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힐 Body Club Books 19
A.S.니일 / 시간과공간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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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서머힐에 대해 오해를 했었다. 학생들에게 무제한의 자유를 주는 학교라는 타이틀만 보고, 유럽적인 개인주의자들을 양성하는 학교가 아닌가 생각했었다. 실제 책을 읽어보니, 서머힐은 내가 알고 있는 대안학교의 일반적인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서머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동등한 대접을 받고, 여러가지 규칙들은 학교 총회에서 제정되고,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 벌을 주는 것도 학교 총회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강제사항이 없다. 공부 부분에 있어서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억지로 공부시키면 6년이 걸릴 공부도, 학생이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하는 공부면 2년이면 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머힐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은 학생들 대부분이 초등학생정도 나이의 어린 학생들이라는 것, 종교를 포함하여 어떤 종류의 가치, 윤리, 도덕을 가르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는 것, 학생들의 연극 활동을 매우 장려한다는 것이었다.

둘,
저자는 아이들을 정신병적 증세를 보이는 학자로 키우는 것보다 행복한 청소부로 키우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 확신하고 있다. 물론 나도 이것에는 동의하지만, 가끔 나의 삶을 더 많은 과제와 도전이 있는 성공한 삶이라 일컬어지는 모습으로 바꾸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셋,
저자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어린 아이에게 윤리, 도덕을 가르칠 필요없이 자유롭게 삶을 살아가도록만 해주면 스스로 적절한 윤리와 도덕을 깨우치게 될 것이라 말한다. 저자의 주장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저자와 다른 교육관을 가진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인간관을 포함하는 모든 세계관과 가치관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지만, 어떤 사상의 전개 과정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일을 한다. 그래서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사상들 간에는 우위를 비교할수도, 타협점이 존재하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끝까지 나는 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을 하고, 너는 네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넷,
저자는 프로이트의 열렬한 신봉자이다. 그리고 프로이트의 신봉자들이 그러하듯이 저자도 성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저자도 이러한 비판을 인식하고 있지만, 그렇게 비판하는 사람에게 성적인 농담을 하면 그들 역시 낄낄거리며 웃는다고 되받아친다. 성적인 농담에 웃는 것 자체가 그들이 성적으로 억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나.
하지만 저자는 너무 급진적인 성을 이야기한다. 그는 여학생과 남학생이 함께 자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지금 자신이 여학생과 남학생이 함께 자도록 한다면 학교 문을 닫아야 할것이므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 이야기한다.
성을 개방하면 우리가 우려하는 그러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까. 이건 잘 모르겠다.

다섯,
저자는 자신의 학교가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은 사람들이 꿈꾸는 다른 삶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단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 행동의 한계점을 자주 비판하고 있는데 그럴 수 있는 건 결국 내가 아무런 행동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점과 한계점 없는 행동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러한 문제점과 한계점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행동해야 할것이다.

여유가 있을 때 서머힐 정리 좀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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