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점영일의 확률
박지영 지음 / 청어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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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잔함의 <그 오후의 거리>와는 다른 분위기의 <영점영일의 확률>.

그 오후의 거리는 가슴 졸이며 두 사람의 사랑에 아파하고, 응원하는 글이었다면 영점영일의 확률은 마냥 기뻐하고 느끼는 사랑이야기였다.

 

여기, 누구보다 하루를, 아니 삶을 열심히 살아온 이가 있어요.

교육대를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중퇴를 하고 이것저것 안해본 일이 없고, 현재는 정규직에게 멸시를 받는 계약직의 일을 하고 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자, 바로 여주인공 길예원.

예원은 고아입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누구보다 아끼고 소중한 가족, 유경이 있어요. 중학생인 유경을 위해서 안해본 일이 없어요. 그런 예원의 노고를 알기에 유경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예원과 마찬가지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소중한 가족입니다.

그런 그녀들의 삶에 한통의 편지로 인해 파란이 불어요.

 

'저는 임유경 친부 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찾아온 남자, 도한경.

그녀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은 살아온 것 같은 이 남자, 30대의 수려한 외모에 명품 옷을 걸친 그 남자.

친자 확인 후 유경을 데리고 가겠다는 한경에, 예원은 하나뿐인 가족 유경을 잃어버릴까 두렵고 떨립니다.

피를 나눈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10여년동안 가족으로 살아왔기에 또다시 혼자가 될 수 없기에 예원은 한경에 매달리네요.

유경을 데려갈거라면, 나도 데려가라.. 참 이 부분에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녀의 외로움과 두려운 마음이 느껴지기에.. 눈물이 뚝뚝 흘렀어요.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

 

차갑기만한 한경의 집으로 들어간 예원과 유경.

갑작스레 나타난 아빠의 존재에게 혼란스러운 유경과 더부살이에 불과한 예원.

그리고 한경의 집에 있는 또 한명의 남자, 도현강.

예원을 마주하고 그가 한 말, '나 기억 안 나?'

당연히 그녀의 기억 속엔 현강의 존재는 없어요. 그런데 그를 기억 못한다는 말에 실망스러워하는 이 남자.

유치한 방법으로 예원을 자극하며 티격태격대는 사이게 되는데요. 참 귀여운 남자에요.

처음은 저도 한경이 남주인공인 줄 알았어요. 소개글에서도 현강에 대한 어떠한 것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요.

초반에도 유경의 친부인 이 남자와 뭔가 있겠지 싶었는데 이거이거 뒤통수 맞은 것 같더라고요. (이게 가장 큰 스포일지도...>0<)

 

유경이 적응하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 예원.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지만 그렇다할 스펙이 없던 그냥 매번 낙방하고 말아요. 그러던 중 한경이 예원의 이력서를 읽고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데요.

유경의 친모가 죽고 혼자인 유경을 지금까지 알뜰살뜰 챙기며 자신의 꿈을 포기한 그녀에게 미안하고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새로운 일 자리를 찾아줍니다.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어.'

 

한경이 예원에게 해준 그 말, 그렇게 한 회사에서 같이 일 하게 된 예원, 한경, 현강.

 

회사에서의 현강은 집에서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네요.

그저 잘생긴 외모로 바람둥일 것 만 같은 이 남자, 회사에서는 일에 철저하고 강한 집념을 보이는데, 좀 다르게 보이네요.

돈을 아끼기 위해 점심을 따로 먹는 예원의 곁에서 못먹는 라면도 먹어주고, 한밤 중 유경을 찾아 헤매는 예원의 곁에서 함께 찾아주고,

전 상사에게 멸시받는 예원의 기를 살려주기도 하고, 좋은 옷과 신발을 사주고 퉁퉁 대지만 자신에게 한없이 잘해주는 그에게 예원도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네요.

그런 자신의 감정에 혼란스러운 예원을 현강을 피하기 시작하는데, 그것도 잠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현강에게 속수무책으로 넘어가버리는데..

그리고는 알콩달콩 그들의 이야기가 나와요. 요로코롬 끝나버림 시시하겠죠?

작가님의 쉴틈을 안주더라고요. 예원이 잃어버렸던, 아니 잊어버렸던 과거의 기억들..

잊어버렸던 아프고 슬픈 기억을 되찾고 힘들어하는 예원, 그리고 그 곁에서 예원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현강.

예원이 잊어버렸던 기억은 참 슬프고 씁쓸했어요. 나같았어도, 기억을 지우고 싶었을 만큼의 힘든 기억들.

당연히 그 힘든 시간 속에서 만난 현강을 기억 못했던 거죠. 예원의 기억속의 현강과 현강의 기억의 예원. 번갈아 나오는 그들의 과거가 저는 좋았어요.

밋밋할 것 같은 이야기 속에서 과거의 이야기가 임팩트가 있었죠.

 

처음은 영점영일의 확률에 의존해 하나뿐인 가족을 잃을까 두려워했던 예원이 이 이야기가 끝날때에는 남들 앞에서 괜히 주눅드는 사람이 아닌, 외로움 따윈 모르는, 현강을 만나서, 한경과 유경을 만나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 만나서 나머지 99.99퍼센트를 채워 100퍼센트의 행복한 삶을 이루어 책이 마무리 되어 감사했네요.

그 오후의 거리보다는 눈물 줄줄 흐르는 애절함은 덜하지만 알콩달콩 현강과 예원의 러브스토리와 다시한번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된 책이었네요.

아,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내용으로 저를 행복하게 할지 기대가 되네요.

 

「길이 좋다.」

 

이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예원을 향한 현강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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