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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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열일곱 고딩들의 유쾌한 반란.. 허영심 가득하지만 자유로운 상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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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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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노인 한 명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이라 한다. 사람이 한 평생을 통해 얻은 경험은 젊은이에게 한 분량의 책을 읽는 것에 맞먹는다는 뜻이겠지. 요새는 뜰 앞의 진짜 민들레, 개나리를 두고도 박제화된 책을 통해서만 그것을 배운다고도 한다. 진리는  책을 통해서도 읽히지만 사람과 자연을 통해서도 읽힌다. 오늘 내리는 비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시집 한 권을 읽었다. 이제 나는 누구를 읽어 볼까.

독서치료사는 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전문가다. 웃음치료사, 미술치료사, 음악치료사등 복잡한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각종 치료전문가가 필요한다. 몸에 병이 깊이 들면 치료하기 힘들듯이, 마음의 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평형대 위에서의 우리의 삶은 더이상 불가능하다.따지고 보면 독서, 미술, 음악 등은 문화 교양 영역에 속하는데 생존 경쟁이 격화될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영역이 이 분야이지 않을까 싶다.

귀에 달팽이관이 고장 나면 평형감각이 마비되어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귀속에 가만히 있는 달팽이관은 왜 고장나기도 하는 걸까? 위장과 대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형은 많이 보았지만 귀속을 들여다 본 적은 없다. 그리고 마음의 달팽이관은?  

김경욱의 이번 소설집은 나에게 '평형감각 고수하기'로 읽힌다. 독서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던 사람이 오히려 환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 대자본과 제3세계의 인권 사각지대에서 생계를 유지하기에 불투명한 자신을 깨닫는 것 ,평범한 아내가 시골로 이사하고 보니 이미 알아왔던 아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나는 것 등..  이제 그들은 나를 읽으라 하고, 아내를 쓰려 한다.

생활 속에서 평형,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힘든 만큼, 그것이 흔들렸을 때, 우리의 삶이 송두리채 뽑히거나 바뀔 수가 있다. 김경욱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 꿈과 실재 사이에서 팔을 나란히 뻗고 한 걸음씩 내딛다가 삐끗거린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만, 공자의 도 ' 중용'을 떠올린다.  

김경욱의 글은 메마른 듯 보이면서도 속알맹이가 부드럽다. 들키고 싶고, 누군가가 읽어 주기를 바라는 우리의 속내가 안타깝게 드러난다. 김춘수의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를 불러 다오' 라는 싯귀도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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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반양장) 주니어 클래식 3
사계절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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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스무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논어>를 각 장 별로 친절하게 풀이하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공자의 학자적인 모습, 정치인으로서의 포부, 인간적인 모습 등을 고루 접할 수 있으므로 청소년뿐만 아니라 의고적인 논어 해석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읽어도 좋을 듯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이 차이가 많아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어머니조차 어린 나이에 잃어 버린 공자는 2미터 10센티 정도의 큰 키에, 머리 모양이 울퉁불퉁한 짱구란다. 조실부모했고, 우락부락 거구였던 공자가 동양 사상의 근본을 구축하여 현대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 환경보다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삶은 만들어지고 창조되는 게 아닐가 싶다. 

삼황오제의 태평성대가 막을 내리고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의 시기에서 자신만의 사상을 구축해 나간 공자가 성취하고 싶었던 것이 '극기복례(克己復禮) - 나를 벗고 남과 관계를 맺는 것 - 라 한다. 나의 독선과 아집, 이기심에서 벗어나 타자 또는 자연과의 소통, 인정 등 관계의 철학을 강조한 공자의 사상은 '인(仁) 이라는 한자로 정의할 수도 있다. 

자칫 고루하다고 할 수 있는 공자의 사상이, 오히려 현대인들에게 더욱 강조되고 필요한 것이 역설처럼 보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기적이고 꽉 막혀 답답한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이 본성을 갈고 닦아야만 사회적인 정의가 유지될 수 있기에 공자는 아직까지도 새파랗게 살아 있는 게 아닌 가 싶다.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과 대척점에 있는 공자는 제 18장 미자편에서 말한다. -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역사의 혼란기에 은둔하는 사람들로부터 '시대에 맞춰 살라'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혼란하고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의 길을 찾아 세상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의지가 강고하다.화이부동(和而不同)하며 자신을 잃지 않는 왕고집이 강하게 느껴진다. 

소통과 관계를 위해 우리가 해야하는 노력은 뭘까. 이는 제1장 학이편에서의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와 맥이 닿는다. 온고지신하며 배우고 익히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면 사회적 관계망에서 내가 가야 할 길이 새롭게 열리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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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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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을 때나, 영화를 볼 때나 이야기의 아귀가 딱 떨어지면 속이 시원해서 기분이 가쁜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져서 책을 탁 소리나게 덮지도 못하고, 영화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지도 못해 엉거주춤 불편해진다. 특히  평범한 등장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표현하는 감정에 내가 뒤섞이지 못할 때가 있다. 나는 그 거리에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애를 써 가며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김연수의 소설을 읽었다.  

맞다. 김연수가 창조한 인물에는 독자와 뒤섞이지 못하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그들을 독자는 사랑한다. 그들을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작가가 새로운 상상력,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이 분홍색 이쁜 겉표지에 크게 씌어져 있다. -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가 상처 받은 인물이다.. 사랑하는 애인, 소중한 아기, 또는 엄마, 아버지, 심지어 자신의 삶에 대한 신뢰를 잃어 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마치 우주의 암흑물질처럼 내게 존재하지 않았겠지만, 그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읽어 버렸으므로 독자인 나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작가의 말처럼 어차피 우리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할 수밖에 없고, 그들이 하는 말의 뜻을 내가 모른다 하더라도 노력하는 행위 자체가 인생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다른 선택이 있을 수는 없다.  

'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 봤어'에서는 갑작스런 시점의 변화가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 놓았다. 옛연인의 고향을 찾아가는 작가- 나의 시점이 통역사 혜미의 개인사로 넘어 가면서 나와 혜미가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인 듯, 단절감을 느꼈는데 작가의 속깊은 의도였을까.. 그리고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는 열기들... 케이케이의 죽음과 혜미와 돌아오는 길에서 목격한 자동차 사고로 인한 불길.....결국 암흑물질이 되고 말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것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란 얼마나 큰 것인가? 

'기억할 만한 지나침'은 기형도의 시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고3 여자아이의 내면과 고통에 가 닿기는 몹시 어려웠다. 자신이 목격했을 뻔한 바닷가의 사고를 대신 보았다는 사내에게 매혹을 느끼는 그녀.. 쯥... 그래도 그녀를 어리석다 말하지는 못하겠다.

가로수로 각광 받는 메타세콰이어스는 나도 참 좋아한다. 쭉쭉 뻗어가는 나무 둥치와 계절별로 운치있는 빛깔을 띠는 이 멋진 나무가 사랑을 기억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했어도 사랑했으므로 아름다운 이야기..내일이 어찌 될지 모른다는 말은 맞다. 다만 사랑할 지어다. 시인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좋다. 

'달로 간 코미디언' 역시 아름답다.  - 그가 밝은 길을 따라 걸어가 마침내 다다르게 될 그 둥근 원이 떠오르게 될 때가지. 나는 혼자서 더없이 밝고 환한 보름달을 마주 보고 있었다. -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소통과 사랑을 말하고자 한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아버지가 걸었음직한 그 길을 딸이 걸어감으로써 이해받지 못할 것들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암흑속으로 조용하고 애잔하게 ... 인생은 그런 거니까...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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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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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신앙심을 지닌 도미니크회 수도사인 나는 학문에 대한 호기심과 야망도 상당하다. 그는 당시에 퍼져 있는 이교도의 철학적 사상을 자신의 교의를 통해 검토, 논박한 후에 학문적으로 종속시켜 이교도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구제하고 싶었다. 또한 연구 결과를 통해 신에 이르는 새로운 표지를  세우고도 싶었다. 한 젊은이의 여행은 이로부터 시작된다. 

파리에서 출발해 리옹주교로부터 소개장을 받은 나는 피렌체로 가는 도중에 있는 작은 마을에 입성한다. 얼마전 페스트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마을 입구에 있는 교회 주위로 새로 만들어진 무덤들이 조잡한 단장을 하고 즐비하다. 일상이 절망적일수록 이단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신으로서의 그리스도보다 청빈과 철저한 금욕을 행하는 인격체들을 존경의 대상으로 삼았다. 교의나 영적인 영역보다 육신의 영역에 골몰하는 것은 진정한 신앙이 될 수 없다.  

이교도의 철학서 <헤르메스의 선집>은 이교도로 낙인찍힌 연금술사 피에르 뒤페에게로 나를 이끈다.연금술사가 연금술을 통해 얻은 '현자의 돌'은 남성과 여성처럼 반대의 성질을 지닌 것이 녹아 서로 어우려져 만들어진 최후의 것으로서 의도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 하지만 피에르는 너무나 경건하고 교의에도 충실하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그리고 마침내 동굴의 안드로규노스 - 남성과 여성성을 지닌 전인(全人) - 에 대한 피에르의 비밀스런 의식을 목도한다. 현자의 돌처럼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양성을 지닌 완전자를, .. .  마을 사람들은 안드로규노스를 마녀사냥하여 화형에 처한다. 나는 안드로규노스와 하나된 느낌으로 고뇌하고 희열한다.

 이 책에 대한 소개 - 16세기 초반은 아우구스티누스적인 전통의 기독교에 있어서, 육과 영이라든가, 신과 세계라든가가 서로를 향해 무한히 접근했던, 20세기 이전에 단 한 번 있었던 예외의 시기였다. - 가 글의 이해를 돕는다. 플라톤적인 이원론에서는 육과 물질의 영역보다는 영의 영역에 그 가치를 둔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연금술이라는 물질을 다루는 자연학의 가치를 피에르뒤페와 안드로규노스를 통해 알게 되고, 마침내 피에르뒤페의 뒤를 잇는다. 일식처럼 영과 육이 하나되는 그 순간 세계와 나는 생생하게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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