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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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잔잔한 바람이 일어 나를 감싸 안는 느낌으로 읽은 책이다. 허병두 선생의 '너희가 책이다'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서술되어서인지 잠깐씩 졸음이 오기도 하였으나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한 챕터의 끝 장에 와 있었다.

같은 일의 반복과 빠르게 진행되는 일상 속에서 나를 지키는 것은 나를 흘러 보내지 않고자 하는 의지다. 하나를 더 갖고자 하는 욕구를 멀리하면 나의 노동량을 줄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생기는 나만의 시간을 고스란히 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주체적인 삶이라 부른다.

주어진 하루를 늘 아침처럼 보내라. 아침의 평온함을 유지하여 점심과 저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해 낸다면 우리는 생의 깊은 심연을,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본질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삶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대로 지켜 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인간을 옥죄어 주체적인 삶을 훼손해 왔다는 것을 안다면 더 좋은 집과 더 좋은 차를  구입하는 데에 자기의 온 생을 바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모든 번뇌가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석가의 가르침과, 무소유적 삶을 통해 감동을 주신 법정 스님의 말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노자의 말씀 또한 자연의 순환 법칙을 인간의 힘으로 그르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싶다.

개발과 개척, 탐욕으로 인해 인류의 역사는 얼마난 많은 피눈물을 만들어 내었는냔 말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 있으므로 완전히 소로우처럼 살 수는 없지만, 그의 주체적 노동이 있는 자연에서의 삶이 어쩌면 인류의 가장 자연스럽고도 평화로운 삶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는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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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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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존재하려면 공부하라

몰이꾼들에게 쫒겨 무작정 달아나다가 붉은 장막에 막혀 주춤하는 늑대들처럼 '금지의 선'에 묶이지 말고, 정글 밖의 공부, 장막 너머로 도주하여 우주적 존재로서의 나를 발견하게 하는 고전과 나를 둘러싼 일상을 사랑하는 공부야말로 진정한 공부다. 학교 공부, 자격증 공부, 돈 벌기 위한 공부를 넘어선 공부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을 재치있고, 열정적으로 강변하기에 작가의 말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을 덮게 되었다.

호모쿵푸스!!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 생각하는 인간 - 호모사피엔스 -임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하기 전에 학교를 통해, 기존 사회 체제를 통해 생각의 거리들도 수동적이고 작위적으로 주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넘어서는 생각, 세상을 읽을 수 있는 생각들이 모두 공부에서 나오는 것이니 좀더 인간다운 모습을 지니기 위해서도 우리는 공부해야만 한다.

공부의 즐거움

나를 이끌어 주는 스승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도반을 만들어 함께 연구하고 암송하며, 몸으로 하는 공부는 즐겁다. 수단으로서의 공부는 목적 달성의 실패를 통해 어려움과 좌절을 겪지만 목적 으로서의 공부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며 나와 남이 동반 성숙하는 과정으로서 충분히 행복한 경험이다.

다만 그렇게 공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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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 다른 십대의 탄생]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4-05 17:24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향수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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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란 개념은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님의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간단하게  "폭력적으로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부터 이산을 강요당한 사람들 및 그 후손" 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1948년에 공산화 되어 1989면 공산주의의 붕괴가 있기까지 체코 사람들 역시 냉전시대의 기구한 정치사의 한 복판에 있었다. 그 와중에 국외 망명을 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자발적 선택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그들 역시 어디에서건 이방인임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디아스포라가 아닐까

조국을 떠난온 지 20년...

팽팽하던 얼굴은 주름으로 자글대고, 추억은 기억의 단편으로 서로에게 다르게 각인되어 있고, 두고 왔던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저 모래알처럼 서걱거린다. 망명 후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향수와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두려움으로 고통받아온 그들은 이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 친구 실비아의 '위대한 귀환'을 종용받은 이레나와 죽은 아내와 함께 고향 체코로 온 조제프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 버린 사람들간의 소통불능으로 더욱 깊은 고독에 빠질 뿐이다.

호메로스는 감정들의 위계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향수를 두었다. 그리하여 여신 칼립소의 외로움을 뒤로한 채 오디세우스를 그리움의 근원인 페넬로페에게 기어이 돌아가게 한다. 이레나를 둘러싼 친구들 역시 새로운 곳을 고향 삼아 잘 살고 있는 그녀에게 고향으로 가야할 의무를 부여한다. 그녀에겐 현재가 아주 중요함을 강변해도 별반 먹혀들지 않는다. 이레나에게 그들은 호메로스인 것이다.

그리고 이레나와 조제프...

둘은 같은 처지에,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으나 서로에게 치유가 되지 못한다. 잠깐 만났다가 헤어진 그들은 지난 20년에 이어지는 또다른 디아스포라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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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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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1972년, 서울생이란다. 단발에 뽀얀 피부, 하얀 미소가 이쁘다. 언제부턴가 새로 등장하는소설가들의 나이가 나보다 어리다. 김천 빵집 출신의 소설가 김연수가 나와 동갑인데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고 참 많이 키득거렸던 기억이 있다. 정이현의 글은 처음 접하는데, 글쎄....내 마음을 그렇게 울리지를 못해줘서 참 많이 아쉽다. 알리딘에서 함께 보내준 미니북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어 봐야 그녀의 면모를 알게 되겠지..글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좀더 미뤄 둬야겠다.

이 소설집에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고, 이웃과의 친분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삶에 대한 열정조차 시들한 인물들이 자신의 가벼운 존재를 고달프게 드러낸다. 현대 도시인의 삶이겠지 싶다가도, 이런 마이너리티적인 삶이 소설의 소재가 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타인이 아니라 나와 우리들이 당면한 불안한 삶의 모습 자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타인의 고독>은 오랫동안 사귀다가 결혼했으나 1년을 살지 못하고 헤어져 '친하지 않은 친구'같은 사이가 되어 있는 남과 여의 이야기다. 여자 주희는 재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전남편인 '나'에게 넘기고 싶어한다. '얼마나 외롭겠니'라는 위로와 함께 말이다. 나는 B등급에 랭킹되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재혼을 해아만 하는 상황인데, 나와는 상관없는 타인의 고독을 치유하기 위해 전처 주희는 집요하게 강아지 몽이를 내가 키우기를 강요한다. 한 때는 사랑했던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새로운 삶 앞에서는 함께 나눈 추억들이 처분해야하는 짐이 되고 마는 현실..존재의 가벼움이 아닌가

<삼풍백화점>은 영화 <가을로>와 최근에 개봉한 <화려한 휴가>를 떠오르게 한다. 우리 나라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했고, 배우 이요원이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를 부르짖었던 그 애닯은 절규가 이 두 역사적인 사건에 모두 적용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나에게 잠시나마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지만 참사로 사라져 버린 R은 주인공 나에게 기억할 만한 특징이 없는 아이였다. 한 때 잠깐 가까웠지만 별 이유 없이 멀어지게 된 친구로서 주인공 나에게는 존재가 가벼운 친구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가벼운 존재들의 사라짐이 나의 가슴 한쪽을 뻐근하게 저릴 때가 있다. 우리는 아직 그들은 잊어서는 안 되겠다.

<오늘의 거짓말>은 창창한 미래대신 불안한 현재를 사는 스물일곱의 여자 이야기이다. 남의 주민등록증과 이름으로 아이디를 만들어 상품 후기를 올리는 일을 하는 주인공의 삶은 자기의 것이 아니다. 생계행 거짓말로 생활을 유지하는 나에게는 젊음에 대한 예찬 대신 상품에 다섯개의 별을 듬뿍 줄 수 있는 가벼운 힘이 있을 뿐이다. 1979년에 나는 태어났고, 누군가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내가 거짓말하는 나의 일을 그만 두고 그 당시에 씌어진 책들을 모두 읽게 되면 새로운 것을 알게 될까? 바람의 속도와 바람이 불어 오던 방향에 대해... 글쎄 앞으로 부는 바람의 방향이나마 가늠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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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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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미난 책을 읽었다.  어느 신문에 실린 -철학산책- 코너에서 철학자 들뢰즈의 유목하는 인간에 관한 김용규님의 글이 나의 마음을 울리기에 그의 이런저런 책들을 찾아 읽어 보게 되었다. 그의 대표 저서로 추천하고픈 책도 몇 권이 있는데 바로 청소년을 위한 철학 통조림이라는 네 권짜리 시리즈이다.  딸과의 꼼꼼히 따져 보는 토론으로 이끌어 가며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철학적 사고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속에 녹아 있는 것으로 매 순간의 선택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알게해 준다.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는 철학과 문학의 만남 혹은 섞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쉽게는 독서감상문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철학과 문학을 적절하고도 재미있게 또한 깊이있게 얽어 놓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친숙한  <어린왕자>에서부터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파우스트><잃어버린시간을 찾아서> 등에 이르는 책의 철학적 해석을 통한 문학작품의 감상은 내 생각의 지평을 넓혀 주기도 하고, 내가 멀리 했던 책들에 대한 부담을 좀은 덜어 주기도 해서 훌륭한 고전에 대한 새로운 도전 의식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책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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