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cats
snowcat(권윤주) 글 그림 / 바다출판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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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양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특별하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다.
다만 요즘 들어 이곳저곳 다니는 사이트에 자기가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지금까지 눈여겨 보지 않았던 고양이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가끔 흥미가 이는 정도랄까.

날마다 그림 일기 읽는 재미로 들르는 snowcat 홈에 올라오는 '나옹' 사진도 그래서 보기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고양이는 아니지만 그 여러 모습을 훔쳐보는 건 재미있었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는 동네에서 뛰노는 누렁괭이 내지는 얼룩괭이들. ^^ )

그래도 그다지 살 생각이 없었던 (snowcat 일기가 아닌, 나옹 사진집이라니) 이 책을 얼마 전 홍대 앞에서 열렸던 와우! 북 페스티벌에 갔을 때 충동구매해 버렸다. 아마도 또랑또랑 눈을 뜨고 쳐다보는 표지 사진에 끌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집에 와서 책을 몇 장 넘겨보다가 이 글에 그만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양이 친구

‘고양이’ 하면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새끼 때야 귀엽지 않은 동물이 어디 있겠냐만은
특히 새끼 고양이를 보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새끼 고양이를 데려오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어린 시절은 금방 지나가버린다.
그럼 그 후에는?
고양이는 당신의 동반자로서 함께 사는 것이다.
그저 돌봐줘야 하는 귀여운 동물이 아니라 당신의 친구로서.

그러니 당신의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금방 커버렸다고,
이젠 살갑게 굴지도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장담하건대 그보다 훨씬 멋진 시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본문 18~20쪽에서)



요즘 부쩍 커 버린, 그래서 내 곁에서 성큼성큼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드는 아이를 보며 생각이 많은 내게 들려주는 듯한 얘기. 저 글에서 '고양이'를 '아이'로 바꾸면 내 마음 그대로겠지.
저런 마음으로 고양이를 키우는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고양이에 푹 빠지는구나 생각하니 나옹이, 그리고 많은 고양이들이 새롭게 보이고 그 주인들이 새롭게 보였다. 아니, 애완동물(요즘은 반려동물이라고들 한다지만, 아직은 내게 낯선 말이어서)과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마음이 듬뿍 깃들어 있는 글과 사진을 보는 건 참으로 즐거웠다.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하고 고마운 일이다.


200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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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2-01-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방치해 놓다가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난 기쁨에 올린 글이었는데
그 달의 우수 리뷰로 뽑혀서 화들짝!

10만 원 적립금 받은 김에 살까 말까 망설이던 아홉 권짜리 <초원의 집> 시리즈를
콱 질러서 딸내미한테 안겨 줬던 기억이 난다.
그 <초원의 집>은 딸내미가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읽고 읽고 또 읽는 책이니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
 
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신나는 책읽기 2
채인선 글, 강을순 그림 / 창비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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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읽기에 편해 보이는 크기에 그림책을 떠오르게 하는 표지와 삽화. 그리고 채인선이라는 작가가 쓴 책. 처음 이 책을 대하고는 기대에 차서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다 읽고 난 느낌은 좀 어리둥절하다. 내가 아이들이 상상하는 세계로 들어가지를 못하는 건가? 정말로 이런 이야기가 아이들 머리 속에 펼쳐지는 유쾌한 상상의 나라 인가? 잘 모르겠다.

<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외딴 섬에서 아이와 도마뱀이 처음 마주치는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아이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도마뱀을 한심하다고 몰아세우는 다음 장면에서부터는 왠지 아이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어른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에서 도둑고양이가 쓰레기통에 떼거리로 몰려있어도 고양이에게만 관심을 쏟는 게 아이들인데, 과연 쓰레기통 뒤지는 도마뱀을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을까?
심심해서 그런다는 도마뱀더러 유용한 일을 해야한다고 하면서 아이가 가르쳐 준 것은 뜨개질이다. 하지만 더운 섬나라에 사는 도마뱀에겐 벌거벗고 사는 쪽이 더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뜨개질을 할 줄 몰라서 옷을 안 입는다는 건 아무래도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아이가 도마뱀 친구에게 권하는 일이 뜨개질 이라는 것도 선뜻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필이면 왜 뜨개질이었을까? 할머니가 늘상 하시던 말씀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첫번째로 꼽을 만큼 뜨개질이 정말 유용한 일일까 싶다. 그것도 도마뱀에게.
제목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이지만 사연을 다 듣고 나서도 좀처럼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바다에 떨어진 모자>
이 글 역시 아이의 마음보다는 어른의 마음이 더 짙게 느껴지는 글이다. 복잡한 서울 생활에서 지친 모자가 일부러 주인에게서 떨어져서 평온한 바다에서 쉬려고 한다는 설정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 어른들의 마음이 아닐까.
아이들도 생활에 지쳐 조용한 곳에나 가서 쉬고 싶다는, 이런 생각을 하나? 요즘은 이곳 저곳 학원순례를 하느라 지친 아이들이 마음의 병을 앓기도 한다지만, 그런 잘못된 경우를 빼면 원래 가만히 쉬는 것을 못 견뎌 하는 게 아이들 모습인데 말이다.

<우리 방이 동물원이 되었어요>
책에 실린 여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이다. 주인공이 책 속의 동물과 만나게 된다는 설정은 다른 책에서도 흔하게 나오는 구성이긴 하지만 그런 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펼쳐졌다. 특히 매일 한 마리씩 새로운 동물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특징을 살핀다든지, 동물원의 동물들이 모두 나타나서 바글거리는 대목은 아이도 재미있어 한 부분이다.
하나 걸리는 건 동물들이 동물원으로 돌아가고 나서 동물원 원장이 주인공을 찾아와서 네 덕분이라고 하는 점이다. 아이가 어떻게 했는데 아이 덕분이라고 할까? 그 전날 밤에는 더이상 책을 읽지 않아서 동물들이 돌아왔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 아이 때문에 동물들이 없어졌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몇 번이고 책을 다시 읽어보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한 편 한 편의 글을 읽으면서는 있을 수도 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읽을 수가 없었다. 읽고나면 꼭 그래서? 라는 의문이 남는다. 쓰다만 글을 읽었을 때처럼. 뭐라고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상의 세계라고 해서 그냥 떠오르는 대로만 쓰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으면 그 즉시 왜? 라는 질문이 튀어나오는걸 본다. 상상의 세계를 그린 동화라고 해서 그럴 때마다 이건 그냥 꿈이야, 이건 상상이야 라고 대답해 줄 수는 없지 않을까.
자유롭게 펼쳐지는 상상이지만 꼭 진짜처럼 느껴지는, 그런 상상 이야기를 읽고프다.


2000/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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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2-01-1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도연 신입회원 과제
+
'이달의 마이리뷰'로 뽑혀서 적립금 10만 원 받은 글.
글 써서 어디 뽑혀 본 건 처음이라 엄청 뿌듯했다. ^^*
 
작은 집 이야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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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재미있는 책이 있는가하면, 그림만 괜찮은 책이 있다. 물론 둘 모두 좋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글과 그림이 모두 좋은 책 중에서도 재미를 새록새록 주는 책을 가끔 만나는데 <작은 집 이야기>가 그랬다. 서점에 세 번이나 들른 끝에 겨우 이 책을 구할 수가 있었는데, 애를 쓴 것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만큼 재미있었다.

시골 마을의 사계절 장면을 지나면 점차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이 망가지고 도시가 들어서는 장면이 나오는데, 점점 매연으로 하늘이 뒤덮이고 회색빛 건물과 길, 사람들로 가득찬 그림에서는 저절로 작은 집의 심정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을 읽어줬을 때 여섯살난 아이는 작은 집이 망가지고 건물과 도로에 짓눌리는 장면에서 불쌍하다며 눈물을 흘려서 나를 놀라게 했다.

책 전체에 걸쳐서 S자로 뻗어있는 길 그림과 그와 비슷한 모양을 이루고 있는 글 모양에서 생생한 속도감을 느낄 수가 있는데 예전에 얼핏 넘겨보았던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을 보면서 숨은 그림찾기 하듯 쬐끄만 그림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글보다 훨씬 많은 볼거리를 담은 그림은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녹색이 없어지고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차는 서울(다른 곳도 비슷하지만)의 모습이 생각나서 책 내용이 더 가깝게 느껴진 것도 같다.
 

199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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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문학> 과제
 
자장자장 엄마 품에
임동권 글, 류재수 그림 / 한림출판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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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줄만한 그림책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집어넣는 책이 바로 <자장자장 엄마 품에>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는 자장노래를 모아서 류재수님이 그림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강렬한 색상과 유화물감을 여러번 덧발라 만든 것 같은 재질, 붓자국 등이 엉켜서 이루는 화면이 정신없게 느껴졌고, 글이 첫 눈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그런데 아이에게 여러번 읽어주다보니 강렬한 그림이 오히려 아이에겐 눈에 확 띈다는 것을 알았다. 또 엄마와 아기, 잠자는 여러 동물들, 울타리 안의 초가집 등의 그림이 자장노래의 분위기에 잘 맞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4.4조로 이루어진 노래들은 흥얼흥얼 읽다보면 한번도 이런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음에도 가락을 붙여서 읽게 된다.

우리나라 그림책만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책으로 꼽고 싶다.
 

199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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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문학> 과제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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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은 첫 눈에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자신감이 가득 찬 얼굴로 옆을 보고 있는 수탉의 표지그림부터 그 이전에 나왔던 우리나라 그림책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인생과 가족의 의미를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어서 어른들이라면 모르지만 과연 아이들도 이 책을 좋아할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이 책을 대하는 아이들은 화려한 그림에 반하는 듯 하다.

사실 나는 <세상에서...>의 글(이호백)보다는 그림(이억배)에 훨씬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힘'으로 세상에서 1인자가 된다는 내용이나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을 젊은 암탉들이 졸졸 따라다닌다는 표현은 가부장주의적인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어서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사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하게 했다. 또 아들 딸 손주가 잘 자랐으니 지금도 세상에서 제일 힘센 -물론 행복할 수는 있지만- 수탉이라는 대목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 책의 줄거리가 마치 IMF 이후에 직장에서 밀려난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 이야기 같다며 매우 마음에 들어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반대로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난 '아버지/남자 기 살리기' 캠페인 같은 느낌이 들어서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글에서 이처럼 상반되는 두 가지 생각(가족사랑 대 가부장주의)이 드는 반면 이억배님의 그림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우리나라 단청이나 민화의 느낌이 짙게 풍기는 색채나 힘과 멋을 풍기는- 특히 닭벼슬이나 꼬리털을 볼 때 느껴지는 - 수탉의 그림은 글 없이 그림만 봐도 흡족하다. 또, 수평아리가 친구들과 싸움을 하는 장면이나 수탉의 손주들이 말타기를 하는 장면, 기차놀이를 하는 장면은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수탉이 술꾼이 되어 곤드레만드레 하는 장면이나 마지막의 환갑장치 장면에서는 줄거리와 관계없이 구석구석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런 재미는 이후 작품인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이억배님 특유의 유머감각이랄까?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특기할만한 것은 대부분의 그림책에 쓰이는 하드커버 제본이 아니라 소프트커버 제본이라는 점이다. 사실 어른들은 책을 사 줄 때 오랫동안 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하드커버 제본을 선호하는 편이지만(나 또한 예외가 아님), 우리 아이부터가 가볍고 펼치기 쉬운 이 책을 훨씬 좋아한다.

어쨌든 <세상에서...>는 '정성스럽게 만든 우리 그림책'이라는 말에 부끄럽지 않은, 멋진 그림책이다.


199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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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문학>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