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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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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내게 가장 멋진 옷이고, 거울이었다. 그런 책에 대해 나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늘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렇지 않으면 나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처럼 책을 읽어왔다. 그것은 적절한 긴장감이기도 했고 때론 부담이기도 했다. 내가 채운 서가를 둘러보면 읽었던 책들보다 읽지 못한 책들이 더 많다. 그러면서도 나는 매일 서점과 출판사의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내게 자극이 될 책들의 목록을 더 얻길 원한다. 좀더 괜찮은 무언가가 되고픈 내 욕망이 나를 자꾸만 책 쪽으로 이끈다.

 

대학시절엔 젊은 작가들의 소설과 시를 주로 읽었다. 그들의 문장과 생각을 닮고 싶어서였다. 직장을 얻고 일을 하면서는 띄엄띄엄 책을 읽었다. 역시 소설과 시. 그러나 다 읽지 못하고 덮기 일쑤였다. 나는 꿈을 조금씩 포기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는 뜻밖에도 다양한 책들을 접하였다. 에세이와 실용서, 아동책, 요리책, 까지. 나의 책읽기는 리뷰로 개인적인 글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생기면서 그 아이를 위한 책 구매에 좀더 시간과 돈을 들이게 되었지만, 지금도 내게 가장 큰 소비는 책이다. 그것만큼 나를 후회 없는 소비로 이끄는 것은 없었다.

책이라고 하면 어떤 책? 을 되묻게 된다. 저자와 내용을 묻는 말이다. 한 번도, 그 누구도 책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의 뒷면, 김영하 작가의 추천사를 읽으며 한 번, 흔들렸다. 늘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왜 책, 그 자체의 존재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대학 졸업 후에 취업으로 선택했던 편집자의 길. 그러나 보기 좋게 떨어지고 선택했던 서점 일. 책과 관련된 일을 하기 원했고 서가와 진열대마다 책이 전시된 서점에서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늘 책과 함께 하길 원하면서도 정작 책에 대해선 깊은 사유를 갖지 못했다. 책을 읽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가 서점을 다니며 가졌던 생각에 대한 이야기들에 또 한 번, 흔들렸다. 언젠가 새 책들의 사이를 거닐며 가졌던 마음, 그 잃어버린 설렘들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서점과 도서관에 있는 것이 당연하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얻고 읽을 수 있는 책. 그것은 사람 사이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존재가치를 갖고 있을까.

 

 

이 책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글을 읽기 시작하여 인생의 사계절을 지나면서 흐르는 시간과 변화하는 날씨에 따라, 서재에서부터 집 안의 거실, 부엌, 침대, 화장실, 다락방, 골방, 마루, 옥탑방을 지나고 집 밖의 풀밭, 카페, 지하철, 버스, 배, 비행기, 기차, 호텔방, 산사, 바닷가, 병실, 감옥, 묘지를 지나서 서점과 도서관 등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공간들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시간가 공간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의 시공간을 이야기하다보면 책에 대한 이야기와 책 읽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곳곳에는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의 양서예찬이 알알이 박혀 있다. 책 읽는 사람의 시공간을 이야기하는 이 책의 내용을 넉 자의 한자어로 요약하자면 '책인시공冊人時空'이 될 것이다.

-p.23~24, '책에 대한 책을 열며' 중에서

 

 

저자는 서문을 통해 소개한 대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독서' 란 행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책은 크게 책을 읽는 시간, 집 안에서 책을 읽다, 집 밖에서 책을 읽다 로 나누어져 있고, 그 속엔 좀더 세밀한 제목들로 흥미로운 책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사소한 것이기도 하며 오롯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가치이기도 하고 은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가진 방대한 독서량만큼 책 읽는 중간 중간 적절하게 배치된 작가들의 독서 관련 글과 작품들, 옛 선인들의 독서에 대한 예찬 글도 읽으며 알 수 없이 마음이 풍요롭고 너그러워짐을 느꼈다. 푸른 잔디위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그들만의 평화로운 시간이 너무나 부러웠다. 언젠가의 나는 그렇게 책 속에서 설렘을 느꼈고 무언가를 하고픈 해내고픈 꿈을 꾸었었다. 그것을 잃어버린 것은 언제쯤 이였을까. 나조차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 꿈결처럼, 말이다.

 

나는 왜 책을 읽는 것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될 날은 누구나에게 한 번쯤 찾아올 것이다. 어떤 의미와 가치로 나는 이 한 권의 책을 선택해 읽는 것일까, 싶은 공허가 독서의 사이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그 의문들이 찾아왔다 떠났다. 답은, 달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나를 위로하고 이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이 책을 읽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만, 독서로부터 나의 문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자책도 함께 발달했지만 인터넷과 게임 등으로 자투리 시간을 보내고 있기가 십상이다. 예전엔 그 시간에 한 권의 책을 펼치고 잠시라도 색다른 이야기에 눈을 붙이려 안간힘을 쓰곤 했었는데.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낸 뒤엔 무언가 헛헛해진 느낌과 무가치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 작가의 책은 책에 대해 잃어버렸던 다양한 감정들을 되찾게 하고 그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종이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느낌. 넘겨질 책장을 만지는 시간들. 그리고 삶을 어루만지는 기억과 추억들. 다시 읽는 순간순간마다 다른 느낌을 전해오는, 살아있는 존재와 같은 책. 책을 한 권의 사람이라 비유하는 것을 넘친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그 모든 감정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책과의 긴 대화가 정수복 작가의 손에 의해 태어났다. 우리는 그의 책을 빌려 좀더 긴 대화를, 나와 책만이 나눌 수 있는 은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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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6 2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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