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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콘서트 1 - 노자의 <도덕경>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대향연 ㅣ 철학 콘서트 1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리 열흘을 내리던 비가 마침내 그치고 해님이 방긋 얼굴을 내민 지난 주말이다. 반가운 해님과 악수하고 더 말개진 산을 둘러 보며 철학콘서트를 즐겼다. 콘서트가 어떤 기준으로 진행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내 마음을 맡기고 보니 그 순서랑 상관 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소크라테스와 석가와 퇴계가 한 무대에 나와 공연을 펼친다. 그리고 진행자 황광우는 각 출연진에 대한 소개와 평가로 청중들을 안내한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무지를 부끄럽게 여기고 지혜로 이끄는 소크라테스의 스승다운 면모가 드러나 있다. 자유정신을 추구하며 기꺼이 죽음을 선택했던 소크라테스가 경원의 대상이 되지 않고, 일상에서 주어지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 중의 한 명처럼 가까이 느껴진다. 철학이란 꼭 학문적인 정립이 이뤄지지 않아도 나와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을 새롭게 생각해 보고, 실천해야 하는 일상의 한 부분임을 실감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먼 곳으로 떠났다.
책이 그것을 읽는 독자에게 자극이 되고, 자신을 쇄신할 수 있는 힘을 준다면 그 역할을 다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장정일씨는 열정적으로 쓰여진 책이 열정적으로 읽힌다고 했는데, 그 덕분인지 이 철학자 편에서 다른 편으로 넘어가는 속도에는 심한 가속이 붙는다. 철학이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 여섯 시간 노동과 화폐의 폐지를 주장한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모어 편이었다. 문명의 발달과 자본주의의 성장이 드리운 그림자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있는 이 시점이 그의 사상에 관심을 가져 보아야 할 때다. 마르크스와 토마스모어가 같은 시대를 살았다면 죽이 잘 맞았을 것이다. 자본가를 위해 잉여가치를 생산해야 하는 고달픈 노동자의 삶에 좀더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주는 것, 경쟁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는 행동의 이면에는 우리들의 유토피아가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저당잡혀 사는 우리들이다. 자유주의보다 더 무서운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며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들이 난무한다. 우리 사는 곳이 정글이어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노자님을 만나볼 노릇이다. 인간의 근본이 되는 도와 덕은 다투지 않고 아래로 향하는 물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