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탕
이서형(라니) 지음 / 신영미디어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강규현(35?) - 세명그룹 후계자, 세명전자 부사장, 세린 병원 경영 이사, SG 호텔, 백화점 오너

이선우(25) - 아르바이트 생, 보모


5년 전, 형의 문제로 클럽 '블루아이'를 방문했을 때 규현의 시선을 사로잡은 여자가 있었다.

그 둘은 우연히 불같은 하룻밤을 가졌고, 여자는 안개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1년 뒤, 규현에게 찾아온 것은 자신의 핏줄을 이어받은 시후라는 아이였고, 여자는 돈을 받고 아이를 버리고 떠났다.


5년 후.

다섯 살의 시후는 매일 같은 패턴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유치원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던 아이는 차 문을 열고 뛰어나갑니다.

그 순간, 시후를 향해 달려오는 차. 차에 치일 위기에 처해있던 아이를 대신 구하고 다신 의문의 여자, 선우.

아이와 전혀 상관도 없던 여자, 아이를 구하고도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선우가 규현은 의아하며 신경에 쓰입니다.

시후를 구한 것이 우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규현, 그러나 모든 게 비밀스러운 선우의 정체. 그녀에게 누구냐? 왜 시후에게 접근했나? 몰아세워도 도통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합니다.

그런 규현의 마음과 달리 자신의 눈길을 피하면서도, 자신의 아들 시후에겐 애틋하고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선우.


규현과 시후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는 선우의 정체는 무엇일까?



연재할 때부터 굉장히 기대했던 책이었습니다.

연재를 하시다 중단하셔서 저는 후반 내용이 궁금했거든요. 연재 당시, 선우의 정체를 짐작은 했었는데 그녀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그게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종이책을 읽으며 그 부분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두근두근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기대가 컸던 걸까요?

5년이란 시간 동안 선우가 그렇게 변해버린 이유가 너무나도 허무하게 풀려버려 맥이 빠진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스펙터클한 반전을 기대했나 봐요.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선우는 지금까지 감정이란 감정은 모두 꾹꾹 눌러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딱딱하게 만들었다. 새하얗게 얼어 버린 감정들은 뭉친 채 어떤 것으로도 녹일 수도, 깨뜨릴 수도 없을 것처럼 단단하게 굳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무것도 건드릴 수도, 녹일 수도 없는, 파랗게 얼어붙은 돌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녀는 그냥 각설탕이었다.

칼날로도 쪼개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하얗게 얼려 버린 얼음 알갱이들은 실은 아픔을 감춘 감정의 결정들이었다. 날카롭게 각을 세운 모서리는 사실 겁에 질린 감각이 예민하게 서 있는 것뿐이었다.

각설탕은 지옥보다 더 뜨겁고 악마보다 더 유혹적이며 죽음보다 더 강렬한 커피에 빠져 버리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서서히 커피에 물들다가 한순간에 녹아 버린다.

그리고 선우는 견딜 수 없게 뜨겁고, 미치게 유혹적이며, 화산처럼 강렬한 규현을 만나는 순간 서서히 뒤흔들리다 곧바로 송두리째 자신을 잃어버렸다.

그녀는 그냥 각설탕이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딱딱하게 굳어 버린 감정들이 규현 앞에서는 스르르 녹아내리고 있었다.

외로움과 분노, 고통과 아픔이 녹아 없어지고 있었다.

 

 


위의 문장들이 알려주듯 각설탕은 여주인공 선우를 비유한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쭉 이어온 불우한 환경들로 인해 스스로 각을 세웠던 선우에요. 하지만 선우의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왜 그때 조금 더 용기를 내보지 않았는가 하는 답답함이 마구 솟아났어요. 규현과 시후를 다시 만나고 나서도 소극적이기만 한 선우가 아쉽더라고요.

 

전작들과 같이 이서형 작가님의 책은 몰입도가 좋습니다. 작가님표 퍼펙트하고 소유욕 강한 남주의 특성에, 안쓰러운 여주인공의 상황, 아이가 연계된 신파적 요소.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이야기였어요. 규현의 나이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두 사람은 나이차가 꽤나 사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차분하게 행동하는 선우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다만, 5년이란 공백 기간 동안 선우와 규현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비밀이 풀리는 순간의 이야기가 좀 더 탄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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