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두르지 말고, 멈추지도 말고
염원 지음 / 마루&마야 / 2014년 11월
평점 :
염원 작가님의 일곱 번째 종이책이네요. 한 작품
빼고는 모두 읽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좋았어요.
읽으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더라고요.
최선웅(31) 회사원
예다소(26) 회사원
다소와 헌웅은 중학교부터 친한 친구입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그 둘은 큰 비밀을 공유하며 그렇게 친한 친구가 되었죠.
헌웅에게는 선웅과 대웅이라는 형제가 있어요. 부모님은
그저 그들을 낳아주고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질 뿐, 가장 중요한 사랑을 주지 않아요.
그런 웅 형제들에게 부모님 같은 존재는 단연 첫째
선웅입니다.
헌웅과 다소 스무 살, 헌웅에 집에 놀러 갔던 다소는
첫째 선웅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됩니다. 그리고 3년을 줄곧 선웅을 해바라기하죠.
그러나 선웅은 다소를 받아 줄 수 없습니다. 자신의
동생인 헌웅이 다소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동생의 친구로만 자신을 생각하는 선웅때문에 다소는 힘들어하지만 적극적으로
선웅에게 대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다가 혹시라도 선웅에게서 싫다는 말이 나올까 봐요.
다소도 웅 삼 형제와 비슷해요. 부모님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랐죠. 다소에게는 언니가 한 명 있어요. 부모님은 다소의 언니에게만 향해요. 다소는 그저 계획에 없던 아이였을 뿐.
아버지는 엄하시고 다소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어머니는 항상 다소에게 하지 마라, 그건 싫다고 했지!라고만 말할 뿐 따뜻한 한마디를 해주지 않아요.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언제라도
내쳐질 수 있는 아이기에.. 선웅에게 더욱더 조심스러운 다소.
선웅도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장남으로써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듣고 자랐던 선웅.
그래서 사고뭉치 두 동생을 돌보느라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요. 친구라곤 보여주지 않았던 막내 헌웅이 처음으로 데리고 온 다소. 처음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해 헌웅이 다소를 좋아하는 건
아닌가 지레 짐작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다소가 자신에게 보이는 호감을 거절하죠. 혹시나 막내가 상처받을까 봐요. 동생들을 향한 책임감 때문에
자신을 생각하지 못하는 선웅과 선웅에게서 싫다는 말을 들을까 전전긍긍하는 다소가 안타까울 뿐이었어요.
얼토당토않는 소문으로 다소가 한국을 떠나고 3년 후,
다시 만나게 된 웅 삼 형제와 다소.
선웅에 대한 마음을 접한 다소와 다소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선웅. 타이밍 참 얄궂죠?
한번에 딱 그들의 마음이 통했으면 좋았을 것을..
6년이란 시간이 어긋난 후에야 이어진 사랑.
<서두르지 말고, 멈추지도 말고>를 읽으며
여러 생각을 하게 돼요.
이 책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두 동생에
대한 책임감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한 남자,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여자, 공감 능력, 책임감이 없고, 충동적이고 죄책감이나 후회에 대한 인지가 낮은 무감한 남자, 그리고 여자가 아닌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이러한 네 사람이 얽혀 함께 삶을 공유하는
이야기.
마음에 상처 또는 결핍이 하나쯤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다소도, 선웅도, 대웅도, 헌웅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린지 모르겠어요. 네 사람 모두 그렇지만 특히
헌웅이 때문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건데, 다소가 말했듯이 그냥
좋아하는 거잖아요. 강도, 살인, 사기가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것.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틀리다라고 말하는 우리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번 반성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선웅과 대웅은 참 멋져요. 동생의 고백 뒤에 숱하게 헌웅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점요.
부모로부터의 사랑이 부족했던 네 사람이 만나 사랑이
넘치는 과정..! 끝은 좀 비현실적이지만 저는 좋았어요.
비현실적이어서 동화 같아요. 삐걱거리지만 아름다운
동화.
부모님이 떠난 큰 집에 착한 곰, 큰 곰, 헌 곰이
살고 있었어요. 너무나도 다른 성격의 세 곰에게 다가온 상처 가득하지만 웃음이 많은 아이.
우여곡절 끝에 곰 삼 형제와 웃음이 많은 아이는 서로
가족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 장국영과 양조위 주연의 영화 해피투게더
(춘광사설)이 이 책 속에 등장해요. 동성의 사랑을 표현한 영화라고 하는데요. 저는 아직 보지 못했어요. 헌웅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시키고자
형들과 함께 보려 했던 영화, 후에 선웅이 헌웅을 이해하고자 몇 번이고 보던 영화. 끝내 영화를 보고 동성의 혐오스러운 관계가 아니라 연인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데요. 언제고 한번 이 영화를 봐야 할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