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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머리 미용실
김유림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주영혜 (30)
윤서준 (29)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미용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법조계 집안의 장남,
윤서준. 법대에 사시 1차까지 패스했던 그가 돌연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 하고싶었던 일은 미용이었다.
다들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부터 그렇게
생각했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집을 나와 미용 일을 배우고 있는 서준.
친구의 미용실에서 일을 돕다가 유학을 떠나게 되는
친구로 인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하루빨리 미용기술을 배워 아버지 보란듯이 일을 하고 싶은 서준.
그런 서준에게 친구는 동네의 구석진 곳에 포진한 미용
고수에게 기술을 배우기를 추천한다.
서준이 하루빨리 기술을 익히는데 필요한
조건!
근처에 중, 고등학교가 있을 것!
트렌드를 놓치면 곤란하니 일반 고객도 많을
것!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규모일 것, 직원이 4~5명
정도면 딱!
마지막, 커트 잘하는 미용사가 있을
것!
커트 잘하는 미용사라고?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는데?
서준의 물음에 친구는 한 미용실을 소개해준다.
그리하여 찾아간 그곳 '여우 머리 미용실', 여우
머리 미용실의 스태프 면접을 보기로 한 날, 면접 약속이 틀어지고 분위기도 익히고, 미용 고수가 누군지 알아볼 겸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다듬는데.. 그곳에서 그토록 자신이 찾던 미용 고수를 만나게 된다!
은둔의 미용 실력자, 영혜. 하루 종일 파마를 말아
지친 그녀 앞에 나타나 커트를 맡긴 남자 손님, 자신의 물음에는 시큰둥하던 남자가 예쁘고 상냥한 다른 디자이너의 물음에는 꼬박꼬박 대답을 하는
것에 빈정이 상한다. 커트를 마치고 자리를 뜨려는데, 갑자기 머리를 더 다듬어달라고 하는 그 남자. 기분이 상한 영혜는 나쁜 기분을 숨기고
끝까지 커트를 마무리하고, 다시는 볼 일 없을 것 같았던 그 남자가 여우 머리 미용실의 스태프로 들어오는데..
여우 머리 미용실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미용사들의
이야기.
미용 초보 서준과 미용 경력 10년차의 영혜의 사랑
이야기.
첫 만남에서부터 영혜에게 별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 했던 서준. 그러나 서준은 영혜에게 꼭 커트를 배우고 싶다. 자신을 향해 쌀쌀맞게는 구는 영혜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서준. 그의 노력에
대한 결실이 맺어질까요?
초반은 흥미로웠어요. 서준의 배경을 빼면은 소시민적인
이야기잖아요. 그리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라서 기대가 됐어요.
고군분투 끝에 영혜의 마음을 얻어서 미용 기술을
배우는 서준. 그 사이 깊어진 두 사람의 마음.
마네킹을 놓고 두 사람의 손이 머리를 다듬는데 마치
사랑과 영혼에서 나오는 유명한 물레질 장면 있죠?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고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가위질에 두근!
언제나 그렇듯 사랑의 방해꾼이 등장하기 마련. 과거
영혜의 연인이었던 남자의 등장은 두 사람의 사이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는데 그 안에서 싹트는 불안함이
두 사람을 결국 헤어지게 만들어요. 일련의 과정이 좀 답답했어요.
터놓고 대화하면 좋았을 텐데, 서로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기에, 어두운 이야기나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만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게 그렇게 좋은 것만 아닌데..
서로가 서로에게 감추었던 이야기가 결국 사랑의 발목을
잡아버렸어요.
초반에는 투덕 투덕거리며 일하면서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들보다 조연들에게 눈이 가게 되더라고요.
삐거덕거리는 영혜와 서준의 사랑에 반해 영혜와 같이
일하는 경미와 PC방 사장 문석의 이야기, 서준의 이복형제인 환과 상아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가고 궁금하더라고요.
진심을 속시원히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두 사람
때문에 너무나 답답했어요. 결국 주인공들의 매력이 퇴색되는 것 같았어요.
초반 좋았던 흐름을 쭉 이어가지 못한 뒷심이 부족했던
책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래도 끝까지 꿈을 좇는 서준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영혜가 보기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