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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반레 지음, 하재홍 옮김 / 실천문학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어떤 문학이든 진정성이 있어야 하며, 작가의 해설이나 등장인물의 대사에 의해서가 아닌 작품 자체로서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충분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으며 쓰여져야 할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독자를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시대를 조명한 훌륭한 소설임에 틀림없으나, 계몽 소설 같은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전쟁, 그리고 사람' 이라는 주제가 내 관심을 끌었고, 나는 이 책을 선택했다. 그러나 주제 의식이 너무 강하다 보니 문학적인 즐거움, 그러니까 내 가슴이 울고,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즐거움은 누릴 수가 없었다.
또한 베트남 특유의 이성관은 작품으로의 몰입을 막는 요소 중 하나였다. 남녀, 나아가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약간은 다르더라도 근본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믿는데, 이 작품에서의 관계들은 인위적이고 남성적이며 신파적이어서 내가 빠져들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실제로 겪어 보지 않고는 모를 전쟁에 대한 생생한 묘사였다. 오늘날 지구 위 어느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생각하면서 이 책에서와 같은 비극이 그 곳에서도 일어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매우 착잡했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