뭇거릴수도 없고 지나 온 페이지를 다서 펼쳐 볼 수도 없을만큼의 하루 일기라도 읽는 마냥 두근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읽을 수 있어 기뻤다. 문득이 아닌 자주 생각날때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야 ,하면서도 가방속에 잊지 않고 챙기고 만다. 좋아한다. 맹목적으로. 시집이 아닌. 그 여자의 작품에 관해서는 열렬한 아부 강한 매니아다. 그 여자의 팬.

 

 

 

 

오직 그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살고 있는 기분

 

 

 

 

사적인 일상속에 움트는 외로움이었을까. 순간순간 치미는 그리움과 완연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흐르는 시간속의 여자의 먹먹함들이 문득하니 울컥하게 만들었다. 짧고 짧고 짧은 공기마냥 가벼운 문체들이 가슴 언저리에 머물다 증발해버린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늘 이렇다. 뒷수습 못하는 여자라 스스로 지칭했던 만큼 흔적은 강하지만 새기지는 않는다. 그러다 생각치도 못 한 순간 ,치명적인 위로 혹은 상처가 된다.

 시집이라 했던가. 아니 ,여자의 마음을 비켜간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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