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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적수 1
이채영 지음 / 청어람 / 2014년 10월
평점 :
제가 좋아하는 이채영 작가님의
글입니다.
주말에 읽어야지 읽어야지 아껴두었다가 드디어
읽었습니다.
이번 책은 또 전에 쓰셨던 이야기들과는 사뭇
다르더라고요. 시놉과 제목을 보고는 유쾌한 로코물인가 했는데... 전혀! 저의 예상을 빗겨나갔네요.
그런데 아쉽다기 보기는
흥미로웠어요.
설이준 - 강. 남. 보디가드 업체 소속
윤공현 - 게임회사 CEO
강.남. 보디가드 업체 소속의 경호원인 여주인공
설이준. 이름도 남자스러운데, 그녀의 생김새를 보아하니 누가 봐도 남잘세!
170이 훌쩍 넘는 큰 키에, 짧게 자른 머리,
그리고 정장 차림, 직업도 경호원.. 누가 이 사람을 여자로 보나요?
이름만 강.남. 보디가드라는 회사에 들어오는 일이라곤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순찰해주는 일 정도? 그야말로 파리가 날아다니도록 일이 없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 주위를 순찰하던 중 삥
뜯고 있는 불량배들을 발견! 삐뽀삐뽀~ 정의의 사도 납시어 깔끔하게 불량배들을 혼내주고 위기에 빠진 남자를 구해준다.
그러나 정작 도움을 받았던 남자는 달가워하지 않고,
떨떠름한 그의 표정을 보며 한눈에 그를 간파한 이준.
자자, 여기서 설이준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설이준이란 여자는 웬만한 탐정 버금갈 만큼 뛰어난 추리력과 눈썰미가 좋다는 것! 그녀의 이 재주가 이 책을 끌어가는 역할을
합니다.
작은 게임 회사 CEO인 윤공현. 그는 마치 얼음의
성에 사는 왕자 같아요.
사람들에게 곁을 내주는 법이 없어요. 그가 정해놓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일을 하고, 누군가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도 싫고, 만지는 것도 싫고, 까칠함으로 똘똘 뭉친 남자라고 할 수
있죠.
그야말로 한대 쥐어박고 싶은 남자랄까요? 그런 그가
몇 년 동안 주기적으로 살해 위협을 받고 있어요. 사실 그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데, 우연히 사촌 형인 소환에게 들키게 되고, 소환은 걱정을
하게 되죠.
그런데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온 공현에게서 다른 날과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벽증이 있는 공현인데 다른 날과 다르게 명함 한 장을 갖고 있었던 거예요.
명함의 주인은 여주인공 설이준. 명함에 당당하게
박혀있는 '강.남. 보디가드 설이준'을 보고 공현
또한 협박을 받고 있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는 동생을 위해 직접 보디가드를 찾아가는데..
소환이 이준을 찾아가 보디가드가 되어줄 것을
요구해요. 주급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자신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사촌
동생을 지켜달라고.
그리하여 시작된 설이준의 윤공현
보호작전!
당연히 까칠하게 그지없는 공현이 처음부터 이준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죠.
그러나 불굴의 설이준! 그녀 사전에 포기란 없다!
갖은 방법으로 공현의 곁에 찰싹 붙어있죠. 능글맞은 방법으로 다가가요.
어느새 이준의 페이스에 말리는 공현이란 남자. 알고
보면 그도 참 귀여운 남자입니다.
공현의 곁을 지키며 협박범의 정체를 밝히려는 이준.
하나, 둘 차근차근 추리를 해나가는데..
두 사람이 친해질 대로 친해지고 차츰 지루해질 때쯤!
빵 터져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왠지 그가 범인일 것 같았는데.. 그건 맞았고, 그
밑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진짜 놀랍더라고요. 이 정도 일 거라고 상상치 못했는데..
작가님의 한방에 저는 픽 나가떨어졌어요. 1권
후반에서 2권 초반까지는 들통 난 범인의 정체, 그리고 대놓고 이준과 공현을 위협하는 범인으로 인해서 숨죽여 읽었더랬죠.
유일한 적수는 뻔한 스릴러물이 아니었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만큼이 아닌 그 뒤에 엄청난 반전이 있다고나 할까요?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음에도 몇 년을 모른 척하며
그에 대해 정보를 모아온 공현 또한 대단해 보였고, 모든 사람들을 속이며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완벽하게 숨겨온 범인의 정체도
놀라웠어요.
탄탄한 추리력에 비해 이준과 공현의 로맨스는 조금
약한 편이에요.
2권 중반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서야 두 사람의
로맨스가 탄력을 받거든요. 참으로 둔하기 짝이 없는 커플이에요.
주변 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의 마음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는데 정작 당사자들이 나중에 알아채는 시추에이션이라니..!
자신이 보살펴야 할 아직은 어린 남동생과 동생과 함께
책임져야 할 이모, 가정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에 선뜻 공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준과
자신도 그 사람처럼 이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친인척이 그랬던 것처럼 이준이 자신을 무섭고 혐오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쉽게 이준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공현.
서로 다른 걱정으로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두
사람이 답답하고 조금 안쓰러웠지만 서로가 걱정하는 부분을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주인공들!
두 사람 사이를 또 다른 인물이 방해하려 해도 두
사람은 꿈쩍도 않는 최강의 커플이 됩니다.
냉랭한 까칠 대마왕 공현의 인생에 그야말로 이준이라는
따뜻한 봄이 찾아오게 된 순간입니다.
이준이 그렇게도 꿈꿔왔던 곳에서의 가족들과 그리고
사랑하는 공현과 다시 시작하는 순간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어요.
이런 게 사랑이죠!
신혼여행에서 밤을 보내고 악몽을 꾼 공현에게 이준이
해준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에요.
"사람은 숨 막히게 행복하면 그 행복을
의심하거든요. 이 행복이 끊임없이 이어질까, 혹시나 갑자기 꿈이라고 하면서 일어나라고 하는 건 아닐까. 내가 이 행복을 누려도 되는 사람일까.
사장하고 나한테 고백하던 날, 나도 그랬어요. 사장님과 평생 함께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 날에도 그런 불안함을
느꼈고요."
"……."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걱정 안 해요.
이렇게 숨 막히게 행복하다가 잠시 불행해질 날도 오겠죠. 언제나 행복한 삶 같은 건 없으니까. 그렇지만 하나 확실한 게
있잖아요."
"……."
"불행한 순간에도, 행복한 순간에도
결국은 오빠와 내가 같이 있을 거라는 거."
"그리고 불행엔 끝이 있다잖아요. 잠시
왔다 스쳐 가는 불행을 미리 겁내지 말아요. 행복할 땐 행복을 누리고, 혹시나 조금 불행해지더라도 묵묵히 견디면 다시 행복은 올
거예요."
이준이 공현에게 말해주는 것을 읽으며 그들이 오래오래
동안 티끌 한 점 불행한 일이 없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투닥투닥 되는 두 사람이, 어느새 서로를 지탱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니 흐뭇했어요.
다 좋았어요! 다 좋았어, 다만.... 진짜 두
사람의 로맨스가 부족함...! 두 사람의 알콩달콩을 더 원했는데... 끝나버렸어...! 아쉬워 아쉬워.
매번 새로운 소재와 분위기로 찾아와주신 이채영
작가님. 작가님 이번 책도 좋았어요!
때로는 풋풋한 20대의 이야기로, 때로는 가슴
절절하고 묵직한 30대의 이야기로, 또 이번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물로... 매번 다른 분위기로 찾아와주신 이채영
작가님.
다음 책도 기대하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