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앤 디퍼
이해진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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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으로 출장을 떠나 연락이 되질 않는 애인을 찾으러 스페인으로 떠나는 여주인공 자하. 태양의 도시라 불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사랑을 찾으러 온 그곳에서 애인과는 연락이 닿질 않고, 그가 다른 여자와 함께 호텔을 체크아웃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사실을 믿기 힘든 자하는 애인이 떠났다는 바르셀로나로 향하는데..

  스페인 W 호텔의 오너인 남주인공 로메오. 호텔 경영자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 아만다는 수시로 로메오에게 유언장을 빌미로 그를 괴롭힌다. 건강상태가 썩 좋지 못한 아만다, 그날도 역시 호텔 상속이 걸린 유언장으로 로메오의 신경을 날카롭게 한다. 그런 로메오 앞에 나타나 어지러운 머리를 더 아프게 하는 여자, 자하. 호텔 로비에 앉아 무작정 애인을 기다린다는 그녀를 다른 때라면 무시하고 지나쳤을 텐데, 한시라도 빨리 눈앞에서 사라져 줬으면 하는 마음에 그녀에게 사라진 애인의 행적을 알려 준다.

 로메오의 쓸데없는 참견이 불러온 일. 자하와 로메오는 뜻하지않게 함께 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새로운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낯선 도시에서의 우연한 만남으로 이어지는 로맨스라기에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다. 연락두절인 애인을 찾아 스페인으로 온 여주인공 자하. 스페인에 도착하면 애인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신의 애인이 다른 여자와 함께 호텔을 체크아웃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그녀에게 그 소식을 전해준 외국 남자. 연락없이 해외출장까지 찾아온 여자친구를 반기는 남자는 없을거라 쓸데없는 참견을 하는 남자, 로메오. 하지만 그 쓸데없는 참견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자하는 사라진 애인의 연락을 받기 위해서, 로메오는 자하가 잃어버린 자신의 휴대폰 속 메시지를 알게 위해서 두 사람은 달갑지 않은 만남을 이어가야 했다. 길지 않은 시간. 두 사람이 공유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 떠나왔던 스페인에서 다른 남자에게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는 것. 자하의 심경 변화가 나를 설득시키기엔 조금 부족했던 부분이 존재한다. 애인과 만났던 지난 2년이란 시간, 그리고 애인과 연락이 되지 않았던 2달. 그 안에서 느꼈을 혹시모를 감정, 어느정도 감은 잡히지만 쉽게 로메오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은 역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혁은 왜 그랬을까? 작가님이 친절하게 좀 더 설명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자하 이야기에 반해 로메오의 이야기는 친절한 편이다. 그가 왜 그토록 사랑에 회의적이고, 어머니를 미워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자하에게 급속도로 빠지게 되는 점은 역시나 이해 부족. 사랑에 빠지는 것에 장황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나 1,2,3,4 천천히 흘렀으면 하는데 어느순간 1에서 4로 건너뛴 것 같았다. 그리곤 해피엔딩. 읽는 내내 아쉬움이 남았다.

 이 책을 읽기전에 내가 가보지 못했던 낯선 도시에서 국적이 다른 남녀가 만나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의 나이가 30대임에도 불구하고 20대 초반의 어리숙한 이미지의 자하와 자하에게 마음을 표현한 후 180도 바뀌어버린 로메오는 나를 조금 당황하게 만들었다. 자하와 로메오 두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춰 그 주변의 이야기와는 좀처럼 잘 섞이지 못해 아쉽다. 다만 하나는 맞다. 일주일도 안되어 사랑에 빠져 버린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자하와 로메오도 그 못지않게 극적인 사랑을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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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블랙잭 1
레이디벅 스튜디오 지음 / 청어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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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을 다닌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여주인공 지윤서. 술에 취해 길을 걷다 쓰레기 더미에 쓰러져 잠이 든다. 그런 윤서를 퇴근하며 발견한 남주인공 히가시. 청담동 고급 회원제 bar 블랙잭의 사장인 히가시는 쓰레기 더미에 쓰러진 윤서를 깨워 보내려 하지만 히가시를 치한으로 오해한 윤서는 히가시의 뺨을 날리는데..
 졸지에 구해주려다 치한 취급 당한 히가시.  길 잃은 새끼 고양이 같은 윤서를 히가시는 블랙잭에 데려온다. 자신을 때린 피해 보상 조로 블랙잭에서 일을 하라는 건데, 윤서 입장에서 한 푼이 아쉽기에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고급 회원제 Bar 블랙잭. 회원권이 천만 원이고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
사장 유타카 히가시, 바텐더 료와 인영, 주방을 책임지는 민호, 그리고 지윤서. 그들은 어딘가 상처가 있어 조금씩 아픈 사람들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보듬어주면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루하루 사는 게 다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이런 험한 세상에 자기 몸 하나는 자기가 지켜야죠. - 윤서 said."

 

Bar 블랙잭. 히가시와 윤서의 로맨스보다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서 드라마 같다. 주인공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보여줘서 말이다. Bar 블랙잭의 중심에는 주인공 유타카 히가시가 있다. 일본 태생에 국제 변호사였던 히가시는 블랙잭을 운영하며 바텐더 일도 함께 한다. 그를 중심으로 모이게 된 인영, , 민호. 이 세 사람은 히가시로부터 구원? 도움을 받게 되어 지금까지 함께 한다고 한다. 그리고 히가시의 도움을 받게 되는 사람, 지윤서. 히가시를 제외한 네 사람은 히가시가 주워왔다고 책에서 표현한다.

'BAR 블랙잭' 1권은 블랙잭에서 일하면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히가시를 비롯한 다섯 사람이 어떻게 블랙잭까지 오게 되었는지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그래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왜 생겼는지 알 수 있다. 각자의 사정을 보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어두운 과거에서 이제는 벗어났지만 아직까지도 과거의 상처로 인해 힘들어 가는 사람들. 그런 그들을 서로가 각자의 방법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블랙잭 사람들.

  그중 지윤서는 비타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블랙잭에 함께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몇 년을 함께 한 사람들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그녀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힘을 얻고 즐거워한다. 특히나 히가시가 윤서의 등장으로 크게 동요한다. 여자에겐 관심이라곤 없었던 그가 윤서에게 유독 약하다. 힘든 시기를 보내며 이것저것 다 해봤다던 윤서가 안타까우면서 장하구나 생각하면서 이성으로서 마음이 흔들린다. 생애 처음으로 느끼는 설렘. 이제 막 사춘기를 보내는 남자아이처럼 윤서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제 막 첫사랑을 시작하는 히가시와 윤서.

 

"사람에게는 각자의 사람에서 지고 갈 무게라는 게 있어. 내게 부여된 무게는 그만큼이었던 거지. -히가시 said."

 

'BAR 블랙잭' 2권은 히가시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1권의 배경이 한국이었다면 2권은 배경은 히가시의 본가가 있는 일본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집안인 유타카 가하가시가 왜 그렇게 집안과 엮이길 꺼려하는지 알 수 있다. 히가시를 다시 집안으로 불러들이려는 사람들과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히가시. 그리고 우르르 밝혀지는 유타카 집안의 비밀들.


 2권은 히가시보다 히가시 부모 대에서의 일들로 조금 이야기가 늘어지는 분위기다. 히가시와 윤서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보여주려 하니 잘 집중되지 않았다. 블랙잭 가족들의 이야기로도 충분했는데 유타카 집안의 이야기까지 다 보여주려 하니 이야기가 어수선했다. 수많은 일들을 해피엔딩으로 이끌려고 하니 읽는 나도 버거웠다.
 각자의 일로 상처받았던 그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각자의 짝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 블랙잭 가족들 말고 누군가를 믿기가 어려웠던 그들이 각자의 짝을 만난다.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믿음을 다시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진실한 사랑으로 그들의 마음이 열렸다.


 

 책 두 권에 작가님이 보여주려고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나 2권. 다양한 로맨스를 보여주고 싶어 하셨지만 그로 인해 집중하기가 어려웠지만 처음 만나는 작가님의 책이 난 좋았다. 책에 등장하는 노래들을 찾아 듣는 재미가 쏠쏠하고, 히가시와 인영, 료가 만드는 다양한 칵테일이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상처받았던 그들이 조금씩 상처를 회복하고 믿음과 사랑을 찾는 과정이 좋았다.

 웹 소설로 시작했던 책이라고 한다. 웹 소설에 대한 작은 편견이 있었지만 그 편견을 없애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작가님의 다른 이야기가 보고 싶어졌다. 전자책으로 나온 책도 한번 찾아 읽고 싶고, 다음에 나올 종이책도 기대된다. 작가님의 블로그에 가면 이 이야기를 쓰면서 참고하셨던 노래와 칵테일 등을 만날 수 있으니 참고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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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 세트 - 전2권
남궁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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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헌책방에서, 밤에는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스물여덟의 남편 있는 여자, 이자온.
왼쪽 중지에 심플한 반지를 끼고 남편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이 여자는 참으로 미스터리 하다.
2년여 시간 동안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그녀의 삶. 어떠한 이유로 이런 일상을 보내는지 잘 모르겠다.

별 볼일 없는 그녀의 곁을 맴도는 남자, 지건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자온과 다르게 그는 잘 나가는 변호사다. 잘빠진 외모에, 24간이 모자랄 만큼 일들에 파묻혀 지내는 고액 연봉의 변호사인 그가 애닳아 하는 것은 바로 자온이다. 자온과 건영은 8년이란 시간 동안 미적지근한 사이로 지내왔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자온에게 성큼 다가가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이제 좀 더 용기 내어 자온을 잡으려 하지만 자온은 그를 떠나고 만다.

 

맡은 광고마다 잭팟을 터트리는 아트디렉터이자 네이미스트 최운. 현재 친한 작가인 김두겸과 팟캐스트 '비 오는 날의 초대'를 진행 중이다. 일 열심히 하고 자기 관리 철저한 어떻게 보면 약간 초식남? 어린 시절 행복했던 부모님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전원주택을 구매했다. 최근 그가 신경 쓰이는 건 사촌 형이 운영하는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남편 있는 여자 자온이다. 갈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주며 이야기도 통하는 그 여자, 그런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집 옥탑방에서 4주만 지내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결국 운과 자온은 집을 공유하게 되는데..


남궁현 작가님의 책을 읽기 전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뭔가 읽는데 엄청난 기운을 쏟을 것 같은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심호흡을 하고 어젯밤 늦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 시작부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영화와 책 이야기가 마구마구 쏟아진다. 한숨이 쏟아졌지만 최운과 김두겸이 나누는 영화와 책에 관한 이야기들은 나를 즐겁게 했다. 책을 읽으며 읽어야 할 책들과 봐야 할 영화들의 목록이 늘었다는 안 비밀. '더 원'과 '새우깡과 추파춥스'를 읽을 때도 느낀 거지만 작가님은 정말 영화와 문학 부분에서 스펙트럼이 넓으신 것 같다. 또 다른 직업이 혹시 영화평론가가 아닌가 할 정도로!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면서도 진행되는데, 과거에서 현재로 바뀔 때 가끔씩 행간이 붙어져서 헷갈리기도 했다. 소개 글을 읽고는 삼각관계구나 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인물들이 매력적이다. 스물여덟의 자온은 남자에 대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건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음에도 그의 마음을 받아들지 못했고 장시간을 힘들어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음에도 솔직하게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남자들이 자신에게 못 다가오도록 철벽을 두른 여자지만, 나는 이 여자가 말 못 하게 예쁘게 느껴졌다. 멋진 남자들이 등장하지만 여주인공인 자온이 좋았다.

최고로 운이 좋은 남자, 최운. 어린 시절의 짧은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어릴 적 살던 집을 구매한 운은 사랑에 냉소적인 남자다. 생에 처음으로 좋아했던 여자가 떠나고 상처가 많았기 때문에 감정 소비가 많은 사랑에 냉소적일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그런데 그에게도 또다시 사랑은 찾아오는데 하필 상대가 유부녀다. 그녀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고,  마음이 뻗어나간다.  자온과 함께한 한 달도 안된 짧은 시간 동안 운은 자온에게 길들여졌나 보다. 입맛을 길들이면 끝 아닌가. 수년 동안 따뜻한 집 밥을 챙겨 먹지 못한 운에게 맛있는 밥과 반찬을 해주는 자온. 함부로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누군갈 들이지 않는 운이지만 자온에겐 한없이 관대하다. 

혈기 왕성하던 그때 방탕한 시간의 대가는 혹독했다. 뒤늦게 자온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건영은 자온의 마음을 얻지 못 했다. 항상 자온 곁을 맴돌지만 자온은 어느 선 이상으로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자온이 봐주지 않을까 하지만 결국 자온 곁에 자신이 함께 하지 못함에 절망하고 괴로워한다. 쾌락을 좇았던 그 시간이 무척이도 후회되는 건영이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자책뿐이다. 건영이 안쓰러웠다. 물론 그를 보는 자온도 괴로웠을 거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안쓰러운 캐릭터다.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은 취향 탈 수 있는 책이에요. 로맨스라 불릴만한 이야기가 2권에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권은 인물들 각장의 이야기를 전하는 부분이 많다. 인물 간의 겹치는 부분의 적은 편이고, 뭔가 영화와 책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조금만 읽고 자야지 했었는데 손에서 놓지 못하고 결국 1권을 다 읽고 잠이 들었다. 로맨스도 좋지만 나는 두겸과 운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실제로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좋겠다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럼 지금보다 더 많은 영화를 보고 책을 읽지 않을까 생각하니까. 1권 중후반쯤에 두겸과 운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모든 책에는 운명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이 나에게 온 건 진짜 운명이었구나. 안 읽었으면 큰일 날뻔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만 사랑한다는 거짓말'은 로맨스 소설이라 지나치기엔 좋은 책이다.

남녀 간에 보여주는 사랑뿐만 아니라 모성애,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책이고, 수많은 영화와 책, 그리고 맛있는 음식으로 인해 오감을 자극하는 책이어서, 책을 읽는 중에도 궁금해서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고, 책에 등장하는 맛있는 음식들로 군침을 흘리며 주린 배를 부여잡게 했다. 운과 자온의 사랑은 어떤 엄청난 장애를 극복하는 사랑은 아니지만 따뜻하다. 어두운 골목을 지나쳐 오는 상대를 기다려주고, 직접 키운 채소로 밥을 지어 식탁을 공유하고, 이야기 곳곳에 따뜻함이 묻어난다.

후기에 '어리석은 나의 첫사랑', '엇갈린 우리의 20대', '누군가에게 한 번도 일등이 되어보지 못한 당신에게'라는 문구로 탄생한 것이 이 책이라고 작가님이 언급했다. 세 가지 모두를 내가 느꼈다는 것은 책을 잘 읽었다는 것이겠지? 어느 것 하나 거슬리지 않고 책장이 줄어들수록 아쉽기만 했던 책이다. 읽고 나서도 계속해서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가볍고, 진한 이야기에 물렸을 때 이 책을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이것저것 많이 생각해 봤는데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우리 사이에 조미료나 장식이 첨가되는 것도 별로야. 난 무한정 사랑을 베풀 대상이 필요하고. 그 사람이 꼭 너였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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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 하우스
원주희 지음 / 로코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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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 맹물, 수녀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 황세연. 자기 할 일 잘 하고, 남들에게 피해 주는 일 하나 없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세연을 이상하게 만 생각한다. 만나던 남자에게조차 뒤통수를 맞고 나니 세연은 자신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연찮게 마주친 자신에게 귤을 건네고, 붕어빵을 건네면서도 밝은 모습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태오를 보면서 우울하고 칙칙한 검은색이 아닌 총천연색, 아니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싶어진다. 그렇게 태오의 도움으로 세연을 자신만의 색을 찾기 시작한다. 매주 일요일 태오와 함께 하는 색깔 찾기 수업. 과연 세연은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을까?

한참 핫한 화가인 기태오, 만날 때마다 눈물을 한껏 머금고 있던 세연이 자신에게 찾아아 색을 찾고 싶다며 도와달라고 한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도와준단 말인가, 지금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인데, 벌써 몇 달 째 태오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이젤 앞에만 앉으면 저절로 떨리는 손 때문에..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심리적 문제, 그런데 세연이 나타나고선 손이 떨리지 않는다. 그녀와 색깔 찾기 수업을 하며 그 또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녀의 제안에 동참한다. 세연과 함께 하면서 세연이 우울하고 칙칙한 검은색이 아닌 모든 색을 품은 따뜻한 사람임을 알게 되고 점점 빠져든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자 도전하는 세연과 그녀와 함께 하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은 태오. 그리고 세연과 함께 하면서 성장하는 부암동 부스러기들, 그들과 함께 힐링할 수 있었던 테라피 하우스.

 

"사람은 저마다 색을 품고 있어요. 질투심 많은 노랑, 낭만적인 파랑, 명랑한 주황, 예민한 보라, 그리고 수줍은 초록. 색이 없다는 건 영혼이 없다는 의미인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분명히 본인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 발견 못 했을 뿐이지. 노력하면 볼 수 있으니까 걱정 마요."

 

내성적이고 사람과 사귐이 있어 겁이 많고 거절도 잘 하지 못하는 여자인 세연. 첫 장부터 답답했다. 비밀연애를 하자고 했던 남자에게 크게 뒤통수 맞았으면서도 큰소리 한번 치지 못한 채 물러나는 세연을 보며 어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련의 일을 겪으며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세연이 어이구야 장하다! 기특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화가인 태오를 만나면서 천천히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세연. 태오와 함께 신나게 물감놀이를 하고 힘들게 염색도 해보고, 세연이 색을 알아 가듯 그녀만의 색을 서서히 찾아간다.

 

"검은색은 우울하고 칙칙한 색이 아니에요. 르동이 그랬어요. 검은색은 모든 색의 근원이고 본질적인 색채인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색이다. 사과가 빨간 건 사과가 빨간색을 거부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사과는 빨강을 제외한 모든 색이에요. 그러면 검정은? 모든 색을 흡수한 색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세연 씨는 모든 색을 품은 거예요. 무엇도 거부하거나 내보내지 않고 안에 품은 거예요. 그건 부끄러운 것도, 상처받을 것도 아니에요."

 

세연의 성장스토리?인가 하지만 아니다. 세연이 태오로 인해 자신감을 되찾고 예쁜 사람으로 변해가면서 태오와 태오의 주변 사람들도 세연을 통해 변해간다. 기태오와 일명 부암동 부스러기라 불리는 사람들. 태준, 선우, 주영, 미키. 어딘가 하나씩 불안하던 그들이 세연을 통해 치유받고 성장하는 이야기?! 아무튼 다들 서로를 통해서 힐링되는 이야기였다. 그 와중에 태오와 세연 때문에 두근두근하는 설렘도 느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건 세연이 남자에게 뒤통수 맞았는 다는 것을 안 부암동 부스러기들이 하루씩 돌아가면서 퇴근하는 세연과 데이트를 한 거다. 아, 하나같이 매력적인 남자들과 매일 데이트를 하니 세연의 주변 사람들에게 세연이 매력적인 여자임을 알리는 동시에 매일매일 부스러기들을 통해 새로운 색을 찾아가는 세연이 인상적이었다. 총 4일간의 데이트를 뒤에서 지켜보며 태오가 질투한 것도 깨알 재미였다.

 

'테라피 하우스' = 치유하는 집. 부암동 태오의 집은 마음을 치유하는 집 같다. 그런데 그 테라피 하우스 안에는 어딘가 하나씩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그 집에 자신을 색을 찾고 싶어 하는 세연이 찾아왔다. 세연도 어딘가 불완전하다. 그런데 세연이 집에 들어옴으로써 그들은 서서히 힐링되어 간다. 서로에게 모자란 부분을 각기 다른 사람이 채워주면서 그들은 치유되어 간다. 세연이는 태준의 말대로 태오와 주영, 미키, 선우에게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우울하고 칙칙했던 검은색이 아닌 모든 색을 포용하는 안정감을 주는 검은색이 바로 세연이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색이 무엇일까? 나는 빨갛고 파랗고 노란 사람이고 싶다. 세연처럼 모든 색을 포용하는 사람이 되는 건 어렵지만 내 스스로 갖고 있는 색이 퇴색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읽으며 나도 함께 힐링할 수 있었던 테라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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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라에르
서정윤 지음 / 로코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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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딸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모습을 보는 것.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서 여주인공 연서는 쉼 없이 선을 본다. 연서는 아버지를 위해서 1년간 가짜 남편 행세를 해줄 남자를 찾고 있지만, 그에 부합하는 남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머리가 아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 자리에 나가는 연서. 다음 선 자리에 가던 중 그녀의 머리를 댕~ 하며 울리는 글귀는 보게 된다. 

유성에서라면 어떤 인생도 가능합니다.

엔터테인먼트 홍보 글을 보고 배우라면 그녀가 원하는 1년짜리 가짜 남편을 완벽하게 연기해주지 않을까? 그리고 때마침 길을 나서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유성 엔터테인먼트 대표, 도주환.
연서의 황당한 말에 어이없는 것도 잠시 주환은 연서를 이용하기로 한다. 지금 주환은 연서처럼 그의 연인 역할을 해줄 여자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1년짜리 계약을 하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을 지키고 싶은 겁니다.

 

한 사람은 시한부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서, 또 한 사람은 꼭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계약을 하게 된다. 주환의 말대로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이 계약을 이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이란 감정은 배제된 채, 1년 동안 쇼윈도 부부로 살아야 하는 그들. 과연 배우처럼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정연서라는 여자가 자주 웃기를 원해.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여자인지 깨닫기를 원해. 내가, 당신을 좋아하기 시작했어."

 

'아뜰라에르'는 선결혼, 후연애 스토리다. 이런 유의 이야기가 많았고, 그다지 흥미로운 소재는 아니다. 그래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뜰라에르'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 생각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설리님이 연재를 재미있게 읽으셨다고 했는데, 역시 그럴만한 작품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 눈물이 터졌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와 그의 딸, 연서 때문이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까지 말기 암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고 하니 생전 마지막 소원이라도 들어드리고 싶은 연서의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 사랑하는 남자는 없으니 가짜라도 좋으니 하루빨리 아버지 앞에서 행복하게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연서의 마음.

연서의 요구로 시작한 가짜 결혼이지만 연서는 조급해하지도, 주환 앞에서 비굴하지도 않아요. 정말 마음에 드는 캐릭터다. 차분하고 강단 있는 여자. 아버지 앞에서 완벽하게 사랑하는 연기를 해주는 주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지만, 그 선을 넘지 않도록 한다.

 

남자 주인공 도주환도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인물이다. 그도 골치 아픈 스캔들을 가라앉히기 위해 연서와 계약을 맺었지만 연서와 결혼을 하고 그녀의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서 처음과 다르게 연서에게 이끌리게 된다. 그 과정을 억지로 부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누구처럼 츤츤거리지 않고, 못되지도 않다. 한없이 다정하고 든든한 남자다.

 

가짜로 시작된 결혼생활. 공간을 공유하며, 시간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그들.
시나브로, ATRAER.. 서서히 서로에게 이끌려버린 두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는 일이니까.
남들 다 하고 사는 걸 보여 드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남들 보며 부러웠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 주고 싶었어. 아버님은 좋은 기억만 가져가시라고. 그런 아버지 보면서 이 여자가 좀 더 행복해졌으면 하고. 결혼 잘하면 이런 느낌이다. 신혼은 원래 이런 재미다. 저 여자한테 알게 해 주고 싶었어."

 

처음엔 그냥 슬펐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연서가, 혼자 남을 딸이 걱정스러운 아버지가 말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오는 걸 막을 수 없다. 그런 연서 곁에 주환이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비록 처음은 가짜였을지라도 아버지를 지켜주고, 연서 곁을 지켜주는 주환이가 얼마나 멋지던지..  그야말로 완소남편이다.

 

연서가 물론 좋다. 주환을 오래 기다리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외롭고 힘들어하는 주환을 위해서 멋진 일도 하고 주환을 향해 예쁘게 웃어주니까. 아버지를 보내고 크게 상심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주환 곁에서 씩씩해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참 다행이었다.

 

서정윤 작가님의 책은 매치포인트, 차오르다, 풀베팅 이런 세 작품을 읽었었는데.. 대부분 진하고 강렬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아뜰라에르'는 감성적이고 진한 감동이 있다. 요즘 러브신이 들어간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런 진한 장면이 없어도, 모성애 못지않은 강한 부성애도 느낄 수 있고, 가족 간의 사랑도 느낄 수 있고, 마지막으로 사랑을 무서워하고 멀리하던 두 남녀가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사랑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니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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