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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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신앙심을 지닌 도미니크회 수도사인 나는 학문에 대한 호기심과 야망도 상당하다. 그는 당시에 퍼져 있는 이교도의 철학적 사상을 자신의 교의를 통해 검토, 논박한 후에 학문적으로 종속시켜 이교도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구제하고 싶었다. 또한 연구 결과를 통해 신에 이르는 새로운 표지를  세우고도 싶었다. 한 젊은이의 여행은 이로부터 시작된다. 

파리에서 출발해 리옹주교로부터 소개장을 받은 나는 피렌체로 가는 도중에 있는 작은 마을에 입성한다. 얼마전 페스트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마을 입구에 있는 교회 주위로 새로 만들어진 무덤들이 조잡한 단장을 하고 즐비하다. 일상이 절망적일수록 이단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신으로서의 그리스도보다 청빈과 철저한 금욕을 행하는 인격체들을 존경의 대상으로 삼았다. 교의나 영적인 영역보다 육신의 영역에 골몰하는 것은 진정한 신앙이 될 수 없다.  

이교도의 철학서 <헤르메스의 선집>은 이교도로 낙인찍힌 연금술사 피에르 뒤페에게로 나를 이끈다.연금술사가 연금술을 통해 얻은 '현자의 돌'은 남성과 여성처럼 반대의 성질을 지닌 것이 녹아 서로 어우려져 만들어진 최후의 것으로서 의도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 하지만 피에르는 너무나 경건하고 교의에도 충실하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그리고 마침내 동굴의 안드로규노스 - 남성과 여성성을 지닌 전인(全人) - 에 대한 피에르의 비밀스런 의식을 목도한다. 현자의 돌처럼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양성을 지닌 완전자를, .. .  마을 사람들은 안드로규노스를 마녀사냥하여 화형에 처한다. 나는 안드로규노스와 하나된 느낌으로 고뇌하고 희열한다.

 이 책에 대한 소개 - 16세기 초반은 아우구스티누스적인 전통의 기독교에 있어서, 육과 영이라든가, 신과 세계라든가가 서로를 향해 무한히 접근했던, 20세기 이전에 단 한 번 있었던 예외의 시기였다. - 가 글의 이해를 돕는다. 플라톤적인 이원론에서는 육과 물질의 영역보다는 영의 영역에 그 가치를 둔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연금술이라는 물질을 다루는 자연학의 가치를 피에르뒤페와 안드로규노스를 통해 알게 되고, 마침내 피에르뒤페의 뒤를 잇는다. 일식처럼 영과 육이 하나되는 그 순간 세계와 나는 생생하게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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