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cm 선인장
밀밭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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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 작가님은 주로 시대물을 쓰는 작가님이라, 제가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제가 시대물을 잘 안읽어서요.)

그런데 이번에 저에게 알맞은 책이 출간되었네요. 현대물, 19금, 중편!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권도진(31) - 웹툰 작가

송지우(26) - 꽃집 'Song' 사장

 

파란 캐노피 지붕의 꽃집 'Song'의 사장인 지우는 한 달하고도 보름 전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꽃집에 들러 화분을 사가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오라의 남자가 신경 쓰입니다.

어떠한 기준 없이 다양한 식물들을 사가는 그 남자. 그러다 보니 그 남자의 정체가 궁금한 지우는 그 남자에게 말을 걸려 합니다.

 

"허브는 잘 자라고 있나요?"

 

상냥한 어투로 말을 건넨 지우에게 돌아온 무뚝뚝한 말.

 

"이 집 식물들, 하나같이 변변치 못해. 반은 죽었고 반은 죽어가. 이 정도면 심각한 품질 불량 아닌가."

 

지우가 사랑하는 꽃들과 자신의 희생과 노력의 결실인 꽃집을 모욕하는 그 남자의 언사에 지우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고 즉시 사후관리에 들어간다.

반은 죽었고, 반은 죽어가는 식물들을 살리고자 그 남자의 집으로 가는 지우. 오로지 자신의 아이들을 살리고자는 마음 하나였던 지우는 그 남자의 집안에 발을 들이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렇게 지우는 일주일에 세 번씩 그 남자의 집을 방문하며 죽어가는 꽃들을 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우가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비단 식물뿐만이 아니었다. 그 남자의 집에서 지우의 손길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그 남자! 권도진이었다.

 

죽어가는 식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 지우는 문득 도진이 궁금해졌습니다.

50평의 고급 아파트. 자유롭게 집안에서 움직여도 상관없다고 말하던 그가 현관 바로 옆방은 절대 출입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지사! 혹 그 안에 시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식물들을 돌보며 시간을 보내던 지우는 문득 그 방 안에서 나오는 큰소리에 그쪽에 발을 이끌었습니다.

도진이 절대 출입 금지라고 했던 그 방. 쓰러진 도진과 그 방안에 존재한 것들에 화들짝 놀라버린 지우.

도진이 쓰러져버린 그날부터 지우는 죽어가는 식물들과 함께 도진을 살뜰히 보살핍니다.

도진이 그토록 그 방을 보지 말라고 했던 이유를 알게 되고요. 물론 그날을 계기로 도진에 대해서 한층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구요.

 

중편인 '20cm 선인장' 다 읽고 나니 짧게만 느껴지고 좀 아쉽더라고요.

남자 주인공 도진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계략남입니다. 처음 지우를 만나고 그다음부터 어떻게 하면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며 지우를 향한 덫을 놓죠.

물론 그걸 몰랐던 지우는 그 덫에 걸리게 되고, 영원히 그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죠.

중편이라는 짧은 이야기 속에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했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지우와 달리 도진이라는 인물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거든요.

 

스물다섯이란 나이에 웹툰 만화에서 스타 작가로 이름을 떨치게 되고, 치솟는 인기에 비례하여 안티도 엄청나죠. 도진이 그리는 만화는 그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다 주었지만 그로 인해 그를 피폐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힘들어지는 그 앞에 나타난 따스한 손길을 건네준 이가 바로 지우에요.

 

책 제목인 '20cm 선인장'은 중의적인 표현인 것 같더라고요. 도진이 지우의 꽃집에서 제일 처음 구매했던 선인장은 악조건의 환경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던 선인장의 몸부림으로 볼품없이 자라버렸는데 이 선인장은 도진을 빗댄 것 같아요. 지우를 향해 제발 나를 좀 어떻게 해달라는 신호 같았거든요. 사실 19금 이야기라서 또 다른 의미일 거라고 처음엔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음란마귀... ☞☜).

 

성인 웹툰 작가인 도진은 경험은 없지만 6년간 다진 해박한 지식을 지우를 만나며 십분 활용하게 됩니다. 19금 이야기답게 화끈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적절하게 들어가 이야기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좋아하던 일로 돈을 벌게 되고, 좋아하던 일로 욕을 먹으면서 점점 힘들어하던 도진이 지우를 만나면서 죽어가던 식물들이 생명을 되찾은 듯이 점차 힐링 되어 또다시 힘을 얻는 힐링 로맨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 이래서 중편이 좋아요. 조금은 아쉬운 듯하면서 만족스러운 책.

 

밀밭 작가님의 시대물은 아직 접하지 못했는데 이 글처럼 몰입도가 좋다고 하니 언젠가는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마지막으로 그림 그리는 도진답게 꽃을 사랑하는 지우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이 이 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것을 말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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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고 뻔한 사랑에 빠지다
김한율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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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좋았어요. 흔하고 뻔한 사랑 이야기라.. 저에겐 아직 그 흔하고 뻔한 사랑이 오지 않고 있는데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대체 어떤 흔하고 뻔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가 참 궁금하다고 할까요?

제가 생각한 흔하고 뻔한 사랑은 아니더라고요. 여느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이 책의 주인공들도 특별한 사랑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럼 그 흔하고 뻔한 사랑이 뭔지 알려드릴게요.

 

이윤성(27) - 카페 임시 사장

기다린(24) - 휴학생, 아르바이트생

 

다린은 휴학을 하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복학을 위한 등록금을 마련하면서, 엄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하루 24시간을 알차게 일하는 씩씩한 여자죠.

카페에서 일하기를 1년, 퇴직금을 받기 위한 기간을 다 채운 그날, 아침부터 재수가 좋았습니다.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때쯤 진상 손님으로 엉망이 되고, 자신을 추행하던 진상 손님을 야무지게 메치고 당당하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둡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붕 떠버린 시간에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던 다린에게 한 통의 반가운 전화가 옵니다.

바로 유명 커피 전문점의 사장이 자신의 카페에서 일해주기를 제안하는데, 다린은 기쁜 마음으로 카페로 출근합니다. 자신을 좋게 봐주던 사장님과 좋은 시급으로 즐겁게 일하던 다린. 그러나 사장님이 일로 외국에 나가게 되고 그 자리를 대신하여 온 임시 사장이란 남자로 인해 다린의 아르바이트 인생에 소용돌이가 일게 된다.

 

이모를 대신하여 임시 사장으로 카페에 나가게 된 윤성. 십여 년 동안 그의 인생은 회색빛이었다. 무언가에 마음을 주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겉돌기만 하던 윤성은 카페로 출근하면서 힘들면서도 항상 웃는 다린이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자신과 달리 죽을힘을 다해서 해맑게 웃는 다린이 싫었던 윤성은 자신도 모르게 항상 다린을 주시하게 되고 무감했던 자신의 심장에 점점 다른 변화가 오는 것을 감지합니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두 사람의 상황.

사고로 인해 부모님을 잃은 윤성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7년째 병원에 입원 중인 엄마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는 다린.

돈 때문에 힘들어하던 다린을 선뜻 도와주던 윤성. 그런 윤성에게 자신을 도와준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 다린. 자신에게 껌 값 정도 밖에 안된다며 가볍게 말하면서도 다린에게 죽을 힘을 다해 웃는 이유가 무어냐고 다시 묻는 윤성.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고, 웃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기 때문에 웃는 거라고 말하던 다린의 대답에서 윤성은 같은 상황이지만 자신과 달리 힘들면서도 웃으며 일을 하며 견디는 다린을 보며 큰 충격을 받는 윤성. 다린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게 돼요. 십여 년 동안 윤성은 부모님의 죽음 이후 철저히 자신을 고립시켰던 거예요.

​선뜻 엄마의 병원비를 해결해주었던 윤성에게 내가 예쁘냐며, 원나잇을 원하는 것이냐고 말했던 윤성이 그런 뻔한 사랑 따위를 기대한 거냐고 말했었는데 윤성이 말했던 그 뻔한 사랑이 그에게 찾아와버렸네요.

 

"남자는 말아야, 예쁜 여자 앞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져. 수컷의 본능이거든. 그런데 나는 지금 지극히 이성적이란 말이지. 그게 무슨 뜻이겠어. 하여간 드라마가 여자들 망쳐 놓는다니까. 넌 지금 돈 많은 재벌이 가난한 여주인공한테 한눈에 반해서 너밖에 없다고 매달리는 그 한하고 뻔한 사랑 따위를 나한테 기대하고 온 거야? 싸구려 멜로 주인공은 별론데."

흔하고 뻔한 사랑이라도 나에게는 단 하나뿐인 사랑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세상 모든 로맨스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단 하나의 로맨스라는 것을.

 

다린을 향해 마음이 기울자 무섭게 변해가는 윤성. 자신의 상처 때문에 주변에 으르렁거리던 호랑이 같았던 그 남자가 자신의 여자에게 올인하던 멋진 남자로 변모하는 과정이 참 좋았습니다. 다린도 윤성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만약 사랑이나 결혼이란 걸 한다면 비슷한 직업이나 적당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다린이기에 처음엔 윤성에게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보이기가 어려웠죠.

 

"시소 타 본 적 있어요?"

"시소를 가장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무게가 맞는 친구를 찾는 거예요. 균형이 맞아야 밀고 당기는 속도에 탄력이 붙거든요. 연애도 마찬가지예요. 삶의 무게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그 묘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틀렸어."

"시소는 말이야, 무게가 비슷하지 않아도 다리 긴 사람이 맞춰주면 충분히 재미있게 탈 수 있어."

 

윤성을 향한 마음을 인정하고 나서는 다린도 거침없어요. 다린이라는 캐릭터가 참 좋더라고요. 자신도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못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주고, 항상 씩씩하고, 스스로에게 정직한 사람. 정말 예쁜 아가씨에요.

윤성이란 캐릭터는 처음에는 정이 안 가더라고요. 여기저기 으르렁거리는 상처받은 호랑이 같았는데, 다가오는 여자들에게 철벽같이 굴면서도 오직 다린에게만 예쁘게 웃어주고 사랑해주는 윤성이 나중에는 예뻐지더라고요.

상처받아 마음의 문을 닫았던 한 남자가 비슷한 상황이지만 씩씩하게 예쁘게 웃는 여자에게 빠져 인생을 바치는 흔하고 뻔한 사랑같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설레고, 스페셜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다 읽고 나서는 역시나 그들이 부러워서 온몸을 꼬아야 했다죠. 저에게도 흔하고 뻔한 사랑이 어서 다가오기를 바라며 이 책을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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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온다
미몽(mimong) 지음 / 마루&마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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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몽 작가님의 '내 심장을 위하여'의 여주인공 은성의 남동생 진우의 이야기입니다.

연재 때 읽으며 가슴이 꽁냥꽁냥 했더랬죠.

요즘 매일 한 권씩 읽기를 실천하던 중, 받자마자 냉큼 읽었습니다.

 

한진우(33) - Y리조트 기획조정 1팀 팀장

안고운(23) - 통계학과 학생

 

고운, 정말 예쁜 이름이죠? 하지만 성까지 붙자 못난 이름이 되는 안고운. 그대가 온다의 여주인공입니다.

고운에겐 어릴 적 옆집으로 이사 온 두 살 아래 친자매 못지않은 서연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서연에겐 진우라는 삼촌이 있는데, 귀엽디 귀여운 고운에게 항상 못난이라 놀리며 장난을 칩니다.

결국, 서연은 진우 아저씨라는 말만 들어도 화들짝 놀리며 진우를 피해 다니기 급급하죠.

 

시간이 흘러 고운이 고등학생, 그날도 서연의 집으로 놀러 가던 중 삼촌이 와있다는 소식이 놀라 도망치죠.

그러나 집으로 가던 중, 진우와 마주치고 마는데.. 어릴 적 고운이 알던 모습이 아닌 정갈하게 입은 양복에 하얀 선이 들어간 청색 넥타이를 한 진우를 보고 한순간 멍해져버린 고운.

매번 못되게 구는 진우가 미웠는데 그날 왜 이리도 가슴이 뛰는지 이유를 몰랐던 고운.

 

감정이란 늘 그렇다. 항상 갑작스럽게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다.

막을 틈도 없이 너무 쉽게.

 

고운이 스물셋. 등록금을 보태기 위해 가족들에겐 비밀로 하고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죠. 그런 고운이 안쓰러운 서연은 삼촌인 진우에게 말하고, 진우의 소개로 Y리조트 기획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고운. 짓궂은 장난으로 서연과 고운을 괴롭히던 진우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이 업무에 집중하는 진우의 모습을 보며 다시금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고운.

 

진우를 보며 두근거리던 고운과 별다를 것 없었던 진우.

 

다만 한 가지 간과했던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은 너무도 순식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눈앞의 못난이는, 여전히 작지만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어리다 할 수 없는 여자가 되어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일을 하던 고운을 걱정했던 것도 잠시 주어진 일을 차근차근 열심히 하는 고운이 내심 대견하게 느끼는 진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운이 옆에 앉은 오 대리와 대화를 나누며 웃는 것도 거슬리고, 출근 길에 고운을 데려다 주던 회색 자동차 주인도 신경 쓰이고, 많은 업무로 지쳐있을 때 고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확히 딱 언제부터라고 할 수 없었다. 조카 친구인 고운이 '여자'로 생각하게 됐는지, 그리고 속절없이 마음이 흘러가고 마는 진우.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마법의 약, 술.

술자리를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진우와 고운. 그때부터 꽁냥꽁냥 귀여운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내 심장을 위하여>를 읽으며 은성의 동생인 진우의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독자들의 바람이 작가님에게 들렸는지 이렇게 이야기로 만나게 되었네요.

작가님이 후기에 언급하셨듯이, 연작이기 때문에 두 작품 간의 연계성을 보여주고자 몇 가지 정하신 룰이 있다고 하셨죠. 음, 다 읽고 나니 작가님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요.

<내 심장을 위하여>의 은성&한서 커플보다 꽁냥꽁냥 참으로 귀여웠던 고운&진우 커플. 마치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개구쟁이 남자아이 같았던 진우와 개구쟁이 남자아이에게 매번 놀림받고 당하는 귀여운 꼬마 여자아이 같았던 고운이.

개인적으론 <내 심장을 위하여>가 더 좋더라고요. 귀여운 커플이 등장하는 <그대가 온다>보다는 힘든 시기를 거치며 애틋하게 변하는 은성&한서 커플에게 애정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심각한 갈등구조가 등장하지 않지만 시종일관 엄마 미소를 지으며 읽었던 <그대가 온다>입니다.

꽁냥꽁냥 글도 잘 쓰시는 미몽 작가님, 다음 작품은 이와는 정반대인 미몽님표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만나기를 기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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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다미레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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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39) - 보석 디자이너, 주얼리샵 운영

윤건(37) - 번역가, 펜션 운영​

 

 

이영의 어머니와 윤건의 아버지의 재혼을 위한 상견례 자리에서 만나게 된 이영과 윤건.

며칠 후, 재혼 후 함께 살 공간을 둘러보고자 펜션이 있는 횡성으로 내려간 이영.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내린 폭우로 인해 펜션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이영과 윤건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얼마 후, 이영을 찾아온 윤건. 얼굴을 보기 무섭게 달려드는 윤건. 거침없는 키스.

곧 있으면 피를 나눈 혈연관계의 가족은 아니지만 재혼 가족이 될 그들.

그러나 건은 이영과 함께 했던 횡성에서의 시간 이후 끊임없이 떠오르는 이영의 생각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이 여행에서 돌아오시기까지의 시간, 2주. 2주라는 시간 동안 만나며 서로를 알아보자며 제안합니다.

 

 

사실 윤건에게 이영은 첫사랑이에요.

고등학교 1학년, 외국에서 전학 온 학교의 도서관 소파에 웅크리며 누워있는 이영을 만났죠.

그 시절 천사 같은 미소를 짓는 이영으로부터 외로움을 달랬고, 위안을 얻었던 건.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도, 마음을 표현한 적도 없지만 항상 마음속에 담아왔던 거예요.

그런데 아버지의 재혼 상대 분의 딸이라며 만난 자리에서 우연히 이영을 만났고, 이영과 보낸 펜션에서의 하루 이후 더 이상은 예전처럼 마음속에 담아두는 걸로 만족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재혼 상대자분의 딸이라 후에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번이 아니면 더 이상 그녀를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2주 동안 열심히 달려보려는 윤건.

 

 

서른아홉의 이영은 참 무미건조한 사람 같아요.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지극히 적어요.

이영은 서른일곱의 미혼 남인 윤건과는 다르게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이미 결혼한 적이 있고, 이영의 피가 흐르는 아이는 아니지만 아들고 한 명 있어요.

 

어릴 적부터 보아온 사랑, 결혼이라는 것에서 좋은 감정을 느낀 적이 없어서 사랑에도, 결혼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이렇게 사람들과 깊은 감정을 나누기가 어려운 이영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2주 동안 만나보자며 말하는 윤건에게 두려우면서도 궁금하고 떨리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영.

그렇게 어떻게 보면 위험한? 만남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서른아홉의 결혼한 적이 있고 아이까지는 있는 여자는 서른일곱의 미혼인 남자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어요.

 

마치 첫눈에 반한 것처럼 불같이 다가와 마음을 표현하는 윤건이 이영은 부담스럽다고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뭐, 이런 부분이 로맨스가 주는 환상이라고 느끼지만)

 

서로가 알아보는 2주의 시간.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는 것에 서툰 이영이지만 윤건의 관계는 정말 뜨뜻미지근했어요. 내가 이렇게 느끼고, 이영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서른아홉이란 나이 때문일 것이다. 십 대나 이십 대처럼 무모하게 불같이 달려들 수 있는 나이가 아니고, 만남을 시작할 때에도 조심스러운 나이이기 때문에..

 

뜨뜻미지근한 그들의 관계도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적응이 되었는지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어요. 불같이 사랑을 표현하는 화려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무겁지만 소박하고 잔잔하게 진행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조금씩 마음을 울리더라고요. 윤건과의 시간을 보내며 지금껏 알아온 사랑과 결혼에 대한 불신이 조금씩 희석되고 윤건에 대한 신뢰감과 용기를 내는 이영이 좋았어요. 

 

책 속에서 좋았던 부분은 이영과 윤건이 바닷가를 찾았던 장면이에요.

 

"고마워요. 이런 뜻밖의 감동을 안겨 줘서."

"난 말이야. 크든 작든 당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과 감동은 나로 인해 기인했으면 좋겠어."

"……."

"소소한 감정이라면 나로 인해 잔잔한 여운을 남았으면 좋겠고."

"오늘처럼 뜻밖의 감당 못 할 감동이면 내가 이렇게 당신 손 꼭 잡은 것처럼, 넘치는 부분은 내가 다 떠안을 수 있게."

"……."

"또 알맞게 적당한 그런 미온의 감정이라면 당신이 원하는 낙차만큼 내가 그 온도를 조절하고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

 

'서른아홉'은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에요. 그래서 약간 일반 소설 같기도 해요. 이러한 무거움을 완화시켜주는 게 바로 이영의 아들인 10살 지유와 이영의 친구 40살 미옥이에요.

 

30살의 나이차가 무색하게 진행되는 두 사람의 대화가 이 책의 유쾌함을 담당하고 있어요. 어린아이답지 않는 지유와 직설적인 미옥이 없었다면 이 책은 정말 심심하고 읽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좋았던 부분도, 이영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이영과 같은 나이가 되어서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지금과는 또 다를 것 같아요. 이영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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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말고, 멈추지도 말고
염원 지음 / 마루&마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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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 작가님의 일곱 번째 종이책이네요. 한 작품 빼고는 모두 읽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좋았어요.

읽으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더라고요.

최선웅(31)​ 회사원

예다소(26) 회사원

​다소와 헌웅은 중학교부터 친한 친구입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그 둘은 큰 비밀을 공유하며 그렇게 친한 친구가 되었죠.

헌웅에게는 선웅과 대웅이라는 형제가 있어요. 부모님은 그저 그들을 낳아주고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질 뿐, 가장 중요한 사랑을 주지 않아요.

그런 웅 형제들에게 부모님 같은 존재는 단연 첫째 선웅입니다.

헌웅과 다소 스무 살, 헌웅에 집에 놀러 갔던 다소는 첫째 선웅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됩니다. 그리고 3년을 줄곧 선웅을 해바라기하죠.

그러나 선웅은 다소를 받아 줄 수 없습니다. 자신의 동생인 헌웅이 다소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동생의 친구로만 자신을 생각하는 선웅때문에 다소는 힘들어하지만 적극적으로 선웅에게 대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혹시라도 선웅에게서 싫다는 말이 나올까 봐요.

다소도 웅 삼 형제와 비슷해요. 부모님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랐죠. 다소에게는 언니가 한 명 있어요. 부모님은 다소의 언니에게만 향해요. 다소는 그저 계획에 없던 아이였을 뿐.

아버지는 엄하시고 다소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어머니는 항상 다소에게 하지 마라, 그건 싫다고 했지!라고만 말할 뿐 따뜻한 한마디를 해주지 않아요.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언제라도 내쳐질 수 있는 아이기에.. 선웅에게 더욱더 조심스러운 다소.

선웅도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장남으로써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듣고 자랐던 선웅.

그래서 사고뭉치 두 동생을 돌보느라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요. 친구라곤 보여주지 않았던 막내 헌웅이 처음으로 데리고 온 다소. 처음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해 헌웅이 다소를 좋아하는 건 아닌가 지레 짐작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다소가 자신에게 보이는 호감을 거절하죠. 혹시나 막내가 상처받을까 봐요. 동생들을 향한 책임감 때문에 자신을 생각하지 못하는 선웅과 선웅에게서 싫다는 말을 들을까 전전긍긍하는 다소가 안타까울 뿐이었어요.

얼토당토않는 소문으로 다소가 한국을 떠나고 3년 후, 다시 만나게 된 웅 삼 형제와 다소.

선웅에 대한 마음을 접한 다소와 다소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선웅. 타이밍 참 얄궂죠?

​한번에 딱 그들의 마음이 통했으면 좋았을 것을.. 6년이란 시간이 어긋난 후에야 이어진 사랑.

<서두르지 말고, 멈추지도 말고>를 읽으며 여러 생각을 하게 돼요.

이 책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두 동생에 대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한 남자,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여자, 공감 능력, 책임감이 없고, 충동적이고 죄책감이나 후회에 대한 인지가 낮은 무감한 남자, 그리고 여자가 아닌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이러한 네 사람이 얽혀 함께 삶을 공유하는 이야기.

마음에 상처 또는 결핍이 하나쯤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다소도, 선웅도, 대웅도, 헌웅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린지 모르겠어요. 네 사람 모두 그렇지만 특히 헌웅이 때문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건데, 다소가 말했듯이  그냥 좋아하는 거잖아요. 강도, 살인, 사기가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것.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틀리다라고 말하는 우리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반성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선웅과 대웅은 참 멋져요. 동생의 고백 뒤에 숱하게 헌웅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점요.

​부모로부터의 사랑이 부족했던 네 사람이 만나 사랑이 넘치는 과정..! 끝은 좀 비현실적이지만 저는 좋았어요.

비현실적이어서 동화 같아요. 삐걱거리지만 아름다운 동화.

부모님이 떠난 큰 집에 착한 곰, 큰 곰, 헌 곰이 살고 있었어요. ​ 너무나도 다른 성격의 세 곰에게 다가온 상처 가득하지만 웃음이 많은 아이.

우여곡절 끝에 곰 삼 형제와 웃음이 많은 아이는 서로 가족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 장국영과 양조위 주연의 영화 해피투게더 (춘광사설)이 이 책 속에 등장해요. 동성의 사랑을 표현한 영화라고 하는데요. 저는 아직 보지 못했어요. 헌웅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시키고자 형들과 함께 보려 했던 영화, 후에 선웅이 헌웅을 이해하고자 몇 번이고 보던 영화. 끝내 영화를 보고 동성의 혐오스러운 관계가 아니라 연인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데요. 언제고 한번 이 영화를 봐야 할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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