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다
우지혜 지음 / 청어람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전작 <여름, 찬란한 그들>이 기대에 못미쳐서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소개글에 끌려 살 수밖에 없었다는 거...

<경계를 넘다>는 전작보다 확실히 더 좋았다.

지지부진하게 흘러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확실히 빛나는 주인공.

 

모델에서 배우로 영역을 넓혀 이제 막 뜨고 있는 모델 겸 배우, 권정.

스물 아홉의 그 남자에겐 오래된 친구가 있는데요.

바로 듀엣 '베이비수'의 노래를 만들며 뜬 작곡가, 권하진.

중학교를 시작으로 고등학교를 이어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들은 막역한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막역하다 : 허물이 없이 아주 친하다.

이 뜻 그대로 허물이 없어도 너무 없는 친구.

촬영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정이 찾은 곳은 자신의 오피스텔이 아닌 하진의 집.

자연스럽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가 하진이 잠든 모습을 보고는 마치 제자리인듯 소파에 누워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해 아침을 먹는 두 사람.

마치 부부같다.

그러나 그들은 친구다, 부부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친구.

 

<경계를 넘다>는 친구와 연인의 사이의 경계선 앞에선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요.

권 정이라는 남자는 부모님의 사랑으로 인해 사랑이란 감정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하진을 향한 자신의 감정이 과연 끝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백한번 하지 못하고 십여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 거죠.

사실 사람의 감정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기에, 정의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오늘 좋다고 붕붕 뛰는 사람이, 내일은 서로 죽자 죽어 미워하는 관계.

요즘 세상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잖아요. 정은 자신의 고백으로 인해 혹시나 하진을 영영 볼 수 없을까 두려워 많은 것을 표현하고 느낄 수 없지만 친구란 미명아래에서 지내는 것이 더 나을 거라 생각했던 거에요.

 

그런 정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하진은 그 시간동안 착실하게 정의 옆을 지켰죠.

아~ 이 멋있는 여자, 우지혜 작가님의 여주인공들은 이렇게 하나같이 당차고 멋진 캐릭터에요.

정에게 향한 하진의 마음은 사랑이에요. 그렇지만 정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이겨내고 자신에게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죠.

15년이란 시간동안 그렇게 한결같이 기다리고 옆을 지킬 수 있을까?

난, no다. 지쳐도 벌써 지쳐버렸을 것이다. 아무리 잘해주는 사람일지라도.

지지부진한 그들의 관계가 한발자국 앞으로 전진하게 된 것은 역시나 라이벌의식을 불태우게 하는 이성이겠죠.

역시나 정이가 움직이게된 계기도 하진에게 나타난 옛 남자, 아니 수컷.

그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고, 15년동안 넘지 못했던 친구와 연인의 경계선을 넘게 됩니다.

 

권하진이란 여자, 참 멋져요.

자신이 먼저 고백할 수도 있었지만 정이의 마음을 이해하고는 그가 자신에게 고백할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줬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자신앞에 나타난 옛 남자(사실 옛 남자라 칭할 수도 없는)가 자신과 정에 대해 안좋게 말하니 딱잘라 선을 그어 만나지 말자 말하고,

정의 소속사 사장을 만나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대하는데 오호 이 여자, 짱이다.

그리고 정이 아버지에게 거침없이 대거리하는 여자이니 어찌 안 반할 수 있습니까?

우지혜 작가님의 여주인공들은 하진처럼 멋진 캐릭터가 많아요. 그래서 좋아요~

 

<경계를 넘다>에는 악조가 없어요. 그래서 좀 심심할 수도 있을듯해요.

정이 배우이니만큼 그에 달라붙는 여자가 많긴 해요. 그러나 그들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약하게 넘어가요.

사실 끝부분에 등장하는 정의 첫 여자친구였던 나수련씨가 등장했을때는 스캔들이 터지겠구나 했는데 그냥 지나가더라고요.

친구에서 연인으로의 진행을 싫어하실 수도 있고, 지루해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경계를 넘는 과정에서의 정의 심리, 하진의 심리가 볼 만했던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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