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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공장
이언 뱅크스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주인공인 프랭크는 열여섯 살의 소년이며, 고립된 작은 섬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는 히피적 성향이 있고, 형은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으며, 프랭크는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외부 세계로의 접촉과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프랭크는 성적으로 불구이다.
이 소설은 기괴하다. 프랭크는 고립된 생활 때문에 나름대로의 독립적인 정신적, 물질적인 세계를 만들어놓고 있다. 외부 침입자를 막기 위해 섬의 입구를 바라보는 기둥에 죽은 동물들의 머리를 걸어놓는다던지, 자신을 성적 불구로 만들어버린 개의 해골을 주술적인 도구로 이용한다던지, 미래를 점치기 위해 말벌이 어떠한 방식으로 죽는지 관찰하는 말벌공장을 만들어 이용한다던지 말이다.
프랭크는 사춘기의 불안정한 정신상태와 성적으로 불구라는 것에서 오는 불완전함 느낌과 상실감,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기이성을 모두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음산한 주술적, 상징적인 행위들은 어쩌면 프로이트가 말하는 이드, 융이 말하는 아키타이프, 신화와 원시 부족에게서 볼 수 있는 인간의 잠재적인, 무의식적인, 원형적인 무언가, 그것의 파괴적이고 공격적이고 음울한 부분을 반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역자는 책 말미에 이 책에 쏟아진 다양한 비난과 찬사들을 소개한다. 대부분이 이 책을 쓰레기같고, 엿같다고 비난한다. 물론 이 책에는 프랭크가 잔인하게 여러 동물들을 죽이는 장면과 프랭크가 어린 아이 셋을 죽인 이야기와 형인 에릭이 미치게 된 계기-이 장면은 진짜 역겹다-와 에릭의 광인적인 행동들 등 좀 혐오스럽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건 소설이고 이야기일 뿐이다. 이건 평범한 이야기가 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아닌가. 왜 그것을 비난하고 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덧. 마지막의 반전은 왜 있는지, 의미는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덧2. 이 책을 비난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이 책을 옹호할 순 있지만, 이러한 책을 쓰는 작가는 경계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