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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다미레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이영 (39) -
보석 디자이너, 주얼리샵 운영
윤건(37) -
번역가, 펜션 운영
이영의 어머니와
윤건의 아버지의 재혼을 위한 상견례 자리에서 만나게 된 이영과 윤건.
며칠 후, 재혼 후 함께 살 공간을
둘러보고자 펜션이 있는 횡성으로 내려간 이영.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내린 폭우로 인해 펜션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이영과 윤건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얼마 후, 이영을
찾아온 윤건. 얼굴을 보기 무섭게 달려드는 윤건. 거침없는 키스.
곧 있으면 피를 나눈
혈연관계의 가족은 아니지만 재혼 가족이 될 그들.
그러나 건은 이영과
함께 했던 횡성에서의 시간 이후 끊임없이 떠오르는 이영의 생각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이 여행에서
돌아오시기까지의 시간, 2주. 2주라는 시간 동안 만나며 서로를 알아보자며 제안합니다.
사실 윤건에게 이영은
첫사랑이에요.
고등학교 1학년,
외국에서 전학 온 학교의 도서관 소파에 웅크리며 누워있는 이영을 만났죠.
그 시절 천사 같은
미소를 짓는 이영으로부터 외로움을 달랬고, 위안을 얻었던 건.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도, 마음을 표현한 적도 없지만 항상 마음속에 담아왔던
거예요.
그런데 아버지의 재혼
상대 분의 딸이라며 만난 자리에서 우연히 이영을 만났고, 이영과 보낸 펜션에서의 하루 이후 더 이상은 예전처럼 마음속에 담아두는 걸로 만족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재혼
상대자분의 딸이라 후에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번이 아니면 더 이상 그녀를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2주 동안 열심히
달려보려는 윤건.
서른아홉의 이영은 참
무미건조한 사람 같아요.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지극히 적어요.
이영은 서른일곱의
미혼 남인 윤건과는 다르게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이미 결혼한 적이 있고, 이영의 피가 흐르는 아이는 아니지만 아들고 한 명
있어요.
어릴 적부터
보아온 사랑, 결혼이라는 것에서 좋은 감정을 느낀 적이 없어서 사랑에도, 결혼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이렇게 사람들과 깊은 감정을 나누기가
어려운 이영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2주 동안 만나보자며 말하는 윤건에게 두려우면서도 궁금하고 떨리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영.
그렇게 어떻게 보면
위험한? 만남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서른아홉의
결혼한 적이 있고 아이까지는 있는 여자는 서른일곱의 미혼인 남자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어요.
마치 첫눈에 반한
것처럼 불같이 다가와 마음을 표현하는 윤건이 이영은 부담스럽다고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뭐, 이런 부분이 로맨스가 주는 환상이라고
느끼지만)
서로가 알아보는
2주의 시간.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는 것에 서툰 이영이지만 윤건의 관계는 정말 뜨뜻미지근했어요. 내가 이렇게 느끼고, 이영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서른아홉이란 나이 때문일 것이다. 십 대나 이십 대처럼 무모하게 불같이 달려들 수 있는 나이가 아니고, 만남을 시작할 때에도
조심스러운 나이이기 때문에..
뜨뜻미지근한 그들의
관계도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적응이 되었는지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어요. 불같이 사랑을 표현하는 화려한 로맨스는 아니지만 무겁지만 소박하고
잔잔하게 진행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조금씩 마음을 울리더라고요. 윤건과의 시간을 보내며 지금껏 알아온 사랑과 결혼에 대한 불신이 조금씩
희석되고 윤건에 대한 신뢰감과 용기를 내는 이영이 좋았어요.
책 속에서 좋았던
부분은 이영과 윤건이 바닷가를 찾았던 장면이에요.
"고마워요. 이런
뜻밖의 감동을 안겨 줘서."
"난
말이야. 크든 작든 당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과 감동은 나로 인해 기인했으면 좋겠어."
"……."
"소소한 감정이라면
나로 인해 잔잔한 여운을 남았으면 좋겠고."
"오늘처럼 뜻밖의 감당
못 할 감동이면 내가 이렇게 당신 손 꼭 잡은 것처럼, 넘치는 부분은 내가 다 떠안을 수 있게."
"……."
"또
알맞게 적당한 그런 미온의 감정이라면 당신이 원하는 낙차만큼 내가 그 온도를 조절하고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
'서른아홉'은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에요. 그래서 약간 일반 소설 같기도 해요. 이러한 무거움을 완화시켜주는 게 바로 이영의 아들인 10살 지유와 이영의 친구 40살
미옥이에요.
30살의 나이차가
무색하게 진행되는 두 사람의 대화가 이 책의 유쾌함을 담당하고 있어요. 어린아이답지 않는 지유와 직설적인 미옥이 없었다면 이 책은 정말 심심하고
읽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좋았던 부분도, 이영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이영과 같은 나이가 되어서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지금과는 또 다를 것 같아요. 이영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