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다는 건
보라영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익숙해진다는 건,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익숙해진 그들의 사이에서 과연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다는 거.

 

새봄 출판사 기획편집부장인 남주인공 정원우와 프리랜서 북디자이너인 여주인공 차서윤.

두 사람은 대학때부터 연애중인 8년차 연인입니다.

8년이란 기간, 참 긴 시간이죠? 20대 초반에 시작한 그들의 연애는 삼십대 초반인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데, 이쯤 되면 결혼을 하고도 남았을 텐데..

결혼이란 굴레가 아닌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연인사이, 그리고 8년, 권태기가 한번은 그들을 찾아왔겠죠.

그리고 그들 사이에 크나큰 위기가 찾아왔네요.

 

새봄출판사 젊은 부장 원우는 워커홀릭입니다. 아마도 그 자리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죠.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하여 초스피도 부장자리에 앉은 그는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출근하는 사람이고, 일분일초 허투루 쓰지 않는 남자에요.

그런 그의 곁에서 서윤은 점점 지쳐가고 있음을 느껴요.

사귄지 8년, 몇년동안은 원우가 몸담은 새봄 출판사와 일을 해온 서윤. 공적으론 철저히 그들의 사이를 숨긴 채 일을 해왔는데, 이젠 그들의 사이를 공개할 때도 됐는데, 철저히 비지니스 관계로만 대하는 그가 서운하기만 합니다.

원우가 취직을 한 이후로 항상 원우를 기다리기만 한 서윤. 처음 얼마간은 적응을 할 시기이니 이해를 했고, 또 팀장으로, 부장으로 승진하며 그 직위에 맞게 일하느라 바빠 시간을 많이 못내는 것도 이해를 했지만, 이젠 그것도 슬슬 지쳐기만 합니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원우를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서윤은 외로움이 쌓이고 쌓여 이젠 그와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익숙해진다는 건, 그만큼 비어버린 자리도 커진다는 것. 잃어버렸을 때 감당해야 할 무게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오는 것. 익숙함을 벗어나려면 또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그래서 더 무서운 그것. 온전히 떨쳐지지도 않고 이곳저곳에서 맞닥뜨리고 마는, 저도 모르는 새 너무 깊이 스며들어 버린 그리움이 묻어나는 것이다.'

'그러려니 하는 것들이 더하고 더해지는 시간들, 그것이 그녀와 그가 함께한 8년이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배려라고 이름 붙인 사실은 무관심과 다를 바 없는 것의 시작.'

 

기다림이 길어져 외로움이 커져버린 서윤은 원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겠지하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원우, 그러나 너무도 달라져버린 서윤의 태도, 그제서야 원우는 깨닫게 되네요.

지금까지 열심히 일한 이유는 서윤과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서였던 거였는데.. 미래만을 생각하며 달려가다니 보니 옆에 있던 서윤을 신경써주지 못했던 거에요.

달라진 서윤을 되돌리려 하지만 자꾸만 어긋나버린 그들.

둘이 헤어지고나서야 서로가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익숙해진다는 건, 서로에게 익숙해진 시간들만큼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와 그녀의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노력, 그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더불어 나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하는 노력.'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여주인공 서윤에게 감정이입하면서 읽었어요. 그랬더니 원우가 천하의 몹쓸놈이 되었죠.

그러나 다 읽고나서는 이건 원우의 문제만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저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부족했던 듯 하네요.

오래된 연인들 사이에서 흔히들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요? 항상 곁에 있기에 말 안해도 내 마음을 알겠지, 이렇게 되는 거겠죠.

함께 했던 시간이 길었다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죠. 처음의 설레임 가득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의 그 마음은 변하게 마련이에요.

그러니 순간순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죠.

에고고, 아직 그렇다할 연애를 한 것도 아닌 제가 원우와 서윤을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저의 생각은 그렇네요.

제가 원우와 서윤처럼 길고 긴 사랑을 한다면 그들의 마음을 백프로 이해하는 날이 오겠죠?

가끔 한번씩 꺼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보라영 작가님의 첫 종이책.  생각보다 좋았어요.

가끔 제 마음에 확 와닿는 문장들, 그리고 인물들간에 세심한 감정묘사들.. 다음 작품이 기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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