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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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1972년, 서울생이란다. 단발에 뽀얀 피부, 하얀 미소가 이쁘다. 언제부턴가 새로 등장하는소설가들의 나이가 나보다 어리다. 김천 빵집 출신의 소설가 김연수가 나와 동갑인데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고 참 많이 키득거렸던 기억이 있다. 정이현의 글은 처음 접하는데, 글쎄....내 마음을 그렇게 울리지를 못해줘서 참 많이 아쉽다. 알리딘에서 함께 보내준 미니북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어 봐야 그녀의 면모를 알게 되겠지..글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좀더 미뤄 둬야겠다.

이 소설집에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고, 이웃과의 친분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삶에 대한 열정조차 시들한 인물들이 자신의 가벼운 존재를 고달프게 드러낸다. 현대 도시인의 삶이겠지 싶다가도, 이런 마이너리티적인 삶이 소설의 소재가 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타인이 아니라 나와 우리들이 당면한 불안한 삶의 모습 자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타인의 고독>은 오랫동안 사귀다가 결혼했으나 1년을 살지 못하고 헤어져 '친하지 않은 친구'같은 사이가 되어 있는 남과 여의 이야기다. 여자 주희는 재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전남편인 '나'에게 넘기고 싶어한다. '얼마나 외롭겠니'라는 위로와 함께 말이다. 나는 B등급에 랭킹되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재혼을 해아만 하는 상황인데, 나와는 상관없는 타인의 고독을 치유하기 위해 전처 주희는 집요하게 강아지 몽이를 내가 키우기를 강요한다. 한 때는 사랑했던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새로운 삶 앞에서는 함께 나눈 추억들이 처분해야하는 짐이 되고 마는 현실..존재의 가벼움이 아닌가

<삼풍백화점>은 영화 <가을로>와 최근에 개봉한 <화려한 휴가>를 떠오르게 한다. 우리 나라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했고, 배우 이요원이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를 부르짖었던 그 애닯은 절규가 이 두 역사적인 사건에 모두 적용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나에게 잠시나마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지만 참사로 사라져 버린 R은 주인공 나에게 기억할 만한 특징이 없는 아이였다. 한 때 잠깐 가까웠지만 별 이유 없이 멀어지게 된 친구로서 주인공 나에게는 존재가 가벼운 친구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가벼운 존재들의 사라짐이 나의 가슴 한쪽을 뻐근하게 저릴 때가 있다. 우리는 아직 그들은 잊어서는 안 되겠다.

<오늘의 거짓말>은 창창한 미래대신 불안한 현재를 사는 스물일곱의 여자 이야기이다. 남의 주민등록증과 이름으로 아이디를 만들어 상품 후기를 올리는 일을 하는 주인공의 삶은 자기의 것이 아니다. 생계행 거짓말로 생활을 유지하는 나에게는 젊음에 대한 예찬 대신 상품에 다섯개의 별을 듬뿍 줄 수 있는 가벼운 힘이 있을 뿐이다. 1979년에 나는 태어났고, 누군가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내가 거짓말하는 나의 일을 그만 두고 그 당시에 씌어진 책들을 모두 읽게 되면 새로운 것을 알게 될까? 바람의 속도와 바람이 불어 오던 방향에 대해... 글쎄 앞으로 부는 바람의 방향이나마 가늠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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