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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지 않아도 괜찮아
언재호야.윤난 지음 / 스칼렛 / 2015년 2월
평점 :
류승제(데이비드 류) (35) - 프랑스 요리 레스토랑 비쥬 블랑쉐 대표 겸 수석 셰프
이은수 (29) - 중아일보 정치부 기자
중아일보 정치부 기자인 은수는 신문사 고위급 인사의 비리를 기사화하려다 윗선에서 막혀 좌천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가 간 곳은 그녀가 항상 몸담고 있는 정치부와는 영 거리가 먼 리빙 파트.
표면적으로 정치부 편집장의 말대로 고분고분 좌천당해 온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현재 꽤 오랫동안 파고드는 사건이 있습니다. 리빙 파트에서 일하면서 그 사건에 대해 깊숙이 조사하고자 합니다.
정재계 인사들의 사건 사고를 들쑤시고 다니던 그녀가 음식과 인테리어 이런 걸 알리가 있나요?
사건 조사를 위해 눈코 뜰 새가 없어서 허구한 날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는 그녀에게 음식은 그저 배를 불리는 것일 뿐이고, 음식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식기류는 다 그릇일 뿐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리빙 파트 편집장이 제안을 하나 합니다.
'비쥬 블랑쉐의 수석 셰프이자 사장인 데이비드 류의 인터뷰를 따오라!' 그 미션을 성공한다면 좌천 당해 유배당하고 있는 기간을 반으로 줄여주겠다고.
고작 식당 주방장 인터뷰를 따오라니 은수는 편집장의 제안을 냉큼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식당 주방장을 만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수천만원인 회원제 카드가 있어서 들어갈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 단번에 쫓겨난 은수. 은수는 수석 셰프를 만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를 합니다.
결국, 은수는 팔 한쪽을 내어주고 드디어 데이비드 류의 칼럼 6꼭지를 따게 됩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요리사가 된 승제. 미국으로 유학을 가 밑바닥에서부터 잠도 못 자가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온 승제는 한국으로 돌아와 친구와 함께 비쥬 블랑쉐를 오픈합니다.
부단한 노력 끝에 거물급들이 선호하는 1순위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수석 셰프이자 대표인 승제의 하루는 은수 못지않게 바쁩니다.
고급 아파트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일주일에 2번 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고급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기까지 하는 승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그의 앞에 웬 이상한 여자가 나타나 인터뷰를 하자고 합니다. 그녀의 부단한(?) 노력으로 6꼭지 칼럼을 하기로 한 승제.
그런데 이 여자 요리의 'ㅇ'자도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런 그녀가 어이없기도 하고, 웃긴 승제.
프랑스 요리가 적게 나온다고는 하지만 코스를 다 합치면 많은 양인데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은수가 솔직해 보이기도 하고, 귀엽습니다.
특종을 위해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하는 여자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느 날은 공항에서 하얀 얼굴에 쥐를 잡아먹은 얼굴로 화장실에 주저앉아 큭큭대고 있지를 않나, 고의적인 사고로 눈앞에서 죽을 수도 있었는데 눈 깜짝을 안 하기도 하고, 비를 철철 맞기도 하는 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시종일관 밝음을 유지하는 그녀. 그녀는 참 미스터리 미스터리.
승제가 요리한 맛있는 음식과 그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함께 하다 순간적으로 키스를 나누게 되고, 그들은 interviewer와 interviwee가 아닌 여자와 남자의 사이가 됩니다.
정성스럽게 정통 프랑스 요리를 하는 남자와 인스턴트를 예찬하며 사건사고에 달려가는 여자의 이야기인 '달콤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들의 만들어 낸 환상적인 러브스토리.
일단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엄청난 두께에 숨이 턱턱 막혔어요. 책을 구입한 건 일주일 전인데, 자꾸 밀어두기만 했었죠.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순간도 책을 내려놓지 못하겠는 거예요.
저도 은수처럼은 아니지만 프랑스 고급 요리에 대해 하나도 알지 못 합니다. 승제가 셰프인 만큼 이 책에는 다양한 프랑스 요리들이 줄줄이 등장합니다.
생소하기만 한 요리와 요리 재료들. 그러나 그것들이 결코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승제 말하는 것들을 제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며 함께 요리를 하고, 은수가 그 요리를 맛보며 내뱉던 감상처럼 저도 제 머릿속으로 그 요리의 맛이 어떨지 상상을 했죠. 요리와 더불어 승제가 소중히 아끼는 주방기구와 식기류들도 흥미롭더라고요. 제가 여자가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주구장창 요리 이야기만 나왔다면 이 이야기는 평범했을 겁니다. 그러나 요리사인 승제와 달리 정치부 기자인 은수의 이야기로 인해 이야기에서 쫄깃쫄깃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은수가 그렇게 파고드는 사건의 배후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밝혀지는가가 흥미로웠죠.
그리고 그들의 러브 스토리. 알콩달콩? 그건 아니지만 초중반까지 투덕대는 그들이 귀여웠다면 후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작은 오해로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 외의 이야기가 받쳐주어서 그런지 몰입은 좋았습니다.
500페이지의 엄청난 분량이 끝나가는 것에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이야기는 매력적입니다.
언재호야 작가님과 윤난 작가님의 공저.
혼자 쓰신 작가님들의 책들과 달리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공저 작품.
승제의 주된 이야기는 윤난 작가님이, 은수의 주된 이야기는 언재호야 작가님이 맡으셨더라고요. 후기를 보니 서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한쪽 이야기에만 치우지지 않고 양쪽 다 적당한 분량으로 균형이 잘 이루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은 두 작가님 다 윈윈 효과를 얻으신 작품인 듯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공저 작품을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