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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수능을 앞둔 열아홉 살 위녕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감수성 예민한 딸이 엄마를 감싸 안는다. 잘 되건 못되건 부모 원망으로 가득찰 만한 나이에 어른들의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마음 자리를 가진 그녀가 참 대견하다. 독립된 개체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삶을 가꿀 수 있는 그녀가 참 잘 자랐구나 싶다. 이런 딸이라면, 딸이 있으면 참 좋겠다. 엄마의 자유로운 삶과 영혼을, 이혼을, 삶에 대한 애착을 이 모든 것을, 엄마의 인생을 그 자체로 인정할 수 있다니... 부모라도 하기 힘든 일을 말이다.
소설을 단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만 상상하면 참 좋은데, 작가의 삶을 반영한 자전적인 이야기로 나도 모르게 시각이 좁혀지니 참 답답하게 읽힌다. 평탄하지 않고 남의 관심을 지나치게 받은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떼를 쓰고 하소연하는 그런 느낌이다. 누구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밤을 세워도 다 이야기 못한다..참 고달프게 살았다. 그런 말 하지 않나... 작가는 독자들에게 열심히 사는 자신에게 더이상 아프게 하지 말라 당부한다.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좀 다른 삶을 선택한 죄로 받아야하는 타인의 시선은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그러고 보면 세상 사람들과 한 울타리에서 사는 많은 이들이 타인에 의해 규정되고 주눅 들면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산다. 그들에게 피해 준 적 없고, 죽을 힘을 다해 오늘을 사는 데도 불구하고 좀 다르거나 튀거나 하면 이런저런 눈총과 손가락질로 뭇매질을 당하니 말이다. 그런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외부가 아니라 결국 내부에 있다. 내안에 있는 것이다. 나에 대한 확신, 자존감, 무한한 노력과 인내, 나에 대한 사랑....
현대인들은 누구나 불안 속에 산다. 내가 그 누군가에 의해 무시당하면 어쩌나, 거부당하면 어쩌나, 내가 가진 이 자리를 잃으면 어쩌나... 뒤쳐지면 어쩌나.. 이런 불안에 대한 처방이 '가족'에게 있을 수도 있지만 모범답은 아닐 것이다. 알랭드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을 음미해 보면 좋겠지만 자신만의 철학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 글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고 하는데, 그 의미를 제대로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 힘을 지녔는지는 모르겠다. 가족이므로 사랑해야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는 무겁다. 물론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그들에게 더이상 눈총을 보내서는 안된다. 마음이 맞지 않는 가족은 언제든지 해체할 수 있고, 다시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고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의 눈 때문에 눈물과 술에 절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엄마이지만, 여자이지만, 그런 모습을 보는 딸은 더욱 힘들 것 같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 좀 관대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