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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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섭리에 의해 당연하다고 믿었던 세상이 조작되고 철저하게 계산되어 도출된 결과라면 배신감 느끼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영화<트루먼쇼>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방송기획에 의해 조작된 것임을 알고, 자신의 주체적 삶을 선택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운명이라는 우리의 생각은 우리의 마음을 읽고 조작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탐욕의 시대>에서 보여준다. 작가는 우리가 눈을 뜰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힘이 무엇인지 각종 사례들을 통해 정확하게 제공하고 있고, 그 토대를 바탕으로 연대하고 행동할 것을 종용한다.

프랑스 혁명 - 인간의 행복할 권리를 외치며 죽어간 혁명가들의 사회정의를 향한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은 미래의 누군가에 의해 완성될 수 있으므로 나의 양심을 잠재울 수 없으며 내 눈을 감길 수 없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내안의 투사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이렇게 의식이 생겨날 때면 나는 " 일개 미천한 개인으로써 내가 무얼 할 수 있나"라는 자책감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는 거야.  같은 의견을 개진하는 정당이나 단체에 가입하거나 연대하는 것!! 사소한 움직임이 세상을 바꾸는 거름이 된다.

1년 동안 죽어가는 사람들 중의 50퍼센트 이상이 굶주림에 의해서라 한다. 어느 시대 보릿고개 이야기인가 싶지만, 동시대인들의 현실이다. 하긴 아직 전쟁이 무성하고, 생존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야만의 현대에 문명을 거론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가 하니 바로 탐욕스런 거대 다국적 자본주의 민간 기업에 의해서다.국가와 국가적 협의체 유엔을 넘어 존재하는 힘!! 세계 경제를 장악하여 더 많은 자본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인간 이하의 삶과 죽음의 계곡으로 밀어 부치는 극악한 일을 자연스럽게 해치운다.  

세계화, 글로벌화라는 말의 어감은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그 무서운 이면은 거대자본으로 세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세계화지상주의자들의 음모로 가득차다. 평화를 유지한답시고 무기를 제조하여 팔아 막대한 이윤을 챙기며 전쟁을 조장하고, 가난한 나라를 도와 준답시고는 막대한 부채를 지워  부채를 갚는라 사회 비용을 설정할 수 없도록 한다.  결국 내다 버린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거리를 찾아 다니다  죽음이라는 비참한 결과에 사람들이 이르도록 만든다. 이렇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은 누구나 주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데에 있다. 어느 한 쪽에 의해 은밀하게 주도되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나의 자유의지를 펼쳐나감으로써 얻는 성취와 행복감.. 적어도 인간의 수치심을 자극하여 나의 자유를 박탈하는 세상은 아니다. 굶주림이 만들어지는 동안에 혁명가들이 목메도록 부르짖으며 죽어간 민주주의란 없다. 칸트의 말 " 당연은 능력을 함축한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네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면 네가 할 수 있다는 의미란다. 이 책의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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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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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앞둔 열아홉 살 위녕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감수성 예민한 딸이 엄마를 감싸 안는다. 잘 되건 못되건 부모 원망으로 가득찰 만한 나이에 어른들의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마음 자리를 가진 그녀가 참 대견하다. 독립된 개체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삶을 가꿀 수 있는 그녀가 참 잘 자랐구나 싶다. 이런 딸이라면, 딸이 있으면 참 좋겠다. 엄마의 자유로운 삶과 영혼을, 이혼을, 삶에 대한 애착을 이 모든 것을, 엄마의 인생을 그 자체로 인정할 수 있다니... 부모라도 하기 힘든 일을 말이다. 

소설을 단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만 상상하면 참 좋은데, 작가의 삶을 반영한 자전적인 이야기로 나도 모르게 시각이 좁혀지니 참 답답하게 읽힌다. 평탄하지 않고 남의 관심을 지나치게 받은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떼를 쓰고 하소연하는 그런 느낌이다. 누구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밤을 세워도 다 이야기 못한다..참 고달프게 살았다. 그런 말 하지 않나... 작가는 독자들에게 열심히 사는 자신에게 더이상 아프게 하지 말라 당부한다.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좀 다른 삶을 선택한 죄로 받아야하는 타인의 시선은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그러고 보면 세상 사람들과 한 울타리에서 사는 많은 이들이 타인에 의해 규정되고 주눅 들면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산다. 그들에게 피해 준 적 없고, 죽을 힘을 다해 오늘을 사는 데도 불구하고 좀 다르거나 튀거나 하면 이런저런 눈총과 손가락질로 뭇매질을 당하니 말이다. 그런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외부가 아니라 결국 내부에 있다. 내안에 있는 것이다. 나에 대한 확신, 자존감, 무한한 노력과 인내, 나에 대한 사랑.... 

현대인들은 누구나 불안 속에 산다. 내가 그 누군가에 의해 무시당하면 어쩌나, 거부당하면 어쩌나, 내가 가진 이 자리를 잃으면 어쩌나... 뒤쳐지면 어쩌나.. 이런 불안에 대한 처방이 '가족'에게 있을 수도 있지만 모범답은 아닐 것이다. 알랭드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을 음미해 보면 좋겠지만 자신만의 철학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고 하는데, 그 의미를 제대로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 힘을 지녔는지는 모르겠다. 가족이므로 사랑해야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는 무겁다. 물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그들에게 더이상 눈총을 보내서는 안된다. 마음이 맞지 않는 가족은 언제든지 해체할 수 있고, 다시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고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의 눈 때문에 눈물과 술에 절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엄마이지만, 여자이지만, 그런 모습을 보는 딸은 더욱 힘들 것 같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좀 관대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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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28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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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이 쌀쌀하다. 지구온난화로 따뜻해진 겨울이지만, 깃들 곳 없는 사람들에게는 밤을 나기가 무척이나 고단할 것이다. 며칠 전에는 길을 걷다가 세 발 자전거 뒤에 동생을 앉치고 씩씩하게 페달을 밞는 어린 꼬마 여자 아이를 봤다. 그 따뜻한 풍경이 가슴 시린 이유는 아이들의 외양에서 그들의 삶이 훤하게 들여다 보였기 때문이다. 발뒤꿈치 꼬질꼬질하게 엉긴 검은 때는 먹고 사느라 바쁜  엄마가 생각나게 했고, 진뜩진뜩 뻣뻣한 머리카락은 머리 쓰다듬어 줄 따뜻한 손길이 머무를 수 없음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걸까?  씩씩하게 내달리는 자전거 뒤로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었다. 또다른 조지나와 토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연필 꾹꾹 눌러가며 쓰는 조지나는 영악하면서 꼼꼼하다. 고만한 나이에 그만큼의 식견으로 살아갈 방도를 찾는다. 삶에 대해 적극적인 걸까?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그 양극단에 대한 안전장치나 보호막을 찾을 수 없으니 10살 먹은 어린 아이일지라도 제 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글의 표현은 평범한데, 주인공 아이들의 생각은 발칙하다. 주인에게 극진한 사랑을 받는 부잣집 개를 훔치고 숨겨서 사례금을 받는 것!!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가?^^ 똑똑하고 계산적인 조지나인 줄 알았는데, 판단력은 젬병인다.그것이 오히려 얼마나 다행인지..자칫 비행 소설로 날아 오를 법한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착하게 이끌어 냈으니 말이다. 거기에 더해 정도 많아서 훔쳐온 윌리를 정말 사랑하고 이뻐하게 되고, 부랑자 아저씨의 생각 깊은 이야기를 허투루 듣지 않는다. 가난과 어려움을 이유로 묻어 버릴 수 있는 착하고 정의로운 마음을 되살릴 줄 아는 아이...그 아이들이 조지나와 토비이다.

그들 마음의 힘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과 제대로 된 사회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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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한걸음 -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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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연수는 참 쿨하다. 남자 친구와의 이별은 그 아픔을 곱씹을 시간보다 스스로의 나이를 되새기며 자신의 불안해진 미래를 걱정하는 이기적인 시간을 선사할 뿐이다. 결혼은 선택이며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여자가 서른을 넘어 직업까지 잃는다는 것은 결혼에 대해 더이상 쿨해질 수 없는 순간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여유나 배려를 느낄 사이 없이 하루하루를 견디며 팍팍하게 사는 것이, 시대의 각박한 현실을 반영하기는 해도 나를 참 답답하게 했다. 하긴 요즘 같이 경쟁적인 삶을 종용하는 시대에 답답하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다들 쿨해질 수 있는 거겠지.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나이 서른을 궁금해하는 노래가 있다. 그만큼 서른이라는 나이는 진짜 어른이 되는, 아니 되어야 하는 나이라는 기대감과 안도감이 무겁게 자리한 나이다. 서른에 의미를 부여하는 책들은 어찌 그리도 많은지. 그러다가 막상 서른을 넘어서고 보면, 그 무거운 의미에 비해 실제로 체감하는 의미는 가볍고도 가녀리고 그 전과 마찬가지로 흔들리고 방황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나이라는 것!!

문체는 가벼운데, 마음은 무겁다. 글의 페이지는 잘 넘어가는데, 머리는 텅 빈다. 연수와 사촌 연재, 동생 지수, 그녀의 30대 친구들 모두.. 우리의 현재를 대변하는 그들은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에 발이 묶인 그들은 동료에게도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손 내밀지 못한다. 죽음으로 딴 세상을 선택한 사람에겐 예외지만 말이다.

연수의 희망 노래가 세상을 향해 열리길 바란다. 연수가 꿈꾸는 멋진 삶, 의미 있는 삶이란 견디기 힘든 세상 속에서도 끈적끈적하고 따뜻한 손길이 어느 누군가에게 미치는 것..자기 안으로만 향하는 마음 말고, 자신의 주위부터 세상 저 멀리까지 향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쿨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사는 동안 우리는 흔들리며 피는 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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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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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처럼 물처럼 한글 또한 거기에 늘 있으므로 소중함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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