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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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란 개념은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님의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간단하게  "폭력적으로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부터 이산을 강요당한 사람들 및 그 후손" 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1948년에 공산화 되어 1989면 공산주의의 붕괴가 있기까지 체코 사람들 역시 냉전시대의 기구한 정치사의 한 복판에 있었다. 그 와중에 국외 망명을 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자발적 선택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그들 역시 어디에서건 이방인임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디아스포라가 아닐까

조국을 떠난온 지 20년...

팽팽하던 얼굴은 주름으로 자글대고, 추억은 기억의 단편으로 서로에게 다르게 각인되어 있고, 두고 왔던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저 모래알처럼 서걱거린다. 망명 후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향수와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두려움으로 고통받아온 그들은 이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 친구 실비아의 '위대한 귀환'을 종용받은 이레나와 죽은 아내와 함께 고향 체코로 온 조제프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 버린 사람들간의 소통불능으로 더욱 깊은 고독에 빠질 뿐이다.

호메로스는 감정들의 위계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향수를 두었다. 그리하여 여신 칼립소의 외로움을 뒤로한 채 오디세우스를 그리움의 근원인 페넬로페에게 기어이 돌아가게 한다. 이레나를 둘러싼 친구들 역시 새로운 곳을 고향 삼아 잘 살고 있는 그녀에게 고향으로 가야할 의무를 부여한다. 그녀에겐 현재가 아주 중요함을 강변해도 별반 먹혀들지 않는다. 이레나에게 그들은 호메로스인 것이다.

그리고 이레나와 조제프...

둘은 같은 처지에,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으나 서로에게 치유가 되지 못한다. 잠깐 만났다가 헤어진 그들은 지난 20년에 이어지는 또다른 디아스포라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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