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다
우지혜 지음 / 청어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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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여름, 찬란한 그들>이 기대에 못미쳐서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소개글에 끌려 살 수밖에 없었다는 거...

<경계를 넘다>는 전작보다 확실히 더 좋았다.

지지부진하게 흘러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확실히 빛나는 주인공.

 

모델에서 배우로 영역을 넓혀 이제 막 뜨고 있는 모델 겸 배우, 권정.

스물 아홉의 그 남자에겐 오래된 친구가 있는데요.

바로 듀엣 '베이비수'의 노래를 만들며 뜬 작곡가, 권하진.

중학교를 시작으로 고등학교를 이어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들은 막역한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막역하다 : 허물이 없이 아주 친하다.

이 뜻 그대로 허물이 없어도 너무 없는 친구.

촬영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정이 찾은 곳은 자신의 오피스텔이 아닌 하진의 집.

자연스럽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가 하진이 잠든 모습을 보고는 마치 제자리인듯 소파에 누워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해 아침을 먹는 두 사람.

마치 부부같다.

그러나 그들은 친구다, 부부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친구.

 

<경계를 넘다>는 친구와 연인의 사이의 경계선 앞에선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요.

권 정이라는 남자는 부모님의 사랑으로 인해 사랑이란 감정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하진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과연 끝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백한번 하지 못하고 십여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 거죠.

사실 사람의 감정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기에, 정의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오늘 좋다고 붕붕 뛰는 사람이, 내일은 서로 죽자 죽어 미워하는 관계.

요즘 세상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잖아요. 정은 자신의 고백으로 인해 혹시나 하진을 영영 볼 수 없을까 두려워 많은 것을 표현하고 느낄 수 없지만 친구란 미명아래에서 지내는 것이 더 나을 거라 생각했던 거에요.

 

그런 정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하진은 그 시간동안 착실하게 정의 옆을 지켰죠.

아~ 이 멋있는 여자, 우지혜 작가님의 여주인공들은 이렇게 하나같이 당차고 멋진 캐릭터에요.

정에게 향한 하진의 마음은 사랑이에요. 그렇지만 정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이겨내고 자신에게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죠.

15년이란 시간동안 그렇게 한결같이 기다리고 옆을 지킬 수 있을까?

난, no다. 지쳐도 벌써 지쳐버렸을 것이다. 아무리 잘해주는 사람일지라도.

지지부진한 그들의 관계가 한발자국 앞으로 전진하게 된 것은 역시나 라이벌의식을 불태우게 하는 이성이겠죠.

역시나 정이가 움직이게된 계기도 하진에게 나타난 옛 남자, 아니 수컷.

그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고, 15년동안 넘지 못했던 친구와 연인의 경계선을 넘게 됩니다.

 

권하진이란 여자, 참 멋져요.

자신이 먼저 고백할 수도 있었지만 정이의 마음을 이해하고는 그가 자신에게 고백할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줬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자신앞에 나타난 옛 남자(사실 옛 남자라 칭할 수도 없는)가 자신과 정에 대해 안좋게 말하니 딱잘라 선을 그어 만나지 말자 말하고,

정의 소속사 사장을 만나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대하는데 오호 이 여자, 짱이다.

그리고 정이 아버지에게 거침없이 대거리하는 여자이니 어찌 안 반할 수 있습니까?

우지혜 작가님의 여주인공들은 하진처럼 멋진 캐릭터가 많아요. 그래서 좋아요~

 

<경계를 넘다>에는 악조가 없어요. 그래서 좀 심심할 수도 있을듯해요.

정이 배우이니만큼 그에 달라붙는 여자가 많긴 해요. 그러나 그들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약하게 넘어가요.

사실 끝부분에 등장하는 정의 첫 여자친구였던 나수련씨가 등장했을때는 스캔들이 터지겠구나 했는데 그냥 지나가더라고요.

친구에서 연인으로의 진행을 싫어하실 수도 있고, 지루해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경계를 넘는 과정에서의 정의 심리, 하진의 심리가 볼 만했던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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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를 돌면, 라온
호연.김유미 지음 / 신영미디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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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따뜻한 봄날에 읽으니 더 좋았던 라온이었다.

연재 당시에도 좋았지만 종이책으로 다시 만난 재민씨와 주원씨, 여전히 좋네요.

읽고나니 이들과 같은 사랑을 정말로 하고 싶어지니 이거 큰일이네요.

 

급히 꽃이 필요하다는 연락에 태성호텔에 간 주원.

그러나 한 손님에 의해 화병이 산산조각이 나고 꽃들은 사방으로 흩어져버려요.

그리고 그 자리를 정리하는 주원은 단정한 구두의 한 남자가 자리를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에 감사함으로 떨어진 꽃들 중 살아남은 노란 튤립을 건네죠.

인상적인 장면이었어요. 까만 양복차림의 남자에게 노란 튤립이라.. 뭔가 로맨틱하더라고요.

 

그저 스치는 인연일 줄 알았던 그들.

주원은 그 날 이후로 태성 호텔 로비 꽃 장식 계약을 맺고 종종 그 곳을 가게 되었죠.

남주인공 우리 재민씨는 김유미 작가님의 <항상, 봄>의 주인공이었던 이한주씨의 비서에요.

그때도 정말 좋았던 캐릭터였는데, 라온에서 드디어 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네요.

로비에서 만난 노란 튤립 아가씨, 별 거 아닐 것 같았던 그날의 일이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 일으킬 줄이야.

졸지에 꽃집 아가씨와 사귀는 사이가 되어버렸네요. 혹시나 그 소문이 그 꽃집 아가씨의 의도는 아닐까?

조심스러운 마음에 꽃집으로 찾아갔으나,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름을 알게 되요.

여느 서비스업의 종사자처럼 말이 많지 않고,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챙겨주었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손님도 아닌 아이들에게 달콤한 간식을 내놓고 반기고, 식물을 의인화하며, 이국적인 장식품들이 이곳저곳에 놓인 꽃집 내부와 온실에 늑대를 기르는 여자, 이쯤되니 그녀가 궁금해지는데요.

그렇게 처음은 그녀의 의도가 궁금해 찾아간 라온이었지만 그 후에는 어쩐지 모르게 꽃이나 화분이 필요한 일이 생겨 라온을 방문하는 일이 생기고 점점 주원과 가까워지는 재민씨입니다.

 

말수가 적은 주원씨, 그러나 종종 라온에 들러 꽃이나 화분을 사가는 재민씨에게 저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이는데요.

꽃집 안에서 넘어져 생채기가 생긴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반창고를 건네고, 온실을 구경하고 나온 그의 구두에 흙이 묻은 걸 보고 온실 통로에 벽돌을 징검다리마냥 놓고, 재민의 일이 아님에도 어려운 일에 선뜻 동참하여 도움을 주고, 주원이 어려움을 느끼자 아무렇지 않게 애인대행까지 해주는 이 남자, 자신이 라온의 VIP 손님이 되었다며 VIP 혜택의 주원의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재민에게 어느새 마음이 기울어짐을 깨달아요.

재민도 다를 바 없어요. VIP 혜택의 그녀의 전화번호를 요구하고 언제쯤이면 그녀에게서 연락이 올까 항상 기다리고 있었죠.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연락을 왔을 때, 망설임없이 당장 라온으로 달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

그 후로는 소소하지만 알콩달콩한 그들의 연애 이야기가 등장해요.

하루 일과를 서로에게 말해주기, 주말에 여느 연인들처럼 손을 잡고 길거리 걷기, 그리고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서로를 소개하기, 아픈 상대방 간호하기.

별 거 아닌 일들이 왜그렇게 부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아마도, 이렇게 따뜻한 봄날, 집에서 요로코롬 달달한 로맨스를 읽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일지도... ㅠㅠㅠ

소소하고 잔잔한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현실의 저를 잠시 잊고 엄마미소 한가득 지었어요.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한주&정현 커플,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여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아직까지도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좋았네요.

그리고 그들을 본보기 삼아 재민&주원 커플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도요. 항상 봄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베이비들까지.

아마도 한주&정현의 베이비 유은과 재민&주원의 베이비 신우가 썸씽이 있는 듯.. ㅋㅋㅋㅋ 아, 또 글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호연 작가님과 김유미 작가님의 세번째 공저 작품.

제가 좋아하는 <close to you>부터 <just simple>, 그리고 <모퉁이를 돌면, 라온> 두 작가님이 쓰신 글이 아니고 한 분이 쓰신 글 같았어요.

여주인공 주원 시점의 이야기는 호연 작가님이, 남주인공 재민 시점의 이야기는 김유미 작가님이 쓰셨는데, 두 시점 모두 정말 만족스러웠네요.

<라온>이라는 뜻이 순 우리말로 '즐거운' 뜻이라고 하네요. 주원씨가 일하는 꽃집 이름이 라온, 꽃집에 꽃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즐거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잖아요. 그 사람들을 보면 일하는 사람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이름을 붙였다던 주원씨.

저야 말로, 행복 가득한 <모퉁이를 돌면, 라온>을 읽고 재민씨와 주원씨의 즐거운 순간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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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라떼
차해성 지음 / 청어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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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라떼> 제목처럼 달달한 이야기겠니 했죠.

출간전부터 여기저기서 연재 당시 재미있었다며 저의 기대치를 한껏 상승시켰던 작품.

<초코쉐이크>와 <초코라떼> 연작인데, <초코쉐이크>는 주인공들의 풋풋한 캠퍼스 이야고, 이번에게 읽은 <초코라떼>는 그들의 재회 후 이야기에요.

<초코쉐이크> 전자책으로, <초코라떼>는 종이책으로 출간되었는데, 뭘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가 색다르게 그들의 재회 후 이야기부터 읽는 걸로 결정!

사실 초코쉐이크 앞부분을 조금 읽었어요. 그러나 초코라떼부터 읽으려고 덮었죠.

 

여주인공 은세림은 태종대학교 언론홍보학과 박사과정 조료로 일하고 있어요. 논문을 준비하면서 교수님의 일을 돕고 있죠.

초코라떼의 세림은 차분하고 여리여리한 이미지의 여자에요. 초코쉐이크 앞부분을 조금 읽었던지라 어라? 세림이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대체 내가 안 본 그 뒤의 이야기가 어땠길래 이렇게 이미지가 변했을까? 하면서 초코쉐이크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남주인공 이시준, 한남그룹 한남자동차 해외법인 신차 제작팀장으로 외국에서 지내던 시준은 군 입대 문제로 한국에 들어오고 입대하기 전에 한남그룹 미래전략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여기서도 궁금중 폭발.. 초코쉐이크에서 분명 시준은 의예과 학생이었는데.. 그대로였다면 지금도 의학도일텐데... 왜 시준은 일을 하고 있지?

갈수록 초코쉐이크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고요.

 

이별 후 6년만에 재회한 그들.

그러나 그들의 곁에는 각자 다른 연인이 있어요. 세림에게도 1년 된 남자친구가 있고, 시준의 곁에는 피앙세가 존재하죠.

각자 다른 연인이 있음에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상태.. 그저 허울뿐인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이제 캠퍼스의 풋풋했던 학생이 아니라 사업적으로 얽혀요.

재회 후 세림은 시준을 밀어내기만 하고, 시준은 반대로 능청스럽고 언제 헤어졌냐는 식으로 들이대는데 이거이거 미워할 수가 없어요.

세림이 이렇게 주춤주춤 몸사리는 이유를 알지만 이야기 중반까지 게속 이어지니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어요.

그와 반대로 시준은 헤어진 6년동안 한시도 세림을 잊은 적이 없어요. 아니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는 게 맞죠.

그녀가 나없는 사이에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고,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다시 그녀를 만나고 그녀와의 미래를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해온 그가 대단하고 멋졌어요.

 

자꾸만 시준에게 향하는 마음을 모르는 척, 그로 인해 느끼는 아픔을 아닌 척, 그와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못느끼는 척하는 세림.

시준과 자신의 환경이 다르기에, 시준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알고있지만 자꾸만 밀어내서 가슴 아프더라고요.

 

이것은 아픔이 아니다.

이것은 그리움이 아니다.

그저 털어내지 못하고 습관처럼 배어버린 감정의 그림자이기 때문에..

 

한참을 자기 최면하는 식으로 밀어내기만 하던 그녀가 시준이 약혼자와 파혼을 하고 6년동안 너와의 시간을, 너를 잊지 않았다고 고백하기에..

그녀는 그동안 움츠려들고, 거부했던 감정을 이제서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요.

6년 전, 대체 세림에게 어떤 아픔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시준을 밀어냈을까? 자꾸 궁금하게 만들더라고요.

시준에 대한 감정을 받아들인 이후로는 알콩달콩의 연속이에요.

사실 중반까지는 세림이 자꾸만 밀어내서 좀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에 반해 그림 이야기며, 그들이 함께 했던 광고, 홍보 작업이 흥미롭게 진행되어서 좋았거든요.

그런데 두 사람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가 후반 내내 이어지니 그 부분에서 좀 아쉬웠어요.

시준이 뭉개버린 약혼자의 집안... 악독하게 세림에게 굴었던 그 여자가 후반 그들의 깨소금나는 관계에 뭔가 재를 뿌리지 않을까? 그럼 더 임팩트있는 이야기가 되겠거니 기대를 했는데.. 어라 그냥 그게 다이고 심심하게 끝나버린 것 같아요.

 

초코라떼를 다 읽고 나니, 저는 초코쉐이크가 엄청 궁금해졌어요. 이거이거 작가님이 노림수가 아닐까요?

초코쉐이크를 안보곤 못베길 것 같아요. 6년 전 대학 캠퍼스에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린 대체 어떤 내용일까?

전자책 앞부분을 봤을 때, 발랄하기만 하던 세림이 이렇게 차분한 이미지를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봄, 여름 두 계절 동안의 짧은 사랑이었는데 6년 이란 시간동안 서로 잊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초코 쉐이크에 대한 궁금증이 어마무시하네요.

어서 5월 달이 되어 그들의 6년 전 러브스토리를 만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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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다는 건
보라영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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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진다는 건,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익숙해진 그들의 사이에서 과연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다는 거.

 

새봄 출판사 기획편집부장인 남주인공 정원우와 프리랜서 북디자이너인 여주인공 차서윤.

두 사람은 대학때부터 연애중인 8년차 연인입니다.

8년이란 기간, 참 긴 시간이죠? 20대 초반에 시작한 그들의 연애는 삼십대 초반인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데, 이쯤 되면 결혼을 하고도 남았을 텐데..

결혼이란 굴레가 아닌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연인사이, 그리고 8년, 권태기가 한번은 그들을 찾아왔겠죠.

그리고 그들 사이에 크나큰 위기가 찾아왔네요.

 

새봄출판사 젊은 부장 원우는 워커홀릭입니다. 아마도 그 자리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하여 초스피도 부장자리에 앉은 그는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출근하는 사람이고, 일분일초 허투루 쓰지 않는 남자에요.

그런 그의 곁에서 서윤은 점점 지쳐가고 있음을 느껴요.

사귄지 8년, 몇년동안은 원우가 몸담은 새봄 출판사와 일을 해온 서윤. 공적으론 철저히 그들의 사이를 숨긴 채 일을 해왔는데, 이젠 그들의 사이를 공개할 때도 됐는데, 철저히 비지니스 관계로만 대하는 그가 서운하기만 합니다.

원우가 취직을 한 이후로 항상 원우를 기다리기만 한 서윤. 처음 얼마간은 적응을 할 시기이니 이해를 했고, 또 팀장으로, 부장으로 승진하며 그 직위에 맞게 일하느라 바빠 시간을 많이 못내는 것도 이해를 했지만, 이젠 그것도 슬슬 지쳐기만 합니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원우를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서윤은 외로움이 쌓이고 쌓여 이젠 그와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익숙해진다는 건, 그만큼 비어버린 자리도 커진다는 것. 잃어버렸을 때 감당해야 할 무게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오는 것. 익숙함을 벗어나려면 또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그래서 더 무서운 그것. 온전히 떨쳐지지도 않고 이곳저곳에서 맞닥뜨리고 마는, 저도 모르는 새 너무 깊이 스며들어 버린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이다.'

'그러려니 하는 것들이 더하고 더해지는 시간들, 그것이 그녀와 그가 함께한 8년이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배려라고 이름 붙인 사실은 무관심과 다를 바 없는 것의 시작.'

 

기다림이 길어져 외로움이 커져버린 서윤은 원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겠지하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원우, 그러나 너무도 달라져버린 서윤의 태도, 그제서야 원우는 깨닫게 되네요.

지금까지 열심히 일한 이유는 서윤과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서였던 거였는데.. 미래만을 생각하며 달려가다니 보니 옆에 있던 서윤을 신경써주지 못했던 거에요.

달라진 서윤을 되돌리려 하지만 자꾸만 어긋나버린 그들.

둘이 헤어지고나서야 서로가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익숙해진다는 건, 서로에게 익숙해진 시간들만큼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와 그녀의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노력, 그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더불어 나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하는 노력.'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여주인공 서윤에게 감정이입하면서 읽었어요. 그랬더니 원우가 천하의 몹쓸놈이 되었죠.

그러나 다 읽고나서는 이건 원우의 문제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저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부족했던 듯 하네요.

오래된 연인들 사이에서 흔히들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요? 항상 곁에 있기에 말 안해도 내 마음을 알겠지, 이렇게 되는 거겠죠.

함께 했던 시간이 길었다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죠. 처음의 설레임 가득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의 그 마음은 변하게 마련이에요.

그러니 순간순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죠.

에고고, 아직 그렇다할 연애를 한 것도 아닌 제가 원우와 서윤을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저의 생각은 그렇네요.

제가 원우와 서윤처럼 길고 긴 사랑을 한다면 그들의 마음을 백프로 이해하는 날이 오겠죠?

가끔 한번씩 꺼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보라영 작가님의 첫 종이책.  생각보다 좋았어요.

가끔 제 마음에 확 와닿는 문장들, 그리고 인물들간에 세심한 감정묘사들.. 다음 작품이 기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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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점영일의 확률
박지영 지음 / 청어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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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잔함의 <그 오후의 거리>와는 다른 분위기의 <영점영일의 확률>.

그 오후의 거리는 가슴 졸이며 두 사람의 사랑에 아파하고, 응원하는 글이었다면 영점영일의 확률은 마냥 기뻐하고 느끼는 사랑이야기였다.

 

여기, 누구보다 하루를, 아니 삶을 열심히 살아온 이가 있어요.

교육대를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중퇴를 하고 이것저것 안해본 일이 없고, 현재는 정규직에게 멸시를 받는 계약직의 일을 하고 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자, 바로 여주인공 길예원.

예원은 고아입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누구보다 아끼고 소중한 가족, 유경이 있어요. 중학생인 유경을 위해서 안해본 일이 없어요. 그런 예원의 노고를 알기에 유경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예원과 마찬가지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소중한 가족입니다.

그런 그녀들의 삶에 한통의 편지로 인해 파란이 불어요.

 

'저는 임유경 친부 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찾아온 남자, 도한경.

그녀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은 살아온 것 같은 이 남자, 30대의 수려한 외모에 명품 옷을 걸친 그 남자.

친자 확인 후 유경을 데리고 가겠다는 한경에, 예원은 하나뿐인 가족 유경을 잃어버릴까 두렵고 떨립니다.

피를 나눈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10여년동안 가족으로 살아왔기에 또다시 혼자가 될 수 없기에 예원은 한경에 매달리네요.

유경을 데려갈거라면, 나도 데려가라.. 참 이 부분에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녀의 외로움과 두려운 마음이 느껴지기에.. 눈물이 뚝뚝 흘렀어요.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

 

차갑기만한 한경의 집으로 들어간 예원과 유경.

갑작스레 나타난 아빠의 존재에게 혼란스러운 유경과 더부살이에 불과한 예원.

그리고 한경의 집에 있는 또 한명의 남자, 도현강.

예원을 마주하고 그가 한 말, '나 기억 안 나?'

당연히 그녀의 기억 속엔 현강의 존재는 없어요. 그런데 그를 기억 못한다는 말에 실망스러워하는 이 남자.

유치한 방법으로 예원을 자극하며 티격태격대는 사이게 되는데요. 참 귀여운 남자에요.

처음은 저도 한경이 남주인공인 줄 알았어요. 소개글에서도 현강에 대한 어떠한 것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요.

초반에도 유경의 친부인 이 남자와 뭔가 있겠지 싶었는데 이거이거 뒤통수 맞은 것 같더라고요. (이게 가장 큰 스포일지도...>0<)

 

유경이 적응하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 예원.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지만 그렇다할 스펙이 없던 그냥 매번 낙방하고 말아요. 그러던 중 한경이 예원의 이력서를 읽고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데요.

유경의 친모가 죽고 혼자인 유경을 지금까지 알뜰살뜰 챙기며 자신의 꿈을 포기한 그녀에게 미안하고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새로운 일 자리를 찾아줍니다.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어.'

 

한경이 예원에게 해준 그 말, 그렇게 한 회사에서 같이 일 하게 된 예원, 한경, 현강.

 

회사에서의 현강은 집에서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네요.

그저 잘생긴 외모로 바람둥일 것 만 같은 이 남자, 회사에서는 일에 철저하고 강한 집념을 보이는데, 좀 다르게 보이네요.

돈을 아끼기 위해 점심을 따로 먹는 예원의 곁에서 못먹는 라면도 먹어주고, 한밤 중 유경을 찾아 헤매는 예원의 곁에서 함께 찾아주고,

전 상사에게 멸시받는 예원의 기를 살려주기도 하고, 좋은 옷과 신발을 사주고 퉁퉁 대지만 자신에게 한없이 잘해주는 그에게 예원도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네요.

그런 자신의 감정에 혼란스러운 예원을 현강을 피하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잠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현강에게 속수무책으로 넘어가버리는데..

그리고는 알콩달콩 그들의 이야기가 나와요. 요로코롬 끝나버림 시시하겠죠?

작가님의 쉴틈을 안주더라고요. 예원이 잃어버렸던, 아니 잊어버렸던 과거의 기억들..

잊어버렸던 아프고 슬픈 기억을 되찾고 힘들어하는 예원, 그리고 그 곁에서 예원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현강.

예원이 잊어버렸던 기억은 참 슬프고 씁쓸했어요. 나같았어도, 기억을 지우고 싶었을 만큼의 힘든 기억들.

당연히 그 힘든 시간 속에서 만난 현강을 기억 못했던 거죠. 예원의 기억속의 현강과 현강의 기억의 예원. 번갈아 나오는 그들의 과거가 저는 좋았어요.

밋밋할 것 같은 이야기 속에서 과거의 이야기가 임팩트가 있었죠.

 

처음은 영점영일의 확률에 의존해 하나뿐인 가족을 잃을까 두려워했던 예원이 이 이야기가 끝날때에는 남들 앞에서 괜히 주눅드는 사람이 아닌, 외로움 따윈 모르는, 현강을 만나서, 한경과 유경을 만나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 만나서 나머지 99.99퍼센트를 채워 100퍼센트의 행복한 삶을 이루어 책이 마무리 되어 감사했네요.

그 오후의 거리보다는 눈물 줄줄 흐르는 애절함은 덜하지만 알콩달콩 현강과 예원의 러브스토리와 다시한번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된 책이었네요.

아,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내용으로 저를 행복하게 할지 기대가 되네요.

 

「길이 좋다.」

 

이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예원을 향한 현강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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