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윤진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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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종이책으로 읽지 못했던 책, 전자책으로 읽고나서 '이런 책은 종이책으로 소장해야 해!' 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책이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어젯밤 이 책을 완독하느라 날을 지새웠다.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몰입이 좋았던 책. 이름하여 '사랑할 수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작가님을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이융진 (27) - 제니스 실장 -> 후지타 총괄 실장

마태오 (36) - 칠성 건설 사장, a.k.a.혈호

여주인공 이융진이라는 참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보육원 출신, 꽤 이름 있는 대학의 경호학과를 장학금 받으며 졸업. 그 스펙이면 얼마든지 떳떳하 직업을 구할 수 있을 텐데도 그녀가 일하는 곳은 술집. 3년 전, 엄마처럼 여기던 보육원 원장 수녀님이 사고로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로 입원. 보육원 경제의 일부분을 감당하며, 원장수녀님의 병원비를 케어하느라 자신의 월급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다고 내색 한번 하지 않는 여자다. 말 수도 별로 없고, 바르고, 소신있다.

선택으로 쉬운 길을 가는 게 제겐 더 어렵다고 말하는 여자.

​작은 뿌리로 시작해 건축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칠성건설의 젊은 주인, 마태오. 이름에서 풍기는 무서움. 왜, 로맨스에서 마 씨 성을 가진 사람은 악마같은 성격으로 표현되는 걸까? 그런 부분이 아쉽다. 내가 마 씨 성이기 때문이다. '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세요! 마태오라는 남자. 이름에서 풍기는 무시무시한 분위기처럼 무서운 남자다.

칠성그룹 계열사 중 칠성 건설, 그룹 칠성의 떠오르는 실권자, 그의 또 다른 이름 '혈호', 피 범벅이 되어도 절대 주눅 들지 않는 맹렬한 호랑이. 칠성 그룹 회장, 안두식이 믿는 유일한 후계자. 믿는 도끼에 말등 찍힌다는 말이 있죠. 태오가 칠성에 들어간 이유, 부모님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함.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그룹의 수뇌부까지 도달한 그. 복수의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계획에 느닷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이융진이라는 여자. 융진의 앞에서는 그의 다른 모습이 자꾸 튀어나오는데..

약간의 느와르물? 깡패에서 시작해 칠성 그룹을 만든 안두식 회장, 그가 믿는 유일한 사람 마태오. 두식을 향한 태오의 복수. 그 사이에 나오는 이융진.

이 책을 읽으며 뜨거운 안녕이 떠올랐다. 조폭이나 다름없는 태오와 조폭이었던 뜨거운 안녕의 ​범영. 소재가 소재인만큼 비슷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뻔할 것 같은 이야기. 하지만 뻔함 속에서 진행되는 뻔하지 않은 이야기.

​태어나 버림받아 보육원에서 지낸 융진. 그러나 그녀에게선 삐딱함은 찾아볼 수 없다. 한번쯤 자신을 버렸던 부모님을 원망하고 삐뚤어질 법도 했을텐데, 그녀는 담담하다. 자신을 보살펴준 보육원에 애착과 책임감을 느낀다. 엄마처럼 여기던 수녀님의 안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여자. 그녀는 바탕은 선하지만 그녀가 일하는 곳은 선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그녀가 그곳에서 일하는 이유는 원장 수녀님과 보육원을 위한 것이다.

융진이 일하던 클럽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융진이 그 일을 처리하면서 태오와 마주하게 된다.

혈호, 마태오라고 하면 다들 눈부터 내리고 본다. 수하의 일로 융진을 만났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보는 사람들과는 달랐다. 제 앞에서 비굴하지도 않고, 흥분하지도 안는, 무척이나 담담한 여자. 오히려 자신을 더 당황하게 하는 여자. ​융진을 마주하면 할수록, 그의 안에서 소용돌이가 일었다.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인정했고, 거침없이 융진에게 향하지만, 태오를 밀어내는 융진. 아우~ 흥미진진해요!

두 사람의 로맨스와 융진의 비밀, 태오의 비밀. 스토리가 아주 탄탄하네요.

태오의 복수가 두 사람의 사이에 어떤 변화를 줄 지가 기대됐는데요. 융진이때문에 복수의 제동이 걸릴까했는데, 태오는 그러지 않았어요.

융진을 자신의 울타리 안에 가두고 거침없이 복수를 진행하죠. 이기심.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태오의 이기심. 그를 미워할 수도 없게 만드는 이야기.

복수는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아픔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던 태오. ​복수를 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두식을 포용하는 태오.

​마성의 매력을 내뿜는 태오와 태오의 복수를 말리지도, 응원할 수도 없었던 융진. 매력적인 그들의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네요.

책의 각 장이 시작할 때, 그 장의 핵심 키워드 같이 문장이 등장하는데, 마음에 확확 와닿았어요.

가장 두근두근했던 문장은 4장에 등장하는 태오의 말이에요.

만나러 가는 길에 가슴이 뛰었다. 만나니 가슴이 뛰었다. 기다리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 뛰는 가슴에 던져진 건, 만 원짜리 두 장이었다. 나쁜 년 같으니.

융진을 향한 태오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죠? 태오의 가슴 뜀에 저도 가슴이 뛰더라고요.

기대없이 읽었던 '사랑할 수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책을 계기로 이윤진님의 전작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읽는내내 두 사람 사이에 알콩달콩은 없었는데, 에필로그에 그나마 알콩달콩이 들어있어 좋았어요. 한번 읽어보세요!

작가님이 후기에 여주인공 이름과 저자의 이름을 혼동하시지 말라고 했는데, 저는 융진의 이름을 처음 읽었을 때 웃음이 나왔어요. 그래서 조금 몰입하기 힘들었다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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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머리 미용실
김유림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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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혜 (30)

윤서준 (29)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미용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법조계 집안의 장남, 윤서준. 법대에 사시 1차까지 패스했던 그가 돌연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 하고싶었던 일은 미용이었다.

다들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부터 그렇게 생각했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집을 나와 미용 일을 배우고 있는 서준.

친구의 미용실에서 일을 돕다가 유학을 떠나게 되는 친구로 인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하루빨리 미용기술을 배워 아버지 보란듯이 일을 하고 싶은 서준.

그런 서준에게 친구는 동네의 구석진 곳에 포진한 미용 고수에게 기술을 배우기를 추천한다.

​서준이 하루빨리 기술을 익히는데 필요한 조건!

근처에 중, 고등학교가 있을 것!

트렌드를 놓치면 곤란하니 일반 고객도 많을 것!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규모일 것, 직원이 4~5명 정도면 딱!

마지막, 커트 잘하는 미용사가 있을 것!

커트 잘하는 미용사라고?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는데? 서준의 물음에 친구는 한 미용실을 소개해준다.

그리하여 찾아간 그곳 '여우 머리 미용실', 여우 머리 미용실의 스태프 면접을 보기로 한 날, 면접 약속이 틀어지고 분위기도 익히고, 미용 고수가 누군지 알아볼 겸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다듬는데.. 그곳에서 그토록 자신이 찾던 미용 고수를 만나게 된다!

은둔의 미용 실력자, 영혜. 하루 종일 파마를 말아 지친 그녀 앞에 나타나 커트를 맡긴 남자 손님, 자신의 물음에는 시큰둥하던 남자가 예쁘고 상냥한 다른 디자이너의 물음에는 꼬박꼬박 대답을 하는 것에 빈정이 상한다. 커트를 마치고 자리를 뜨려는데, 갑자기 머리를 더 다듬어달라고 하는 그 남자. 기분이 상한 영혜는 나쁜 기분을 숨기고 끝까지 커트를 마무리하고, 다시는 볼 일 없을 것 같았던 그 남자가 여우 머리 미용실의 스태프로 들어오는데..

여우 머리 미용실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미용사들의 이야기.

미용 초보 서준과 미용 경력 10년차의 영혜의 사랑 이야기.

첫 만남에서부터 영혜에게 별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 했던 ​서준. 그러나 서준은 영혜에게 꼭 커트를 배우고 싶다. 자신을 향해 쌀쌀맞게는 구는 영혜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서준. 그의 노력에 대한 결실이 맺어질까요?

초반은 흥미로웠어요. 서준의 배경을 빼면은 소시민적인 이야기잖아요. 그리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라서 기대가 됐어요.

​고군분투 끝에 영혜의 마음을 얻어서 미용 기술을 배우는 서준. 그 사이 깊어진 두 사람의 마음.

마네킹을 놓고 두 사람의 손이 머리를 다듬는데 마치 사랑과 영혼에서 나오는 유명한 물레질 장면 있죠?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고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가위질에 두근!

​언제나 그렇듯 사랑의 방해꾼이 등장하기 마련. 과거 영혜의 연인이었던 남자의 등장은 두 사람의 사이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는데 그 안에서 싹트는 불안함이 두 사람을 결국 헤어지게 만들어요. 일련의 과정이 좀 답답했어요.

터놓고 대화하면 좋았을 텐데, 서로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기에, 어두운 이야기나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만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게 그렇게 좋은 것만 아닌데..

서로가 서로에게 감추었던 이야기가 결국 사랑의 발목을 잡아버렸어요.

초반에는 투덕 투덕거리며 일하면서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들보다 조연들에게 눈이 가게 되더라고요.

삐거덕거리는 영혜와 서준의 사랑에 반해 영혜와 같이 일하는 경미와 PC방 사장 문석의 이야기, 서준의 이복형제인 환과 상아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가고 궁금하더라고요.

진심을 속시원히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두 사람 때문에 너무나 답답했어요. 결국 주인공들의 매력이 퇴색되는 것 같았어요.

초반 좋았던 흐름을 쭉 이어가지 못한 뒷심이 부족했던 책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래도 끝까지 꿈을 좇는 서준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영혜가 보기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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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적수 2
이채영 지음 / 청어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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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을 쥐게하는 범인 찾기 이야기, 뻔한 듯 하지만 뒤통수를 빡 치게 하는 반전!
그리고 투닥투닥하던 그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지탱하는 커플이 되어가는 이야기..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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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적수 1
이채영 지음 / 청어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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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이채영 작가님의 글입니다.

주말에 읽어야지 읽어야지 아껴두었다가 드디어 읽었습니다.

이번 책은 또 전에 쓰셨던 이야기들과는 사뭇 다르더라고요. 시놉과 제목을 보고는 유쾌한 로코물인가 했는데... 전혀! 저의 예상을 빗겨나갔네요.

그런데 아쉽다기 보기는 흥미로웠어요.

 

설이준 - 강. 남. 보디가드 업체 소속

윤공현 - 게임회사 CEO

 

강.남. 보디가드 업체 소속의 경호원인 여주인공 설이준. 이름도 남자스러운데, 그녀의 생김새를 보아하니 누가 봐도 남잘세!

170이 훌쩍 넘는 큰 키에, 짧게 자른 머리, 그리고 정장 차림, 직업도 경호원.. 누가 이 사람을 여자로 보나요?

이름만 강.남. 보디가드라는 회사에 들어오는 일이라곤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순찰해주는 일 정도? 그야말로 파리가 날아다니도록 일이 없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 주위를 순찰하던 중 삥 뜯고 있는 불량배들을 발견! 삐뽀삐뽀~ 정의의 사도 납시어 깔끔하게 불량배들을 혼내주고 위기에 빠진 남자를 구해준다.

그러나 정작 도움을 받았던 남자는 달가워하지 않고, 떨떠름한 그의 표정을 보며 한눈에 그를 간파한 이준.

자자, 여기서 설이준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설이준이란 여자는 웬만한 탐정 버금갈 만큼 뛰어난 추리력과 눈썰미가 좋다는 것! 그녀의 이 재주가 이 책을 끌어가는 역할을 합니다.

 

작은 게임 회사 CEO인 윤공현. 그는 마치 얼음의 성에 사는 왕자 같아요.

사람들에게 곁을 내주는 법이 없어요. 그가 정해놓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일을 하고, 누군가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도 싫고, 만지는 것도 싫고, 까칠함으로 똘똘 뭉친 남자라고 할 수 있죠.

그야말로 한대 쥐어박고 싶은 남자랄까요? 그런 그가 몇 년 동안 주기적으로 살해 위협을 받고 있어요. 사실 그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데, 우연히 사촌 형인 소환에게 들키게 되고, 소환은 걱정을 하게 되죠.

그런데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온 공현에게서 다른 날과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벽증이 있는 공현인데 다른 날과 다르게 명함 한 장을 갖고 있었던 거예요.

명함의 주인은 여주인공 설이준. 명함에 당당하게 박혀있는 '강.남. 보디가드 설이준'을 보고 공현 또한 협박을 받고 있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는 동생을 위해 직접 보디가드를 찾아가는데..

 

소환이 이준을 찾아가 보디가드가 되어줄 것을 요구해요. 주급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자신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사촌 동생을 지켜달라고.

그리하여 시작된 설이준의 윤공현 보호작전!

 

당연히 까칠하게 그지없는 공현이 처음부터 이준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죠.

그러나 불굴의 설이준! 그녀 사전에 포기란 없다! 갖은 방법으로 공현의 곁에 찰싹 붙어있죠. 능글맞은 방법으로 다가가요.

어느새 이준의 페이스에 말리는 공현이란 남자. 알고 보면 그도 참 귀여운 남자입니다.

공현의 곁을 지키며 협박범의 정체를 밝히려는 이준. 하나, 둘 차근차근 추리를 해나가는데..

두 사람이 친해질 대로 친해지고 차츰 지루해질 때쯤! 빵 터져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왠지 그가 범인일 것 같았는데.. 그건 맞았고, 그 밑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진짜 놀랍더라고요. 이 정도 일 거라고 상상치 못했는데..

작가님의 한방에 저는 픽 나가떨어졌어요. 1권 후반에서 2권 초반까지는 들통 난 범인의 정체, 그리고 대놓고 이준과 공현을 위협하는 범인으로 인해서 숨죽여 읽었더랬죠.

유일한 적수는 뻔한 스릴러물이 아니었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만큼이 아닌 그 뒤에 엄청난 반전이 있다고나 할까요?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음에도 몇 년을 모른 척하며 그에 대해 정보를 모아온 공현 또한 대단해 보였고, 모든 사람들을 속이며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완벽하게 숨겨온 범인의 정체도 놀라웠어요.

 

탄탄한 추리력에 비해 이준과 공현의 로맨스는 조금 약한 편이에요.

2권 중반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서야 두 사람의 로맨스가 탄력을 받거든요. 참으로 둔하기 짝이 없는 커플이에요.

주변 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의 마음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는데 정작 당사자들이 나중에 알아채는 시추에이션이라니..!

자신이 보살펴야 할 아직은 어린 남동생과 동생과 함께 책임져야 할 이모, 가정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에 선뜻 공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준과

자신도 그 사람처럼 이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친인척이 그랬던 것처럼 이준이 자신을 무섭고 혐오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쉽게 이준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공현.

서로 다른 걱정으로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두 사람이 답답하고 조금 안쓰러웠지만 서로가 걱정하는 부분을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주인공들!

 

두 사람 사이를 또 다른 인물이 방해하려 해도 두 사람은 꿈쩍도 않는 최강의 커플이 됩니다.

냉랭한 까칠 대마왕 공현의 인생에 그야말로 이준이라는 따뜻한 봄이 찾아오게 된 순간입니다.

이준이 그렇게도 꿈꿔왔던 곳에서의 가족들과 그리고 사랑하는 공현과 다시 시작하는 순간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어요.

이런 게 사랑이죠!

 

신혼여행에서 밤을 보내고 악몽을 꾼 공현에게 이준이 해준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에요.

 

"사람은 숨 막히게 행복하면 그 행복을 의심하거든요. 이 행복이 끊임없이 이어질까, 혹시나 갑자기 꿈이라고 하면서 일어나라고 하는 건 아닐까. 내가 이 행복을 누려도 되는 사람일까. 사장하고 나한테 고백하던 날, 나도 그랬어요. 사장님과 평생 함께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 날에도 그런 불안함을 느꼈고요."

"……."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걱정 안 해요. 이렇게 숨 막히게 행복하다가 잠시 불행해질 날도 오겠죠. 언제나 행복한 삶 같은 건 없으니까. 그렇지만 하나 확실한 게 있잖아요."

"……."

"불행한 순간에도, 행복한 순간에도 결국은 오빠와 내가 같이 있을 거라는 거."

"그리고 불행엔 끝이 있다잖아요. 잠시 왔다 스쳐 가는 불행을 미리 겁내지 말아요. 행복할 땐 행복을 누리고, 혹시나 조금 불행해지더라도 묵묵히 견디면 다시 행복은 올 거예요."

 

이준이 공현에게 말해주는 것을 읽으며 그들이 오래오래 동안 티끌 한 점 불행한 일이 없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투닥투닥 되는 두 사람이, 어느새 서로를 지탱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니 흐뭇했어요.

다 좋았어요! 다 좋았어, 다만.... 진짜 두 사람의 로맨스가 부족함...! 두 사람의 알콩달콩을 더 원했는데... 끝나버렸어...! 아쉬워 아쉬워.

 

매번 새로운 소재와 분위기로 찾아와주신 이채영 작가님. 작가님 이번 책도 좋았어요!

때로는 풋풋한 20대의 이야기로, 때로는 가슴 절절하고 묵직한 30대의 이야기로, 또 이번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물로... 매번 다른 분위기로 찾아와주신 이채영 작가님.

다음 책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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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들
윤제이 지음 / 도서출판 오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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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이 작가님의 글은 그날들이 처음이네요.

전작은 이북으로 소장 중인데.. 읽을 생각을 못했네요.

그날들.. 제목이 참 예뻐요. 물론, 표지도 예쁘고요. 제목과, 표지만큼 예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읽어나갔어요.

 

서윤 (31)

정원주 (32)

 

원주는 스물다섯에 일곱 살 차이의 중소기업 자제와 결혼을 했다. 결혼 7년차, 시집에서는 가난한 집 딸이라며 은근히 무시를 하고, 남편 또한 그녀를 집 가구 취급한다.

그러던 중 남편의 외도로 7년 결혼 생활의 종지를 찍게 된다. 남편의 내연녀와 만나던 날, 13년 전 헤어진 윤과 마주하게 되는 원주.

13년 전 원주와 윤은 무슨 사이였을까요?

 

13년 전, 원주 19세, 윤 18세.

어렸을 적, 집을 나간 엄마, 공사장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일 노동자인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19살의 원주.

그런 그녀의 옆집으로 아버지 공사장 동료인 서 씨 아저씨와 윤이 이사 오게 됩니다.

지긋지긋한 가난의 표상인 달동네에서의 생활.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에, 학교에서도 그저 그런 날라리처럼 행동하는 원주와 달리 윤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

원주의 목표는 부잣집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에요. 그래야 이 지긋지긋한 달동네를 떠날 수 있으니..

연상연하인 그들의 사이에서 나이차는 전혀 느낄 수 없어요. 항상 반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윤과 철부지처럼 행동하는 원주때문에 말이죠.

이사 와 1년이란 시간도 되지 않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미묘한 감정을 깨닫게 되요.

그렇지만 원주가 바라는 것을 윤은 해줄 수가 없기에, 원주는 윤을 받아줄 수가 없었고, 윤은 윤대로 자신의 현실을 알기에 원주에 자신을 받아달라 말하지 못해요.

원주가 졸업을 하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면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13년 후, 이혼한 여자로, 잘 나가는 회사 팀장으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1년 남짓 알았던 사이, 채 피워보지도 못했던 어린 시절의 사랑이란 감정.

13년 동안 두 사람은 무엇을 그렇게도 그리워했을까?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렬했던 무언가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설명하고 단정 지을 수 없다지만 두 사람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윤을 다시 만난 원주는 이혼했다는 것 때문에 쉽사리 윤에게 다가서지 못한다.

옛날 생날라리, 철부지 같았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7년이란 결혼생활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윤 앞에서 머뭇머뭇 거리는 원주.. 조금은 아쉬웠다.

 

모범생이었던 윤은 역시나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미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현재 M사 데이터 관련 팀장으로 잘 나가는 남자가 되어있었다.

13년 만에 다시 만난 원주가, 예전의 따박따박 말대꾸하고 생기발랄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도 없이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에 화가났어요.

재회한 날 그녀에게 "헛똑똑이"라 내뱉고 뒤돌아버렸다. 그런데 자신의 마음은 아직까지도 원주를 향해있다는 것을 알았고, 다시금 원주를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죠.

그런 윤의 말에 원주도 받아들이고, 13년 전 이어가지 못했던 연을 다시금 시작하게 되요.

 

초반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어 진행되었는데 흥미로웠어요.

과거 생기발랄했던 원주와 현재 무미건조한 원주. 7년이란 시간 동안 원주가 얼마나 힘든 결혼생활을 했는지를 알려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두 사람이 재회한 후 진행되는 이야기는 좀 아쉬웠어요. 굴곡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일찍 해피엔딩을 맞이한 느낌이랄까요?

제가 너무 막장을 많이 봤나요? 갓 피운 봄꽃처럼 귀여운 그들의 이야기가 조금은 실망스럽더라고요.

13년 시간의 간극이 너무나 쉽게 메워지는 것 같았어요.

이혼한 전 남편과의 무언가 트러블을 기대했는데, 심심하지 지나가고 오로지 두 사람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더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윤을 만나고 나서 조금은 머뭇머뭇 대던 원주가 다시금 생기를 되찾고, 원주를 만나서 가슴 한편 비워진 곳을 가득 채우는 윤은 보기 좋아요.

 

"우리는 둘 다 서로를 온전히 가질 필요가 있어. 네 이혼 경력으로 나와 격차를 벌리려는 자격지심 같은 것 없이 그저 너를 사랑하는 그 자체로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번에도 열심히 생각해 달라고. 단, 누구를 대신해하는 것 말고 네 인생, 네 사랑, 네 꿈. 그런 걸 생각해."

"그리고 그 안에 내가 꼭 있어야 하는지도. 내가 있어서 네가 불행할 것 같으면 네 인생에서 나는 빼도 돼. 그게 아니라면, 와서 잡아."

"나는 같은 자리에 있을 거니까 천천히, 열심히 생각해서 네가 정해. 나한테 올지 말지. 어떤 결정이든, 네 선택을 존중할 거야."

 

자신과 만나며 머뭇대는 원주를 알아차리고, 그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끔 만들어주는 윤. 정말 멋진 남자였어요.

무엇보다 에필로그가 좋았어요.

어릴 적 잠깐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던 윤이 결혼 후 원주가 한번 가보고 싶었다는 그곳을 찾았는 장면이 나와요.

그곳에서는 무슨 얘기든 할 수 있을 거라 말하던 원주가 윤이와 그곳을 찾으며 비로소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데 어찌나 두근대던지 모르겠어요.

헤어진 13년이란 시간 동안 윤을 잊지 못했었다는 그 말.. 항상 꿈속에서 윤을 만났던 원주가 시원하게 고백하는 장면.. 좋았네요.

처음 읽은 윤제이 작가님의 글. 기대보다는 아니었지만 괜찮았어요. 그래서 전작을 읽어보려고요. 전작은 인기가 많더라고요.

 

어느 순간 나는 꽤 오래전부터 당신을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의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하던 날, 그게 아니라면 당신의 방에 내가 처음 발을 들여놓던 날. 혹은 가벼운 내 담뱃갑이 당신의 책가방, 무거운 참고서들 사이로 던져졌을 때부터.

잘 살아, 정원주. 행복하게.

이제 내게 그것은 웃음 끝에 나를 보는 당신의 조용한 시선, 당신과의 소소한 말다툼, 사과 대신 뒤에서 내 허리를 끌어당겨 안는 당신의 단단한 팔. 내 팔에서 잠든 아이를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당신이 받아 드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꿈에서 당신을 보지 않습니다. - 원주 said.

 

그가 일찌감치 터득한 인생의 속성이란 빈익빈 부익부, 균일하지 않은 흐름. 평균 수명의 법칙을 벗어나 일찍 세상을 뜬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불행은 무작위인 듯 무작위 하지 않게 찾아왔다. 원의 무한한 합이 일말의 이지러짐 없이 정확히 구가 되는 논리, 그가 수의 세계에 매료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정원주, 정말이지 그녀는 그의 인생을 통틀어 그렇게 오래도록 시선이 머물러도 질리지 않는 유일한 무無 논리. - 윤 s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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