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위한 철학통조림 - 고소한 맛 1318을 위한 청소년 도서관 철학통조림 4
김용규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청소년을 위한 철학 입문서 수준의 책이라 생각하고 쉽게 책장을 넘기지만 은근히 깊이 있는 책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철학사를 이야기하는 책이 많은데 '무엇인가'를 알아채기에는 힘이 드는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 분들께 권하고 싶다. 리뷰 제목을 " 함이 앎이고 앎이 함이다." 라고 한 이유가 이 책을 통해 철학은 무엇가를 아는 것이고 결국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나름의 생각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성과 과학의 시대인 근대.. 그 근대의 철학을 반석위에 세운 사람이 칸트라고 한다. 객관적 지식이란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본유관념 (감성과 오성)으로 세계를 개념화한 체계.. 실재의 세계는 아니지만 내가 그렇게 인식하여 구성한 세계....인식의 주체로서의 인간은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통해 세계를 객관적으로 접근한다. 그럼으로써 근대철학을 재건했다는 평가를 받은 위대한 철학자 칸트.. 그의 철저한 이성은 본성으로 저절로 행해지는 착한 행동보다 선의지에 의해 행동하는 착한 행동이 가치 있는 것이라는 실천이성으로 나아간다.

'함이 앎이고 앎이 함이다'라는 말은 급진적 구성주의자 마투라나에게서 나온다. 그는 근대의 객관성은 인류를 획일적이고 일원화하였다는 비판을 한다.  모든 생물체는 저마다의 인지구조를 통해 저마다의 환경을 구성하는데 그것들이 모여 '다원 우주'를 형성하므로 객관적 세계, 모두가 일치하는 획일화된 객관은 폭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세계를 내가 스스로 구성하고 우리가 사는 세계를 우리가 구성하므로 인간은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데로 나아간다. 여기에서 칸트의 구성주의와 마투라나의 급진적 구성주의는 서로 닮아 있고 또 다르다. 우리 스스로가 앎과 삶이라는 효과적 행위를 통해 구성해 가는 이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 곁에 남을 받아들이는 일' 그리고 '사랑'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비트겐슈타인을 이해하기가 좀 어렵기는 했다. 논리적 실증주의..기호와 언어, 용법, 관계를 통한 철학... 그래도 생활 형태에 따라 가변적으로 사용되는 언어 규칙, 언어 게임을 이해하는 것이 타인과의 소통에 용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은 삶을 이야기한다. 이성, 과학, 논리, 인식, 인지 등등의 무거운 말들이 놓여 있지만 우리의 앎을 넓히고 무언가를 하도록 하는 철학의 힘에 감탄한다. 읽는 동안이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래된 정원 - 전2권 세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현우와 윤희의 사랑을 통해 80년대를 생각해 보게 한 글이다. 두 사람 각각의 나레이션을 통해 우리의 오늘이 얼마나 많은 개인들의 노력과 희생을 통해 비로소 있는 것인지 실감나게 읽힌다.열 사람의 한 걸음과 행복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한 걸음 앞서 갔던 순수한 영혼들의 지독한 고난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황석영씨의 소설은 <장길산>처럼 이야기의 진행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라 생각했다. <바리데기>나 <심청>도 마찬가지라서 '이야기꾼 황석영'이라는 타이틀로 그를 기억했는데 <오래된 정원>을 통해서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주어 그를 다르게 평가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80년대는 나에게 초등학생이 고등학생으로 자라는 시기였다. 학교 교육에 충실하고 친구들 좋아라하며 부지불식간에 지나가 버린지라 격동의 80년대가 구체적 체감으로 와 닿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래도 끊임 없이 계속되는 80년대의 이야기들은 우리들 누구도 지난 세월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일깨워 왔다.

사랑하는 이를 감옥에 보내고 홀로 독립하여 딸을 키워낸 윤희와 감옥에서 더욱더 인간다움의 모습을 유지하고자 애를 쓴 현우,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서 힘을 보태준 사람들이 있어 우리의 오늘이 있다. 그들을 보면서 나의 주변에 일어난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 역시 먼 곳의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그들이 원하던 오늘날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들이 일구고자 한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모습과 같지 않을까

 우리들의 오래된 정원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기를 작가는 바란다. 변화하는 현실속에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더 나은 삶에 대한 꿈.....당신은 당신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강하트 2021-01-25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제목이 인상적이네요
 
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턴가 하고 싶은 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뭘 잘못 먹은 모양이다. 남의 생각을 수동적으로 받아 들이다 보니, 나는 뭔가라는 철학적 존재론에라도 빠진 건가? 아니면 논술이 중요하다는데 '너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논술의 시대적 흐름에 발 맞추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라도 빠진 건가?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랴?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 생겨났다는 그 사실이 중요하다.

자, 그럼 글을 써보자구나.. 어짜피 말발은 약하고 말에 강해지려면 순간 임기응변도 되어야 하는데 그건 또 안 된다. 그러니 시간을 들여 낑낑거리며 글로라도 표현할밖에..  허나 글을 쓰고자 컴퓨터 앞에 앉아도 그 진행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썼다 지우기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옛날 연애편지를 쓰면서 구겨 버린 편지지가 얼마며 닮아 버린 볼펜 심이 그 얼마였던가란 생각이 든다. 글 역시 술술 써지는 게 아니란 말이다.

글쓰기는 노동이다. 뛰어난 문장가고 벽에 머리를 찧는다.

이 책의 제 1장은 글쓰기가 노동임을 이야기해 준다. 내가 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그렇게 머뭇대야하느냐면 글이라는 것이 천재적 영감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많은 노력을 통해 일구어 가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한껏 위안을 받으며 글쓰기에 대한 희망의 길을 열어 주는 이 책이 참 좋다. 예문으로 인용한 글은 내가 좋아하는 이진경씨와, 한비야, 장영희, 김용석 씨 등이 쓴 글들로써 그들의 따뜻한 인간애와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어 좋다. 글 쓰는 전략을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문을 통해 좋은 글과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글쓰기에 있어 구성이 중요하다면 이 책 역시 구성이 돋보인다. 글쓰기의 방법이 막연하게 쓰여 있지 않고 구체적이서 좋다. 테마를 어떻게 의미있는 주제로 구상하고 글의 흐름을 구성할 것인지, 글의 밑그림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글이라고 하는 것이 무조건 시작한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이제서야 이해하게 되었으니 .... 큰 수확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전략이 좋더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표현하지 않는 사고가 아무리 좋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냔 말이다. 글쓰기는 노동이라고 한다. 힘들게 땀흘린 열매가 달다고 하듯이 영감이 떠 오르길 기다리며 있지 말고 , 벽에 머리를 찧어가면서라도 다만 열심히 생각하여 써야 한다. 그이런 훈련과 연습만이 좋은 글을 쓰는 힘이 된다는 것은 글쓰기의 진리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강하트 2021-01-25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아침 뉴스에서 계룡산 어느 자락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다가 숨겨 놓고 그것을 팔아 넘기려는 일당이 나무의 DNA 검사 결과 드러나서 일부가 검거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가가 3억정도라고 하는데 , 그 나무가 뿌리를 내려 그 만큼이 되기까지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들였을까를 생각해 보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사람이나 동물뿐만이 아니라 식물 또한 자신에게 위태로운 일이 생기면 비명을 지르거나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그들 내부에서는 살아내려는 발버둥을 치고 있을 것이다.나무를 심은 사람 엘제아르 부피에가 이 소식을 들었다면 그이의 가슴에서도 눈물이 흐를 듯하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홀로 사는 50대의 고독한 남자가 30년 동안 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야생 라벤더 외에는 아무 것도 자라지 않는 곳에 살면서 묵묵히 도토리를 심으며 산다. 이 자그만 도토리가 나중에는 떡갈나무 숲을 이루게 되고,  너도 밤나무 숲을 이루고, 자작나무 숲으로 번져 가게 되어 마침내 사람들을 살린다.

신영복 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꿉니다' 라는 평강공주와 온달 장군의 이야기에서 주신 교훈이다. 어려서 들은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받아 들이지 않고 어려운 길을 선택함으로써 신분을 뛰어넘은 것은 사회적인 벽을 뛰어 넘은 것이요, 세상을 변화 시키는 실천이라는 것이다. 약삭 빠르게 세상에 편승하지 않고 어리숙할 만큼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는 작은 행위의 위대함을 이 글은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리겠다는 또는 무언가를 이루고 말겠다는 거창한 목표 의식이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 하나가  종내에는 더 많은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냄을 나무를 심은 사람이 묵묵히 보여 주고 있다. 도토리를 심는 손이 그려진 삽화가 감동을 준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 콘서트 1 - 노자의 <도덕경>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대향연 철학 콘서트 1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리 열흘을 내리던 비가 마침내 그치고 해님이 방긋 얼굴을 내민 지난 주말이다.  반가운 해님과 악수하고 더 말개진 산을 둘러 보며 철학콘서트를 즐겼다. 콘서트가 어떤 기준으로 진행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내 마음을 맡기고 보니 그 순서랑 상관 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소크라테스와 석가와 퇴계가 한 무대에 나와 공연을 펼친다. 그리고 진행자 황광우는 각 출연진에 대한 소개와 평가로 청중들을 안내한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무지를 부끄럽게 여기고 지혜로 이끄는 소크라테스의 스승다운 면모가 드러나 있다. 자유정신을 추구하며 기꺼이 죽음을 선택했던 소크라테스가 경원의 대상이 되지 않고, 일상에서 주어지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 중의 한 명처럼 가까이 느껴진다. 철학이란 꼭 학문적인 정립이 이뤄지지 않아도 나와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을 새롭게 생각해 보고, 실천해야 하는 일상의 한 부분임을 실감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먼 곳으로 떠났다.

책이 그것을 읽는 독자에게 자극이 되고, 자신을 쇄신할 수 있는 힘을 준다면 그 역할을 다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장정일씨는 열정적으로 쓰여진 책이 열정적으로 읽힌다고 했는데, 그 덕분인지 이 철학자 편에서 다른 편으로 넘어가는 속도에는 심한 가속이 붙는다. 철학이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 여섯 시간 노동과  화폐의 폐지를 주장한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모어 편이었다.  문명의 발달과  자본주의의 성장이 드리운 그림자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있는 이 시점이 그의 사상에 관심을 가져 보아야 할 때다. 마르크스와 토마스모어가 같은 시대를 살았다면 죽이 잘 맞았을 것이다. 자본가를 위해 잉여가치를 생산해야 하는 고달픈 노동자의 삶에 좀더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주는 것, 경쟁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는 행동의 이면에는 우리들의 유토피아가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저당잡혀 사는 우리들이다. 자유주의보다 더 무서운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며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들이 난무한다. 우리 사는 곳이 정글이어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노자님을 만나볼 노릇이다. 인간의 근본이 되는 도와 덕은 다투지 않고 아래로 향하는 물과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