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고 뻔한 사랑에 빠지다
김한율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참 좋았어요. 흔하고 뻔한 사랑 이야기라.. 저에겐 아직 그 흔하고 뻔한 사랑이 오지 않고 있는데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대체 어떤 흔하고 뻔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가 참 궁금하다고 할까요?

제가 생각한 흔하고 뻔한 사랑은 아니더라고요. 여느 로맨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이 책의 주인공들도 특별한 사랑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럼 그 흔하고 뻔한 사랑이 뭔지 알려드릴게요.

 

이윤성(27) - 카페 임시 사장

기다린(24) - 휴학생, 아르바이트생

 

다린은 휴학을 하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복학을 위한 등록금을 마련하면서, 엄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하루 24시간을 알차게 일하는 씩씩한 여자죠.

카페에서 일하기를 1년, 퇴직금을 받기 위한 기간을 다 채운 그날, 아침부터 재수가 좋았습니다.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때쯤 진상 손님으로 엉망이 되고, 자신을 추행하던 진상 손님을 야무지게 메치고 당당하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둡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붕 떠버린 시간에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던 다린에게 한 통의 반가운 전화가 옵니다.

바로 유명 커피 전문점의 사장이 자신의 카페에서 일해주기를 제안하는데, 다린은 기쁜 마음으로 카페로 출근합니다. 자신을 좋게 봐주던 사장님과 좋은 시급으로 즐겁게 일하던 다린. 그러나 사장님이 일로 외국에 나가게 되고 그 자리를 대신하여 온 임시 사장이란 남자로 인해 다린의 아르바이트 인생에 소용돌이가 일게 된다.

 

이모를 대신하여 임시 사장으로 카페에 나가게 된 윤성. 십여 년 동안 그의 인생은 회색빛이었다. 무언가에 마음을 주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겉돌기만 하던 윤성은 카페로 출근하면서 힘들면서도 항상 웃는 다린이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자신과 달리 죽을힘을 다해서 해맑게 웃는 다린이 싫었던 윤성은 자신도 모르게 항상 다린을 주시하게 되고 무감했던 자신의 심장에 점점 다른 변화가 오는 것을 감지합니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두 사람의 상황.

사고로 인해 부모님을 잃은 윤성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7년째 병원에 입원 중인 엄마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는 다린.

돈 때문에 힘들어하던 다린을 선뜻 도와주던 윤성. 그런 윤성에게 자신을 도와준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 다린. 자신에게 껌 값 정도 밖에 안된다며 가볍게 말하면서도 다린에게 죽을 힘을 다해 웃는 이유가 무어냐고 다시 묻는 윤성.자기 자신을 위해서라고, 웃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기 때문에 웃는 거라고 말하던 다린의 대답에서 윤성은 같은 상황이지만 자신과 달리 힘들면서도 웃으며 일을 하며 견디는 다린을 보며 큰 충격을 받는 윤성. 다린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게 돼요. 십여 년 동안 윤성은 부모님의 죽음 이후 철저히 자신을 고립시켰던 거예요.

​선뜻 엄마의 병원비를 해결해주었던 윤성에게 내가 예쁘냐며, 원나잇을 원하는 것이냐고 말했던 윤성이 그런 뻔한 사랑 따위를 기대한 거냐고 말했었는데 윤성이 말했던 그 뻔한 사랑이 그에게 찾아와버렸네요.

 

"남자는 말아야, 예쁜 여자 앞에서는 판단력이 흐려져. 수컷의 본능이거든. 그런데 나는 지금 지극히 이성적이란 말이지. 그게 무슨 뜻이겠어. 하여간 드라마가 여자들 망쳐 놓는다니까. 넌 지금 돈 많은 재벌이 가난한 여주인공한테 한눈에 반해서 너밖에 없다고 매달리는 그 한하고 뻔한 사랑 따위를 나한테 기대하고 온 거야? 싸구려 멜로 주인공은 별론데."

흔하고 뻔한 사랑이라도 나에게는 단 하나뿐인 사랑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세상 모든 로맨스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단 하나의 로맨스라는 것을.

 

다린을 향해 마음이 기울자 무섭게 변해가는 윤성. 자신의 상처 때문에 주변에 으르렁거리던 호랑이 같았던 그 남자가 자신의 여자에게 올인하던 멋진 남자로 변모하는 과정이 참 좋았습니다. 다린도 윤성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만약 사랑이나 결혼이란 걸 한다면 비슷한 직업이나 적당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다린이기에 처음엔 윤성에게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보이기가 어려웠죠.

 

"시소 타 본 적 있어요?"

"시소를 가장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무게가 맞는 친구를 찾는 거예요. 균형이 맞아야 밀고 당기는 속도에 탄력이 붙거든요. 연애도 마찬가지예요. 삶의 무게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그 묘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틀렸어."

"시소는 말이야, 무게가 비슷하지 않아도 다리 긴 사람이 맞춰주면 충분히 재미있게 탈 수 있어."

 

윤성을 향한 마음을 인정하고 나서는 다린도 거침없어요. 다린이라는 캐릭터가 참 좋더라고요. 자신도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못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주고, 항상 씩씩하고, 스스로에게 정직한 사람. 정말 예쁜 아가씨에요.

윤성이란 캐릭터는 처음에는 정이 안 가더라고요. 여기저기 으르렁거리는 상처받은 호랑이 같았는데, 다가오는 여자들에게 철벽같이 굴면서도 오직 다린에게만 예쁘게 웃어주고 사랑해주는 윤성이 나중에는 예뻐지더라고요.

상처받아 마음의 문을 닫았던 한 남자가 비슷한 상황이지만 씩씩하게 예쁘게 웃는 여자에게 빠져 인생을 바치는 흔하고 뻔한 사랑같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설레고, 스페셜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다 읽고 나서는 역시나 그들이 부러워서 온몸을 꼬아야 했다죠. 저에게도 흔하고 뻔한 사랑이 어서 다가오기를 바라며 이 책을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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