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를 돌면, 라온
호연.김유미 지음 / 신영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이렇게 따뜻한 봄날에 읽으니 더 좋았던 라온이었다.

연재 당시에도 좋았지만 종이책으로 다시 만난 재민씨와 주원씨, 여전히 좋네요.

읽고나니 이들과 같은 사랑을 정말로 하고 싶어지니 이거 큰일이네요.

 

급히 꽃이 필요하다는 연락에 태성호텔에 간 주원.

그러나 한 손님에 의해 화병이 산산조각이 나고 꽃들은 사방으로 흩어져버려요.

그리고 그 자리를 정리하는 주원은 단정한 구두의 한 남자가 자리를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에 감사함으로 떨어진 꽃들 중 살아남은 노란 튤립을 건네죠.

인상적인 장면이었어요. 까만 양복차림의 남자에게 노란 튤립이라.. 뭔가 로맨틱하더라고요.

 

그저 스치는 인연일 줄 알았던 그들.

주원은 그 날 이후로 태성 호텔 로비 꽃 장식 계약을 맺고 종종 그 곳을 가게 되었죠.

남주인공 우리 재민씨는 김유미 작가님의 <항상, 봄>의 주인공이었던 이한주씨의 비서에요.

그때도 정말 좋았던 캐릭터였는데, 라온에서 드디어 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네요.

로비에서 만난 노란 튤립 아가씨, 별 거 아닐 것 같았던 그날의 일이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 일으킬 줄이야.

졸지에 꽃집 아가씨와 사귀는 사이가 되어버렸네요. 혹시나 그 소문이 그 꽃집 아가씨의 의도는 아닐까?

조심스러운 마음에 꽃집으로 찾아갔으나,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름을 알게 되요.

여느 서비스업의 종사자처럼 말이 많지 않고,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챙겨주었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손님도 아닌 아이들에게 달콤한 간식을 내놓고 반기고, 식물을 의인화하며, 이국적인 장식품들이 이곳저곳에 놓인 꽃집 내부와 온실에 늑대를 기르는 여자, 이쯤되니 그녀가 궁금해지는데요.

그렇게 처음은 그녀의 의도가 궁금해 찾아간 라온이었지만 그 후에는 어쩐지 모르게 꽃이나 화분이 필요한 일이 생겨 라온을 방문하는 일이 생기고 점점 주원과 가까워지는 재민씨입니다.

 

말수가 적은 주원씨, 그러나 종종 라온에 들러 꽃이나 화분을 사가는 재민씨에게 저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이는데요.

꽃집 안에서 넘어져 생채기가 생긴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반창고를 건네고, 온실을 구경하고 나온 그의 구두에 흙이 묻은 걸 보고 온실 통로에 벽돌을 징검다리마냥 놓고, 재민의 일이 아님에도 어려운 일에 선뜻 동참하여 도움을 주고, 주원이 어려움을 느끼자 아무렇지 않게 애인대행까지 해주는 이 남자, 자신이 라온의 VIP 손님이 되었다며 VIP 혜택의 주원의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재민에게 어느새 마음이 기울어짐을 깨달아요.

재민도 다를 바 없어요. VIP 혜택의 그녀의 전화번호를 요구하고 언제쯤이면 그녀에게서 연락이 올까 항상 기다리고 있었죠.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연락을 왔을 때, 망설임없이 당장 라온으로 달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

그 후로는 소소하지만 알콩달콩한 그들의 연애 이야기가 등장해요.

하루 일과를 서로에게 말해주기, 주말에 여느 연인들처럼 손을 잡고 길거리 걷기, 그리고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서로를 소개하기, 아픈 상대방 간호하기.

별 거 아닌 일들이 왜그렇게 부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아마도, 이렇게 따뜻한 봄날, 집에서 요로코롬 달달한 로맨스를 읽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일지도... ㅠㅠㅠ

소소하고 잔잔한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현실의 저를 잠시 잊고 엄마미소 한가득 지었어요.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한주&정현 커플,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여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아직까지도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좋았네요.

그리고 그들을 본보기 삼아 재민&주원 커플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도요. 항상 봄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베이비들까지.

아마도 한주&정현의 베이비 유은과 재민&주원의 베이비 신우가 썸씽이 있는 듯.. ㅋㅋㅋㅋ 아, 또 글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호연 작가님과 김유미 작가님의 세번째 공저 작품.

제가 좋아하는 <close to you>부터 <just simple>, 그리고 <모퉁이를 돌면, 라온> 두 작가님이 쓰신 글이 아니고 한 분이 쓰신 글 같았어요.

여주인공 주원 시점의 이야기는 호연 작가님이, 남주인공 재민 시점의 이야기는 김유미 작가님이 쓰셨는데, 두 시점 모두 정말 만족스러웠네요.

<라온>이라는 뜻이 순 우리말로 '즐거운' 뜻이라고 하네요. 주원씨가 일하는 꽃집 이름이 라온, 꽃집에 꽃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즐거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잖아요. 그 사람들을 보면 일하는 사람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이름을 붙였다던 주원씨.

저야 말로, 행복 가득한 <모퉁이를 돌면, 라온>을 읽고 재민씨와 주원씨의 즐거운 순간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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